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84
00084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밤을 새워 산행을 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가 남아있기에 일단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수첩에 있던 명함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 여보세요. 강정식 사진작가님 핸드폰인가요?
한참이나 기다린 후에 겨우 전화가 연결되어 기중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 네. 맞습니다. 지금 남편이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니네요. 용건을 말씀해주시면, 나중에 남편한테 전해드릴게요.
기중은 사진작가의 아내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물었다.
– 어제 강정식 사진작가님과 산에 같이 있던 김기중이라고 합니다. 상태는 어떠신가요?
– 그럼, 혹시 어제 저희 남편을 도와주신 분이신가요?
사진작가의 아내는 기중의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남편에게 이미 자초지종을 들었기에 남편을 구해준 고마운 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구조연락을 했을 뿐이에요.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남편은 괜찮습니다. 다리가 부러진 것 이외에는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기중은 전화의 상대방이 조금 울먹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모습과 남편 때문에 걱정했던 마음에서 안도하는 마음이 섞여 있는 것이었다.
– 병원이 어디인가요? 어제 산에서 떨어트린 가방을 전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기중은 병원의 위치를 전해 들었다. 계속해서 감사인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 때문에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도움을 주었을 뿐이지 정작 감사인사를 해야 하는 곳은 신속하게 구조를 해준 구조대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중은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로비에 들어와서 간단하게 과일바구니를 구입하고 병실로 향했다. 이미 병실 번호까지 알고 있었기에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 똑똑.
기중은 병실에 적혀 있는 환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병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사진작가를 볼 수 있었다. 침대에 앉아서 입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리에는 깁스를 한 모습이 보였다.
“어서 와요.”
“좀 어떠세요?”
“하하. 멀쩡합니다. 전부가 다 은인 덕분이에요.”
기중은 자신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는 사진작가 때문에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여보 인사해요. 내가 말한 은인이야.”
“정말 고마워요. 은인이 아니었으면, 우리 남편 정말 큰일 치를 뻔 했어요.”
기중은 더 이상의 공치사 같은 느낌에 여전히 민망했기에 대화 주제를 바꿨다. 이미 건강한 모습을 보았기에 말을 할 수가 있었다.
“여기 가방 가져왔습니다.”
“아. 고마워요. 안 그래도 치료를 다 받고서 가방을 찾았는데 안보이더라고요. 내게는 정말 중요한 것들이거든요.”
“저 한 가지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기중은 연락처를 확인하다가 수첩의 사진을 봤던 것에 대해서 말했고, 사진속의 가족이 바로 자신의 가족이었다는 것을 밝혔다.
“정말인가요?”
“네. 저희 부모님이세요.”
“하하. 이거 정말 인연이긴 한가 보군요. 제가 항상 고맙게 생각하던 분의 아드님이 절 구해주시다니.”
기중은 사진작가의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뿌듯한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안 계시는 부모님을 생각하자니 조금은 쓸쓸한 기분을 느꼈다.
“부모님께서는 건강하신가요? 안 그래도 찾아뵙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아마도 사진을 찍고 나서 얼마 뒤 쯤 일겁니다.”
“저런… 미안해요. 괜히 말을 꺼내서.”
“아닙니다. 부모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저인데요.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탁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말씀하세요.”
“저 사진을 혹시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그 당시 찍었던 사진은 아직도 필름을 보관하고 있지요. 저한테는 무척이나 소중한 사진이니까요.”
사진작가의 말을 듣고 기중은 표정이 풀렸다. 혹시나 사진을 다시 구하지 못한다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며칠 뒤에 서울로 올라갑니다. 그 때 바로 작업해서 보내드리지요.”
기중은 우선 명함을 꺼내 전달했다. 사진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 몸조리 잘하세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전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하하.”
사진작가는 꽤나 유쾌한 성격이었던지, 이미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밝은 표정이었기에 기중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병실을 나왔다.
기중은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회사는 휴가 기간이었기에 딱히 출근할 일이 없었기에 다시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돈이 없을 때 생각했었던 여행이라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이번 산행으로 인해서 여행이 주는 감동이랄까 하는 것을 맛보았기에 다시 한 번 그 기분을 느껴봤으면 하던 상태였다.
