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95
00095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잠시 그에 대해 생각을 하던 기중은 다시금 책상위에 있는 봉투를 바라봤다. 어찌 되었든 피해갈 일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사진을 전달했다는 것은 협상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기중은 짜증이 일었다. 자신이 실제로 했던 행동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짜증이었다. 형사도 마찬가지고,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연락해서 그 쪽의 요구사항을 들어보기로 했다.
– 여보세요. 사진 보내신 기자라는 분입니까?
– 하하. 이거 생각보다 연락이 늦으셨네요. 저는 바로 연락이 올 줄 알고, 회사 앞에서 기다라고 있었는데요. 추운데 밖에 기다리게 만드셨군요.
– 의도가 뭔가요?
– 이거 잘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연락이 늦은 이유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함이 아니었나요? 아마도 제 의도는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 결국 돈 인가요?
– 뭐 그렇죠. 어떻게 할까요. 지금 올라갈까요?
– 제가 내려가죠.
– 하긴 이런 일은 회사 직원들이 모르게 하는 게 더 좋겠네요. 빨리 오시죠. 저도 바쁜 몸이라.
기중은 통화를 마치고, 더욱 짜증이 일었다. 상대방은 마치 전문가다웠다. 기중의 대응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기중은 상대방의 의도를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장실은 나온 기중은 석철에게 말했다.
“나 잠시 나갔다 오마. 넌 회사에 있어라.”
“어디 가시는데요? 제가 모실게요.”
“아니다. 답답해서 조금 산책 좀 하려고.”
석철은 기중의 말이 낯설었다. 회사에 나오면 퇴근할 때까지 좀처럼 건물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기중이었는데, 오늘은 그 행동이 이상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세요.”
기중은 석철이 의아해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번 일은 석철에게 끝까지 숨길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이 결백하다고 말하면, 끝까지 믿어줄 몇 안 되는 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은 그다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온 기중은 주위를 둘러봤다. 벤치 근처에 서 있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그 쪽으로 향했다.
“하하. 김기중 사장님. 오셨군요. 어디 따뜻한 곳으로 가시죠.”
남자는 기중에게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자신이 ‘갑’ 이라는 생각에 거침없는 행동이었다. 기중은 그 뒤를 따라 걸었다. 회사 앞에서는 시선이 신경 쓰였다.
근처의 카페로 이동한 둘은 자리에 앉았다. 차를 앞에 두고 아직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자. 이제 말씀하실 준비가 되셨나요? 얼마까지 가능하겠습니까? 먼저 제시하는 금액을 들어보고 협상을 할지 판단하도록 하죠.”
“마음대로 하세요.”
“네?”
“하하하. 마음대로 하라고요?”
남자는 기중의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어느 정도 자신의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가 담긴 사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없던 일로 하고 싶어 했다.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꽤나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그 말뜻은 이 사진이 공개가 되도 좋다는 말씀입니까?”
“그 사진의 장면은 여자 분이 술에 취해서 부축을 해줬던 것 뿐 입니다. 문제가 있나요?”
“하하. 이거 생각보다 사회를 모르시나본데, 호텔에서 여자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기중은 남자의 말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자신은 정당하게 행동했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이것을 빌미로 협박이나 일삼는 저 남자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커졌다.
최근에는 넘쳐나는 가십거리 뉴스들에서는 교묘하게 일부의 사실만을 밝히고, 정작 중요한 인과관계나 정황들에 대해서는 빼 놓고 뉴스를 만들었다.
그래서 원래의 사실과 전혀 다른 뉴스가 보도되기도 하고, 편집 방식에 따라 완전히 뒤바뀌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그런 기사를 내놓고도 그들은 뻔뻔했다. 자신들은 있는 사실만 밝혔다고, 단지 편집이 되었을 뿐이라는 변명이었다.
“그 쪽 정말 기자 맞습니까?”
“왜요? 이제 걱정이 되는 겁니까? 기자 신분증이라도 보여드려요?”
남자는 품에서 지갑을 꺼냈고, 바로 신분증을 기중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요즘은 워낙에 소규모의 인터넷 언론사들이 많았기에 기자라고 해도 그 자질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스개 소리로 그런 기자들을 보통 기레기(기자 + 쓰레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딱 기레기라는 느낌이었다.
“기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협박까지 서슴지 않다니 세상 참 살기 좋군요.”
기중은 남자에게 비꼬며 말했다.
“기레기들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요. 이렇게 부수입이라도 챙겨야 취재도 할 수 있거든요.”
그 취재라는 것이 결국은 연예인 사생활이나 남들의 치부에 대한 취재였다. 결국 그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말이었다. 단지, 돈을 쉽게 벌고자 하는 범법행위였다.
“그렇군요. 그런 마인드라면 할 수 없네요. 저한테는 부수입을 챙길 기회가 없을 테니 마음대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뉴스가 나오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하하.”
여전히 여유로운 남자는 기중에게 마지막까지 협박성 말을 아끼지 않았다.
기중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남자에게 경고했다.
“오늘 대화는 모두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기사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제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면, 소송으로 이어질 겁니다.”
