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8
00008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요즘은 워낙 사기전화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이런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천만 원 이상의 금액이 계좌 이체 될 경우 지연이체가 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천만 원을 타인의 계좌에 입금하면 1시간 뒤에 실제 계좌 이체가 진행되었다.
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개인적으로 이체해 본적이 없던 기중으로서는 당연히 이체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자전거다팔아’에서 확인 전화만 오면 결제는 끝이라 생각했다.
보통의 고객이라면 1시간 뒤에 자동으로 이체가 진행되지만, 금권시대인 지금 돈 많은 고객은 특급 대우를 받는다. 당연하게도 VVIP 인 기중에게는 특급 대우의 관리가 이루어진다.
메트로 은행에서는 기중이 계좌이체를 한 순간 알 수 있었다. 어디로 얼마가 입금됐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천만 원 이상이 계좌이체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바로 윤 부장에게 전해졌고, 윤 부장은 바로 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 윤 부장님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김기중 고객님.
– 오늘은 무슨 일 이신가요? 변호사님과는 내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 아. 그일 때문에 전화 드린 것이 아니고요. 고객님의 통장에서 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이체 하셨기 때문에 확인 차 전화 드렸습니다.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난해부터 천만 원 모든 금융거래에 기본적으로 지연입금이 되고 있습니다. 금융사기를 예방하려는 차원이죠.
– 그러면 제가 이체한 금액이 아직 넘어가지 않았다는 건가요?
– 맞습니다. 1시간 뒤에 입금됩니다. 혹시나 금융사기 관련인지 확인하려고 전화 드린 겁니다.
– 제가 물건 좀 구입하려고 이체했어요.
– 그러시군요. 그럼 바로 이체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빠른 이체를 원하시면 저희 쪽으로 이체 후에 연락주시면 바로 처리 가능합니다. 고객님 본인의 확인을 거치면 바로 이체 가능하거든요.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금융거래가 거의 없던 기중으로서는 다소 어안이 벙벙한 일이었다. 이런 일은 평생 처음 겪는 거라 알 수 도 없었고, 이제야 금융시스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아온 거냐? 월급도 은행으로 받고, 계좌이체도 해봤고, 신용카드도 사용해 봤었는데, 금액이 늘어나면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변해버리는 구나. 이게 바로 서민과 부호가 바라보는 세상의 차이인 건가?’
지난번에 한우 구이부터 시작해서 자동차를 구입할 때까지 매번 신용카드 등급의 차별성을 느꼈다. 돈 많은 사람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특별대우, 그리고 그 돈으로 인해서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는 듯 했다. 또 한 번 돈의 위력에 대해서 느끼는 기중이다.
– 여보세요.
– 고객님, ‘자전거다팔아’입니다. 입금 확인되었습니다. 저희가 30분정도 최종점검을 하고, 댁으로 배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직원이 직접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주소지를 보니 늦어도 1시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시간 괜찮으신지요?
아직 오후 2시밖에 되지 않았다. 기중은 어차피 특별한 일이 오늘은 없었기 때문에 바로 받아 볼 수 있었다.
– 도착하시면 연락주세요.
50분 뒤에 전화가 왔다. 원룸 바로 아래 도착한 트럭에는 좀 전에 쇼핑몰에서 봤던 자전거가 보였다. 직원들은 충격 방지를 위한 포장재를 제거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기위한 각종 장비까지 풀세트로 구비된 물품을 받고 시험 주행을 통해서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물품 인수서에 사인을 마쳤다.
직원들의 친절한 대응과 새 제품을 구입해서 들뜬 마음에 주머니 속을 뒤져 오만 원 두 장을 직원에게 건넸다.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에 감사드립니다. 이건 얼마 안 되지만 식사라도 하세요.”
고가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허름한 원룸에 사는 게 좀 이상해 보였지만, 어차피 제대로 돈을 주고 구매한 고객이었다.
직원들은 친절을 모토로 삼고 있는 사장에게 항상 주입식 교육을 받은 대로 행동했다. 그래도 고객이 이렇게 수고했다며, 돈을 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경우였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할 수 있는 돈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고가의 제품도 팔고 기분도 좋게 마무리가 되어 직원들도 표정이 환해졌다.