그 길로 기중은 바로 항공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티켓을 예약했다. 요즘은 참 편리하게 예약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처음해보는 것이라 시간이 걸려서 겨우 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호텔을 검색해봤더니, 역시 S호텔이 최고급이라는 평을 보고서 예약을 해 버렸다.
다음날 기중은 몇 가지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이었고 평일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해 보였다. 그래도 학생들의 방학기간이기도 하고 년초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은 상태였다.
기중은 티켓을 발급받고 라운지로 향했다. 제주도행 비행기에는 1등석 티켓이 따로 없었기에 프레스티지 티켓이 최고급이었다. 기중이 발급받은 프레스티지 티켓은 전용 라운지가 따로 있었기에 그곳에서 조용하게 대기를 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비행기를 타 본적이 없었던 기중은 조금은 기대감에 가지고 있었다.
‘하늘에서 구름 바로 옆을 날아간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궁금한데.’
탑승이 시작되어 기중도 게이트로 향했다. 프레스티지 티켓을 가진 사람들부터 탑승이 먼저 이루어지기에 기중은 긴 시간 대기 하지 않고 비행기 탑승 게이트를 지나갈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기중은 역시 항공사 승무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련된 유니폼에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며, 목소리 또한 그 미모에 어울린다고 느꼈다.
승무원은 기중은 티켓을 확인하더니 안내를 시작했다.
“VIP 고객님 이시군요. 1등석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기중은 자신의 티켓이 프레스티지 등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 갔다. 자리에 도착해서 보니 정말 1등석답게 널찍하고 편해 보이는 자리가 보였다.
“제 티켓은 프레스티지 인데요.”
“고객님의 티켓에는 VIP 코드가 적혀 있네요. 저희 항공사에서는 VIP 코드가 적혀 있는 고객님들은 1등석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기중은 잘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티켓을 구매할 때 결재했던 카드가 어딜 가던 대우를 받던 메트로 은행의 플레티넘 골드 카드였기에 이렇게 혜택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덕분에 창가 쪽에서 편안하고 조용하게 제주도로 향할 수 있었다. 물론 2시간 정도 밖에 비행을 하지 않았지만, 그 사이 승무원들이 불편한 사항이 없는지, 또 음료나 필요한 것이 없는지 친절하게 물어왔기에 대우 받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가지고 출구로 나왔다. 제주도라 그런지 확실히 서울보다는 추위가 덜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기중은 바로 렌트카 업체가 있는 곳으로 가서 고급 세단을 렌트했다.
바로 차를 몰고 호텔로 향했다. 가는 도중 한산한 해변 도로가 있었기에 잠시 멈춰 서서 바다를 구경하기도 했다. 호텔도 역시나 최고급이었다. 그 중에서도 룸이 몇 개나 있는 최고급 룸으로 들어왔다.
기중은 처음부터 최고급 룸을 선택한 것은 아니고, 역시나 메트로 은행의 카드 덕분에 할인율이 상당했기에 기분도 낼 겸 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 여행하는 것이니 만큼 기분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룸에 들어와서 보니, 거실에 있는 창밖으로 시원스런 바다가 보였다. 전망하나는 호텔의 룸 안에서도 꽤나 멋지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풍경이었다.
제주도 명소에 대한 안내책자를 들고 이곳저곳 이동하며 둘러보고 있었다. 역시나 유명한 장소였는지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대부분이 커플들이 이었기에 기중은 홀로 구경을 하면서 씁쓸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 나도 이제 30대 구나. 아직도 혼자라니.’
꿀꿀한 기분을 느끼며, 애정행각을 피우는 커플들을 쬐려보고 다시금 차를 타고 이동했다. 벌써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이었기에 배고픔도 느끼고 있었고, 이미 주변에 유명한 음식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음식점의 주차장 입구에 다다른 기중은 입구 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등에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기중은 아마도 배낭여행을 하는 대학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렸다.
자신도 대학생활 중에 배낭여행을 떠나는 같은과 친구들을 봤지만, 그들과 같이 행동하지는 못했다. 경제적인 형편 문제도 있었고, 여행보다는 알바를 선택했었다.
배낭을 메고 있는 사람들 바로 옆 쪽이었기에 내리자마자 그들이 하는 말이 들려왔다.
“우리 고기 한 번 먹어볼까?”
“참아라. 여행 경비 빵꾸난다. 저쪽에 가서 라면 끓여 먹자.”
