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37
00037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석철은 기중 앞에 자료를 내려놓았다. 지난번에 말했던 걸그룹 소속회사에 대한 자료였다. 일주일간의 시간이 흘렀기에 꽤나 자세한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돌쇠야. 결론만 말해. 이거 언제 다 살펴보냐?”
석철은 기중의 이런 점이 제발 고쳐줬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중은 이런 일이 매우 귀찮게 느껴졌다. 부하직원이나 비서를 두는 이유가 무엇인가. 직접 하지 않고 덜 귀찮게 일하기 위함이 아닌가. 조금은 장난이 섞여 있는 말이었다.
“형님. 맨 앞에 요약된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 맨 앞에 요약된 내용을 읽어봐라.”
“네. 형님.”
석철은 남들은 잘 알아보지 못하지만, 내심 표정을 구기며 자료를 들었다. 그리고 요약본을 기중에게 읽어줬다.
“그래. 알았다. 그러니까 20억 원 정도면 회사도 인수가능하다고?”
“네. 맞습니다. 2년 전에 밀크가 데뷔하고 나서 꽤나 잘나가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 회사 규모를 키우려다가 실패해서 지금은 밀크 말고는 따로 소속가수가 없네요. 연습생만 있는 상태기도 하고요.”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일단 접촉해보라고 해봐. 회사 매각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알았지?”
회사 인수나 합병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컨설팅업체를 통해서 이미 진행했기에 그 업체를 통해서 밀크의 소속회사에 대한 접촉을 하도록 했다.
“네.”
그리고 H군청에 약속한 100억 원대의 기부에 대한 회의도 진행했다. 학교에 실내체육관을 건립하기로 했고, 이미 군청과 학교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다.
강당에 대한 설계도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완료됐고, 다음 주 부터는 공사에 들어가기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당연히 선정했고, 추후에 아이들이 다닐만한 고등학교도 추가했다. 그리고 인근의 초등학교 2곳도 선정을 마쳤다. 총 5곳의 학교에 실내체육관을 짓기로 했었다.
실내체육관을 최신의 편의시설로 아이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한곳의 공사비가 20억 원 정도 소요될 것이기에 이미 약속했던 100억 원대의 기부가 실현될 수 있었다.
“공사비는 착공 시작하면 50% 선수금 지급하도록 하고, 철저하게 공사 감리하도록 조치해.”
아이들이 많이 있는 학교의 공사는 방학 동안에 이루어져야 하는 게 좋겠지만, 철저하게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공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기에 기중의 생각대로 바로 진행할 수가 있었다.
오후가 되어 기중의 집으로 아이들이 찾아왔다. 요즘 수진이는 고등학교 진학할 준비를 하는지 기중의 집으로 오는 횟수가 많이 줄어 있었다. 그래서 기중은 수진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라. 수진아. 오랜만이다?”
“네.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건 그렇고 연예기획사 정말 하실 거예요?”
“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수진은 엄마에게 며칠 전에 들어 알고 있었다. 수진이 엄마는 물론 석철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고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아저씨. 우리 캬이니 오빠들 데려와 주시면 안돼요?”
“뭐냐? 카이니 그게 뭔데?”
“아이돌 가수잖아요. 요즘 완전 대세에요.”
“난 보이그룹 관심 없다.”
간만에 수진을 놀려먹을 건수를 잡았다는 표정으로 기중은 수진에게 비웃음을 날려줬다. 수진도 또래의 여학생답게 보이그룹에 꽤나 관심이 높은 것 같았다.
“아저씨. 제발요. 부탁드릴게요. 연예기획사 하려면 그 정도 가수들을 영입해야하지 않겠어요?”
“글쎄다. 아직 회사 차리겠다고 결정한 것도 아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수진은 자신이 요즘 사랑하는 가수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기중이 차린 회사에 소속 가수라면 분명 기회가 많이 생길 거라는 생각에 기중을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진아. 너 자꾸 사장님 귀찮게 할래? 오늘도 먼지 나게 좀 맞아볼까?”
수진의 엄마인 김씨 아주머니가 수진에게 눈을 치켜뜨고 경고를 하고 있었다. 자주 보아왔던 광경이라 기중은 별말이 없었다.
“아이. 엄마. 잠깐만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란 말이야.”
“학생한테 공부 말고 중요한 게 있어? 어디 연예인이나 쫓아다니려고 그래?”
“내가 어때서? 공부는 그 만큼 하고 있잖아.”
부모님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자식들에게 하는 잔소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성적 문제에서 만큼은 수진은 자유롭다. 워낙 성적이 잘 나오고 있으니깐. 이제 전국에서도 올라갈 등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너 성적 좀 잘나온다고, 자만하면 안 돼. 성적을 더 올려야 할 거 아냐?”