“그럼, 고객님 문제가 생기시면 저희에게 바로 연락주세요. 저희가 출장 A/S 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전거 구입이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기중은 새로 구입한 자전거를 한번 타보며 기분을 내기로 했다.
풀세트 장비는 간단한 정비 도구, 안전보후구와 장갑, 자전거 탈 때 입는 스포츠 웨어까지 있었다. 스포츠 웨어는 다소 민망하게 쫙 달라붙는 옷이므로 일단 패스했고, 보호구와 장갑을 끼고 라이딩을 즐겨보기로 했다.
고가의 자전거답게 겨우 5kg의 무게를 가진 자전거는 거침없이 평지를 달렸다. 그러기를 약 10분후 일주일동안 집에서 뒹굴 거렸던 신체는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다.
‘오랜만에 제대로 달리니 힘드네. 운동은 일정하게 해야겠다.’
집으로 돌아온 기중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도 좋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한참을 이런 저런 운동 강좌를 찾아보던 기중은 모든 게 시들해졌다. 막상 운동을 하려고 보니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워낙 관심이 없었고, 시간도 없어서 생각조차 못해봤던 터라 지루하기 만할 뿐이었다.
‘일단 이사를 하고 모든 것 정해야겠네.
이사 핑계를 대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직은 오후시간인지라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할 일도 없었다. 시간 때우기가 힘들게 느껴졌다.
‘역시나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니깐. 일을 해야 휴식의 달콤함을 더 느낄 수도 있고. 암 그렇지.’
방금 4천만 원이란 거금을 소비했지만, 기중은 또 다른 무언가를 살지 고심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정된 돈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고르고 골라 겨우 구매한 후에 택배가 오기 전까지 느끼는 설렘은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기중은 그게 없어져 버렸다. 예전에는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몇 달에 걸쳐 돈을 조금씩 모아서 겨우 하나 구입했었고, 그때 마다 너무나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비할 재화는 넘쳐나고 오히려 사고 싶은 물건이 없었다. 돈을 모으는 과정 때문에 물건을 구입했을 때 그 설렘이 커질 텐데, 지금은 느끼기 힘들었다.
집을 구입하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희망일 것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이 결혼을 하려고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주거의 문제다. 결혼하고서도 원룸을 전전하는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어떻게든 전셋집이라도 구하려고 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특히나 전세가격이 워낙 높은 이 수도권에서는 더욱 어렵다. 오히려 집을 구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하고서도 주말부부로 지내는 경우로 많이 생겨나고 있었다.
결국은 돈이다. 모든 게 돈으로 귀결된다. 현대사회에의 행복에 돈이 100%를 차지하지는 않겠지만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행복할 기회가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세상이 바뀐 걸까? 1%의 부자나 권력을 위해서 99%의 일꾼이 만들어진 사회. 대부분의 서민들이 부자로 올라서기가 점점 어렵게 되고 있다.
전 세계 50억 인구 중에 그렇게 부자로 올라선 사람이 손에 꼽힐만하다. 결국 확률은 0%에 가깝게 된다.
기중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쇼핑몰들을 구경했다. 요즘 대부분의 쇼핑몰에서는 수도권에 한해서 당일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빠르면 아까 구입한 자전거와 같이 1시간 이내로 배송이 완료된다. 정말 돈이 있으면 편한 세상인 것이다.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이 눈에 띠지 않아, 기중은 일단 주변에 집 시세를 알아보기로 했다.
역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세를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대부분이 미끼 상품이라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좋아 보이는 집을 알아보기 위해서 전화를 걸어보면 대부분이 계약이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매물을 추천했다.
중고 자동차에서 흔히 사용되는 미끼 상품이 주택에 까지 적용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몇 군데 더 통화를 해보고는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것은 포기했다. 저녁까지는 아직 몇 시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직접 발로 뛰면서 알아보기로 했다.
