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52
00052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의 대답에 고만석은 이번에도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런 경험은 질리도록 해왔던 상태였다. 그래도 아직까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아직 밑바닥까지 떨어지지 않았기에 지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고만석은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최소한의 사과를 전했다. 진심으로 하는 사과는 아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예의상 하는 말이기도 했다.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는 용기는 부럽군요. 하하.”
기중이 좋게 포장을 해주는 말에 대해서 고만석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곧 이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면접을 끝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음에는 어느 회사로 가봐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꽉차있었다.
“그런데, 제 개인적으로는 고만석씨 같은 분이 참 좋습니다.”
고만석은 기중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 내용까지 진위를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냥 단순히 립서비스라는 생각일 뿐이었다.
“제가 이번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 총괄을 맡아 주실 분을 찾는 다는 것은 이미 아실 것이고, 그 사업 분야의 자본금은 500억 원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고만석은 기중이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지 통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다 끝났다고 생각한 마당에 500억 원으로 시작을 하던 말던 별 가치가 없는 말이었다.
“그 책임을 고만석씨가 맡아 주시겠습니까?”
“네? 제가요?”
갑작스런 기중의 제안에 고만석은 순간적인 머리회전이 평소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축구경기에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반전 인저리 타임이 되어 패배를 생각하고 있던 순간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은 것보다 더욱 흥분되고 정신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세월동안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서 사업주로부터 받은 질책과 냉대에 대해서 마치 보상을 받는 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대답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하하. 생각이 많아지셨나 봅니다. 천천히 생각하시고 연락주세요. 아. 그리고 500억 원은 제 개인 돈으로 시작하는 것이라,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뭐 그 정도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하하.”
기중은 약간 개념이 없어 보이는 말까지 곁들였다. 고만석에게 부담 없이 일하라는 의미였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제가 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밀크의 팬이거든요.”
기중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소 민망한 진실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꼭 말을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에 밀크와 그 소속사에 대한 내용을 고만석에게 설명했다.
“정말입니까? 이런 쳐 죽일 놈들. KG스포츠와는 상관없이 제가 직접 그 놈들 끝장을 내겠습니다.”
설명을 다 듣고 난 고만석은 상당히 분개하였다.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연예계 뒷일 중의 하나가 밀크가 겪었던 일이었다. 그런 일 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가 주는 일은 결코 없었다.
“회사에 들어오시게 되면 바로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우선은 제 제안에 대한 답변부터 주셨으면 합니다.”
“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 제발 제가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사장님.”
고만석은 이제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바로 기중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오히려 기중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대단한 의욕을 내비쳤다. 기중은 역시나 이번에도 좋은 사람을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오늘은 화 좀 가라앉히시고, 내일 회사로 나오세요. 앞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아닙니다. 오늘부터라도 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 이후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만석과의 고용계약은 바로 진행되었다. 이미 이전에 본부장들과 했던 계약과 내용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고만석은 입사를 하고나서 며칠 동안 자신이 잘 알고 지내던, 몇 명의 직원들을 고용하여 최소한의 회사 필수 인원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KG스포츠 빌딩의 비어 있는 4층에 사무실 인테리어에 들어가 있었다. 밀크 멤버들을 영입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었기에 가수를 위한 공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꽤나 넒은 평수를 자랑하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목적의 공간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다소 좁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대한 일이 진행되면서, 밀크의 영입도 시작이 되었다. 아직까지 밀크의 전 매니저에 대해서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고만석 총괄이사의 인맥으로 인해서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사장실에는 기중과 고 이사가 같이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는 서로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자료를 보고 있었다.
“이게 정말 밀크가 했던 계약 내용이에요?”
“저도 처음에 보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실입니다.”
밀크가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한 내용을 보고 있는 기중은 정말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밀크는 신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꽤나 성장을 한 상태였다. 그러나 멤버들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기중이 예전 회사에서 받았던 월급 수준도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밀크 멤버들에게 접촉을 해봐야겠네요. 그 쪽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그게 내일 약속을 잡아놨습니다. 밀크 멤버 중 연지양의 부모님부터 제가 직접 만나볼 생각입니다.”
“이사님 잘 좀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십시오. 사장님.”
이제야 기중이 생각했던 목표의 시발점에 놓이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 쪽 분야에서 인맥을 갖추고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고용해서 처리하다보니 시간도 절약되고, 일의 진척도 수월해지고 있었다.
기중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그들을 고용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일이었고, 그 것 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잘 할 자신이 있는 상태였다.
‘역시, 돈 쓰길 잘했군. 흐흐’
그렇게 고 이사가 기중이 원했던 일을 착착 진행하고 있었기에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특히나 현승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무엇인가 선물을 할 생각이 들었다.
“형님, 안녕하세요.”
환하게 웃으면서 사장실로 들어오는 현승을 기중은 맞이했다. 자리에도 앉기 전에 기중은 바로 겉옷을 챙겨 입더니 바로 현승에게 말했다.
“현승아, 왔냐? 바로 가보자.”
“어딜 가는데요?”
“그게 볼 일이 좀 있다. 너도 꼭 같이 가야하는 곳이야.”
기중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현승을 재촉했다. 당연히 현승은 영문을 알지 못하고 있어서, 계속 기중에게 목적지가 어디인지 물었지만, 기중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기중이 직접 운전을 해서 30분정도 이후에 도착한 곳은 한 빌딩 앞이었다. 아직까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현승은 여전히 말 없는 기중을 보고 한 숨 짓고 기중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들어가자.”
기중이 향한 곳은 A사 수입자동차 전시매장이었다. 매장에 들어선 기중은 잠시 둘러보더니 매장의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종태 형님.”
“오~ 우리 기중 아우님 오셨나?”
