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42
00042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정 이사는 건물 전체가 기중의 회사 소유임을 알게 되었고,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건물일까 잠시 고민했다.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건물 주위가 상당히 번화한 거리이기도 하고, 건물 자체도 지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아 올라오는 내내 궁금했었다.
“그러면, 어제 못 다한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사업에 대한 건 아무래도 맨 정신에 해야겠죠? 하하.”
기중은 어제 정 이사에게 도와주겠다고 한 말을 언급하며, 활짝 웃었다. 정 이사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정말로 정 이사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잠시간 정 이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기중은 정 이사가 저런 표정으로 있을 때는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차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5분정도 말도 없이 그렇게 있던 정 이사가 이윽고 말을 꺼냈다.
“기중아. 정말 유산 상속 받은 게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많은가 보구나. 이 건물만 해도 수백억은 될 텐데.”
“그렇죠.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제 회사 KG스포츠의 자본금은 천억 원이에요. 그 정도면 대략적으로 상상이 되시죠?”
“허어. 그렇구나.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드네.”
정 이사는 약간은 허탈함을 느꼈다. 자신은 수 년 동안 자기 사업을 위해서 돈을 모으고 있지만, 최소 금액으로 생각한 1억 원이 아직도 못 미치고 있었다.
그런데 기중의 회사는 그 돈은 우습게 볼 수 있는 규모였다.
“제가 도와 드린다고 했잖아요. 그냥 뚝 잘라서 100억 원 투자해 드릴게요. 부족하면 말씀하시고요.”
기중이 말한 금액은 오늘도 통장에 입금된 액수일 뿐이다. 물론 정 이사는 상상도 못했던 돈 이겠지만 말이다. 기중의 말을 듣고 난 정 이사는 동작을 멈췄다.
저렇게 쉽게 100억 원 투자를 하겠다고 농담처럼 말을 하지만, 실제로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중아….”
“그냥 투자일 뿐이에요. 회사 운영은 이사님이 알아서 하시고요. 나중에 이익금 생기면, 배당이나 확실히 해주세요. 하하.”
기중에게 투자에 대한 이익금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말은 투자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는 회수할 생각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자신이 가진 돈의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여전히 말을 못하고 기중을 쳐다보고만 있는 정 이사에게 기중은 다시 말을 전했다.
“우선 지금 다니시는 회사부터 정리하세요. 그리고 바로 시작하셔야죠. 그리고 통장번호나 알려주세요. 바로 이체 해드릴 테니까요.”
“그러니까, 좀 천천히 생각 좀 해보자. 뭐가 그리 급해서 그래?”
정 이사는 자신이 항상 생각해 왔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갑자기 걱정이 생겨버렸다. 자신의 돈으로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혼자만 망하면 되지만, 기중의 투자를 받아서 회사가 잘 못 되기라고 하면, 무슨 낯으로 기중을 볼까 하는 걱정이었다.
“뭐가 문제에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하잖아요. 바로 시작해야죠. 그리고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투자금액 날려도 괜찮아요. 저 유산 상속 받은 거에 비하면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어요. 편하게 사업해보세요.”
기중은 정 이사를 웬만큼 알고 있었다. 아마도 여러 가지로 걱정스러울 것이다. 예전에는 술자리에서 거의 정 이사의 하소연을 들어줬던 기중이라 그 만큼 정 이사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내가 좀 더 생각 좀 해보고 다시 연락하마.”
“빨리 연락 주세요. 저야 급할 것도 없긴 해요. 전 정 이사님의 뜻대로 할 테니까요.”
기중은 정 이사가 하자는 대로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었고, 정 이사를 상대하는 기중의 태도를 보고 정 이사도 살짝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그렇게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간단하게 정 이사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마무리가 되었고, 정 이사는 현재까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로 일단 들어가야겠다고 하고 기중의 회사에서 나왔다.
