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80
00080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뭐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어디 있겠어요. 물론 정말 중요한 기술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죠.”
기중의 질문에 노민준은 조금 전까지 자금만 있으면 될 것처럼 하던 말에서 한 발 슬쩍 뺐다.
“하하. 그래도 자금이 넉넉하면 그 시간도 단축되니까요.”
“투자금이라면 얼마나 필요한 건가요?”
“음. 때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서 수제 스포츠카의 신차 개발을 위해서는 200억 원 정도 들어가죠.”
S사에서는 자동차의 심장이라 하는 엔진을 자체 개발하지는 못한다. 물론 유명업체의 엔진을 구입해서 튜닝을 하는 기술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신차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완성차 업체와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다만 최고급 스포츠카, 최근에는 슈퍼카라고 부르는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그 수배의 개발비가 필요하기도 했다.
“이번에 구입한 제 차도 슈퍼카들처럼 달리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그럼요. 당연하죠. 근데 그렇게 만들면 차량 비용이 너무 비싸져서 저희는 경쟁력이 떨어져요. 만들고 싶어도 판로가 없으니 만들기가 힘들죠.”
“흠.”
기중은 생각에 잠겼다. 술에 취해서 이성보다는 즉흥적인 기분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 번 투자해 볼까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나중에 연락한번 드릴게요. 투자건으로요.”
“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노민준도 투자금 유치에 꽤나 열성적이었지만, 쉽지만은 않은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중이 말하는 것도 술자리에서 흔히 하는 농담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필요한 투자금의 규모가 꽤나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기중의 실제 재산의 규모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둘은 주거니 받거니 소주를 꽤나 많이 비웠다. 그리고 아직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2차를 위해서 가게를 나섰다.
“2차는 제가 사죠. 포장마차 어때요? 꼼장어에 어묵국물이면 소주가 술술 넘어가죠. 하하.”
노민준의 말에 기중은 주점에서 있었던 일은 벌써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묵국물 생각이 간절해졌다.
“빨리 가죠.”
둘은 서로 비틀거리는 발걸음 이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서 포장마차가 보이는 골목으로 사이좋게 걸어갔다.
기중은 다음날 아침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찍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의 새벽까지 술을 마셨기에 자고 일어난 지금도 입에서는 술 냄새가 풀풀 나고 있었다.
‘아. 어제는 간만에 너무 심하게 달렸네. 그래도 기분 좋게 마셨지.’
기중은 어제 노민준과 꽤나 술을 많이 마셨기도 하고, 말이 잘 통했기에 술자리가 길어졌다. 포장마차에서 2차를 하고는 또다시 맥주로 3차까지 술자리는 이어졌었다.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어째 속이 괜찮네. 기분 좋게 마셔서 그런가.’
기중은 평소에 술자리 이후 아침에 속이 불편하다거나, 머리가 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냥 평소와 마찬가지의 아침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운동을 해서 체력이 좋아져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한 기중은 오후에 병원으로 향했다. 원장이 아직까지 약물치료 때문에 병원에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솔미를 보고자 했던 마음이 있었기에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병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막 병실에 들어온 기중은 원장과 솔미가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원장님 저 왔습니다.”
기중은 말을 하고는 솔미를 보았다. 솔미도 기중이 왔기에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런데 기중은 그 미소를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 보육원 아이들이 왔을 때 들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 아저씨, 솔미 언니를 자꾸 그런 눈으로 볼 거예요? 연희 언니도 그렇고 솔미 언니도 그렇고 절대 아저씨한테는 안 보낼 거예요. 우리 언니가 너무 아까 워요.
기중과 솔미가 놀이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모습을 보고는 보육원 아이들 중 여중생 보미가 조금은 기중을 놀리는 표정과 말투로 했던 말이었다. 그 때 기중은 솔미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던 모습을 훔쳐보고 있던 터라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심정을 체험했었다.
“뭐 하냐 이놈아. 솔미 얼굴 닳겠다.”
“아. 그게… 옛 추억이 떠올라서요.”
“허허. 설마 연희 생각이 나는 거냐?”
“아니에요. 예전에 할머니께서 사과 깎아 주시던 모습이 생각나서.”
기중은 핑계를 대며, 우물쭈물 거리며 말했다. 당연히 원장은 콧방귀를 끼며 말을 받았다.
“에끼 이놈아. 솔미를 보면서 할머니 생각난다는 거짓말을 믿을 것 같으냐? 솔직하게 말해봐라.”
“원장님, 그만 하세요. 기중 씨도 이리 앉아서 과일 좀 드세요.”
“네.”
