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69
00069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뭐냐 이거. 뇌물 같은 거냐?”
“글쎄요. 아무래도 가격대가 상당한 와인이니 단순한 선물이라고 보기에는 힘들겠죠.”
“근데 말이야. 검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 어떻게 이런 고가의 선물을 할 수가 있는 거지?”
기중은 와인의 가격을 듣고 오히려 검사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졌다. 검사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종합해 보면 제대로 된 검사라는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박 실장. 당장 이거 검사한테 돌려보내라.”
“네. 형님.”
석철이 나가고 나서 기중은 한동안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스마트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기중은 잠시 번호를 확인했지만, 알고 있는 번호는 아니었다. 단순한 스팸일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여보세요.
– 허허. 할애비다.
기중은 그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 바로 어제 만났던 노인이었다. 인자한 얼굴이 떠올랐기에 기중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직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는 했다.
– 네. 할아버지. 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
– 그래. 그래.
– 연락을 드리고 싶었는데, 연락처를 몰라서 조금 답답했어요.
– 그렇구나.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하면 된다. 그리고 어제 준 목걸이는 잘 가지고 있느냐?
기중은 목걸이라는 말을 듣고 주머니에서 어제 노인에게서 받은 목걸이를 꺼내보았다. 아침에 책상위에 올려놓고 출근하려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일단 주머니에 넣어 놨었다.
– 그럼요. 지금 가지고 있어요.
– 그래. 다시 말하지만, 꼭 몸에 지니고 다니도록 해라.
기중은 문득 목걸이에 대해서 궁금함이 생겼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 생각을 접었다.
– 좀 전에 검사가 다녀갔어요. 더 이상의 조사는 없다고 하더군요.
– 그렇구나. 아이들이 일은 확실하게 처리한 듯 싶구나.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거라.
– 정말 할아버지께서 처리하신 일이에요?
– 그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니 너는 네가 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해라. 네가 하고 싶은 일 꿈꾸는 일 모든 것에 도전해 보도록 해라. 어렵고 복잡하고, 힘든 일은 이 할애비에게 맡겨두고, 알았느냐?
기중은 또다시 노인에 대해 기분 좋은 감정을 느꼈다.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자신을 돌봐주고 걱정해주고, 한 없이 챙겨주는 모습으로 보였다.
– 감사해요. 할아버지.
– 허허. 너에게 감사 인사를 듣는 게 정말 기분이 좋구나.
기중은 노인과의 전화를 끝냈고,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저장시키며 그 번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전화번호의 이름은 할아버지라고 저장을 시켜놓았다.
기중은 기부금 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는 민간조사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 그 건에 대해서는 다시 조사에 착수해 주세요.
– 그게…
전화를 받은 민간조사원은 난색을 표했다. 아무래도 정치권력을 가진 고위층을 조사하다보니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자신의 안위에 대해서 걱정이 생긴 듯 보였다.
– 보수를 10배로 늘리면 가능할까요?
기중은 일단 민간조사원에게 제의를 했다. 당연히 철저하게 조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10배의 보수라고 해도 1억 원 밖에 들지 않기에 서슴없이 말을 전했다.
– 다시 조사에 착수하죠.
역시나 크게 배팅한 기중의 제의에 민간조사원은 조금의 망설임 뒤에 수락했다. 기중은 통화를 끝내고 역시나 돈으로 움직이는 사회에 대해서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만큼 가진자들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이 편해진 기중은 어제 집 앞에서 만났던 무리 때문에 차의 수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예 이번에는 슈퍼카를 한 대 구입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중은 막 F사의 매장에 들어왔다. 건물부터 화려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고, 매장에 전시된 슈퍼카들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네. 안녕하세요. 차량 한 대 구입하려고 하는데요.”
“우선 이쪽으로 오시지요.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기중은 카매니저의 설명을 듣고 최근에 신모델에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이 모델은 출고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고객님 이 모델은 다소 제한 사항이 있어 출고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기중의 마음에든 모델은 2주전에 몇 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모델로 500대 한정 판매를 하고 있었다. 가격은 기본적으로 20억 원에 육박하고 있었고, 옵션에 따라서 그 이상의 금액대를 보이는 모델이었다.
“제한 사항이라뇨?”