서울의 부호 촌으로 알려진 D동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기중이 살고 있는 원룸과 걸어서 30분정도 거리였기에, 간단히 자전거로 이동하기로 했다.
D동 근처의 부동산업체를 미리 알아보고 갔기 때문에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자전거를 끌고 캐주얼 차림의 기중을 본 부동산 업체 사장은 당연하게도 원룸을 구하려는 샐러리맨 정도로 생각했다.
이 근처의 대부분의 거래는 D동에 있는 고가의 주택으로 이루어진다. 거래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부동산업체로써는 거금을 가지고 찾아오는 부호들을 대부분 상대했다.
이런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기중과 같이 허름한 차림으로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이 그러했다. 그래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서 오세요. 원룸 찾으시나 봐요? 원룸은 이쪽 동네에는 없습니다. 저쪽 옆에 A동에 가시면 꽤 많을 겁니다.”
부동산업체 사장은 다소 건방진 말투로 기중을 상대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기중의 외모와 상황을 보고서 미리 판단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부동산 사장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기중도 예전이라면 사람을 뭐로 보냐고 하면서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 돌아갔을 것이다. 자격지심을 가지고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비싼 동네다. 여기 있는 수백채의 고가 주택 중 일부만 팔아도 현재 기중이 살고 있는 원룸 동네를 전부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그렇군요. 제가 그쪽 A동을 잘 알거든요. 여기는 D동의 고급 주택을 대부분 거래하는 곳으로 알고 왔는데, 맞나요?”
기중은 오히려 편안하게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했다. 기중의 말로 인해서 부동산 업체의 사장이 당황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기중과 같은 겉모양으로 사람을 판단했을 때 잘못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가끔 철부지 재벌 2세, 3세들이 와서 기중과 같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들에게서는 일종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사람을 오랫동안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순식간에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라던가 장신구등을 살펴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 젊은 사내는 그런 게 없었다. 오히려 말하기 전에는 확실하게 원룸이나 구하려고 하는 사람으로 생각되었지만, 기중의 말투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느껴졌다.
“사장님, 어디 아프세요. 왜 말씀을 못하고 눈동자만 굴리시는지?”
“고객님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현기증이 나서 그렇습니다.”
부동산 사장은 기중의 말에 얼버무렸다. 이상하게 기중이 달라보였다. 무엇인가 여유가 있어 보이는 표정과 말투였다.
가진 자들이 오랫동안 남들 위에서 굴림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분위기와는 미묘하게 달라보였다. 그렇게 의심이 생긴 사장은 다른 시각으로 기중을 바라봤다.
그때 그가 가져온 자전거에 눈이 갔다. 부동산 업체 사장인 장영식은 부호촌에서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만큼 수입이 좋았다. 그에 비례하여 건강을 세심하게 챙기는 성격이 되었고, 자전거 관련 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다.
그 만큼 활동하다보니 자전거를 보는 안목 또한 높아졌다. 그리고 큰맘 먹고 천만 원짜리 카본으로 만들어진 로드바이크를 얼마 전에 구매했다. 구매한 당일 너무나 벅찬 가슴으로 하루 종일 자전거를 세심하게 닦으며, 시간을 보냈다.
구입하고서도 한동안은 아까운 마음에 직접 타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겨우 며칠 전에 동호회 모임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승식을 가졌고, 동호회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투자한 금액이 다소 컸지만, 그만큼 만족도는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 앞에 있는 젊은 사내의 자전거가 장 사장이 꿈에도 그리던 자전거 모델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꾸준히 돈을 모아서 꼭 사겠다고 생각했던 모델이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시선으로 기중을 보게 되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기중에게 고급스런 커피잔을 건네며 장 사장은 특유의 능글능글하면서 유쾌함이 섞여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가 부호촌이잖아요? 그리고 부동산에 찾아온다는 건 집을 사고 싶다. 이정도 일까요?”
기중도 많이 여유가 생겼다. 통장을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벌렁 하던 게 바로 지난주인데, 벌써부터 가진 자의 여유가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선 이 동네에서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2채의 매물이 나오기는 했는데, 워낙 고가라 아직 계약이 이루지진 않았습니다.”