기중은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솔미의 나긋나긋한 말에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요즘 들어서 솔미의 미소가 자꾸만 떠오르기도 하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병원에서 나온 기중은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요즘은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체감을 할 수 있었기에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헬스 트레이너는 더욱 열심히 기중의 건강을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었다.
“트레이너님, 오늘은 좀 더 강도를 높여볼까요? 어째 땀도 안 나네요.”
“그러게요. 제가 계속 지켜봤는데, 너무 쉽게 하시네요. 생각보다 근력이 많이 붙었나봐요. 하지만, 갑자기 강도를 올리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어요.”
트레이너의 말에 따라서 운동을 해야 했기에, 기중은 조금 싱거운 감이 들었다. 옆에는 근육을 자랑하듯이 탄탄한 복근과 우람함 팔뚝 근육을 보여주며 운동하고 있는 사내들에 비해서 자신은 아직도 멀었기에 조금 조급하다는 생각이었다.
운동을 마친 기중은 헬스클럽을 나왔다.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막 입구를 나온 기중은 옆에 서 있는 늘씬한 여성에 눈길이 갔다. 역시나 남자인 기중도 본능적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나희로 보였다. 차에서 내린 기중은 나희에게 다가갔다.
“나희 씨.”
“어머, 기중 씨.”
“혹시 절 기다리신 거예요? 그리고 부모님은 좀 어떠세요?”
기중은 나희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혹시라도 상태가 안 좋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다.
“상태가 좋지 못하세요.”
“그렇군요.”
기중은 나희를 위로할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희에게 어떤 말도 제대로 위로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잠시 따뜻한 차라도 마시러 가죠.”
추운 날씨에 밖에 서 있는 나희가 안쓰러워 기중은 그렇게 말했다. 나희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근처의 커피숍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던 기중에게 나희가 말을 시작했다.
“기중 씨. 정말 죄송한데요. 아직까지 보상 지급이 미뤄지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께서 분명 피해를 당하신 건데, 지금 의식이 없으시니까 가해자 측에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저런.”
기중은 잘 알지는 못했지만, 수술을 한지 며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2차로 수술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 만큼 나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혹시, 수술비가 필요하시다면 제가 다시 도움을 드리고 싶네요.”
기중은 나희가 꺼내기 힘든 말을 하러 왔다는 생각을 했고, 먼저 나희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나희는 기중을 말을 듣고 눈에 눈물이 맺혔다. 기중은 그 모습을 보며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 뿐 이었다.
“흠. 병원이 어디에요? 제가 아예 병원에 찾아가서 수술비와 앞으로 치료비나 이런 저런 비용 전부 지불 할게요. 나희 씨는 걱정 마세요.”
“네?”
나희는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직접 병원으로 가시겠다고요?”
“네. 그 편이 나희 씨도 부모님 곁에서 간병하기에 마음이 편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수술비만 주셔도 되는데요.”
“수술비 뿐 아니라, 앞으로의 비용도 꽤나 나올 것 같은데요. 저도 제가 잘 아는 동생 부모님께서 큰 수술을 하셨는데, 그 때도 그렇더라고요.”
나희는 기중을 말을 듣고 조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기중은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말을 한 것이 아닌지 후회되었다.
누구나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더구나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서는 더욱 그럴 수도 있었다. 기중은 자신이 너무 나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담스러우시면 수술비만 드릴게요.”
“그래 주실래요?”
나희는 말없이 있다가 기중이 말을 바꾸자 조금 표정이 풀렸다. 뭔가 심하게 걱정하는 표정에서 안도하는 표정이 보였다. 기중은 나희가 자존심이 꽤나 있는 사람이라고만 판단하고 있었다. 처음에도 기중이 병원까지 따라 오지 않았다면 수술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에도 통장으로 이체할게요.”
“죄송한데, 현금으로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사정이 생겨서 통장에서 인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어요.”
말을 하면서 나희는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부모님 걱정만 해도 너무나 큰 걱정거리 인데, 돈에 관련된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고 기중은 판단하고 있었다. 현금으로 필요한 상황이겠거니 하고 기중은 이해했다.
나희가 말한 비용은 1억 원이었다. 그래서 기중은 현금 인출기를 찾기 보다는 내일 은행에서 현금을 찾기로 했고, 내일 오전에 연락을 주기로 하고 나희와 헤어졌다.
기중은 차에 앉아서 나희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째 마음고생이 심해서 그런지 얼굴이 예전보다는 많이 어두워진 느낌이었다. 표정 뿐 아니라 얼굴피부도 그래보였다. 마치 땡볕에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나희 씨가 힘들긴 한가보네.’
