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92
00092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그러한 비용에도 기중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본부장들은 어떻게 해서든 KG스포츠와 기중의 나머지 회사, 그리고 게임단 홍보를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기중은 그 부분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
“오늘 KG스포츠배 LOG 게임 대회를 찾아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E스포츠 팬 여러분 마음껏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KG스포츠의 최 본부장의 대회를 시작하는 인사말에 이어서 무대에 마련된 축포가 터지고 요란한 음악소리가 대회 장소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바로 선수들의 입장이 있었고, 간단하게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선언까지 이어졌다. 마치 일반 스포츠 대회와 같이 형식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 이후로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모두 3팀의 걸그룹이 대회 장소의 열기를 북돋았다. 걸그룹을 섭외하게 된 주된 이유는 결국 기중의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기는 했지만, 게임 대회를 보러 오는 대부분의 관람객이 남성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끝난 뒤에는 LOG 게임의 정규리그에서 지난해 우승과 준우승을 한 게임단의 선수들이 등장했다. 이벤트 특별 경기를 위해서였다. 게임단 초청을 위해서 상당한 지출이 발생했지만, 역시나 효과는 충분히 발휘되고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게임대회의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꽤나 홍보가 잘 되었고, 대회 장소가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지였기에, 대회 참여 팀이 많았다. 그랬기에 예선 전만해도 3일이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중도 많은 관람객들 사이에 서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옷은 캐주얼 차림이었다. 누가 봐도, 게임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기 충분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기중 자신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얼굴에 변화가 꽤나 있었기에 나이에 비해서 동안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많이 왔군. 첫날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뭐 그럭저럭 괜찮은 대회 같은데.’
게임 대회 장소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기중은 음식을 파는 곳으로 다가갔다. KG스포츠에서 특별히 패스트푸드점을 임시로 만들었다. 이익을 얻는 목적보다 게임대회의 관람객들을 위해서 서비스 차원이었기에, 가격이 상당히 저렴했다.
“우와. 여기 봐라. 햄버거 가격이 장난 아니다.”
기중의 앞에 있던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패스트푸드점으로 달려가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기중도 시선을 옮겨 가격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햄버거가 1000원이네? 세트로 해도 1500원? 뭐가 이렇게 싸지?’
혹시나 서비스가 안 좋거나, 정말 저렴해 보이는 햄버거가 아닌지 의심이든 기중은 햄버거를 하나 사보기로 했다. 꽤나 사람들이 몰려 있었기에, 5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린 다음 햄버거를 주문하고 있었다.
“불고기 버거랑 오리지날 버거 하나씩 주세요.”
“네. 불고기 버거 하나, 오리지날 버거 하나 맞으시지요?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기중은 지갑을 꺼내 만원을 건넸다. 그리고 8천원을 잔돈으로 받았다.
“정말 싸네요?”
“네. 고객님. 게임 대회 주최사인 KG스포츠에서 대회 기간 동안 특별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바쁜 와중에도 꽤나 친절하게 말하고 있었다. 손님이 기분 좋게 햄버거를 구입하기에 충분했다. 잠시 기다린 기중은 햄버거 두 개를 들고 패스트푸드점을 나왔다. 워낙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도 없었고, 다소 소란스러웠기에 조용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 때 멀리서 덩치가 꽤나 큰 인물이 사람들을 헤치며 기중에게 다가왔다.
“형님. 혼자 가시면 어떻게 해요?”
“네가 올 줄 알고 햄버거 두 개 사왔다. 자 이건 네 몫이다.”
기중은 화를 내고 있는 석철에게 햄버거 하나를 건넸다. 석철은 화를 내는 와중에서도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포장지를 살짝 열고 속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도 계속 투덜대고 있었다.
“지금 햄버거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분명 같이 오기로 해 놓고 왜 혼자 온 거예요?”
“내가 언제 같이 온다고 했냐? 분명히 말했잖아. 집에 가라고.”
석철은 할 말이 없긴 했다. 기중이 말한 그대로 오전에 들었던 내용이었다. 자신이 비서이기에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작용했기에 이렇게 성질을 내고 있었다. 기중의 말을 듣고는 자신이 조금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
“어때요? 사람은 꽤 많이 온 것 같은데.”