“흠, 제가 구입 예산이 얼마 되지 않아요. 대략 100억 원 이내로 생각 중인데, 고가라고 하면 얼마나 되는 건가요?”
기중이 생각하기에는 부호촌은 수백억짜리 주택이 즐비하다고만 마냥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통장에는 거의 천억에 육박하는 금액이 들어와 있지만 주택에는 100억 원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앞으로의 계획에 사용할 생각이었다.
장 사장은 이 젊은 사내가 농담을 하는 건지, 정말 돈이 많은 젊은 재벌인지 헷갈렸다. 100억 원이면 부호촌에서도 중상급의 주택 구입이 가능 할 것이다. 물론 이번에 매물로 나온 주택은 50억 원과 120억 원 정도의 시세를 보이고 있었다.
장 사장은 의문을 뒤로하고 바로 영업모드로 돌아섰다.
“일단 거래가격 50억 원으로 나온 주택은 S모 연예인이 살던 곳입니다. 이번에 마약관련 사범으로 구속되고 각종 위약금 때문에 급하게 내놓은 물건입니다. 이번 주까지 계약에서 잔금까지 지급하는 조건으로 10% 정도 조율은 가능합니다.”
“다른 주택은 어떤가요?”
“또 다른 주택은 거래가격 120억 원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주택은 상당히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로 뒤에 산이 위치해 있고 이 동네에서 가장 전망이 좋습니다. 또한 부지가 굉장히 넓은 편이고 얼마 전에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한 곳이라 손볼 곳이 없는 곳입니다. 주택 주인이 이번에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간다고 아예 싹 뜯어 고치고 매물로 내놓은 주택입니다.”
일단 기중은 주택을 둘러보기로 했다. 집을 먼저 구하고 모든 일을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우선 첫 번째 주택을 구경했다. 마당이 다소 좁아 보이지만 특이한 구조의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만 봐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왠지 좁아 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마당이 넓은 집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대충 둘러보고 두 번째 집으로 이동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보였다. 집주인이 정말 잘 관리한 듯싶었다. 주택 건물도 크게 튀지 않는 디자인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심하게 공간을 조율하고, 디자인 및 실사용 목적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일단 기중의 눈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만족스러웠다.
“외부는 굉장히 마음에 드네요. 어서 내부를 보고 싶네요.”
이층으로 이루어진 저택은 마당이 넓은 만큼 그리 크지는 않았다. 정원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1층만 100평의 주택이었고 2층은 70평 정도의 규모였다.
주택 내부도 마음에 들었다. 당장 계약하고 들어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구경을 마치고 부동산 사무실로 돌아왔다.
“두 번째 주택 정말 마음에 드네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집이 현실로 들어온 것 같네요.”
“하하.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 주택 처음 건축할 때부터 주인양반이 아주 세심하게 설계에 관여했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예전에 살고 싶던 꿈의 집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럼, 계약은 내일 진행해도 될까요? 제 법적대리인과 같이 와서 하고 싶은데요.”
부동산 거래금액이 고가일 경우 당연하게도 변호사들이 계약서를 검토하고 주택의 법적인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한다. 주택 거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 사기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보통 많은 경험을 자진 사람과 동행하거나 법적인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변호사의 동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이 이 부호촌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네. 물론 당연히 그러셔야죠. 내일 언제든지 시간 되시면 오세요. 내일은 하루 종일 사무실을 지킬 예정입니다.”
부동산을 나온 기중은 다시 원룸으로 돌아왔다. 좀 전에 구경했던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예정대로라면 내일 계약을 하고 바로 이사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원룸에 있는 가구나 집기들은 그 집과 어울리지 않는다. 다 버리고 완전히 세트로 새로 구입할 예정이었다.
‘내일 변호사님 만나서 주택 계약에 대해서 부탁해야겠는데.’
아직까지 변호사와 고용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윤 부장이 소개해준 변호사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바로 계약할 생각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한 기중은 혹시나 변호사와 고용계약이 되지 않으면, 다른 변호사를 소개받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