기중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나희가 말한 그대로를 다 믿고 있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다음날 회사로 출근한 기중은 석철에게 현금 1억 원을 은행에서 찾아오도록 지시했다.
“근데, 어디에 쓰시려고 현금으로요? 요즘 1억 원이나 현금을 쓸데가 어디 있어요?”
“그냥 다녀와라.”
“사장님 1시간 뒤에 게임 회사 투자건과 관련해서 투자 전문가가 오기로 되어 있어요. 기억하시죠?”
“그래? 그게 오늘이었냐?”
“형님은 매번 이런 식이에요. 제가 없으면 일처리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너 없으면 어떻게 회사를 다니겠냐?”
석철은 여전히 바뀌지 않는 기중의 일처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기중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의미로 이해를 했기에 뿌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기중은 귀찮은 걸 석철에게 맡기는 변명으로 한 말이었다.
“형님. 은행 빨리 다녀올게요. 회의 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그래.”
기중은 나희에게 바로 연락을 취했다.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생각해보자면 수술이라는 것이 사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기 때문에 나희에게 수술비를 빨리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 나희 씨. 30분쯤 후에 수술비가 준비될 겁니다. 제가 갈까요?
– 아니에요. 당연히 제가 가야죠. 회사로 가면 될까요?
기중은 30분후에 온다는 나희의 말을 듣고 전화통화를 끝냈다. 자신의 돈이 조금이나마 나희를 다시 웃을 수 있게 하고 그녀의 부모님의 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석철은 20분 만에 현금을 가방에 담아 기중에게 가져왔고, 정확히 나희와 통화를 끝내고 30분 뒤에 나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 기중 씨 저 회사 로비에요.
– 네. 바로 내려갈게요.
기중은 가방을 들고 황급히 승강기로 향했다. 석철은 그 모습을 보고 왠지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지 따라서 나오려했다.
“박 실장은 일해. 잠시 로비에 다녀올게.”
“네.”
석철은 기중의 말에도 불구하고, 뒤 늦게 로비로 내려왔다. 그리고 회사 입구 밖을 살폈고, 벤치에 앉아 있는 기중을 발견했다. 그 옆에 있는 여자도 볼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가방을 나희에게 전해 준 기중은 말했다.
“부모님께서는 꼭 완쾌 되실 거예요. 너무 걱정마세요.”
“고마워요. 기중 씨.”
나희는 가방을 품에 안고서 일어섰다. 그리고 기중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석철은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고, 기중이 한참이나 나희가 가버린 방향을 보는 것까지 살펴보고 있었다.
사장실로 올라온 기중에게 석철은 마치 취조를 하듯이 물어왔다.
“형님. 그 여자분 누구에요?”
“뭐냐? 일이나 하라니까 언제 봤냐?”
기중은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기에, 석철의 말에 대충 대답하려고 했다. 어째 석철이 두 눈을 부릅뜨고 바른대로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었다.
“그냥 아는 사람이다. 어려운 일이 있어서 도와주는 거야. 넌 신경 쓰지 마라.”
“1억 원이나 되는 돈을 그렇게 쉽게 줄 정도로 가까운 분이에요? 왜 전 몰랐죠?”
석철은 자신이 기중의 비서이기 때문에 기중과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중에게도 사생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렇게 회사까지 찾아오는 여성, 아니 사람에 대해서 자신이 몰랐다는 것에 대해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그냥 운동 같이하는 사람이다. 뭘 자꾸 캐 묻나? 회의 시작할 때 안됐냐?”
기중이 대화 주제를 넘겨보려는 시도인 것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석철은 일단 의문만 가지기로 했다. 기중의 말처럼 회의 시간이 거의 다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있던 석철은 기중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하고 회의 준비를 위해 황급히 움직였다.
“제가 게임회사에 제안한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중의 앞에 앉아 있는 투자 전문가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중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제안이었다. 한마디로 투자에 대해서 일반 상식도 없는 어린 아이가 하는 소리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함부로 말하기에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신중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김 사장님께서 게임 회사에 일반적인 투자 이외에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서 연봉 전액을 투자하신다고요? 그것도 3년이나요?”
“네. 맞습니다. 뭐가 잘못되었나요?”
기중의 물음에 투자 전문가는 또다시 난감하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은 분명 농담으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내용은 농담으로 치부하기에 딱 알맞은 것이었다.
“사장님. 그런 식으로 투자를 하시면, 투자금 회수에 대해서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건 거의 투자라고 보기도 어렵군요. 혹시 그 게임회사 인수하실 생각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