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63
00063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S호텔의 럭셔리한 레스토랑에 도착한 기중과 나희는 예약된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서울 야경이 잘 보이는 창가 쪽으로 꽤나 예약이 어려웠을 만한 자리였다.
“나희 씨 고마워요. 정말 좋은 자리인데요. 서울 야경도 이런 곳에서 보니까 정말 예뻐 보이네요.”
“그럼요. 식사를 좋은 분위기에서 하면 더욱 맛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예약이 조금 힘들었지만, 김 사장님이 좋아하시니 다행이네요.”
보통의 연인관계라면 남자 쪽에서 예약을 하는 게 당연하게 보는 요즘 세태겠지만, 둘이 그런 관계도 아닐뿐더러 나희가 사과의 의미로 대접해주는 자리라서 그렇기도 하고, 기중은 그런 경험도 없었기에 어색하기는 했지만, 미안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식사를 하면서 적당하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던 기중과 나희는 식사를 거의 마쳤을 무렵에는 와인을 거의 한 병이나 비웠기에 조금 취기가 돌았다. 그래서 그런지 둘의 분위기는 조금 더 좋은 상태였다.
“하하. 나희 씨는 정말 남자한테 사랑받는 스타일 인 것 같네요.”
“정말 그래 보여요? 아직 남자친구도 없는데…”
나희는 말끝을 흐리면서 묘한 표정으로 기중을 살짝 쳐다봤다. 그 행동과 표정을 보는 기중은 살짝 심장이 떨리며, 자연스럽게 긴장이 되었다.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정말요? 이렇게 아름다우신데 의외네요? 하긴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대시를 못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호호. 글쎄요.”
둘은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제 로비로 내려가 집으로 돌아가고자 생각하고 있던 기중은 술을 마셨기에 당연히 대리 기사를 부를 예정이었고, 나희를 택시에 태워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음.”
그 때 나희가 술에 취한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약간 비틀거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층수 표시 화면을 주시하고 있던 기중은 보지 못했고, 나희는 살짝 기중을 살피면서 기중이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했다.
“음~”
나희는 흔들림이 조금 더 심해졌고, 급기야 기중 쪽으로 쓰러지듯 기대는 자세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나희가 기대어 오자 화들짝 놀란 기중은 순간적으로 몸을 빼려고 했지만, 그렇게 재빠르지 않은 운동신경 덕분에 그대로 나희가 기대는 모양세가 되어 버렸다.
“나희 씨?”
“헤헤. 나 안 취했어요. 헤헤.”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엘리베이터 안에는 히터가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천장 쪽에 있는 환풍 시설에서 따듯한 바람이 들어왔기에 그 이유로 나희가 술기운이 확 퍼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나희 씨 괜찮아요?”
“헤헤.”
취한 모습이 꽤나 귀여워 보였기에 기중은 잠시 나희가 기대어 있는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꽤나 두근거리는 가슴 때문에 움직임이 경직된 상태였기도 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렸다.
“나희 씨 일단 어디 가서 좀 앉도록 해요.”
축 늘어지려는 나희의 어깨를 부축해서 기중은 근처에 있는 의자에 나희를 앉혔다.
“여기 잠시만 있어 봐요. 물이라도 좀 사올게요.”
아무런 대답도 없는 나희를 두고 가기가 뭐해서 바로 옆으로 보이는 호텔 로비의 직원에게 수표 한 장을 내밀면서 생수를 부탁했고, 직원은 수표를 받아들며, 흔쾌히 물을 사왔다. 당연히 잔돈은 팁으로 직원에게 건네졌다.
“나희 씨 물 좀 마셔 봐요.”
잠깐 정신을 차린 듯 보이는 나희는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물을 마시는가 싶더니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정신을 못 차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거 어쩌나 완전히 술 취해 버렸네. 그냥 두고 갈 수도 없고.”
기중은 정말 순수하게 난감했고, 마침 호텔이기도 했기에 나희를 호텔 방에 일단 올려 보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특별한 의도를 가지지는 못했다. 아직까지 여자를 상대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다른 마음을 품을 정도로 능숙하지를 못했다.
다시 로비로 향한 기중은 직원에게 말했다.
“도움이 필요해요. 일행이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를 못하네요. 호텔방까지 옮길 방법이 있을까요? 여직원분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나희가 꽤나 외모가 출중했기 때문에 남자직원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꺼려졌다. 그리고 혹시나 안좋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는 차원이었다.