육종태는 기중이 이미 밀크의 소속사 인수를 추진했었고, 지금은 밀크 맴버들의 영입을 하려고하는 회사의 사장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일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몇 번 만남을 가졌고, 이제는 확실하게 친해진 상태였다.
“네. 형님. 전화로 말씀드린 것처럼 여기 제 아우를 데리고 왔습니다.”
“하하. 그래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내가 확실하게 설명해 줄 테니까 걱정마라.”
“현승아. 인사드려라. 내가 형님으로 모시는 육종태 형님이시다. 그리고 오늘 너에게 선물해줄 차에 대해서 설명해 줄 분이시기도 하고 말이야.”
현승이 이제야 기중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대회나 연습 기간에는 보통 스텝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어 회사에서 지원해준 차량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일이나 지금처럼 골프 연습장에서 지낼 때에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 차량이 꽤나 오래되고 문제가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오현승입니다.”
“하하. 그래요. 반가워요. 골프선수 오현승 프로!”
이미 기중에게서 설명을 들었고, 그래서 현승에 대해서 간략하게 확인을 했던 종태는 그렇게 현승에게 말했다.
다소 민망한 느낌이 든 현승은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곧바로 기중이 말했던 선물에 대해서 생각했고, 기중을 다시 쳐다봤다.
“형님, 정말 안 그러셔도 되요. 지금도 충분히 형님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현승이 기중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미 도를 넘었고, 마치 사이비교주를 상대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자신이 우승을 하지 못한 것도 굉장한 죄책감에 빠져 있기도 했고, 자꾸만 자신에게 주려고만 하는 기중의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도 넘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돼. 앞으로 프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미지라는 것도 있잖아. 그리고 이번에 3위의 성적에 대한 보너스라고 생각해. 더 크고 좋은 것들은 나중에 우승하면 해 줄 테니까 말이야.”
기중은 현승만 생각하면 요즘은 기분이 아주 좋다.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만큼 고생이 심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프로골프선수가 되어 있고, 기중 자신에게는 정말 한 없이 퍼주고만 싶은 동생이 되어 버렸다.
“형님.”
“현승아. 넌 내말이라면 무조건 따르겠다고 한 지가 언젠데 벌써부터 말을 안 들어?”
기중은 웃으며 농담을 했다. 병원에서 기중의 도움이 있고 나서부터, 언제나 현승의 입버릇처럼 되어 버린 말을 기중은 다시 상기시키며, 현승의 소심한 반항을 잠재웠다.
“종태 형님, 요즘 잘 나가는 모델은 뭐에요?”
종태는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모델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30분정도 이어진 설명에 슬슬 따분해진 기중은 현승을 재촉하고 있었다.
“빨리 고르자. 너 자꾸 우물쭈물 거릴래?”
현승은 아직까지 기중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확실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중은 다시 현승을 재촉했고, 기중의 눈길이 가는 모델에 대해서 현승에게 의향을 물었다.
“이거 어때? 난 이게 마음에 드는데.”
“저도 좋은 것 같아요.”
“에휴~. 종태 형님 이 모델 최고급 옵션으로 할게요. 현승아. 색깔은?”
“전 흰색이 좋아요.”
“그래라. 종태 형님 그렇게 준비해주세요. 바로 계약하시죠?”
기중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현승에게만 맡겨놓으면, 하루 종일 걸릴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현승의 속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고마워, 기중 아우. 차량비용에 각종 수수료들 전부 포함에서 1억 5천만 원이네. 계산은 어떤 방식으로 할까? 편한 방법대로 해도 된다.”
“종태 형님. 일시불로 할게요. 계좌번호 주세요.”
기중은 그 자리에 앉아서 망설임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바로 이체를 시켰다.
현승은 이미 기중의 그러한 모습을 잘 알고 있었지만, 종태는 역시나 처음 보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자산이 있는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꽤나 큰돈을 마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듯이 결제를 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다.
계약이 마무리가 되었고, 기중과 종태는 기분 좋은지 연신 웃으며, 밀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옆에서 현승은 아직까지 멍한 얼굴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결국은 기중에게 어떻게 갚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었지만, 결론은 자신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기중 아우처럼 돈이 많은 부유층들은 도대체 어떻게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그렇게 쉽게 쓸 수가 있는 건지 궁금하단 말이야. 기중 아우에게 1억 원이라 돈은 대체 어느 정도의 느낌인거야?”
육종태는 기중에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 농담처럼 질문했다. 좀 전의 상황을 봐 왔기에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기도 하고, 기중의 자금력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흠, 뭐랄까요. 예전의 제 경험을 비춰서 예를 들자면, 1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이 1만 원을 쓸 때 고심을 하면서 쓸까요? 마치 제게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하하.”
기중도 말하고 나서 다소 멋쩍음을 느꼈다. 돈 지랄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헐.”
육종태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겨우 1만 원을 쓰는 느낌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괜히 비호감 1순위가 될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야.”
“하하. 저도 말하고 나서 아차 했어요. 그래도 사실인걸요. 흐흐.”
그렇게 기중의 우월한 모습과 비호감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고 있는 종태와 현승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도 그냥 농담이겠거니 생각했고,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모습에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매장에서 나온 기중과 현승은 다음 목적지로 다시 이동했다. 이번에는 회사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 동안 운전을 하던 기중은 회사를 그냥 지나쳤다.
“형님, 어디 또 가려고 그러세요?”
“아직 선물이 남았다. 그 곳으로 이동 중이야. 바로 저기 보이네.”
기중은 럭셔리 매장이 즐비한 곳으로 이동 했고, 곧 바로 한 매장 앞의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내렸다.
“이번에는 네 몸에 걸칠 것도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