기중은 정 이사와의 미팅을 끝내고 특별한 일이 없어 역시나 한가하게 사장실에 앉아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오늘은 다른 직원들 퇴근 시간에 맞춰서 자신도 퇴근을 해보려고 했지만, 어째 시간이 더 안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나도 회사에서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는데. 너무 집에만 있어서는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말이야.’
그렇게 기중은 오랜만에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원래 해야만 하는 일들을 직원들에게 전부 맡겨버렸기 때문에 그저 보고만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매일 석철이 더욱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역시 기중은 잠시 생각을 하던 것을 멈추고 인터넷 창을 켜고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물론 눈에 띠는 대로 클릭을 하며, 의미 없이 보고 있었다. 그 때 석철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사장님.”
“어. 그래? 무슨 일 있어?”
“밀크 소속사 인수하는 문제가 쉽지는 않나 봐요. 회사 인수 평가액보다 조금 더 높게 인수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반응이 좋지 않은가 봐요.”
“그래? 도대체 무슨 문제인데?”
밀크 소속사는 지금 경영이 어렵기는 하지만, 최근에 밀크가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쉽게 회사를 매각할 수는 없었다. 아직까지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면 그냥 투자 형식으로 하시는 건 어떠세요?”
“안 돼. 투자만 하면 내가 사장을 할 수 없는 거 아냐? 난 꼭 사장을 해야겠어. 남자의 로망을 포기할 수는 없지.”
석철은 기중의 말을 들으면서 역시나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사업과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에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는 기중의 생각을 다시 들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잖아요. 컨설팅 업체에서 처음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안되겠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
기중은 자신의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함에 답답함을 느꼈다. 돈이면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웬만한 일들은 돈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인수를 거절하면 자신이 직접 더 높은 금액을 불러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박 실장. 밀크 소속사에 연락해서 미팅 일정 잡아봐. 컨설팅 업체에도 연락해서 그 미팅 참석하라고 하고, 최대한 빨리 잡아봐.”
“네. 사장님. 그렇게 하죠.”
석철은 최근에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자신의 아내 영향 덕분이다. 밀크 멤버가 출현하는 드라마를 보기도 했고, 아내에게 밀크 소속사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것도 말했다. 아내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었고, 꼭 인수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다. 연예인들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석철도 이번 인수 건은 잘 해결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었지만, 기중이 계속해서 말하는 인수를 하려는 이유는 아직까지는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비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 컨설팅 업체와 협의하여 미팅을 잡기위해서 통화를 했고, 미팅을 바로 다음날로 잡을 수가 있었다.
“형님. 도착했습니다.”
기중과 석철은 오늘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 약속시간 10분전에 밀크 소속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3층 건물은 기중의 회사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였다. 낡은 건물은 아니지만, 자신이 있는 회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위치가 서울 변두리 쪽이라서 가수 소속사라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기중은 오늘 미팅을 위해서 오랜만에 고급 정장을 차려입었다. 겉으로 정말 돈 많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조금은 가질 수 있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형님. 오늘은 정말 달라 보이네요. 회사 창립 파티 때 이후로 이런 모습 처음인 것 같은데요?”
석철의 아부성 발언에 기분이 좋아진 기중은 거만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
‘그래. 남자는 역시 슈트빨이지. 내가 그동안 운동 좀 해서 군살도 제거했고, 이 정도면 봐 줄만하지 않겠어. 흐흐.’
“그래 보이냐? 그럼 다행이네.”
속으로 생각했던 말과 다르게 겸손한 척하는 기중을 보는 석철은 내심 의아해 했다. 오늘은 웬일인지 자신에게 타박을 하지 않고 일반적인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컨설팅 업체 쪽 사람은?”
“이미 도착해서 사무실에 들어가서 기다린다고 문자가 왔네요.”
“그래? 약속은 잘 지키는 구나. 우리도 이만 들어가자.”
