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4
00004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은 다소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품속의 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용기를 얻었다. 평소에는 상상도 못하는 거친 행동을 했다. 문을 확 열고 발로 세차게 사장실을 문을 찼다. 열린 문이 세차게 돌아가며, 벽에 부딪쳤다. 그 기세로 사장실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 그런 기중의 손에는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사직서입니다. 오늘부로 그만 두겠습니다. 업무인계인수 관련해서는 월급과 퇴직금을 안 받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평소에 호구로 생각하던 기중이 갑작스럽게 행동을 하며, 사직서를 내놓는 것을 바라보던 사장은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는 조용하고, 고분고분했던 기중이 거친 행동을 했기에 살짝 겁을 먹었다.
‘이 자식 뭐지, 왜이래 갑자기. 호구자식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감히 사장한테 큰소리에 불경스런 행동을 하다니. 넌 혼 좀 나야겠다.’
사장은 자신이 한순간이라도 기중에게 겁을 먹었다는 것에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더욱 철저하게 밝아주고 싶었다.
“갑자기 사직서라니 그것도 오늘 당장 그만둔다고? 그게 말이나 되냐? 당연히 새로운 직원이 와서 업무인계인수를 할 때까지 있어야지. 혹시라도 오늘 그만두면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 잘 생각해봐.”
사장은 힘 없고 돈 없는 자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법적으로 문제를 키우게 되면 변호사를 고용할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사람들은 저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호통을 치듯 경고를 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약해지며, 선처를 호소하게 된다. 2년이나 회사에서 일했고, 노예처럼 부리던 기중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네. 알겠습니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법으로 해결하겠습니다. 나중에 법정에서 보죠.”
“뭐? 이 자식이. 법정에서 보자고. 허, 너 완전 돌았냐? 네가 변호사 고용할 돈이나 있냐? 잘 생각해 봐라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지금 당장 일 시작하지 않으면 바로 법적인 절차로 들어가겠다.”
“원하시는 대로 마음대로 하세요. 전 이만 책상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기중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박스에 개인 물품을 담았다. 대부분의 사무용품은 개인적으로 구매한 것들이었다.
항상 부족하다고 사장에게 구입해달라고 하던 업무에 필요한 용품들을 사장은 구입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개인적으로 사비를 털어 구입해서 업무에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상 위에 있던 대부분의 것들이 박스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창이나 정리를 하던 기중은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을 바라보며, 지난 2년의 생활을 생각했다. 이제 와서 생각하지만, 왜 이런 곳에서 그토록 버텨왔는지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제 진짜로 끝이었다.
‘이제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그때 회사로 50대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들어왔다. 이 작은 벤처회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정상문 이사였다. 기중은 정 이사를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따르고 있었다.
기중이 힘들 때나 어려울 때 보살펴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정 이사 때문에 2년이나 버텨 올 수 있었다. 또한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자신의 업무를 볼 수 있을 때까지 정 이사에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회사 생활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기중아, 박스 들고 뭐하냐? 청소하냐?”
“이사님 외근 다녀오셨나 봐요?”
“어, 거래처에 잠깐 다녀왔지. 아까 안보이던데 너도 외근 다녀왔냐?”
“그게 잠깐 볼일 좀 보고 왔습니다.”
기중은 정 이사를 바라보며, 심란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 근데 박스 들고 있기만 할 거냐? 잠깐 회의 좀 하자 이번 거래처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더라. 네가 가장 잘하던 거랑 비슷해. 빨리 들어와라.”
급하게 노트와 자료를 챙겨 들더니 정 이사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기중은 박스를 책상위에 놓고 회의실로 따라 들어갔다.
“빨리 앉아봐. 이거 좀 봐봐라. 이게 요즘 최신 기술이란다.”
“네.”
기중은 천천히 정 이사 옆에 앉았다.
정 이사는 담배를 꺼내 들더니 입에 물고 기중의 앞에 담배를 놓았다.
항상 정 이사는 담배를 피면서 회의를 했다. 물론 기중도 같이 담배를 피면서 회의에 열중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물끄러미 정 이사를 쳐다보기만 했다.