“그렇습니다. 저희 F사의 본사에서는 이번 모델의 판매는 단순히 돈만 지불하면 판매를 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한정된 고객님들께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네. 특히나 조건이 까다로워서 최소한 저희 F사의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하고 계신 고객님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꽤나 특이한 조건이군요. 그렇다면 단순히 돈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살 수는 없겠군요.”
“네. 죄송하지만, 고객님께서는 저희 F사의 차량을 가지고 계신지요?”
“없는데요.”
“그렇다면, 구입은 힘들겠네요.”
기중은 카매니저의 설명을 들으면서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물건은 그에 맞는 돈을 지불하면 구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F사는 한정 판매라는 방식을 취하면서 희소성을 부여하고 그에 맞춰 판매 조건까지 걸어놓고 있었다.
기분이 상한 기중은 매장을 바로 나왔다. 마음에든 모델을 구입할 만한 돈은 충분히 있지만, 제한 사항 때문에 구입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매장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기중은 스마트폰으로 슈퍼카로 유명한 L사의 매장을 검색했고, 바로 출발했다.
“그러니깐 지금 계약을 해봐야 정확하겠지만, 통상적으로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린다고요?”
“맞습니다. 고객님. 아무래도 수입하는 절차까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희 L사의 주력 모델의 판매량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에 시일이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네. 고객님 안녕히 가십시오.”
역시나 고급 슈퍼카를 판매하는 매장답게 카매니저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기중은 매장을 벗어나 또 한 번 한숨을 쉬고 있었다. 차 한 대 구입하기 정말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어 답답하기만 했다.
‘에이. 어째 돈으로 해결 안되는 게 이렇게 많나.’
최근 들어 대부분의 문제가 생겼을 때 돈으로 해결을 해왔던 기중이 보기에 슈퍼카 한 대 구입하는 것이 이렇게 신경 쓰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는 것에 짜증이 생겼다.
그렇게 혼자서 구시렁거리며 회사로 돌아왔고, 아직도 머릿속에는 슈퍼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때 얼마 전 스포츠카 동호회에서 만났던 국내 스포츠카 제조사인 S사의 신모델을 열성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던 노민준이 떠올랐다.
한참을 책상을 뒤지던 기중은 마침내 명함을 찾아냈다.
– 여보세요. 노민준 이사님 되십니까?
– 제가 노민준입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 동호회에서 김기호 실장과 함께 있던 김기중입니다.
– 아. 물론이죠. 기억합니다. 김기중 사장님. 그런데 무슨 일로? 혹시 저희 S사의 역작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건가요? 지금 당장 제가 방문 할까요?
여전히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노민준에 대해서 기중은 참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구입해볼까 하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 하하. 그렇습니다. 관심이 생겨서 일단 연락을 드려봤는데요. 직접 차를 보고 싶기도 하네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 그러시군요. 저야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기중은 노민준과의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조금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한 기중은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스포츠카 매장 두 곳을 다녀왔던 터라 더욱 비교가 되는 모습이었다. F사와 L사가 위치한 매장은 꽤나 유명한 상권이 밀집해 있는 곳이었고, 인테리어도 화려한 곳이었다.
그런데 S사의 매장은 조금 오래된 상권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고, 또한 건물도 단순한 느낌으로 화려함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유리벽으로 되어 있기에 안쪽을 볼 수가 있었는데, 차량도 2대 뿐이었다.
기중은 조금은 실망한 느낌으로 매장으로 들어왔다. 매장 입구 쪽에 있는 안내데스크에 있던 남자가 기중에게 인사를 해 왔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기중은 그 남자를 보고 있지만, 그다지 환영하는 얼굴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다른 매장에서 느껴보았던 영업사원의 미소는 없었고, 말투도 마치 책 읽는 느낌이 들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첫 인상은 마치 소도둑놈 같이 생겼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노민준 이사님 뵐 수 있을까요? 미리 연락을 하고 오긴 했는데요.”
“아. 김기중 사장님 되십니까?”
“네. 제가 김기중입니다.”