기중은 자신의 슈트를 살펴보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는 석철의 안내를 받아 건물로 들어갔다.
회의실에 들어온 기중과 석철은 혼자 앉아서 서류를 살펴보던 중년 남자를 봤다. 컨설팅 업체의 담당자는 이내 석철을 알아보고 일어서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박 실장님.”
“안녕하세요. 최 팀장님. 이 분은 저희 KG스포츠의 김기중 사장님이십니다.”
컨설팅 업체의 사람과는 처음 보게 되는 기중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회의실은 가운데 회의용 탁자를 사이로 양쪽으로 3개씩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것으로도 작은 회의실이 거의 꽉 차 있었다.
기중은 마치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회의실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현재 자신의 회사에는 몇 개의 회의실이 있었고, 제일 작은 회의실도 이것보다는 2배 이상의 크기였기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사장님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쪽에서 계속해서 제안을 거절하는 바람에 일이 제대로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네요.”
컨설팅 업체의 담당자가 기중에게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해왔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 잘 성사가 되어야 제대로 된 컨설팅 비용을 받을 수도 있기도 하고, 고객이 의뢰한 일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기도 했다.
“아닙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자료를 박 실장에게 보고 잘 받았습니다. 혹시 오늘 일이 잘 해결되지 않더라도 처음 계약한 컨설팅 비용은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찌 됐건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야 표정이 조금 풀리는 컨설팅 업체의 중년 남자는 땀이 조금 나는 지 손수건을 꺼내서 얼굴을 살짝 닦았다. 그렇게 잠시간의 대화가 끝났을 때 회의실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밀크 소속사의 이사와 실장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기중은 사장이 직접 나오지 않고 이사와 실장만 회의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 약간의 불만을 표시했다. 이미 KG스포츠에서 인수를 하려고 했고, 오늘은 KG스포츠의 사장인 기중이 직접 오기로 연락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사장이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회사 인수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제안을 드리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회의에 참석 안하시나요? 이사님께서 그에 대한 결정을 하실 수 있으신가요?”
기중의 발언에 밀크 소속사 이사와 실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들이 보기에는 KG스포츠라는 듣지도 못했던 회사에서 인수를 한다기에 계속 거절해왔다. 현재의 회사 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밀크로 새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기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 지인들을 통해서 알아보고 있었고, 결국은 그러한 내용이 와전되어 매각설이 돌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KG스포츠의 사장님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왜 저희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나요? 스포츠 관련 회사면 그 쪽으로 하시지 않고?”
밀크 소속사 이사는 약간은 거만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양손을 깍지를 낀 상태로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반대편에 앉아있는 기중을 포함한 석철과 컨설팅 업체의 담당자도 그 표정과 말투를 보고 안색이 굳어졌다.
“그건 신경 쓰실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요? 저는 회사 인수에 대해서 협의하러 왔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럼, 그럽시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여전히 손아랫사람 상대하는 행동을 보이는 이사와 그 옆에서 실실 웃고 있는 실장이 굉장히 얄미워 보였다.
“얼마면 회사 매각 하실 겁니까?”
기중도 속으로 화가 난 상태여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글쎄요. 최소 50억 원 정도면 생각해 볼 수도 있소.”
밀크 소속사의 지금 가치는 대략 20억 원 이었다. 그것도 밀크가 음반을 내면서 상당히 좋게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현재 가치의 두 배 이상을 말하는 이사의 표정을 보니 기중은 괘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돈으로 눌러주고 싶었다.
“좋습니다. 50억 원에 회사 인수하죠.”
기중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폭탄 발언에 놀랐다. 가장 놀란 사람은 좀 전까지 기중을 보며 비웃음을 날리고 있는 밀크 소속사 이사였다. 그 옆에 있는 실장이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는지 입을 벌리고 이사를 보고 있었다.
한 순간 표정이 변했던 이사와 실장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굳어진 표정으로 기중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