“네.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로비에 있는 직원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곧 바로 휠체어를 끌고 오는 여직원이 나타났다. 역시 최고급 호텔답게 일처리가 깔끔하고 신속했다.
“고객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기중은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나희를 휠체어에 앉히는데 성공했다. 기중이 한 일이라고는 휠체어를 잡고 있던 것 뿐 이었다.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는 나희의 몸에 남자가 손을 댄다는 것이 꺼려졌다. 로비로 다시 향한 기중은 호텔방 체크인을 하고자했다.
“호텔에서 제일 좋은 룸으로 주세요.”
“고객님 저희 S호텔은 최고급 서비스로 보답하고 있습니다. 요청하신 최고 등급은 프레지던트 룸으로 예약으로만 진행되오니 이점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바로 아래 등급인 로얄 스위트 룸으로 하시는 것은 어떠하신지요?”
“그래요? 그럼 그걸로 하죠.”
기중은 특별히 가격에 대한 것은 묻지도 않았고, 바로 체크인을 하고자 했다.
“아. 그리고 요금은 지금 지불할게요.”
기중은 그렇게 말하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메트로 은행의 플래티넘 골드 카드였다. 당연하게도 호텔의 로비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한눈에 알아봤고, 다시 한 번 직업 정신을 발휘하며, 더욱 친절하고 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고객님, 1박 요금은 520만원입니다. 봉사료와 부가세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식사는 제공됩니다.”
“네.”
기중은 나희가 앉아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어서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그 모습에 직원은 역시나 돈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표정으로 기중을 한번 바라보고 나서 결제를 진행했다.
“고객님, 사인 부탁드립니다.”
기중은 결제를 마치고, 나희를 보살피고 있던, 여직원과 같이 호텔룸으로 들어왔다. 또 다시 여직원에 의해 침대에 눕혀지게 된 나희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눈을 감고, 움직임이 없었고, 기중은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여직원과 같이 방을 나왔다.
“여기 문은 자동으로 잠기는 거죠?”
“네. 제가 안쪽에서 이미 자동으로 잠기도록 해 놓았기에 확실히 잠겼습니다.”
여직원은 문손잡이를 돌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중에게 대답했고, 기중은 확인까지 해 주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갑을 꺼내 수표 두 장을 집어 들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술에 취한 여성이라 힘드셨죠?”
“아닙니다. 그리고 팁은 안주셔도 됩니다. 저희 호텔 고객님인데 당연히 제가 할 일이죠.”
여직원도 술취한 일행이 있는 이 고객이 상당히 예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수고에 대해서 챙기는 말을 건네줘서 나름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거기에 더해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해서 팁까지 주려고 하자, 일단사양의 뜻을 내비쳤다.
“아니에요. 제가 정말 감사드리는 마음을 표현할만한 게 이것 밖에 없네요.”
계속해서 권하는 기중 때문에 여직원은 결국 팁을 받아들었다. 당연히 여직원의 얼굴에는 더 밝은 미소가 나타났다.
그렇게 기중은 여직원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왔고, 대리 기사를 불렀다. 대리 기사를 기다리는 동안에 호텔 로비에 자신의 일행에게 문제가 생기면 연락 달라는 말을 전했고, 곧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차에서 나희에게 메모라도 적어주고 나올 걸 하고 생각하던 기중은 대신에 문자를 보냈다.
-오늘 많이 취하셨네요. 호텔비용은 제가 지불했으니 편히 쉬었다가 가세요.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기중은 평소보다도 조금 일찍 일어나서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김기호 실장과 스포츠카의 동호회에 임시로 참가를 해보기로 한 날이었다.
약속시간이 오전 9시였기에 최소한 20분 전에 도착해 달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래서 서울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까지 가기 위해서 서둘러 출발했다. 아직까지 렌트 스포츠카를 타고 있었기에 한산한 주말 이른 아침에 스피드를 즐기며 달려 약속 장소인 Y시의 레이싱 파크 주차장에 도착했다.
조금 쌀쌀한 날씨였지만, 햇살이 좋은 아침이었다. 기중도 상쾌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고,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5분 뒤에 김기호에게 전화가 왔고, 바로 주차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김 사장님.”
“안녕하세요. 김 실장님.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그러게요. 스피드를 즐기기에는 좋은 날씨죠. 하하.”
김기호는 즐거운 표정으로 스포츠카 동호회의 오늘 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고, 바로 레이싱 파크 안쪽으로 각자 차를 몰고 들어갔다.