“저희 형, 아니 노민준 이사님께서 지금 오고 계시는 중입니다. 공장에서 출발해서 오는 도중에 사고 구간이 있어서 조금 늦어진다고 저보고 사과 말씀을 전해드리고, 우선 차에 대해서 설명드리라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기중은 약간 들뜬 마음으로 차를 보고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왔지만, 막상 매장에 도착해서 겉모습을 확인하고, 또 노민준 이사까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조금은 후회스런 마음이었다.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자신을 노민석이라고 소개한 매장 안내직원은 이름도 비슷하고 조금 전에 노민준을 형이라 불렀기에 둘이 형제이거나 사촌쯤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일단 안내 설명을 듣기로 했다.
노민석은 다소 딱딱한 표정으로 설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영업사원으로는 도저히 보기 힘든 모습에 기중은 그냥 예의상 듣고만 있었다.
다른 매장에서 들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게 모델들을 설명하고 자신의 회사 차량에 대한 장점들을 설명하는 모습에 대해서 기중은 그다지 다른 느낌이 없었기에, 조금씩 차량 구입을 하겠다는 생각이 줄어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것들은 그냥 일반적인 내용들이죠.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아니에요. 잘 들었습니다.”
“흠. 이렇게 설명 드리는 건 솔직히 저한테는 무리네요. 제 방식대로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
“어떤 방식이요?”
기중은 노민석의 눈빛이 조금 변한 것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 일반적인 영업사원들처럼 설명할 때와는 다르게 생동감이 느껴지는 표정과 말투였다.
“노민준 이사님이 오시려면 조금 시간이 남았으니, 직접 체험 하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물론 좋죠.”
기중도 노민석이 자신의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모습에 흥미가 생겼다. 어떤 방식일지 궁금했고, 또한 다른 매장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무언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자. 일단 나가시죠.”
기중은 노민석을 따라서 매장 밖에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노민석은 S사의 스포츠카 한 대로 기중을 안내했고, 보조석에 타도록 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직접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기중에게 말을 하고 노민석은 천천히 출발을 하고 있었다. 기중은 대부분 자신의 차를 이용했기에 보통은 차의 엔진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였다. 당연하게도 거의 완벽하게 소음을 차단하고 있기에 차 안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었다.
얼마 전 렌트카로 F사의 스포츠카를 탔을 때 느꼈던 강력한 엔진음이 기억났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지금 타고 있는 차량에서는 그런 느낌까지 받기는 힘들었다.
아직까지는 시내를 움직이고 있었기에 스피드를 내기는 힘들었고, 곧 외각도로로 접어들었다.
“이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겠습니다.”
노민석은 자신만만한 얼굴이었고, 당당한 말투로 기중에게 말했다. 기중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보통 스포츠 모드라고 하면 스피드를 즐길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차량이 많지 않았기에 곧장 속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스포츠카답게 가속도가 몸에 느껴지고 있었고, 조금 전까지와 다른 박력 있는 엔진 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소리가 커지고 있었지만, 왠지 단순히 시끄러운 소리가 아닌 묘하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떠세요?”
“음. 잘 나가네요. 그리고 엔진 음이 듣기 좋네요.”
“하하. 김 사장님께서 역시 뭔가 아시는 분이네요.”
노민석은 운전하는 것이 즐거운지 매장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가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면서, 차의 성능 뿐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까지 꽤나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게 바로 이 엔진 음이죠.”
“그렇군요.”
기중도 그 말에 동의했다. F사의 스포츠카를 단 일주일 동안 운전을 했지만, 가속하면서 느껴지는 엔진 음은 S사의 차량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럼 이번에는 직접 느껴보세요.”
노민석은 그렇게 말을 하고나서 차를 세웠고, 기중을 운전석에 앉도록 했다.
“이제 한 번 달려보시죠.”
기중은 그 말을 듣고 기대를 했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노민석으로 인해서 기대감이 더 올랐다고 할 수 있었다.
엑셀을 밝기 시작하자 부드럽게 차가 출발했고, 곧 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중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생각 보다 힘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기중이 타봤던 F사의 차량과 비교하기에는 역시 부족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옆에서 미소를 보이는 노민석에게 솔직하게 말하기에는 꺼려졌다.
“잘 나가네요.”
“김 사장님도 느끼셨겠지만, 저희 차량이 성능적인 부분은 조금 떨어집니다.”
“하하.”
노민석의 솔직한 말로 인해서 기중은 속으로는 긍정을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기는 미안한 감이 들어 그냥 웃음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