역시 부모님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전국 등수 100등 이내의 수진에게도 성적을 올리라고 하고 있는 모습이 기중에게는 낯설었다.
‘아 나는 전교등수 100등도 간신히 했었는데. 나 왜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지냐?’
기중은 나름대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었고, 부녀는 계속해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하여튼 아직 결정된 거 없고, 수진이 네가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보고 보이그룹이든 뭐든 생각해 보마.”
간사하게 보이는 기중의 발언에 수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이건 해 준다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보겠다는 것 때문에 기중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지 잠시 고민했다.
허나 아직은 어린 수진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동경이 앞섰다. 치명적인 실수의 순간이 되고 있었다.
“아저씨~ 제가 앞으로 말씀 잘 들을게요. 제발 우리 오빠들 데려와 주세요. 네?”
수진은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수진의 애교에 기중은 마음이 흐뭇해 졌다.
“그래. 내가 최대한 신경 써 보마.”
다른 소속회사에 있는 가수를 무턱대고 데려올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일단은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근데 돌쇠 이 녀석은 이런 회사 기밀을 막 퍼트리고 다녀? 아주머니 돌쇠 어디 갔어요?”
“사장님. 아까 박 실장이 사장님한테 보고하고 간 거 아니야? 오늘 병원 가는 날이라고 하던데.”
석철은 이미 기중에게 병원에 가는 날이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것을 허락 받았다. 그렇기에 지금은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산부인과 병원에 가 있을 시간이었다.
‘아참 그랬지. 깜박했네.’
“아. 그랬죠. 이거 수진이가 오는 바람에 잊고 있었네요. 하하.”
다음날 아침에 석철이 출근하여 기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기중의 집으로 출근하여 이전에 자신이 사용하던 방으로 들어가서 기중에게 보고할 사항들을 정리해왔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보고사항들을 정리하여 서재로 들어왔다.
“형님, 보고할 사항들입니다.”
“그래 말해.”
“보육원 진입로 도로 포장 공사가 거의 끝나간다고 합니다. 이제 비만 오면 진흙탕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거 잘됐군. 다행이야.”
“그리고 보육원 주변의 땅도 지시하신 대로 구입이 끝났다고 합니다.”
기중은 보육원 근처의 땅을 미리 구입하여 보육원을 나중에 확장하더라도 문제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을 보육원에 맞게 임의로 처리하기 쉽게 준비하도록 했다.
“어제 수진이가 찾아와서 뭐라고 했는 줄 아냐?”
“네? 뭐라고 했는데요?”
“카이니 인가 뭔가 하여튼 남자애들 가수를 내가 만들 회사에 데리고 오면 안 되냐고 하더라.”
“하하. 하긴 수진이도 아직 여학생이죠. 그 나이대면 그럴 만도 하죠.”
“너 인마. 회사 비밀을 함부터 떠벌리고 다니면 되겠냐?”
기중은 간만에 석철에 대한 건수를 잡았다 싶었다. 어차피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기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가족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져 봐야 신경 쓸 만한 것도 아니었다.
“형님,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닌데 그거 가지고 그러세요?”
“허허. 박 비서!”
기중이 업무 모드로 갑자기 돌변하여 무게를 잡았다.
“네. 죄송합니다. 사장님.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역시 봉급쟁이는 윗사람이 뭐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따지자고 하면 석철의 잘못이기도 해서 더 이상 대꾸할 말은 없었다.
“그래 앞으로 조심해라. 남자 그룹을 도대체 왜! 난 걸그룹이 좋아. 보이그룹은 내 회사에 절대 없을 거다. 하하하”
기중이 그냥 해본 소리라는 것을 석철도 알고 있었다. 아랫사람으로서 장단을 맞춰주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기분 나쁘거나 부당한 대우는 아니었기에 참을 만했다. 그래도 내년이면 30대가 되는 기중이 걸그룹에 너무 흥분하는 게 보기 좋지 않았다.
“돌쇠야.”
“네. 형님.”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지 않냐?”
기중에게 거의 일이 없다. 특별한 날이 가끔 있을 뿐이다. 물론 기중은 그렇고 석철은 기중의 지시 때문에 이것저것 확인하고 보고서도 작성하느라 그리 한가하지만은 않다.
“형님이야 그러시죠. 저와는 다르게. 비서는 항상 바쁩니다.”
석철은 볼멘소리를 했다. 자신은 비서이기에 없는 일도 만들어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철부지 같은 사장을 모시느라 힘이 빠졌다.
