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50
00050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수진은 역시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타이밍에 맞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그러나 그것을 결코 혼잣말이 아닌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두가 똑똑히 들을 수 있는 상태였다.
기중이 밀크 소속사 인수에 대해서 한참 고민하던 때에 수진이가 가수 카이니를 데려와 달라고 애원했던 것이 떠올랐다.
‘아직도냐? 밀크의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는데, 거기까지는 힘들지.’
기중은 일부러 못 들은 척 식사에 집중했다.
“이 고기가 말이지 한우 특등급 A++ 로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 프랑스식 정통 안심 스테이크라 역시 맛있다. 하하.”
수진을 제외한 모두가 기중과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수진의 말은 무시하고 다들 스테이크에 칼질을 하고 있었다.
“아~ 맛있다.”
아이들도 고기를 작게 손수 썰어서 먹고 있었다. 그리고 연신 맛있다며, 감탄사를 터트리고 있었다. 옆에서 자신의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살피고 있던 수진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말을 꺼냈기에 당연히 대꾸가 있어야 했지만, 기중과 일행들이 무시를 해 버렸다.
“우리 카이니 오빠들에게 어울릴만한 음식인데, 이렇게 혼자만 먹어야 하다니.”
수진이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혼잣말이 아닌 혼잣말을 이번에는 좀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도 돌아볼 정도로 다소 말소리가 컸다.
“딸!”
수진이의 엄마가 정색을 하며, 수진이를 불렀다. 짧게 수진이를 부르고 강렬한 눈빛만을 발사하고 있었지만, 그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너 집에 가서 보자.
– 내가 뭘 잘 못했는데?
수진이와 엄마사이의 눈빛 만으로도 그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진아, 그 문제는 내가 아직 검토 중에 있으니깐, 일단 식사나 하자.”
기중도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지만, 전혀 검토한 바도 없었고, 수진이 이 자리에서 말을 꺼내기까지 전혀 생각한 적도 없는 일이었지만, 일단 그렇게 수진이를 설득하고자했다.
“정말이죠? 혹시 잊어버리고 있던 거 아니죠?”
수진이는 묘하게 기중이 방금 생각했던 부분을 파고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기중은 태연한 표정으로 받아 넘겼고, 그렇게 일단락 되었다.
창단식은 큰 사건없이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그 때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의 입구의 문이 열리며 한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KG스포츠에서는 협회에 발전기금을 납부하고, 등록을 이미 마무리했기에 의례적인 차원에서 협회에서 창단식 초청의사를 밝혔다. 참석을 꼭 바라는 것은 아니었고, 형식적인 업무 차원이었다.
그런데, 지금 들어오는 일행들의 사람을 알아본 최 본부장이 기중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사장님, 지금 들어오신 분이 협회장인 곽태용 의원입니다.”
기중도 그 말을 듣고 당황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다. 이렇게 정치권의 인물과 만날 기회도 없었고,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기중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최 본부장과 함께 곽태용에게 먼저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기중을 곽 의원은 웃으며, 같이 인사했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왔다. 기중도 두 손으로 악수를 받아들이며, 다소 곽 의원의 위엄에 눌려있었다.
옆에 있던 본부장이 리셉션장의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회의실로 안내를 했다. 곽 의원의 요청에 의해서 회의실에는 기중과 곽 의원만 앉아 있게 되었다. 더욱 긴장이 생겨버린 기중은 속으로 갑자기 왜 온 건지 하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KG스포츠의 게임단 창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거 제시간에 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곽 의원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축하와 사과를 동시에 했다. 여전히 긴장된 표정의 기중은 곽 의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잘 안돌아가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의원님. 그리고 사과하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축하해주신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기중은 형식적인 답례인사를 이어 나갔다. 아직도 긴장한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이 한 눈에 느껴졌던 곽 의원은 말을 이어 나갔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이렇게 우리 협회에 부담이 되는 큰 금액의 발전기금을 전달해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국 게임계의 발전에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네. 별 말씀을요.”
“제가 오늘 방문한 것은 협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첫 번째 게임단 창단이라는 의미 때문입니다.”
곽 의원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고, 협회를 이끌어 나가는 정책에 대해서 간결하게 기중에게 설명했다.
이미 최 본부장에게 들었던 보고 내용과 같았다. 활동하고 있는 기존의 게임단의 지원과 선수 보호를 최대의 정책으로 이끌어 나갈 것과 앞으로 국내의 게임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정부차원에서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에 대해서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게임을 무조건 놀이로 생각하기 보다는 일반 스포츠와 같은 형태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줄 수 있는 게임단의 존재는 무척 중요한 사안입니다.”
국내의 현실은 아무래도 어려웠다. 정책을 제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게임을 모르고 자란 세대였다. 현재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게임에 너무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과하게 제한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학생들이 게임에 빠져서 학교공부를 등한시하거나, 성적이 떨어지거나 하는 문제들이 결국 사회문제까지로 커져버렸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적당히 자신을 조절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힘들고 어려운 공부보다 재미있고, 빠져들 수 있는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충분한 자금력을 가지고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추고 있는 KG스포츠 게임단에 대한 보고를 받고 김기중 사장님을 뵙고 싶어 바쁘게 달려오게 된 겁니다.”
“네.”
