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86
00186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과 할머니는 집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우리 삼식이 왜 이제야 왔누? 내 새끼!”
“할머니 전 삼식이가 아니라, 기중입니다.”
“그래. 그래 우리 삼식이 배고프다고?”
“할머니!”
허리가 굽어 제대로 거동하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부엌으로 향하는 할머니를 보고 기중은 안쓰러운 마음 뿐 이었다. 할머니는 힘들게 키운 하나 뿐인 아들 삼식이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고, 힘들게 혼자서 살아오다가 치매까지 걸린 상태였다. 아무런 연고도 없어서 할머니를 보살필 사람도 없었다.
“우리 삼식이, 이거라도 어서 먹어.”
“네. 할머니.”
“애미를 보고 왜 자꾸 할머니라고 하는 거여? 엄마라고 해야지!”
기중은 할머니가 꺼내온 삶은 감자를 잡았다. 꽤나 오랜 동안 부뚜막에 올려져 있었던 것인지 말라붙어 있는 감자였지만, 그 맛은 상당히 달콤하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정이 듬뿍 담겨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그 날부터 기중은 산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천국과 함께 이산 저산 돌아다니면서 정신을 집중해서 살펴보다가 결국은 발견할 수 있었다. 천국과 같은 마나의 존재를 찾아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산세와 지형을 살피어, 땅의 기운을 확인하여 소위 말하는 명당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명당이라고 말하는 지역에는 결국 마나가 자연적으로 모여드는 곳이었다. 기중은 그런 지역들을 다니면서, 마나의 존재를 찾기로 했고, 구호빈이 조사해 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직접 행동했다.
그렇게 벌써 두 번째 마나의 존재를 찾았다. 이번에는 어촌 마을의 여린 존재와는 다르게 상당히 묵직하고, 강한 느낌의 존재였다.
[마나의 존재구나! 어찌하여 인간과 함께 다니는 것이냐?] [난 이미 기중에게 종속된 존재가 되었어. 네가 깃들어 있는 이 바위와 같이 말이야.] [저 인간은 이상하구나. 몸속에 마나가 저리도 많다니.]“우리와 마나의 교류를 하지 않을래? 우리 땅에 살아가는 마나의 존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아직 이 땅은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야. 우리가 힘을 합쳐 다시 한 번 마나의 길의 이어주고 싶어.”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이미 수천 년이 넘게 끊겨진 그 길을 인간이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조용히 이곳에서 지내고 싶다.]천국은 그 자리에 남아 마나의 존재와 당분간 같이 지내기로 하고 기중은 다시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기중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소리가 나자 바로 기중의 앞으로 다가왔다.
“할머니.”
“삼식아. 밤늦게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배고프지? 어여 밥 먹자.”
아직도 기중을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할머니는 기중을 걱정하며, 방으로 이끌었다. 정성스런 밥상을 차려주었고, 기중도 찬은 얼마 없지만, 정말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기중은 새벽이 되어 할머니가 곤히 잠들어 있을 때 할머니에게 마나를 사용했다. 치매 증상을 치료하고, 몸의 기운을 북돋는 일이었다. 상당히 힘이 드는지 벌써 며칠째 반복적으로 해왔지만,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이 산속에서도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여전히 기중에게는 경계심을 풀지는 않지만, 천국과는 교류가 충분했는지, 바위에 깃든 마나의 존재가 기중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리고 곧바로 기중의 마나와 교류가 시작되었다.
서로간의 마나는 완전히 하나로 뭉쳤다가 다시 떨어졌다. 기중의 마나의 양은 이미 마나의 존재보다도 훨씬 많았던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마나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었지만, 오히려 그 이전보다 더욱더 늘어나 있었다.
[인간 이제는 널 믿는다. 제발 마나의 길을 완성시켜 주길 바란다.]“그래.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꼭 완성 시키도록 할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
기중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내려왔다. 이렇게 마나의 존재와 교류를 통하게 되면 기중을 매개로 하여 국내 방방 곳곳에 있는 마나의 존재가 서로서로를 인식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그들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게 될 수 있었다. 지금은 희미하게 남아 있는 과거 이 땅에 살았던 조상들이 용맥이라 불렀던 마나의 길이 부활하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돌아온 기중에게 이제는 허리가 쭉 펴지고 주름이 눈에 띄게 줄어든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이미 기중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약간은 서글픔이 얼굴에 담겨 있었다.
“기중아. 고맙구나.”
할머니는 기중의 손을 따듯하게 잡아 주었고, 종이쪽지를 하나 손에 쥐어 주었다. 기중이 다음에 찾아갈 장소가 적혀 있었다. 과거 무당의 길을 걸어 왔던 할머니는 기중에게 한마디도 듣지 않았지만,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고, 이 땅에도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움을 쪽지에 담아 전했다.
“고맙습니다. 할머니.”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겠지?”
“그럼요. 제가 꼭 찾아올게요.”
“그래. 그럼 어서 출발 하거라.”
기중은 들고 왔었던 배낭을 모두 챙기고 집을 나섰다. 자신의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계속해서 손을 흔들던 기중은 천국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기중. 이제 정말 시작된 것 같아.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는데. 마나의 존재인 내가 너무 두려워하고 있기만 했던 것 같아.]“앞으로 열심히 다녀 보자. 친구도 많이 만들고 말이야. 알았지?”
[좋아. 출발!]기중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전국을 돌았다. 때로는 허탕을 치기도 했고, 때로는 하루 만에 마나의 존재를 만나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만큼 기중은 성장했다. 정신적으로나 마나의 양으로나 천국과 같이 한 시간들은 무척이나 의미가 깊었다.
