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79
00079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일요일 아침이 되어 기중은 외출 준비를 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잠을 잤기에 피곤함은 없었다. 요즘은 육체적으로 피곤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정신적인 피곤함은 꽤나 많았었다.
크리스마스가 였던 며칠 전에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고, 놀이공원에 직접 데리고 가기도 했기에 하루 종일 아이들을 따라다니느라 힘들었다. 아이들이 워낙에 철이 일찍 들어 있는 녀석들이라 기중을 귀찮게 하거나 곤혹스럽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꽤나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은 그 스트레스를 해소해 보고자 나서는 길이었다. 어제 스포츠카 동호회의 김기호에게 연락을 받았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이 있고, 다시 한 번 초대한다는 말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S 자동차의 노민준 이사와 자주 연락하는 김기호였기에 기중이 S사 스포츠카를 구입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레이싱 파크의 코스를 돌아보라는 제의였다. 그 이후에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도 있다고 전해왔다.
기중은 스포츠카를 그간 출퇴근과 병원을 갈 때만 이용해 왔었다. 그래서 시원하게 달려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지난번에 왔을 때 구경만 했던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도 있기에 흔쾌히 응해서 레이싱 파크에 왔다.
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기중은 VIP 관람석으로 들어왔다. 모두들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그 때 한 인물이 앞으로 나섰다. 김기호에게 항상 경쟁심을 가지고 있던 그 남자였다.
“다들 오늘 송년회가 있다는 거 알죠? 오늘 레이싱에서 최하위가 한 턱 쏘는 걸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말을 하는 남자는 김기호와 그 옆에 있던 기중을 바라보았다. 오늘 기중도 레이싱에 참여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기중이 스포츠카라고 불리기도 민망하게 생각하고 있는 S사의 자동차를 타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분히 의도적인 도발에 가까웠다.
김기호는 기중을 한 번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고 그 남자에게 말했다.
“꼭 그럴 필요가 있나? 하던 대로 하자.”
이미 남자는 회원들에게 언질을 했던 터라, 회원들이 남자를 거들었다.
“올해 마지막이니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김기호는 기중을 돌아보고는 말했다.
“기중 씨는 어떠세요. 솔직히 오늘 최하위가 될 것 같은데…”
김기호는 회원과 꽤나 오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자주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들 틈에 끼어 있기에 크게 거부감은 없었지만, 기중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기에 일단 제지를 했던 상황이었다.
“뭐. 괜찮아요. 지면 할 수 없는 거고, 재밌겠네요.”
기중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어차피 회원들이 아무리 호화찬란하게 놀 생각을 가진다고 해도 기중에게는 부담이 될 문제는 전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내기가 걸린 레이싱이 시작되었다. 김기호는 당연하게도 오늘도 1위를 기록했고, 항상 경쟁심에 불타는 남자는 2위를 기록했다. 자신의 순위가 밀리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분개하면서 자신의 차를 발로 차버리는 행동도 볼 수가 있었다.
최종 결과에서 기중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신의 바로 위 등수와도 꽤나 차이가 벌어졌다. 차의 성능도 다른 회원들과 격차가 있기도 했고, 운전 실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중은 나름대로 충분히 스피드를 즐겼다고 생각했다. 평소 도심에서는 해 보지 못했던 속도를 내기도 했고, 코너에서는 몸이 옆으로 심하게 쏠리는 느낌도 받았다. 그랬기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레이스를 마쳤다.
차에서 내릴 때는 온 몸이 흥분으로 잘게 떨려왔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최고였다. 물론 기록을 확인할 때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기중 씨 오늘 어땠어요?”
김기호는 기중에게 와서 말을 건넸다.
“재밌네요. 짜릿하기도 했고요.”
“그렇죠? 그래서 이걸 끊을 수는 없죠. 하하.”
회원들 대부분 사회생활로 많이도 바쁜 편이었다.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대부분 술과 여자를 찾거나 문란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레이싱만은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왔다. 물론 사회생활의 연장인 사교이기도 했지만, 그 만큼 스피드가 주는 매력에 빠져있기도 했다.
“그럼, 좀 쉬었다가 송년회 장소로 가죠.”
송년회 장소로 이동한 기중은 그 입구에서 주차요원에게 차를 맡기고 들어섰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외부에서부터 보이는 고급 주점이었다. 기중은 김기호와 입구에서 만나 같이 내부의 룸으로 들어갔다. 꽤나 큰 룸에는 회원들이 앉아 있었다.
“어서 와요. 오늘의 주인공이 오셨군요.”
레이싱 내기를 처음 제안했던, 그 남자가 기중에게 다가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랬기에 회원들 모두 시선이 집중되었다. 기중은 예의상 살짝 고개를 숙였고, 자리에 앉으려했다.
“어때요? 오늘 거하게 한 번 마셔도 될까요?”