기중은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기뻐하라고 하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곽 의원의 말은 그야말로 형식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부탁이 있어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곽 의원은 정치인답게 인사치례로 한 동안 시간을 끌더니 본인의 방문이유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대회를 치루는 게임 대부분이 해외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내의 자본이 점차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곽 의원은 다시 표정을 진지하게 변화시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역시나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기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저는 국내의 게임업체들에서도 LOG와 같은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곽 의원은 진중한 표정과 말투로 기중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기중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곽 의원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궁금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빨리 말해 달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역시 아직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는 한참이나 부족한 상태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약간 미소를 곁들이며, 곽 의원은 다시 기중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정말 실력 있고, 아이디어가 탁월한 중소규모의 게임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해외의 업체들처럼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무척이나 힘든 상황입니다.”
기중은 여전히 본론이 나오지 않고 있어, 약간은 짜증스러운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정치가라서 그런지 단순명료하게 말하기 보다는 너무 돌려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창이나 국내의 게임 현실과 사례들을 설명하는 곽 의원은 마지막으로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김기중 사장님께서 게임 제작 업체에 대해 투자를 검토해 주십사합니다.”
곽 의원은 이미 KG스포츠의 게임단 창단식에 오기 전에 기중에 대해서 사전조사를 했다. 기업가로서 기업에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는지, 또한 개인적으로 보육원과 군청에 기부한 것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추가적으로 기중의 자금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곽 의원의 권력이라면, 일개 소규모 기업가의 자금 추적 정도는 큰 문제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기중의 자금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메트로 은행에 거래하는 것 까지는 확인했지만, 메트로 은행에서는 기중의 자금에 대해서 자료 전달을 거부했다.
물론 사법적인 절차로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부가 가능했지만, 국내 타은행과는 상당히 다른 반응이었기 때문에 곽 의원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창단식에 오기로 결정을 했고, 기중의 자금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상당한 금액을 소유하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
“투자요? 너무 갑작스러운 말씀이라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기중은 너무나 뜻밖의 제안에 당황스러웠다. 곽 의원이 아무리 게임관련 단체의 협회장에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게임에 관련된 것들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대부분의 법안 발의나 새로운 법제정에서는 게임에 대한 규제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투자 대상 업체들에 대한 자료입니다. 천천히 검토해 주시고,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곽 의원은 가지고 있던 서류를 기중에게 전달했다. 이미 회의실에 들어올 때부터 가지고 있던 서류철이었다.
사실 곽 의원은 기중에게 꼭 투자를 받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고, 투자에 대한 것은 이미 다른 기업가들에게 설명했던 것이었다. 기중이 어떻게 반응을 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자금에 대한 궁금함도 포함이 된 것이었다.
기중은 일단 받기는 했지만, 서류를 살펴볼 정신은 없었다. 아직까지도 거물 정치인 앞이라 긴장이 되고 있었기도 하지만, 더욱 정신없게 만드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바쁘실 텐데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창단식 축하드립니다. 하하.”
“네. 의원님 감사합니다.”
둘은 의자에서 일어나 악수를 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기중은 곽 의원의 바로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곽 의원 보좌관들이 뒤를 따르면서 리셉션장을 빠져나갔다.
기중이 여전히 뒤를 따르고 있던 모습을 확인한 곽 의원은 잠시 멈춰 서서 기중을 돌아보았다.
“들어가 보세요. 여기서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기중은 약간 뻘쭘하게 굳어진 채로 곽 의원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우둑 커니 서 있었다. 호텔을 나서 차에 탈 때까지 따라가야 하는지 고심을 잠시 했지만, 결국 돌아서서 리셉션장으로 들어왔다.
“형님, 곽 의원이 무슨 일이에요?”
“사장님?”
기중이 자리에 앉자마자 계속 기다리고 있던, 석철과 최 본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그게 말이지요.”
기중은 곽 의원에게 들었던 내용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는 석철에게 받았던 자료를 넘겼다.
“박 실장, 일단 그거 검토해보고 보고해.”
석철과 최 본부장은 기중이 전해준 자료를 같이 보면서, 의문점들을 풀고 있었다. 그렇게 곽 의원의 방문에 대한 사건은 마무리 되었고, 창단식 또한 좋은 분위기로 끝을 맺었다.
월요일 아침이 되어 기중은 회사로 출근했다. 최근에는 거의 직원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왔기에 점차 적응이 되어 가고 있었다.
로비로 들어온 기중은 제일 먼저 게임단의 선수들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창단식에 맞춰 준비를 했기에 월요일 아침부터 볼 수 있었다. 그 옆에는 골프대회에서 아깝게 3위에 오른 현승의 멋진 포즈를 보여주는 포스터도 같이 놓여있었다.
그 모습을 멈춰 서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자니 기중은 한결 마음이 뿌듯해졌다.
‘이제야 뭔가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흐흐.’
“사장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기중의 옆으로 다가와서 진열된 포스터를 같이 바라보며, 경비 실장이 인사를 건네 왔다.
“하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그리고 이 포스터들 정말 잘 나왔네요.”
“그래요. 아침부터 미리 준비해서 놓은 것들이죠. 오늘부터 정말 게임단 시작이니까요.”
기중과 경비 실장은 포스터를 보면서 게임단 식구들과 현승에 대해서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