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81
00081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의 엉뚱한 투자 방식 때문인지 투자 전문가는 오히려 기중이 인수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인수를 한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단기간에는 가능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적자로 인해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글쎄요. 인수까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투자 전문가시니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제안하는 직원들 정시 퇴근 이라는 게 정말 이상한 건가요?”
투자 전문가는 기중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현대 사회,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정시퇴근이라는 것이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당연하게도 야근을 하며, 휴일에도 출근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게 이상하기 보다는 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왜 선진국들에서는 그게 가능할까요?”
“우리나라야 아직 그들을 따라가기에도 벅찹니다. 동일하게 일해서는 따라갈 수가 없지요.”
“그게 바로 경영자들의 한결같은 변명입니다. 직원들을 쥐어짜서 자신들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이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히나 심하지 않나요?”
투자 전문가는 기중보다도 훨씬 많이 알고 있고, 많이도 지켜봐 왔다. 투자라는 것이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자신도 그들을 대부분 상대해왔다. 그랬기에 그들의 입장에서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투자의 목적은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자선사업이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기중에게 말하는 투자 전문가는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자신과 같은 전문가를 불러놓고 이상한 이야기만 하고 있고, 이상적인 말에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부정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1조원입니다.”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투자금으로 준비해 놓은 금액입니다. 그 정도면 어떨까요?”
기중의 또 다시 이어지는 폭탄 발언에 투자 전문가는 물론이고, 석철도 멍한 표정이 되었다.
“사장님.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너무 흥분하신 것 같은데요.”
석철이 기중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몇 번 겪었던 일이긴 하지만, 오늘의 발언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1조원이라는 금액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금액이었다. 그 만큼의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어렵지만, 그 금액을 투자금으로 준비해 놓았다고 하니, 가슴이 철렁함을 느꼈다.
“박 실장, 난 지금 아주 정상적이고, 냉정한 상태야. 이건 이미 생각하고 있던 것이고. 어떻습니까?”
투자 전문가의 말을 듣고자, 기중은 다시 맞은편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1조원이라. 그 정도 금액이면,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왕국을 만들 수도 있겠군요. 저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네요.”
투자 전문가는 기중에 대한 판단을 마쳤다. 저런 식으로 장난처럼 투자를 생각하고 허풍을 치는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허황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최종 판단을 했다. 자신은 그러한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투자는 전문가의 영역이고,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만이 자신의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투자 전문가와의 회의를 마치고 기중은 사장실에 앉아 있었다. 물론 옆에 석철도 얼굴을 찡그리며 말없이 있었다.
“돌쇠야.”
“네.”
석철은 기중을 보지도 않고, 테이블만 쳐다보며 귀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안 된다고만 생각하지? 몇 년이 걸리든 바꿀 수 있잖아. 내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생각하고 있는 거냐?”
“그건 아니긴 하죠.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 문제죠.”
석철은 문득 1조원이라는 금액을 말하는 기중의 재산 규모가 궁금해졌다.
“형님. 그런데 1조원을 투자금을 준비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형님 재산은 도대체 얼마쯤 되나요?”
“글쎄다. 1조원보다는 많기는 하는데, 요즘 확인을 안해 봐서 잘 모르겠네.”
기중은 석철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기에 무턱대고 일을 진행하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것을 밝히고, 확실하게 서포트를 하게 만들 작정을 했다. 그래서 통장을 확인해서 대충 재산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잠깐 통장 좀 확인해 보고.”
기중은 스마트폰을 꺼내 메트로 은행 전용 어플을 실행했다. 몇 가지 보안 절차를 입력하고 통장 잔액을 확인했다. 금액의 자리수가 너무 많기에 얼마인지 확인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음. 3조원이 넘었구나. 생각보다 많은데.’
그동안 여기저기 돈을 써왔지만, 워낙에 들어오는 입금되는 금액이 컸기에 기중의 재산은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대충 날짜를 계산해서 얼마쯤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확인해보니 자신의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나 있어요?”
기중은 석철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계산보다는 금액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거래 내역을 확인했다.
‘어라. 입금되는 금액이 늘었네.’
몇 주 전부터 하루에 입금되는 금액이 천만달러에서 5천만달러로 늘어 있었다. 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석연치 않은 부분은 있었다.