기중은 차를 몰고 김기호의 뒤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는 싶더니 곧 바로 레이싱 경기장 바로 옆의 대기 장소에 앞 차가 정지했기에 기중도 그 옆으로 차를 세웠다. 그리고 이미 회원들이 와 있는지 20여대의 다양한 스포츠카들이 정차해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 멋진데!’
기중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줄 맞춰 정차해 있는 스포츠카들에 먼저 시선이 갔다. 빨간색의 스포츠카들이 절반정도 되었고, 나머지는 흰색이나 검정색 그리고 노란색의 차량도 보였다.
“어때요? 멋지죠?”
기중의 옆으로 다가온 김기호는 기중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었기에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치 모터쇼에 온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카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 맞춰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가슴이 설레는 느낌을 받고 있던 기중은 무의식적으로 작은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일단 저희 동호회 회장님께 인사하러 가죠.”
약간은 멍한 표정을 보이던 기중에게 잠시 감상할 시간을 주던 김기호는 기중을 이끌고 회장에게 가려고 하던 찰나 한 무리가 등장했다.
“어이, 김기호 이번에는 내가 꼭 이겨주마. 각오해라.”
뒤로 두 명의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대동하고 나선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김기호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맘대로 해라.”
김기호는 어쩐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줬고, 그 모습에 소리쳤던 남자는 혼자서 더 열이 받아 버렸는지,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 또 날 무시하네. 오늘은 절대 날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그렇게 한 소리를 질러대더니 바로 돌아서서 가버리는 남자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김기호는 고개를 저으며, 못 볼꼴을 봤다는 표정으로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구에요?”
기중은 방금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동호회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처음으로 만난 동호회 사람이 김기호에게 막말을 하더니 화난 표정으로 돌아가 버렸기에 기대했던 마음에서 조금은 실망스러운 느낌으로 받았다.
“별로 상관할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랑 고등학교 동창 녀석인데, 사사건건 저와 경쟁을 하려고 하는 놈이거든요. 인간성은 그리 나쁘지는 않은데…”
김기호는 말끝을 흐리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잠시 그대로 있었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였던 기중은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묻지 않기로 했다.
“어서 가죠. 시간 다 되어가는 데요.”
기중의 재촉에 김기호도 상념에서 벗어나 다시 미소를 보이며, 기중을 안내했다.
“회장님을 만나러가기 전한 한 가지 드릴말씀이 있어요. 심각한 거는 아니고요.”
“네. 말씀하세요.”
“우리 동호회 회장님이 킹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세요.”
“네? 킹이라고요?”
“하하. 너무 놀라실 일은 아니고요. 별명 같은 거예요. 저희 동호회 사이트에서 회장님의 닉네임도 킹이거든요.”
“그렇군요. 근데 킹이라면, 혹시 정말 왕처럼 군림하는 스타일이신가요?”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불리기를 좋아할 뿐이죠. 동호회 회장이니까 여기서는 킹이나 마찬가지의 존재이기도 해요. 더구나 실질적으로 킹께서 우리 동호회의 운영비를 거의 대부분 자비로 부담하시거든요.”
“그래요?”
“여기 레이싱 파크 대여료도 대부분 킹께서 지불하시거든요.”
킹이라 부르는 동호회 회장에 대해서 말하면서 김기호는 전혀 불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랑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기중은 꽤나 기대가 되었다.
기중과 김기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날씨가 꽤 쌀쌀한 아침이었기에 다들 따뜻한 난방이 되는 실내의 한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아직 시작 시간이 되지 않았기에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느라 조금은 소란스러운 광경이었다.
회의실의 한쪽에는 단상이 있었고, 그 한쪽 구석에 50대로 보이는 푸근한 표정을 가진 중년 남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회원들은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스포츠카 동호회의 사람으로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새와 나이로 보였다.
김기호는 기중을 그 중년 남성에게로 안내했다.
“킹,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동호회 체험을 해보라고 손님을 모셔왔어요.”
“오~ 그래요? 어서 와요. 동호회 회장 킹입니다.”
킹이라고 자신을 밝힌 회장은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닉네임을 그대로 기중에게 말했다. 표정은 정말 순수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환했고, 진심으로 반겨주는 모습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기중입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중도 예의에 맞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보는 킹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 좋은 아저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오늘 우리 동호회에서 한 번 즐겨보시고, 가입은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하하.”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