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88
00088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오해 하지 말라고, 절대 장난은 아니니까.”
기중은 눈앞의 두 동생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표정만으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상대방의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지. 이미 사업을 책임질 분은 섭외해 놨으니깐 그건 걱정 말라고.”
기중은 자신 있게 말을 전했다. 실제로 며칠 전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 할아버지에게 말을 하게 되었고, 할아버지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었다. 사람에 대한 신뢰는 할아버지가 보증을 한다고 하니 충분히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요?”
“지금 사무실도 알아보는 중이야. 박 실장. 알아봤어?”
“네. 바로 옆 건물 임대가 가능합니다. 1층과 2층은 이미 임대가 완료되어 당분간은 힘들 것 같고, 나머지 층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건물 매매는?”
“건물주가 매도할 생각은 없다는 군요.”
기중은 잠시 석철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나머지 둘을 바라보았다. 실상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회사였다. 아니 회사 자체도 없는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기중은 둘을 채용하겠다고 하니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선택은 너희 몫이지. 생각해 보고 연락 줘도 되고.”
딱히 지금 당장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선입관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부업체라고 했더니 꺼려하는 표정이 보였다. 그래서 기중은 다시 한 가지 사항을 말했다.
“그래도 한가지만은 확실히 정해 놓은 게 있어.”
“그게 뭔가요?”
“초기에는 학생들 등록금만 대출을 해 줄 생각이거든. 물론 이자는 받아야겠지. 대신 이자는 1%이하로 받을 생각이야.”
“아니 형님. 차라리 장학 사업이나 하지 왜 대부업체에요?”
석철의 빈정거리는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랬기에 손님이 있는 상태에서도 형님이라는 호칭으로 말했다.
“장학 사업은 조금 귀찮잖아. 처음에는 장학재단이나 만들어볼까 했는데.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도 많더라고.”
기중의 어이없는 이유에 다들 멍한 표정이 되었다. 실제 이유는 장학재단과 같은 경우에는 관계기관에 설립 신청을 하고 설립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기간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뿐 아니라,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또한 장학생 선발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부업체는 간단한 신고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했기에 빠른 시간 내에 일의 착수가 가능했다. 그리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주면 그만이었다. 기중은 새학기의 등록기간 이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자 했기에 대부업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아요. 전 하겠습니다.”
기중의 설명이 끝나자, 만호는 먼저 기중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취업에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기중이 장난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승민은 조금 더 신중한 입장이었다. 아무래도 기중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없는 것에 대한 조심스런 반응이었다.
“그래, 만호는 내일 다시 사무실로 오고, 승민이는 결정되면 연락 줘라. 알았지?”
기중은 승민의 의사를 존중했기에 더 이상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일단 자리를 끝냈다. 자신이 일을 너무 허술하게 진행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었다.
회의를 마친 기중은 또 다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노 이사님.”
“안녕하세요. 김 사장님.”
바로 S자동차의 노민준 이사였다. 그는 여전히 서글서글한 미소로 기중에게 인사를 하고 조금은 과장된 몸짓으로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둘은 테이블에 앉았다.
“제 차를 슈퍼카로 만들어 주세요.”
기중은 다른 이야기도 없이 갑작스럽게 말을 꺼냈다. 조금은 가볍고, 장난스러운 표정과 말투였다. 지난 번 술자리를 함께 했기에 많이 가까워진 느낌도 있었지만, 기중의 의도적인 행동이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였기에 노 이사도 가볍게 농담으로 받아 들였다.
“네. 만들어 드리죠. 대신 200억 원만 주세요.”
“그러죠. 계좌 알려주세요.”
기중의 대답에 노 이사는 흠칫했다. 장난인지 아닌지 조금 헷갈리고 있었지만, 설마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농담으로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려 드리죠. 돈 만 주시면 뭔들 못 만들겠어요? 하하.”
기중은 노 이사가 메모지에 적어준 계좌를 바라보며, 스마트폰의 메트로 은행 앱을 실행했다. 그리고 바로 200억 원을 이체했다.
“이체 했어요. 되도록 빨리 만들어 주세요.”