“3조원 쯤 되네.”
“네? 진짜요?”
“그래.”
“와. 형님 정말 진짜 재벌이셨네요.”
“어째 아까와는 조금 다른 표정이다. 내 재산을 들으니 내가 달라 보이라도 하냐?”
석철은 잠시 생각을 했다. 기중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이라면, 지금까지 기중이 해왔던 기행들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조금은 이해가되었다. 그리고 기중이 투자로 인해서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것은 아니고요. 1조원을 지금 당장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까짓것 500억 원인데 그냥 형님 생각대로 하세요. 앞으로 전 형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돌쇠야. 아무리 내가 돈이 있다고 해도 망하는 것은 한순간이겠지. 지금처럼 나에게 태클을 걸어줘라. 너라도 있어야 내가 조금이라도 제어가 될 테니까. 알았냐?”
“하하. 역시 형님에게는 이 의리의 돌쇠가 있잖습니까. 맡겨주세요.”
기중과 석철은 서로 마주보며 크게 웃었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일단 기중의 여유상황을 확실히 알았기에 석철도 걱정하는 마음이 크게 줄었다. 그래서 서로 편안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박 실장. G게임에 연락해봐라. 우리 제안 어떻게 결론을 냈는지.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겠지.”
“네. 형님 바로 확인해볼게요.”
잠시 뒤에 다시 사장실로 들어온 석철은 G게임과의 연락 내용을 전했다.
“아직 내부 회의 중이라고 하네요. 곧 결론이 나올 것 같으니 며칠 내로 연락을 주겠다고 하는군요.”
“그래? 그게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내용인가. 자신들에게 너무나 유리할 텐데.”
기중은 자신의 제안이 일방적으로 G게임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어렵게 결론을 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형님 한 가지 여쭤볼게 있는데요.”
“뭔데. 그리 뜸을 들이냐. 말해봐라.”
“오늘 오전에 그 현금 가방을 전해 준 여성분이요. 무슨 일 때문에 돈을 주신 거예요?”
“그게 그렇게 듣고 싶냐?”
기중은 나희와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물론 나희 부모님의 사고와 수술을 말할 때는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보였다. 석철은 묵묵히 듣고 있었지만, 어째 현금으로 받아가는 나희에 대해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수술이 잘 됐으면 좋겠네요.”
석철은 기중에게 나희에 대해서 의심하는 말을 지금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몰래 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비서인 자신이 당연히 처리해야하는 일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사장실을 나서서 민간 조사원과 기중이 모르게 몰래 통화를 했다.
어느덧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되었다. KG 스포츠의 직원들은 내일부터 1주일간의 연말 휴가에 들어가게 되었다. 간단하게 종무식을 겸해서 직원들에게 고생에 대한 감사인사와 연말 보너스를 전달했고, 모두들 기쁨 마음으로 퇴근을 서둘렀다.
“형님. 올해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기중과 석철은 사장실에 단 둘이 앉아 있었다. 기중은 석철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신에게 엄청난 행운이랄 수 있는 일이 벌어졌고,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일을 겪었다. 평생에 겪었던 많은 일들보다 어쩌면 더 다양한 내용이랄 수 있었다.
“그러게 말이다.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
“그렇죠. 결혼도 했고, 이제 아이도 태어나게 되었으니까요.”
둘은 주거니 받거니 그 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석철도 가족에게 가보라고 하고, 기중은 홀로 사장실에 앉아 있었다. 그랬기에 조금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한해가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가족이 더욱 그리워졌다. 지금 집에 가도 아무도 없기에 마음이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결국 갈 곳도 없기에 집으로 향했다.
막 집에 들어온 기중은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주방으로 향했더니 도우미 아주머니 두 분이 분주히 움직이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사장님. 어서와.”
“아주머니들 오늘 쉬시는 날 아니에요?”
“호호. 그렇긴 하지 근데 김 사장이 이렇게 혼자 집에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 데리고 왔어. 오늘 우리끼리 파티라도 할까해서.”
“아주머니들…”
푸근한 미소를 지어주는 아주머니들을 바라보며 기중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환경이 바뀌고 나서 초기에 만난 사람들이고, 지금까지 정말 친동생처럼 대해주고 있었기에 말은 안 해도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오늘도 기중이 쓸쓸하게 혼자 지낼 것을 알고 일부러 찾아와주었기에 그 마음이 더욱 고마웠다.