“뭐 하냐 기중아. 회의 시작해야지. 담배를 물어야 시작하지. 얼른, 내가 지금 마음이 급하다. 이번 프로젝트만 잘 되면 앞으로 우리 회사가 크게 클 수 있는 기회다. 빨리!”
“이사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자신의 인생 멘토라 할 수 있는 정 이사에게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항상 자신을 챙겨주고 앞날에 대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정 이사에게 말하기가 힘들었다.
“뭔데? 급한 것 아니면 회의부터 하고 나중에 말하면 안 되냐? 오늘내로 이거 세부계획 세워서 내일 거래처로 다시 가기로 했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프로젝트의 시일은 항상 촉박했다. 약속된 시간에서 하루라도 늦게 되면 다른 경쟁 업체로 변경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정 이사의 능력이 나름대로 좋다고는 하지만, 하청업체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벌써 수년째 같은 일의 반복이지만, 정 이사의 열정은 아직도 활활 불타고 있었다.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기반으로 번듯한 업체로 성장하고픈 마음에 항상 급하게 돌아가는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회사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기중에게는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이사님, 죄송합니다. 오늘 사직서 제출했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며 기중에게 프로젝트 내용을 설명하려고 하던 정 이사는 담배를 힘껏 빨고 바로 재떨이에 비벼 꺼버렸다.
“왜? 오늘 무슨 일 있었냐? 아무리 힘들어도 사직서까지 내지는 않았잖아?”
“더 이상 이렇게 못 다니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일이 좀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갑작스런 거액의 통장 입금 사건에 대해서 지금 당장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일단 정 이사에게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생각한 기중은 그렇게 말했다.
“조금만 더 참아봐. 내가 몇 달 내로 너 진급도 시키고 월급도 올리고, 회사를 변화시켜 볼 테니까.”
정 이사는 회사 내에서 파워가 없었다. 능력은 좋지만, 사장의 경영 스타일이 정 이사를 실무만 진행하는 단순한 월급쟁이 이사로 여기고 있었다.
2년 동안 내내 같이 일했던 기중에게는 정 이사의 열정과 마음 씀씀이는 알고 있지만, 그것까지가 한계였다. 회사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 작은 회사에서는 사장이 왕이고, 법이었다.
정 이사는 다시 담배를 꺼내들고 불을 붙였다. 또다시 담배를 기중에게 권했다. 기중도 이번에는 담배를 잡았고 불을 붙였다. 담배가 꽁초가 될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래. 그럼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와라. 한 일주일 휴가라고 생각하고, 내가 사장에게 잘 말해 줄 테니까.”
기중은 정이사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정이사와 기중은 2년 동안 마주보며 일을 진행해왔고, 꽤 잘 맞는 팀이었다.
하지만 정 이사는 빈번한 출장과 외근이 잦은 탓에 사장과 기중의 관계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지는 못했다.
또한 회사에서 기중에게 주어지는 대우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내용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중의 월급이 150만원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밝힐 수 없다고 하고, 기중도 자신이 더 초라해 지는 것 같아 월급이 너무 적다고 정 이사에게 불평을 할 수도 없었다.
“아닙니다. 이사님. 이번에는 정말 그만둘 겁니다.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기중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 이사에게 허리를 깊게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사님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그. 그래. 조만간 소주나 한잔 하자.”
회의실에서 나가는 기중을 바라보며, 정 이사는 이번에는 사장에게 단단히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회의실에서 나온 정 이사는 기중의 책상을 바라봤다. 기중은 벌써 자리에서 떠나 있었다. 바로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과 기중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알아볼 생각이었다.
“사장님, 기중이가 왜 그런 겁니까?”
“그 자식 아주 막 나가더라고요. 무단으로 개인 볼일 보러 가더니, 늦었다고 뭐라고 하는 나한테 오히려 화를 내더니 사직서를 내놓지 뭡니까. 내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일도 잘 못하면서 월급만 축내는 녀석이 적반하장입니다.”
