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60
00060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그리 높은 속도가 아니었고, 부딪치는 순간을 예상할 수 있었던, 기중은 크게 놀라지는 않았고, 몸에 이상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후진을 해서 온 차량에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며칠 전에도 사고가 났기에 어쩐지 안 좋은 일이 겹치는 것 같아 더욱 심란한 상황이 되었다.
기중은 일단 차에서 내렸고, 사고를 낸 장본인도 차에서 내렸다. 기중은 우선 차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우연히도 지난번에 사고가 나서 수리를 하려고 하는 앞 범퍼가 깨져 있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실수로 앞으로 간다는 것이 후진 기어를 넣어 놓았어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어요?”
앞 차에서 내렸던 사람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꽤나 눈이 가게 만드는 미모의 얼굴이었고, 자연스런 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옷차림 또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니스커트에 가슴골이 보이는 타이트한 상의를 입고 있어, 그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하이힐까지 신고 있었다.
운전에는 상당히 불편한 상태라고 생각을 했지만, 기중은 차마 내색을 하지는 못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 쪽은 다치신 곳은 없나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심장이 너무 벌렁거려서 어디 아픈지도 모르겠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정신이 없네요.”
여자는 표정과 말투로 보면 누가 봐도 당황스러워 하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상태였다. 당연히 기중도 그 상태라고 생각했고, 안심하라는 말을 이었다.
“나중에라도 병원 가보세요. 혹시 모르니까요.”
역시 예쁘게 보이는 여자 앞이라 그런지 기중은 오히려 사고를 낸 운전자를 걱정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여자는 왠지 모르게 기중이 눈치 채지 못하게 기중을 살피고 있었다. 겉모습으로는 당황한 상태로 심하게 불안한 모습으로 보이기만 했다.
“외제차 인 것 같은데 어떡해요? 여기가 망가져 버렸네요.”
여자는 이제야 차량의 상태를 살피고는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분명 기중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고, 여자가 일방적으로 낸 사고이기 때문에 아마도 여자 쪽에서 과실비율이 상당하게 나올 것으로 보였다.
“괜찮습니다. 원래 수리하려고 했던 상태에요. 운이 좋게도 그 쪽으로 부딪쳤으니 다행이네요. 걱정 마세요.”
“네? 정말요? 그럼 어찌되는 거예요?”
여자는 일말의 희망을 보았다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중을 올려다보았다. 기중은 마치 귀여운 고양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냥 가셔도 된다는 말이에요. 하하.”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 비싼 차 같은데, 정말 고마워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여자가 기중에게 조심스럽고 또 고마워하는 눈치이기는 했지만, 더 이상 이일을 가지고 여자에게 무엇인가를 바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기중은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말을 전하고 차의 문을 열었다.
“잠깐만요.”
여자는 다급하게 기중에게 달려와 기중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하는지 잡았던 팔을 살짝 놓으면서 당황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그게… 제가 너무 죄송하고 또 고마워서요. 나중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릴게요. 연락처 좀 주시면 안 될까요?”
기중은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 일을 빌미로 여자와의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 왠지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정말 괜찮아요. 그 정도면 충분히 사과하셨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몸에 문제도 없고, 차량 수리도 할 거니까요.”
“그래도. 제가 꼭 식사대접을 해 드리고 싶어서요.”
“흠.”
기중도 여자가 계속해서 애원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마음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평소에 보기 힘든 미모의 여성이 다른 이유가 있긴 하지만, 자신에게 연락처를 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도 즐거운 일인데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기에 약간은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네. 그럼 나중에 연락주세요.”
기중은 우쭐해진 마음 때문인지, 자신의 명함을 여자에게 건넸다. 아무래도 직함이 적혀 있는 명함이기에 여자에게 조금 더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와! 젊어 보이시는데, 사장님이시네요. 헤헤.”
“네. 조그만 회사에요.”
“KG스포츠라… 바로 이 건물이 KG스포츠잖아요!”
여자는 기중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꽤나 비싸 보이는 건물의 사장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욱 진한 미소를 보였다.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기중은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회사로 들어왔다. 사장실 자신의 자리에 앉아 조금 전에 사고를 냈던 여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예쁘긴 한데 왠지 얼굴이 성형한 것처럼 느껴지던데. 진짜로 성형미인인가?’
여성에 대해서 잠깐 생각하더니, 곧이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생각났기에 바로 약국에서 샀던 연고를 듣고 4층으로 올라갔다.
기중은 좀 전에 연지에게 안내했던 연습실로 향하고 있었다. 연습실은 밖에서도 안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문의 일부분이 유리였기에, 기중은 일단 안을 바라봤다.
기중이 보고 있는 연지는 건반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정확히 뭘 부르는지 알 수는 없었다.
기중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연지의 모습이 대각선에서 보였기에 지그시 감은 두 눈을 볼 수 있었다. 선글라스를 벗고 있었기에 한쪽 눈에 보이는 퍼런 멍자국이 조금은 코믹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잠시 그 상태로 연지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던 기중은 연지가 연주를 멈추자 잠시 기다린 후에 문을 열었다.
“연지 양, 노래 연습이라도 하고 있었어요?”
“네. 사장님.”
연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는지 불안한 모습이었다. 어제일 때문에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였고, 지금 목 상태가 좋지 못해서 노래하는 내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목소리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여기 이거 멍든 곳에 발라 봐요. 효과가 좋다고 하던데요.”
“이게. 무슨…”
“약국에 좀 다녀왔어요. 약사 말로는 멍 없애는데 최고라고 하던데요. 물론 바르고 나서 메이크업을 해도 되는 제품이래요.”