“아. 제주도까지 와서 흑돼지 한 번 먹어봐야 되는 건데. 쩝.”
기중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들었기에, 자신이 생각했던 배낭여행을 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여행 중인가 봐요?
기중은 두 남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보다시피 배낭여행 중인 대학생들입니다.”
“그렇군요.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여행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혼자 왔는데 좋은 코스가 없네요. 가는 곳 마다 커플들만 잔뜩 보이고요. 답례로 식사 대접 어떻습니까?”
기중의 말을 들은 둘은 서로를 쳐다봤다. 벌써부터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식당 앞에서 한동안 고민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기중이 말하는 제안은 정말 달콤한 유혹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한 한 명이 대답했다.
“하하. 물론이죠. 저희가 벌써 일주일째 제주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해드릴게요.”
옆에 서 있기만 하던 나머지 학생도 친구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차마 먼저 말하지는 못했지만, 자신도 식당에서 풍겨 나오는 삼겹살 굽는 냄새에 미칠 듯한 식욕을 주체 못하고 있었다.
“자 그럼 들어가 볼까요?”
기중은 둘의 가운데 서서 등을 떠 밀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용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룸을 요청했고, 벌써 제주 특산 흑돼지 삼겹살이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었다.
막 먹기 좋게 구워지고 있는 상태라 전부 말없이 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드시죠. 먼저 먹고 나서 나중에 이야기 해보자고요. 저도 배고프네요.”
연신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셋은 모두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소 배가 부른지 이제는 먹는 속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아. 이거 너무 먹기만 했네요.”
다소 배가 부른 상태였기에 이제는 기중에게 조금 미안함을 느꼈는지 한 학생이 겸연쩍은 모습으로 말을 시작했다.
“저는 26살 우승민이라고 합니다. 이 녀석은 저랑 고등학교 동창 유만호고요.”
“그렇군요. 저는 김기중입니다. 올해로 30대로 접어 들었네요. 하하.”
“그러시군요. 생각보다 동안이시네요. 저는 제 또래라고 생각했는데요.”
기중은 동안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항상 노안이라는 소리만 들어왔었기에 그냥 분위기상 해주는 립서비스라고만 생각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고, 오히려 살짝 기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형님이라고 부를게요. 여행 중에 만난 것도 인연이잖아요.”
“하하. 그래요.”
“에이. 형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기중이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덥석 받아들였던 유만호는 기중에게 살갑게 대했다. 워낙 성격이 개방적이고, 남들과 바로바로 친해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중도 어색함은 그다지 없었다.
“그럴까?”
“형님 1인분만 더 먹어도 될까요?”
유만호는 아직 배가 덜 부른지 기중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기중은 마음껏 먹으라고 하며 충분한 고기를 더 주문했다. 그리고 다시금 구기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퍼졌다.
“아. 이제 더 이상 못 먹겠다. 더 먹고 싶은데. 아깝네.”
“만호야 그만 먹어라. 넌 어째 예의 없이 그렇게 먹어대기만 하냐?”
“내가 뭘. 기중 형님도 잘 드시던데. 나만 갖고 그래.”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연신 고기를 집어 먹고 있었다. 기중도 기분이 좋고 고기도 맛있었기에 상당히 과식을 한 상태였다.
그렇게 배를 가득 채우고 제주도 특산차라는 시황차를 앞에 두고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그윽한 향기와 쌉싸름한 맛이 고기를 먹어 다소 부담스러운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듯 했다.
“그러면 여행지 이야기를 들어볼까?”
한참이나 자신들이 여행하면서 봤던 절경들에 대해서 말을 이어가는 유만호는 꽤나 재미있는 말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기중도 어느덧 이야기에 빠져들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때 말이죠. 그 카페에서 봤던 저녁노을은 정말 대단했어요. 여기 사진도 있어요.”
유만호는 디카를 꺼내더니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뭔데?”
기중도 이야기에 빠져 있었기에 바로 대답했다. 사진을 보니 며칠 전 산에서 봤던 일출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모습이었기에 흥미가 더욱 생겨 있었다.
“만호야 너 또 그 카페 여사장 이야기냐?”
옆에서 듣고만 있던 우승민이 이야기에 끼어 들었다. 얼굴 표정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