남자는 기중과 김기호를 번갈아 바라보며, 음흉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이곳 주점은 서울에서도 꽤나 유명한 곳이었고, 자신과 같은 부유층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당연히 술은 최고급이었고, 그 만큼 가격이 비싸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네. 마음껏 드세요. 오늘 계산은 제가 할게요.”
기중은 그 남자를 보며,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부담되지 않기에 당연하게도 그 말을 받았다.
“오호, 그래요? 그럼 정말 화끈하게 달려볼까요? 이봐 웨이터.”
남자는 기중의 대답을 듣자마자 웨이터를 호출했다. 입구에 정자세로 서 있던 웨이터가 조금은 굽신 거리는 동작으로 다가왔다.
“네. 사장님. 주문하시겠습니까?”
웨이터는 메뉴판을 펼쳐 남자가 보기 좋게 들고서 대답을 하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아. 메뉴판은 필요 없고, 여기서 제일 비싼 술이 뭐냐?”
남자는 웨이터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반말로 물어왔다.
“네. 사장님. 헤네쉬 리차드, 레미마르땡 루이 13세, 카뮤 리차드가 있습니다.”
웨이터가 나열하는 최고급 위스키 이름을 들은 남자는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웨이터가 말한 술들은 전 세계에서도 유명한 위스키들로 그 가격이 한 병에 천만 원 정도였다. 자신도 가끔 중요한 손님과 왔을 때 접대를 위해서 주문하기도 했던 술들이었다.
“그럼 그걸로 해볼까? 대충 사람 수가 있으니 10병 가져와라. 안주는 최고급으로 준비하고.”
“네. 감사합니다. 바로 올리겠습니다.”
웨이터는 손님이 최고급 주문을 했기에, 더욱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돈을 많이 지불하는 고객에게는 더욱 친절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웨이터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잠시 뒤에 웨이터 여러 명이 룸으로 들어왔다. 다들 손에 술과 안주를 들고서 깊이 허리를 숙이며 들어왔다. 그리고 테이블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기중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김기호는 그 모습을 보고는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러세요. 기호 씨?”
“흠. 아무래도 저 녀석이 오늘 뭔가를 꾸미는 것 같더니 길들이기라도 하려고 하나 보네요.”
“네?”
김기호는 기중에게 짧게 설명했다. 가끔씩 들어오는 신입 회원들의 환영식을 한다는 명분으로 이렇게 고급 주점에 데리고 와서, 계산을 하도록 유도해 놓고는 이런 식으로 최고급 양주를 주문해서 골탕을 먹이는 것이었다.
물론 신입회원들도 대부분 부유층의 자식이기 때문에 그 비용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경우는 없겠지만, 다소 부담이 되는 금액이기도 했다. 어떤 때는 너무나 심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 그럴 때는 신입 회원에게 망신을 주고는 자신이 대신 비용을 지불하면서, 자신을 입지를 올리기도 했었다고 했다.
“그래요?”
술이 들어오자 바로 건배를 외쳐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신과는 잘 맞지 않는 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분위기 보다는 삽겹살에 소주가 자신에게는 훨씬 편안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왕 왔는데, 최고급 양주 한 번 마셔볼까요?”
기중은 김기호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고, 자신의 잔을 채웠다. 마침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일의 주범인 남자가 일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신입회원 분께 감사인사를 전할까요? 오늘 잘 마실게요. 자. 모두 건배!”
다른 회원들도 그를 따라 건배를 외치기도 하고, 기중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눈에 봐도 장난스러운 말들 뿐 이었다.
기중도 자신의 잔을 비웠다. 양주라는 것을 거의 마셔본 적이 없던 기중은 그다지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옆에서 술을 마시는 회원들은 다른 것 같았다.
“캬! 역시 비싼 값을 하는구나. 이 향기와 목 넘김. 짜릿하군.”
“넌 인마, 싸구려 술을 마셔도 그런 소리잖아. 아직 넌 입이 고급이 아니지. 암.”
“나도 술 좀 마실 줄 안다고, 지난번에는 한 병에 2천만 원짜리 큰 거 하나 비웠지.”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기중은 분위기가 역시나 자신과는 맞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레이싱 파크에서 느꼈던 그 흥분과 즐거움을 여기서는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무르익자 회원들은 웨이터를 불러 아가씨들을 호출했다. 당연하게도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가슴부위가 깊게 파인 옷을 입은 늘씬한 여성들이 등장했다. 다들 얼마나 화장을 열심히 했는지 전부다 미인으로 보였고, 화장품 냄새도 진동을 했다.
기중의 옆에도 아가씨가 앉았지만, 기중은 별 말 없이 혼자 잔을 비울 뿐이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자 회원들은 아가씨와 보기 민망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했고, 좀 진한 성적인 농담까지 들려왔다.