“아저씨!”
우진과 미희도 2층에서 내려오며, 기중에게 달려왔다. 워낙에 기중이 아이들에게 선물공세를 해 주는 편이었기에 아이들도 친삼촌 대하듯이 잘 따르기도 했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었기에 기중도 아이들에게는 진실로 대하고 있었다.
“그래. 잘 왔다.”
기중은 우진과 미희를 번갈아 번쩍 들어 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뒤 늦게 나온 수진이 보였다.
“수진이도 왔구나. 너도 애들처럼 한 번 해줄까?”
기중은 반가운 마음에 농담으로 수진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도 이제 여고생이에요. 그런 말은 성희롱이라고요.”
“수진이는 여전하구나.”
몇 주 만에 만난 아이들은 여전했다. 우진과 미희는 이번에 새로 나온 장난감들에 대해서 팜플렛까지 보여주며, 정말 멋있고 예쁘다고 말하며 기중에게 은근슬쩍 사달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우진아. 미희야. 너희들 또 사장님 만나서 그러는 구나. 집에 가서 혼나볼까?”
“그러지 마세요. 아이들한테 선물 주는 게 저도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한참이나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있었지만, 기중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집에 오기 전까지 쓸쓸했던 마음은 이제 없었다. 집에 혼자 살고 있기는 하지만, 항상 자신을 생각해 주는 주위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저씨.”
수진이 다가오며, 기중을 불렀다.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하나 들려있었다.
“어. 수진아. 할 말 있니?”
“이거요. 그냥 저한테 필요 없는 거니까. 아저씨 가져요.”
“음? 이게 뭔데.”
“마음에 안 들면 버려도 돼요. 저한테는 필요 없으니까요.”
수진은 기중에게 말을 하더니,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얼굴을 보니 살짝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랬기에 기중은 궁금한 얼굴로 쇼핑백 안을 확인했다.
“어? 이게 뭐냐? 목도리네.”
기중은 목도리를 꺼내 살펴봤다. 털실로 만들어진 목도리는 조금 들쑥날쑥 해보였다. 마치 서투른 솜씨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설마.”
기중은 얼른 주방으로 시선을 향해서 수진을 찾았다. 막 돌아보니 수진도 기중을 보고 있었기에 눈이 마주쳤다. 기중은 주방 쪽으로 다가갔다.
“수진아. 혹시 이거 직접 만든 거야?”
“원래는 저희 아빠한테 주려고 연습 삼아서 만들어 본건데 실패작이에요.”
“하하.”
기중은 수진이 살짝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항상 자신에게 틱틱거리며 말을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생각해 주는 수진에게 고마웠다.
“고맙다. 수진아. 이런 선물은 평생 처음이다.”
기중은 목도리를 둘렀다. 물론 기중은 명품 목도리가 있었다. 잘 하고 다니지는 않지만, 그것에 비해서 초라했고, 엉성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어떤 것보다 수진이가 직접 만든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장님. 그거 수진이가 몇 주나 걸려서 만든 거야. 그리고 처음 만든 거지.”
“그래요?”
“원래 처음 만든 목도리는 남자친구한테나 선물할 줄 알았는데, 수진이가 철이 들었는지 김 사장한테 줬네.”
“하하.”
기중은 기분이 좋았기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수진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수진아. 정말 고맙다. 답례로 나도 뭘 줘야 할 것 같은데. 뭐 필요한 거라도 있니?”
그 때 수진의 표정이 변했다. 올 것이 왔다는 표정과 약간은 야비한 표정까지 복합적인 수진의 의도를 알 수 있게 하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기중은 멈칫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기에 자신이 성급했던 것을 깨달았다.
“아저씨. 제가 필요한 게 하나 있는데요.”
기중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심정이 되었다. 잠시 멈칫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수진이가 말하는 것을 충분히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수진이가 요구하는 것은 기중에게 아무런 부담도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말해봐라. 뭐든지 들어줄게.”
기중은 다시 좋은 기분이 되어 웃으며 수진에게 말했다. 수진이도 장난스런 표정을 풀고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말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