“흠.”
“왜요?”
기중은 대답은 하지 않고 구석에 마련된 벤치로 향했다. 그리고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박 실장 너 말이야. 괜히 성질내고서 딴 얘기 꺼내고 있구나.”
“그게 아니라요.”
“그럼 뭔데?”
잠시 침묵하는 석철과 다르게 기중은 열심히 햄버거를 먹으면서 석철을 쬐려보고 있었다. 왠지 햄버거를 씹는 모습이 석철을 잘근잘근 씹어 주겠다는 무언의 표시인 것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조심할게요.”
“뭐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이번에는 용서해 주지.”
석철은 살짝 똥씹은 표정을 지었다가 풀었다. 여전히 기중이 쬐려보고 있었기에 더 이상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본능적인 감지 능력의 영향이었다. 그러나 둘 다 지금의 대화가 진지한 대화는 아니고 농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는 했다.
“너도 햄버거 먹어봐라. 꽤 맛있는데.”
기중은 석철에게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직원들이 햄버거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판매직원들에게 교육을 확실하게 시키는 등의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서 준비를 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뿌듯한 느낌이 들었고, 대회가 잘 치러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중과 석철은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기도 하고, 대회를 구경하기도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기중과 석철이 있는 쪽으로 여대생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기중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기중의 비서역할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석철이 기중이 뭐라 말하기 전에 먼저 일어나더니 다소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
“무슨 일 이시죠?”
워낙 덩치가 있는 석철로 인해서 아가씨들은 조금 겁을 먹은 모습이기는 했지만, 할 말은 다하고 있었다.
“그 쪽 아저씨말고, 이 쪽 오빠한테 볼 일이 있는데요.”
순간 석철은 멍해졌다. 분명 자신보다 기중은 나이도 많고, 노안으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석철 자신이 봐도 기중의 얼굴은 점점 어려지고 있었고, 부러운 얼굴로 변해갔다.
“하하. 아가씨들 무슨 일로?”
기중은 석철이 놀림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랬기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아가씨들이었지만, 일부러 웃음을 지으며 친절하게 말을 받아 주었다.
“대학생이세요? 저희가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요.”
기중은 생전 처음 여자로부터 헌팅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상황이 그러했기에, 석철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중은 다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할까요?”
“아니에요. 여기서 말씀드릴게요.”
작은 안내책자를 받았다. 앞에는 신천지라는 글자가 보였고, 아름다운 경치의 사진이 보였다.
“이게 뭐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많은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힘들고 괴롭게 느끼는 사람들을 행복하고 밝게 이끌어 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면 정말 신천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기중은 왠지 여자의 말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이것은 마치 사이비 종교같은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받았던 안내책자를 열어 살펴봤다. 굵은 글씨채로 신천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속세를 버리고 자신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문구가 보였다.
“풋. 푸하하.”
옆에서 이미 눈치를 챈 석철은 뭐가 그리 웃긴지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을 제쳐버리고 기중에게 헌팅하고 있다고 착각한 여자들은 사이비 종교의 전도역할을 맡은 신도가 확실했다.
당연히 기중의 표정도 험악하게 변해갔다.
“이런. 젠장. 도에 관심 없습니다.”
“아니. 우리 설명을 조금만 더 들으시면 이 우주의 기원과 신천지로 가는 길에 대해서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됐다고요. 돌쇠야 가자.”
기중은 재차 물어오는 말에 차갑게 대답을 하며, 인파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석철은 여전히 고소하다는 표정을 짓고 여자들을 한차례 무섭게 쬐려보며, 그 뒤를 따라갔다.
“형님. 같이 가요. 푸하하.”
기중은 작은 헤프닝을 잊으려는 듯 대회 운영사무실을 향해 가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격려를 하고, 저녁식사 비용을 전달할 생각이었다. 사무실 근처는 일반인을 통제하는 안내직원이 있었다.
“이곳은 일반인 통제 구역입니다.”
“저도 관계자인데요.”
“죄송하지만, 출입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기중은 당연히 출입증이 없었다. 사장인 기중이 방문 할 때는 비서인 석철이 함께일 것이 분명했기에, 출입증은 석철에게만 전달되어 있었다.