노 이사는 뭔가 일이 잘못된 느낌을 받았다. 요즘 하는 말로 예능인줄 알았는데 다큐로 바뀌어 버린 상황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네? 지금 농담 하셨던 거 아니에요?”
“농담이라뇨. 저는 진심이었는데요.”
기중은 노 이사를 바라보며 조금 심술궂은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살짝 노 이사에게 장난을 치고는 있었지만, 실제 오늘 미팅을 잡은 진짜 이유를 그렇게 얼렁뚱땅 진행해 버렸다.
“아니 잠시만요. 이거 뭔가 제가 한참 잘못한 거 같은데요.”
노 이사는 얼굴까지 벌게지면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웃음 짓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노 이사에게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기도 했다. 그 모습에 기중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노 이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시 그렇게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노 이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가 잘 못 된 것을 느꼈기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고심하고 있었다. 그 때 노 이사의 휴대폰의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한 노 이사는 기중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 네. 부장님 무슨 일 입니까?
– 이사님, 회사 통장으로 지금 200억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내역에 이사님 성함이 적혀 있어서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노 이사와 통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은 S자동차의 자금을 담당하는 책임자였다. 그에게는 회사 통장의 입출금 내역이 문자로 통보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알 수가 있었고, 황급히 통장을 확인했게 되었다. 그래서 노 이사에게 연락을 하게 된 것이었다.
– 진짜로 입금 되었어요?
– 네.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 알겠습니다. 제가 회사로 돌아가는 대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전화 통화를 서둘러 마친 노 이사는 기중을 바라보았다. 이미 자신이 통화를 한 것을 앞에서 듣고 있었기에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이었다.
“설명이요? 아니 조금 전의 우리 대화는 벌써 잊으신 겁니까? 이거 섭섭한데요. 제가 그렇게 농담이나 하는 실없는 사람으로 보였나요?”
기중은 여전히 장난스런 말투였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노 이사는 이제 장난이라고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진짜로 200억 원이라는 금액을 입금 받은 것이었다.
그 때 갑작스럽게 기억이 떠올랐다. 얼마 전 기중과 술을 마시면서 했던 이야기였다. 자신이 신차를 개발한다면 그 정도 금액이 필요하다고 했던 대화였다.
“정말 투자 해주시는 겁니까?”
“투자라니요? 전 슈퍼카를 가지고 싶을 뿐이에요. 그것도 국산 슈퍼카를요.”
기중은 이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노 이사에게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고, 조금은 진중한 말투였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요. 슈퍼카는 무엇보다도 성능과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 아시죠? 부족한 게 있다면 더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기중은 투자금이라고 하지 않고, 제작비용이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물론 받아들이고 있는 노 이사는 기중이 투자를 하겠다는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이 말을 하려고 자신을 회사에 오라고 한 것이었고, 이런 내용은 이미 술자리에서 오고 갔던 내용이었다.
“감사합니다. 김 사장님. 멋진 놈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걱정마세요.”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노 이사는 빨리 회사로 가서 사장님께 보고하고 기중의 투자를 어떻게 할지 회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자신의 생각으로는 기중에게 회사의 주식을 주는 방법이 떠올랐다.
기중에게 회사의 소유권을 갖게 함으로써 추가 적인 투자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기중에게 나중에 생기는 투자의 이익금을 제대로 보상해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네. 하하.”
“아. 다시 생각해보니까. 슈퍼카는 200억 원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요. 한 1000억 원 정도 지불해 주시면 정말 로켓처럼 빠른 놈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노 이사도 기중의 농담에 동참했다. 역시 분위기상 충분히 가능한 농담이었고, 기중이 웃어넘기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로켓이라 구미가 당기는 군요. 그것도 만들어 주세요.”
기중은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노 이사가 전해 주었던 계좌 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다시 들어 바라봤다.
“어디 보자 계좌 번호가…”
기중의 행동을 보고 노 이사는 또 한 번 기겁을 하고 있었다. 어찌나 당황했던지 몸을 날려 기중의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농담입니다. 김 사장님!”
조금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기중을 바라보는 노 이사를 보고 기중은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 모습이 노 이사의 평소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고, 꽤나 재미있었다.