기중은 어느 정도 예의를 차릴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확인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중 씨?”
“기호 씨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재미있게 보내요.”
기중은 룸을 나왔고, 기중의 옆에 앉아 있던 아가씨와 김기호가 같이 따라 나왔다.
“아. 팁을 드려야 하는데, 제가 남들처럼 놀지를 못해서 많이 심심하셨죠?”
기중은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 아가씨에게 주었다. 수표를 보자 얼굴이 환해지는 아가씨는 고맙다고 짧게 말하고는 덥석 받아들고 다시 룸으로 들어갔다. 기중은 계산하는 곳으로 왔다.
“지금까지 얼마나 나왔죠?”
계산대의 직원은 기중에게 금액을 알려왔다. 기중은 잠시 생각하더니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일행이 더 주문하는 게 있으면 바로 준비해주세요.”
기중이 내민 수표의 금액을 확인하고는 계산대의 직원은 잠시 눈이 커졌다. 수표 금액이 자신의 예상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런 큰 금액을 서슴없이 내미는 기중이 대단해 보였기도 했다.
“남는 금액이 있으면, 저 분한테 주세요.”
기중은 말하며, 김기호를 가리켰다. 김기호도 기중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바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잠시 김기호와 이야기를 나눈 기중은 혼자서 밖으로 향했다.
“잠깐.”
소리가 들려오자 기중은 뒤로 돌았다. 그 문제의 남자가 묘한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저 먼저 가볼게요.”
“하하. 오늘 주인공께서 벌써 가시면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아직 시작인데요.”
남자의 말에 기중과 기호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물주가 빠지면 어떻게 하냐는 소리였다.
“걱정마라. 김 사장님께서 넉넉하게 이미 지불하셨다.”
남자는 그 말을 듣고 계산대를 바라봤다. 이미 손님들이 말하는 내용을 듣고 있기도 했고, 워낙에 눈치가 빠른 계산대의 직원답게 기중에 내 놓은 거액의 수표를 펼쳐보였다.
“음.”
남자도 그 정도까지 지불할 줄은 예상 못했기도 하고, 김기호와 같이 온 기중에게 망신 주면서 김기호에게 작은 복수를 해보고자 했던 자신의 계획이 무산되는 것을 느꼈다.
“그럼.”
남자는 짧게 말하고는 바로 돌아서서 룸으로 향했다. 물론 얼굴이 보기 좋게 구겨진 상태였다.
기중은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상당한 금액을 쓴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돌아서서 가는 저 남자와 다른 회원들의 의도와 하는 행동들이 썩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김기호와 인사를 마치고 입구 주점을 막 나왔다. 그 때 주점으로 다가오는 한 인물이 기중을 불렀다.
“어? 김 사장님 왜 밖에 나와 계세요?”
“노 이사님.”
“어째 표정이.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에요.”
기중은 그다지 지금 기분에서는 자세히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말투와 표정으로 인해서 노민준에게도 전해진 것 같았다.
“별로죠? 저도 어쩔 수 없이 오기는 했는데. 회원들과 마시는 자리는 영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어디 가서 소주라도 한 잔 할까요?”
기중은 지금 기분으로 집에 가는 것 보다는 삽겹살에 소주가 당기기는 했다. 그래서 둘은 자리를 옮겼다. 근처에는 대부분이 고급 주점들이 있는 곳이라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작은 가게로 들어왔다.
“역시 저는 이런 곳이 편하네요.”
“그래요?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기중과 노민준은 꽤나 술자리 취향이 비슷했다. 고급 양주와 아가씨들을 끼고 마시는 주점보다는 이렇게 편하게 삽겹살 구우며, 소주를 한 잔 하는 것이 진짜 술 마시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참이나 별 말 없이 술잔을 주고받는 둘은 얼큰하게 취했다. 그래서 그런지 기중은 주점에서 느꼈던 기분들을 술의 힘을 빌어 말했고, 노민준도 마찬가지였던지라 둘은 말이 잘 통하고 있었다.
“아. 말도 마세요. 그 놈들은 뭐가 그리도 잘났는지. 이 소주는 서민들이나 즐긴다고 거들떠도 안 봐요. 지들이 잘난 것도 아니고, 부모 잘 만나서 그런 놈들이.”
노민준은 그들과 어쩔 수 없이 엮여 있기는 했지만, 진심으로 대할만한 부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회사를 위해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는 사람들이었고,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이나 회원들의 험담을 하더니 노민준은 이제는 대기업 자동차 회사들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신도 그들처럼 많은 투자금만 있었다면, 정말 한국에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담을 했다.
“그래요?”
기중은 술에 취해 있었지만, 조금은 관심이 생기는 분야였다. 자신도 얼마 전 S사의 스포츠카를 구입했고, 오늘 레이싱을 해봤지만, 역시나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노민준의 취중에 하는 말이었지만, 그 고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