“출입증이요? 그런 것 없는데요.”
그럼 출입이 안 됩니다. 통제하고 있는 직원은 기중의 회사 직원이 아니라, 이번 대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경호업체의 사람이었다. 물론 회사의 주요 인물에 대해서 사진자료를 전달받았지만, 기중의 얼굴이 꽤나 변화가 있었고, 옷차림도 캐주얼 이었기에 KG스포츠의 사장이라고 전혀 짐작조차하지 못하고 일반인이 장난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여기요.”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기에, 기중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석철이 출입증을 꺼내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왠지 기중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이었다.
“사장님, 그러니까 혼자 가시지 말라니까요. 하하.”
“일행이십니까?”
“우리 사장님입니다. KG스포츠의 사장님이요.”
“네?”
기중을 막아서고 있는 안내직원은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석철이 가지고 있는 출입증은 확실해 보였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분명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랬기에 자신이 지금까지 제지하고 있던 인물이 이 장소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자신의 고용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 확인 됐으면, 들어가고 싶은데 괜찮죠?”
“아. 정말 죄송합니다. 사장님. 분명 사진으로 확인을 했는데…”
“하하. 괜찮아요. 제가 일부러 이렇게 입고 와서 헷갈릴 수도 있는 거죠. 그럼 수고하세요.”
기중은 미소를 지으며, 안쪽으로 향했다. 특별히 기분 나쁜 상황도 아니었고, 잘 해결되었기에 아무런 나쁜 감정은 없었다. 오히려 철저하게 통제해 주는 행동이 자신의 일을 확실하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운영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기중은 그 모습에 조금 놀랐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직원들 뿐 아니라 이번 대회를 위해 임시로 고용한 계약직원들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첫날이라 그런지 무척 바쁘네요?”
옆에 서 있는 석철이 한마디 했다.
“그러게 말이다. 이거 괜히 왔나 싶네.”
잠시 서 있던 기중을 누군가 알아보고, 소리쳤다.
“사장님 오셨습니다.”
꽤나 큰 소리였기에, 모두의 동작이 일순간 멈췄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기중에게 쏠렸다. 기중은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하.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일들 보세요.”
기중의 말이 있었지만, 몇몇 직원이 기중에게 다가서며 인사를 해오고 있었다. 그 중에는 회사의 본부장 두 명도 섞여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최 본부장이 대표해서 인사를 했고, 곧 회의실로 안내를 하려고 했다.
“아닙니다. 잠시 들러 얼굴만 보려고 했습니다. 대회 준비가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중은 본부장에게 두툼한 봉투를 건네고, 바로 인사했다.
“저녁 든든하게 드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본부장이나 직원들은 기중에게 대회 운영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했지만, 기중은 그런 절차를 생략해 버렸다. 눈으로 직접 대회를 보았기 때문에,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없애버리고 싶었다.
사무실 밖까지 따라 나서는 본부장을 제지하고, 기중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왔다.
“형님, 왜 바로 나오셨어요? 좀 더 보고를 들어도 됐을 텐데요?”
“어차피 직원들이 잘 하고 있지 않냐? 내가 보고 듣는다고 해서 더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난 격려 차원에서 왔을 뿐이잖아.”
석철은 기중이 사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좀 더 대우를 받고, 말 그대로 사장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했었다. 그러나 기중은 생각이 달랐다.
이런 자리에서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 위의 직급을 가진 사람이 오래 있을수록 그 사람에게 포커스가 집중되고, 실제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미뤄지기가 당연시 되고 있었다. 아무리 기중이 회사에서 편하게 직원들을 대하고 있었지만, 그 선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들에게 기중은 자신들에게 월급을 주는 고용주였고, 그러한 사실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 때문에 기중은 아주 잠깐 들러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형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왜? 집에 가고 싶어?”
“아니오.”
“오늘은 첫날이니깐 마지막 경기까지 관람이나 하려고 하는데, 제수씨 걱정되면 어서 가봐라.”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근처에서 뮤지컬 볼 생각이거든요. 혹시 형님도 생각 있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제수씨랑 약속이 이미 있었냐?”
“네. 몇 주 전에 예매해 놓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