“어차피 너는 나 따라 다니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니냐?”
“그런데 뭐 때문에 그러세요?”
“일단 나갈 준비해라.”
기중과 석철은 차를 타고 럭셔리 마트로 향했다. 석철은 또 뭘 사려고 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제대로 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운전을 했다.
보조석에 앉아 있는 기중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거리며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걸그룹 노래였다.
“여기서 제일 좋고 비싼 카메라로 보여주세요.”
“네. 고객님 자리에 편하게 앉아 계시면 준비해 오겠습니다.”
럭셔리 마트의 전자제품 매장에 들어와서 말을 전하며, 상담실 소파에 앉는 기중과 그 옆에서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석철이었다.
“역시 럭셔리 마트는 편하긴 해. 비싸기는 한 것 같지만 말이야. 안 그러냐! 돌쇠야?”
“그렇긴 하죠. 편한 만큼 비싸기는 하지만요.”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 일 안하고 놀러 다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석철의 표정을 보아하니, 딱 보면 뭘 생각하는지 아는 기중이다. 당연히 석철의 의문과 불만을 풀어줘야 했다. 석철의 도움도 받아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분이다. 너도 하나 구경해봐라. 조카 태어나면 사진 많이 찍어줘야 할 테니. 내 큰맘 먹고 하나 사주마.”
“정말이세요? 형님. 감사합니다. 하하.”
이제야 표정이 풀리는 석철이다. 그 말을 듣고 카메라를 구경하러 상담실을 나갔다. 석철이 나가고 잠시 후에 카메라 박스를 들고 매장 직원이 들어왔다.
“고객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매장 직원이 가져온 디지털카메라는 DSLR 이라고 불리는 것이었고, 꽤 고가의 제품이었다. 아마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제품일 거라 생각하게 만드는 가격이었다.
“흠. 카메라 본체가 3천만 원에 렌즈는 이거가 2천만 원, 이게 5백만 원이군요.”
렌즈는 종류별로 다양하게 있고, 소위 대포라고 불리는 망원렌즈의 가격은 카메라 본체 가격에 육박했다. 나머지 사용용도에 따른 렌즈들도 가격이 상당했다.
“쓰기 편하고 잘 나오겠죠? 그게 중요하니까요. 가격은 괜찮네요.”
매장 직원은 역시나 메트로 은행의 플레티넘골드 신용카드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카메라 본체와 렌즈, 그리고 주변기기까지 풀세트로 구매를 해서 7천만 원 정도 금액이 나왔음에도 별로 놀란 기색도 없는 고객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고객님 감사합니다. 바로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저와 같이 온 직원이 카메라 한 대 구입할 거니깐 그것도 같이 계산해 주세요.”
석철도 카메라 하나를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세트로 구매를 했는지 이것저것 같이 들고 들어왔다. 가격은 합쳐서 4백만 원 정도라고 했다.
기중은 이제 이 정도 가격 결제를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자신이 뿌듯했다. 최근에는 이렇게 큰 금액을 직접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가 없기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하하. 역시나 돈이 좋긴 좋아.’
매장 직원들에게 간단하게 사용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테스트까지 마쳤다. 처음 사용해 보는 제품이다 보니 아직은 작동에 미숙했다. 아마도 좋은 사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는 석철도 싱글벙글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중이 선물해준 카메라가 꽤 마음에 드는 것이다. 옆에서 기중도 같이 웃음 띤 얼굴로 카메라를 들고 시험 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형님. 감사합니다. 역시 좋네요. 하하.”
“돌쇠야. 이 형님 것은 폼 좀 나지 않냐?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않겠지?”
한껏 기분을 내고 있는 둘은 이제 점심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기분이 좋아진 기중은 고급 일식집으로 들어왔다.
“점심은 몸에 좋은 걸로 먹어보자. 오늘 힘쓸 일도 있을 테니까?”
“도대체 뭔데 그러세요? 힘쓰는 거라면 저한테 맡겨 놓으세요. 하하.”
둘은 일인분에 30만원이 넘어가는 코스요리를 먹었다. 쉽게 먹을 수 없는 고급 회가 나오고, 사이사이 나오는 음식들도 꽤나 훌륭했다.
석철도 마찬가지 이지만, 기중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들이다. 물론 고급이라는 게 가격에 대한 의미다.
기중의 집에서 아주머니들이 차려주시는 음식들도 웰빙이니 유기농이니 하면서 재료들이 꽤나 고급이었다. 항상 먹는 음식들도 결국은 고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쌀화환이라고 알지?”
점심을 거의 먹어갈 무렵에 기중이 석철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