“아. 그러세요? 전 또 진짜로 만들어 주신다고 하신 줄 알았네요. 아쉽네요. 로켓 한 번 타보고 싶기도 했는데.”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아무런 협상의 줄다리기 없이 너무나 간단하게 투자가 결정되었고, 실제 투자금까지 전달이 완료되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연신 감사인사를 하는 노 이사를 억지로 보내고 회사를 나왔다. 벌써 퇴근 시간이 가까웠기에 바로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무슨 일이 있는지 헬스클럽 앞은 차들이 꽤 많았다. 주차를 하고 내려보니 S방송국 마크가 새겨진 차량들이 보였다.
‘무슨 촬영이라도 하나?’
기중은 그다지 방송에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이 운동을 하는 곳에서 촬영이 있었기에 단순한 호기심만 보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헬스클럽의 로비로 향했다.
로비의 안내직원은 고객들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있기에 기중의 얼굴을 보고 바로 다가왔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오늘 방송국에서 촬영이 있습니다. 20분 정도 후에 촬영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안내직원은 정중히 기중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원래의 촬영 계획으로는 1시간 전에 촬영이 완료되었어야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서 그 시간이 연장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이루어지지 않기에 기중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요? 근데 무슨 촬영인가요?”
“S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오늘은 헬스클럽을 주제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안내직원의 설명으로는 일요일에 방송되고 있는 꽤나 시청률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물론 기중도 프로그램 타이틀을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관심 있게 보는 방송이 아니라 그저 연예인들이 왔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유명한 MC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아닌가요?”
국내에서 그 방송의 MC는 굉장히 유명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또한 에티켓이 좋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기중도 상당히 좋게 보고 있는 연예인 중 한명이었다.
“맞습니다. 입구를 지나가는 모습 오늘 몇 번 봤어요. 인사도 해 주시고, 사인도 받았습니다. 호호.”
안내직원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중에게 오늘 받은 사인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중은 약간 호들갑을 떨고 있는 직원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 때 헬스클럽 내부에서 로비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면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굉장히 화를 내면서 성질을 부리는 느낌의 여자 목소리였다.
“이딴 식으로 촬영할거면 나 안 해!”
“내가 다시 말해 볼게. 촬영은 마쳐야 하잖아. 제발.”
그 옆으로 남자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여자의 말을 받아 주고 있었다.
“나 장채린이야. 탑여배우 장채린이라고 나보고 저걸 하라고?”
“제발 부탁이니까 어서하고 마무리 짓자. 다시는 이런 촬영 스케줄 안 잡을게. 이번만 참아줘라.”
씩씩 거리며 삿대질과 고함을 치고 있는 여자에게 남자는 애원을 하며 매달리고 있었다. 여자는 꽤나 어려 보였고, 그녀를 상대하는 남자는 중년이었기에 더욱 기중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었다.
“저 여자는 누군가요?”
기중은 여전히 옆에 있는 안내직원에게 조용히 물었다. 물론 방금 여자 이름을 들었지만, 딱히 기억에 있는 연예인은 아니었다.
“모르세요? 최근에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하면서 일약 스타가 된 장채린이잖아요.”
“그런가요? 전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데 성질 한 번 고약한 것 같네요.”
“하긴, 성격이 장난 아니라는 소문도 있어요. 얼굴은 확실히 예쁜데, 성질은 완전 반대네요.”
안내직원은 말을 하면서도 연신 여배우에게 시선이 쏠려 있었다. 그러면서 슬쩍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사진을 찍으려는 모습이었다.
“거기!”
기중이 있는 곳으로 무리에 있던 덩치 좋은 남자가 다가오며 소리쳤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한 것 지워주세요.”
남자는 강압적인 말투로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사진을 찍지도 못한 안내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
“아. 죄송해요. 근데 아직 사진 안 찍었어요. 안 찍을게요.”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휴대폰 줘 보세요.”
남자의 덩치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표정까지도 험상궂어 보였기에 안내직원은 남자에게 휴대폰을 빼앗기듯 건네줬다. 그리고 남자는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다시 돌려줬다.
“오늘은 사진 촬영 안 된다고 미리 말했잖아요. 조심해 주세요.”
“네.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