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85
00185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은 반가운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할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크게 외쳤다. 그리고 바로 할아버지에게 다가섰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기중은 할아버지를 안았다. 할아버지도 기중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한 동안 둘은 그렇게 인사를 나눴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기중의 마나의 양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놀랄 정도의 양이었다. 이 정도면 마법진을 작동시키기 충분한 양이었고,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는 방법 그대로를 실행할 준비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중아. 앉아서 이야기 해 보자꾸나.”
“네. 할아버지.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어요.”
“그래. 나도 그렇구나. 그동안 연락도 없고, 찾아오지도 못해서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할아버지도 매우 바쁘셨다고 들었어요.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좋네요. 하하.”
기중은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상당히 들떠 있었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나타난 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버리는 그 시기가 다가온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는 기중의 상태를 확인하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자신도 충분히 회복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실행만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껄끄러웠다. 지난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생각은 자신에게 평생의 짐으로 남아 있었고, 강호에게는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아픔이기도 했다.
여전히 웃으면서 그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 기중을 할아버지는 푸근한 미소를 짓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심을 했는지 말을 꺼냈다.
“기중아. 내 오늘은 너에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왔구나.”
“네. 할아버지 말씀하세요. 저도 할아버지에게 할 말이 많았거든요. 하하.”
“우선 이야기하기 전에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겠구나.”
“네?”
“잠시 가까이 오너라. 너의 기억을 제약했던 마나를 풀어야겠구나.”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기억이라뇨?”
“곧 알게 될 터이다. 너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구나.”
그리고 할아버지는 기중에게 사용했던 기억 봉인을 위한 마나를 풀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사용했던 마나이기 때문에 그 제거는 그나마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기중은 멍한 상태로 앞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컴컴한 방안에 매우 밝은 전등이 켜지는 듯한 느낌으로 한 순간 모든 기억이 인식의 범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들어 있었던 기억이었지만, 인식을 의식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마침내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부모님에 관한 기억들, 그리고 다시 기억을 봉인했던 날의 기억이 모두 돌아와 있었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기중의 손을 꼭 잡아 주고 있었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을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그는 기중의 상태에 모든 정신을 집중 시키고 있었다.
“할아버지.”
“미안하구나. 기중아.”
기중은 정말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할아버지의 마음이 상당부분 느껴지고 있었다. 기억이 읽혀지지는 않았지만, 마나의 느낌만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얼마나 걱정하고, 미안해하는지. 그 때의 기억과 지금의 상태 모두를 알 수 있었기에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난 거죠? 이제 저도 부모님을 만날 수 있는 거죠?”
“그래. 이제는 너도 모든 준비가 끝났구나. 내일 당장 마법진을 발동 시키도록 하마.”
기중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오늘까지의 인생이 기억에서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정리할 것이 필요했고, 솔직히 마음의 준비가 가장 필요했다.
“할아버지. 조금 시간을 주세요. 지금의 인생도 제 인생이잖아요. 모두가 현실인데, 지금 당장은 안 돼요. 이해해 주실 거죠?”
할아버지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애초부터 일을 꼬이게 만들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 자체가 없었을 것이었다. 기중이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일을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고, 후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려러무나. 언제든 준비가 되면 말해 다오. 난 이곳에서 지내며,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으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기중은 그 다음날부터 자신의 회사에 대한 일을 맡길 새로운 사람을 구해야했다. 갑작스럽게 자신이 사라지더라도 회사 운영에 문제가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을 되돌릴 경우 지금의 현실이 어떻게 될지는 할아버지도 알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평행우주이론이나, 다차원이론등과 같이 기중이 떠나버려도 지금의 상황이 계속 흘러갈 수도 있고, 아니면 기중이 돌아가는 시간부터 재시작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지금의 회사는 기중이 사라지면, 곤란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그렇게 기중은 다시 한 달 동안 분주히 움직이며,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경영자를 모셔와 일을 맡겨버렸다. 자신이 추진하고 있던 모든 일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세부적인 것은 일임했다. 당연히 기중과 상당히 생각이 비슷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사항은 없었다. 더구나 기중의 통장에 있던 돈의 대부분을 회사의 자본금으로 돌려놓았으니 앞으로도 수십 년 문제없이 굴러갈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주변을 정리한 기중은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회사를 떠났다. 기중의 입장에서는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겉으로는 한 1년 정도 일에서 벗어나 쉬고 싶다는 말로 대신했다.
직원들 중에서 석철은 당연히 자신은 기중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지만, 혼자의 몸도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기중의 끈질긴 설득에 석철도 결국 포기하고 회사에 남기로 했다. 석철도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인물이었다. 기중이 빠진 상황에서 오랜 기간 기중과 함께하면서 기중의 의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직원이기 때문에 당장에 회사 운영에는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일은 그 사이에 있었다. 나라의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낮에는 회사를 밤에는 쓰레기들을 찾아다니면서 지칠 때까지 마나를 퍼부었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 고위 관료들의 양심선언이 줄지어 일어났고, 결국은 나라 전체가 그 소용돌이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기중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달 간이나 열심히 돌아다닌 기중은 쓰레기들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떠돌기 시작했다.
* * *
기중이 떠나간 작은 어촌마을의 부두에 지금 막 건조되어 그 몸체의 윤택을 자랑하고, 최신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는 감탄이 나올만한 어선 한척이 들어오고 있었다. 기중과 같이 일했던 바로 그 선장의 배가 있는 곳 바로 옆이었다.