그렇게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제주도의 한라산에서 100번째 마나의 존재와 막 마나의 교류를 마쳤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기중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발로 찾아 다녔던 모든 마나의 존재의 마음이 쏟아져 들어왔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기중에게 감사해 하고 있었고, 모든 마나의 존재가 또한 한 뜻으로 이어져 있었다.
태초부터 존재를 해 왔지만, 그 동안 그 존재가 잊혀졌던 마나가 다시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었다. 더 이상 기중이 관여할 수도, 관여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기중은 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푸근한 미소로 기중을 안아주었다.
“고생했다. 고생했어.”
“네. 할아버지.”
기중은 할아버지의 한마디로 그 동안의 고생과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짐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일은 아니었다. 자신이 사라지기 전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시작된 일이 결국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그 날은 밤늦도록 할아버지와 그간의 일을 이야기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던 기중의 얼굴에는 순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임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말로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방식대로 이렇게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법진 정중앙에 위치한 기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마지막 순간이었다. 지금의 인생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원래 기중은 할아버지가 원래의 차원으로 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 인생의 마지막은 바로 이곳임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중도 이제는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말을 꺼내지 못하고, 웃는 모습으로 마지막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마법진은 기중의 몸에 들어있는 마나를 받아드리고 빛나기 시작했다.
“기중아. 꼭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할아버지…”
기중은 끝까지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번쩍하는 빛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
“기중아 일어나라. 오늘 산에 가기로 했잖니. 어서.”
기중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산에 가기 싫어. 엄마.”
“또 왜 그래? 어제 아빠랑 약속 했잖니? 오늘은 산에 가기로 말이야.”
“이힝. 졸린데.”
“어서 일어나. 산에 가서 해돋이를 보면서 새해를 맞이해야지.”
기중은 엄마에게 어리광으로 투정을 부리다가 결국은 일어났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산으로 향했다. 무척이나 어두운 밤이었고, 날씨도 매우 추웠기 때문에 계속해서 투정을 부렸다. 기중의 부모는 기중을 달래고, 때로는 업어주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산 정상으로 향했다.
“아빠. 저 아저씨 봐봐.”
“응? 왜?”
“무척 힘들어 하는데?”
“어디보자. 그렇구나.”
“아빠. 저 아저씨한테 물이라도 주고 싶은데. 목 말라보여.”
“허허. 기중이가 기특한 말을 하는 구나.”
아빠가 배낭에서 꺼내준 보리차가 담긴 보온병을 들고, 기중은 힘들어 보이는 남자 앞에 멈춰 섰다.
“아저씨. 이거 좀 드시고 힘내세요. 해돋이 꼭 보셔야 되요. 알았죠?”
“고맙구나. 목도 마르고 너무 힘도 들어서 지금 내려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네 말을 들으니 힘이 나는구나. 그래 해돋이 꼭 봐야지. 사진도 찍어야 하니까.”
“헤헤. 아저씨 그럼 저는 가볼게요.”
기중은 남자에게 보온병을 받아 들고 다시 부모에게로 향했다. 중간에 다시 뒤를 돌아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아저씨. 해돋이 사진은 꼭 찍어 주셔야 해요. 알았죠?”
기중은 다시 힘들게 산을 올랐고, 결국 해돋이가 시작되기 전에 간신히 산 정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산을 올라오면서 만났던 남자에게 해돋이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기중은 상당히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기중아.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헤헤. 아빠. 내년에도 해돋이 보러 와요. 알았죠?”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기중의 엄마가 산에 데려오기 위해서 집에서부터 얼마나 어르고 달랬는지 그 고생을 생각하면서, 조금은 핀잔을 주고 있었다.
“헤헤. 엄마.”
귀엽게 웃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행복만이 가득했다. 항상 풍족하게 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항상 웃음이 넘치고 행복한 가족이었다. 이 행복이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은 한 마음 한 뜻이었다.
산을 내려오는 길은 이미 떠 있는 해가 있어서 한결 수월했다. 하지만, 기중은 산을 올라오는데 벌써 지쳤는지, 아빠의 등에 업혀서 잠들어 있었다. 산을 거의 내려올 때 쯤 기중이 깨어났다.
“아빠. 나 쉬 마려.”
“그래? 조금만 더 내려가면 화장실이 있는데.”
“지금. 급해. 쌀 것 같아!”
기중은 어린아이 특유의 말투로 보채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고 느낀 아빠가 기중을 내렸다.
기중은 바로 얼마나 급했는지 바로 뛰어서 산길 옆으로 뛰어갔다.
“나온다. 나온다!”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볼 일을 마친 기중은 부모가 있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때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기중과 기중의 부모를 연신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
“할아버지.”
기중의 표정은 마치 친할아버지를 오랜만에 만나서 매우 반가워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아이야. 왜 우느냐? 내가 무서운 게냐?”
할아버지는 한국인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래서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마나가 심상치 않았다. 그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에 비교해서 한참 부족했지만,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아니요. 할아버지. 그게 아니에요.”
“그러면 왜 그러는 게냐?”
“할아버지가 반가워서 그래요. 그리고 이번에는 제가 할아버지를 도울 차례에요. 앞으로 10년만 기다려주세요. 아셨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기중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작은 손에 들려있는 것은 목걸이였다. 그것은 할아버지도 잘 알고 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걸이와 너무나 똑같이 생겼을 뿐 아니라 마나 또한 느껴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기중의 손에 들린 목걸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손가락이 닿는 순간 많은 장면들이 할아버지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기중아!”
“네. 할아버지. 이번에는 미안한 마음으로 저만을 바라보고 지내실 필요가 없어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 드릴게요.”
기중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할아버지도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 기중을 바라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리고 그 둘은 손을 잡고, 기중의 부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