기중은 약국에 들렀을 때 약사에게 들었던 내용을 설명하며, 연지에게 연고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별거 아닌데요. 뭘. 그럼 전 다시 가볼게요. 하하.”
연지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기중의 친절한 행동들에 대해서 심난한 느낌을 받았다. 소속사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대우와 정말 인간적으로 상대해 주는 모습들이 점점 혼란스런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가고 있었다.
사장실로 들어오는 기중의 표정은 꽤나 즐거워 보였다. 살짝 알 수 없는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오다가 석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좀 전까지 기중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석철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없이 기중을 쳐다보기만 했다.
“오! 박 실장. 출근 했냐?”
“형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좋은 일은 무슨. 그냥 그럴 일이 조금 있었다. 하하.”
기중은 여전히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즐거워하는 얼굴이었고, 석철은 의심이 가득한 얼굴로 기중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흠. 흠. 돌쇠야 왜 자꾸 그런 눈으로 보냐? 내 얼굴이 이상해?”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잖아요. 월요일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즐거운 표정이에요? 전 주말 내내 와이프한테 시달려서 몸이 천근만근인데.”
“왜? 제수씨가 힘들게 했냐?”
“에휴. 역시 아빠가 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기중의 표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말고, 석철은 자신의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경험을 해보지 못한 기중은 특별히 할 말이 없었고, 그냥 들어주기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조만간 저 휴가를 내야할 것 같아요.”
석철의 와이프가 너무 힘들어 해서 공기 좋은 곳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던 상태였고, 바로 기중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러냐? 휴양림 같은 곳에 가려고? 휴가는 언제든지 가능하지.”
“네. 한 번 가볼려고요.”
“알았다. 휴가 기간 정해지면 다시 보고해라.”
“네. 형님.”
석철은 이제야 조금 표정이 풀렸고, 바로 자리에 앉아서 휴양림에 대해서 검색을 시작했다.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서 며칠 지내면 자신의 아내도 조금은 진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이 급해져서 기중이 사장실로 들어가기도 전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기중은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석철이 결혼해서 아이까지 생기게 되자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을 보면 조금은 솔로라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중은 그렇게 석철이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들어왔다.
때 마침 기중에게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자동차 수리를 위한 내용이었고, 기중의 차를 수리할 수 있는 업체가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오전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에 그곳으로 직접 차를 몰고 가고자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통화를 끝낸 기중은 다시 사장실을 나왔고, 여전히 몰두하고 있는 석철에게 잠시 외출을 한다고 전하며, 차를 끌고 수리업체로 향했다.
“이거 제대로 받쳤는데요. 센서가 망가져버려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얼마나 걸릴까요?”
“고객님의 차량 색깔은 부품 재고가 없네요. 최상위 모델의 부품은 수리가 필요할 때마다 본사에서 가져오거든요. 일주일 정도 보시면 될 것 같네요.”
기중과 보험사 직원은 수리업체의 직원에게 같이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수리에 필요한 금액과 수리기간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었고, 후속 조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 보험사에서 보험처리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차량 수리기간 동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렌트차량 원하시는지요? 물론 렌트 비용도 저희 보험사에서 지급됩니다.”
“흠, 그래요? 제가 차량 종류를 고를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고객님 차량의 금액 대와 동일한 모델은 가능하십니다. 제가 알아보니 차량 가격이 5억 원 이상이라 아마도 원하시는 차량 대부분이 가능할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렌트 회사로 가볼까요?”
기중은 수리를 일단 맡기고 보험사 직원과 렌트 회사로 향했다. 그리고 결국 스포츠카를 렌트했다. 처음에는 스포츠카를 보험회사 직원은 만류했지만, 기중의 차 가격대의 차량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기중이 원하는 대로 일 처리가 진행되었다.
기중은 설레는 마음으로 F사의 최신형 모델에 타서 시동을 걸었다. 남자의 로망은 역시 빨간 스포츠카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새빨간 스포츠카는 어딜 가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해 보였고, 시동을 걸자 느껴지는 묵직한 엔진음이 기중의 귀로 들려왔다.
‘하하. 이거 스포츠카도 다 타보네. 한 번 달려볼까?’
잠시 그렇게 달려보려고 도로로 나왔던 기중은 심하게 막혀있는 도로를 보고 이내 포기해 버렸다. 나중에 도로가 한산해지면 다시 달려보기로 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기중은 점심을 먹고 사장실에 앉아 석철이 전해준 서류를 보고 있었다.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사안들에 대한 보고서였고, 최근에 회사 일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기중은 조금씩 그러한 보고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꽤나 집중해서 일하고 있던, 기중은 게임 업체에 대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일전에 석철에게 투자 대상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던 내용이었다.
‘흠, 게임 제작도 만만치가 않은데.’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들로 인해서 기중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게임 업체에 대한 투자금액을 상향할 필요성을 느꼈다. 국내에서 소위 말하는 대작이라는 게임들은 대부분 몇 백억 원의 제작비를 사용했다고 하며, 100억 원 대의 제작비는 써야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최소 제작비가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나, 해외에서 개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게임들은 거의 천문학적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되기도 하고, 그 개발기간도 길게는 5~6년까지 걸리기도 했다.
‘게임 업체에 대한 투자는 다시 고심을 해봐야겠군.’
기중은 보고서에 보이는 업체 2곳과 투자에 대한 미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석철을 호출하기 위해서 전화를 들자, 마침 석철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박 실장 마침 잘 왔어. 지시할 내용이 있었는데 말이야.”
“사장님. 밀크 멤버들과 그 가족들이 모두 회의실에 모여 있습니다. 10분 뒤에 회의 시작입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건가. 그리고 말이야. 여기 이 보고서에 나와 있는 업체들에 연락해서 미팅 잡아봐 투자에 대한 건으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