새벽작업 이후로 오래된 어선의 상태를 점검하던 선장은 잠시 휴식 겸 갑판에 올라와 앉아서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있다가 신형 어선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허허. 좋은 배로구나. 나도 언젠가 저런 배의 선장이 되어야 할 텐데. 그래야. 우리 희망호 선원들도 편하게 일하고, 돈도 좀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선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시선은 신형 어선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배보다 1.5배는 컸고, 다른 배들과 다르게 디자인까지 상당히 세련되어 보였다. 마치 어선이 아니라 유람선 같은 느낌이었다. 부러움을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더욱 한 숨만 나왔다.
그러다가 그 신형 어선의 선수의 부근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자신의 배와 이름이 같았다.
“허허. 희망 2호 라니. 내가 새로 배를 구입하게 되면 지으려고 했던 이름인데, 이렇게 빼앗겨 버리고 마는군. 용왕님께서 더 이상의 배를 사지 말라는 계시라도 주시는 것 같네.”
선장은 그렇게 더욱 기분이 가라앉았다. 상당히 침울한 기분이 되어,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비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기관실로 향하려고 했다. 그 때 신형 어선에서 사람 몇 명이 나오더니 바로 옆에 있는 선장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희망호 선장님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아. 다행이 배에 계셨군요. 정말 잘됐습니다. 희망 2호 인계해드리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이쪽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희망호 선장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 배를 저한테 인계하겠다고요?”
“저야말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모르고 계셨나요?”
신형 어선을 납품하기 위해서 가져온 어선제작 업체의 직원이나 희망호의 선장 둘 다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둘 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아. 이래서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군요. 배를 구입하셨던 분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혹시나 배를 희망호 선장님께 인계할 때 이런 상황이 나오면 이 편지를 전해드리라고 하더군요.”
“흠.”
편지를 받아 읽은 선장은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모두와 정을 주고받던 젊은 남자였다.
편지는 희망호 선원 모두가 항상 안전한 조업을 위해서 새로운 배를 가져왔으며, 이 배는 자신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선장님께서 책임지고, 관리해 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배가 고기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추신으로 임의로 배의 이름을 정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바꿔도 좋다는 말도 쓰여 있었다.
“허허. 진짜 사람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이 비싼 어선을 구입해서 주고 가다니 말이야.”
선장은 기중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그 잘생긴 얼굴 때문에 받아주지 않았었다. 그런 젊은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선원하나가 빠지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잡일이라도 시킬 생각으로 승선을 허락했는데, 상상외로 놀라울 정도로 힘도 세고, 일도 엄청 잘해서 결국은 모든 선원들의 귀여움을 받았던 기중을 생각했다.
뭔가 가슴에서 짠한 것이 올라오던 선장은 살짝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느끼고는 세차게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금 웃는 얼굴로 새로운 어선 희망 2호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와 비슷한 시간에 기중이 어제 밤에 들렸던 어촌마을의 작은 성당에도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수녀님은 이미 기중에게 언질을 받았기 때문에 선장만큼 당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오래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성당을 완전히 허물고 새롭게 지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축업체의 총책임자는 수녀에게 상당한 예의를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성당 주위로는 공터가 몇 군데 남아 있었는데, 타지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들어서 부동산 투기로 구입했다가 몇 년 째 방치되고 있는 곳까지 전부 기중이 구입해서 성당과 그 옆으로 새로운 집을 지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수녀는 기중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기도했다. 그 고마운 마음 씀씀이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고, 수녀 자신에게도 희망이 될 것이었다. 수녀로서의 한계 때문에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만 했던 감추고 살아왔던 그 마음 때문에 눈물이 쉴 사이 없이 흘러나왔고, 건축업체 직원들도 그 모습에 짠한 느낌을 받아 숙연한 모습으로 공사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들을 하고 있었다.
기중은 몇 시간이나 쉬지 않고 차량을 끌고 달리고 있었다. 어느 사이 차량이 달리고 있는 도로는 끝이 났다. 그 앞으로는 비포장 길이 보였다. 차량으로 들어가기 힘들만큼 비좁고 굉장히 울퉁불퉁해 보였기 때문에 일단 차량을 옆에 주차 시키고, 내렸다.
“아직 많이 남았는데, 더 이상 못 갈 것 같구나.”
“네. 그렇습니다. 대략 2시간 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목적지가 나올 겁니다.”
“두 시간? 뭐 그 정도야. 가뿐하지. 짐 꺼내라.”
기중의 말에 호빈은 차량에서 큼지막한 배낭 4개를 꺼냈다. 그 속에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사용할 식량들과 옷가지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중은 배낭을 메고 그 위로 다시 배낭을 올리고 양손에 또 하나씩, 총 4개의 배낭을 전부 혼자서 들었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됐다. 내가 말한 일이나 처리 좀 해줘. 알았지? 그럼 난 일주일 동안 산속의 삶을 즐겨 볼까나.”
기중은 상당히 무거운 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길은 점점 가파르게 변하고 있었지만, 전혀 힘든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기중. 이번에는 산이야?]“그래. 천국아. 벌써부터 공기가 다르지 않냐? 이번에도 새로운 친구를 만났으면 좋겠지?”
[그럼. 당연하지. 바다에서 만났던 아이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너 혹시 그 애한테 반한 거 아니야? 하루 종일 같이 놀았잖아.”
“허허. 어째 조금 수상한데?”
기중은 천국과 말장난을 하면서 계속해서 빠르게 산길을 오르고 올랐다. 벌써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해 있었다. 그의 눈에는 상당히 오래되고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집 두 채가 보였다. 기중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성큼성큼 집을 향해 걸었다.
“할머니! 할머니! 계세요?”
“누구슈?”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한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기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중은 여전히 환한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