사장은 기중에 대해서 정 이사에게 사실이 아닌 말까지 하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표는 바로 수리할 테니 그리 알고 계시고, 다음 주부터 새로운 직원이 들어올 겁니다. 내 조카 녀석인데 아주 능력이 좋습니다. 정 이사님이 잘 지도해 주세요.”
조금 전에 회사를 나간 기중을 대신해서 다른 직원이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정 이사는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진작 직원을 충원했으면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기중이에게 말을 해보겠습니다. 사표는 보류 좀 부탁드립니다.”
정 이사는 사장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기중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회사를 위하는 길임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이사님 얼굴 봐서 잠시 보류하겠습니다. 대신 기중이 그 녀석이 다시오면 월급 감봉은 어쩔 수 없습니다. 회사 기강을 헤이하게 했을 뿐더러, 사장을 우습게 보는 아주 괘씸한 녀석이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 건 내일은 간단히 회의하고 조카 녀석이 오면 그 때 본격적으로 시작하도록 하세요.”
정 이사는 사장실을 나왔다. 사장과는 역시나 생각의 차이가 심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회사를 차리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했다. 항상 월급의 대부분을 가족에게 사용하기 때문에 회사를 차릴 정도의 돈을 모으지 못했다. 그게 항상 답답했다.
아직까지 이 회사에 몸담고 있는 이유였다. 또한 사장의 인맥은 무시할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술력을 높일 수 있었고, 업계에 자신을 어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거기 까지였다. 사장은 모든 기술과 이익을 혼자서 차지하고 있었고, 오로지 사장 자신을 위해서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주말에 기중이에게 연락해봐야겠네. 답답하군.”
집에 돌아온 기중은 박스를 그대로 방구석에 내려놓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평소의 생활에서 많이 벗어난 지금이었다. 이 시간에 회사에서 나와서 이렇게 원룸에 있다는 것이 왠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는 거금을 손에 쥐고 있었다. 상상도 못했던 금액이었다. 더군다나 홧김에 사직서까지 제출했다. 그래도 사직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복수를 한 느낌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한숨 자고 계획을 세워야겠다.’
기중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육체의 피곤함은 크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피곤함은 잠으로 풀어야 했다. 무념무상의 상태가 필요했고, 제대로 된 명상이 불가능한 기중으로서는 잠을 통해서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평소라면 회사에서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을 때 기중은 잠에서 깨어났다. 이제는 다소 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배고픔을 느끼고는 매일 지겹게 먹는 라면을 끓였다.
그 때 옷 주머니에 있던 천만 원이란 거금이 생각났다. 바로 어제까지는 천만 원이란 돈은 꿈을 꿔야 만져볼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그런 거금이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통장의 돈을 생각해보니 이정도 금액을 출금해도 표시도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끓이던 라면의 불을 꺼버렸다. 라면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늘은 왠지 근사한 저녁을 먹고 싶었다. 평소에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일, 생각만으로 했었고, TV에서만 보던 장면을 떠올렸다.
‘칼질 이란 걸 해볼까? 아님 특등급 한우라도 구워볼까?’
현금 다발 한 뭉치를 주머니에 넣었다. 왠지 불룩하게 보이는 주머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기중의 생각과 행동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알 수 없는 노인이 찾아와서 기중에게 무언가 변화를 시켰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평소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기중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변화였다.
곧 외출 준비를 마친 기중은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캐주얼 차림이었다. 거의 작업복과 운동복만 입고 지내던 기중이 큰맘 먹고 구입했었던 외출복이었다. 중저가 브랜드로 한 벌 다 합쳐도 10만원이 안 되는 옷이었다.
그러나 기중에게는 아끼고 아껴 입는 옷이었다. 혹시나 미팅이라도 할 수 있으면 입으려고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원룸을 나와서 번화가로 이동했다. 택시를 타면 5분이면 가는 거리였지만, 당연하게도 기중은 걷고 있었다. 걸어서 30분이나 걸리는 상황이지만, 택시를 타고 간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