남자는 여전히 기중의 말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워낙에 이런 일을 자주하다보니 상대방의 어설픈 협박에는 눈도 깜박하지 않았다.
사실 이 남자는 소송을 달고 살았다. 지금도 몇 번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대부분 교묘하게 빠져나가거나, 상대방이 자신의 치부를 밝히기를 꺼려해서 제대로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하하. 뭘 잘 모르시나 본데, 소송이라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닙니다. 어차피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면 피해보는 쪽은 그 쪽이거든요. 저야 뭐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 뿐 이죠.”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소송까지 갈 것 같군요. 아무래도 변호사 선임은 미리 해 두시는 게 좋겠네요. 저야 KG 로펌이나 아니면, 장&김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할 계획입니다.”
기중은 마지막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카페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살짝 남자를 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카페에 남아 있던 남자는 표정이 변했다. 원래 이런 일은 첫인상이 중요했다. 상대방이 저자세가 된다면 일이 수월하게 풀리면서 뜯어낼 수 있는 돈도 늘어났다. 그런데 오늘은 일진이 영 좋지 못했다.
상대방이 있을 때는 일부러 표정 변화가 없도록 신경 쓰고 있었지만, 이번 일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남자는 꽃뱀 안미자와 관련된 인물이었다. 어차피 다른 사기 때문에 경찰에 체포된 안미자와 모의하여 이렇게 기중을 협박했지만, 소득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법을 다시 강구해 보고자, 유치장에 있는 안미자와 다시 접촉할 생각을 가지고 카페를 나서고 있었다.
“손님, 계산하셔야죠.”
남자는 조금 전 기중이 카페를 나설 때 카운터에서 돈을 지불하는 모습을 봤기에, 모두 계산을 한 줄 알았다. 그랬기에 조금 황당했다.
“아까 저와 함께 있던 분이 계산 안했나요?”
“그 손님은 그 분 것만 계산하고 가셨는데요.”
“이런, 있는 놈이 더 한다더니 고작 커피 값 하나도 안내 주냐.”
남자는 불평을 하면서 지갑을 꺼냈다. 자신이 기중에게 협박을 하러 왔다는 사실을 잊고서 오히려 기중의 행동에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사장실로 들어온 기중을 보며 석철은 궁금한 얼굴로 어서 빨리 대답을 해달라는 표정으로 기중의 뒤를 따라왔다.
“궁금하냐?”
“무슨 일 있죠?”
기중은 석철에게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형사가 왔던 일과 조금 전 찾아온 기자와의 일까지 핵심적인 내용을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석철은 기중을 빤히 쳐다봤다. 조금의 의심을 담은 표정이었다. 말로는 안하지만 그 표정을 보고 기중은 석철이 가진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난 아니야. 절대.”
“정말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냐?”
“하긴 형님은 순진해서 그럴 일은 없겠죠. 아직까지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헐.”
석철은 기중의 심장에 비수를 박아버렸다. 평소 연애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사업이 번창하고 있는 석철에게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자신이 초라한 것 같았다. 이 부분만은 절대 석철은 이길 수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저는 형님 믿죠. 근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형님은 이제 개인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우리 회사의 대표이시기도 하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협박에 굴복할 수는 없지 않냐.”
“하긴 그렇죠.”
씁쓸한 현실에, 기중과 석철은 잠시 동안 침묵했다.
기중은 KG 스포츠배 LOG 게임대회가 열리는 K다목적 전시관에 석철과 같이 도착했다. 오늘은 드디어 기대하던 KG 게임단이 결승에 진출해서 처음으로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자리였다.
아무래도 강력한 우승후보였고, 아마추어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대회였기에 결승에 오를 팀은 KG스포츠 게임단과 이번에 정규리그에 진출하지 못한 프로게임단인 NT 게임단이었다.
관중들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레벨 선수들의 경기였기에, 꽤나 많은 참여가 이루어졌다. 물론 시내에서도 유동인구가 상당한 곳에서 대회를 치루기 때문에 그에 따른 혜택이라고 볼 수 도 있었다.
그리고 게임 전문 방송 채널과 유명 포탈에도 광고를 올렸기에, 더 많은 관중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만약 결승전에 관중들이 없는 모습이라면, 상당히 난감한 부분이었기에, KG 스포츠 게임부서에서는 더욱 심혈을 기울여 결승전을 준비했다.
결승전에는 특별히 게임 캐스터와 해설을 초빙해서 현장 중계까지 계획되었다. 기중은 그 유명한 전용중 캐스터를 강력하게 추천했고, 어렵사리 성사가 되었다.
만약 오늘이 아니고 어제 결승전이 있었다면, 초빙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는데, 운이 좋은 편이었다.
기중은 게임대회 주최사의 사장으로 게임대회에 전혀 관여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번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장으로서 한 가지 행동을 하려고 했다.
기중은 아직 결승 시작 시간이 조금 남아있는 시간에 박 감독을 찾아갔다.
“형님, 오늘 선수들 어때요?”
“하하. 어서 와라. 오늘도 똑 같지. 평소 같은 컨디션이지. 준비한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다.”
“형님이랑 선수들을 믿어요. 좋은 경기만 보여주세요. 그리고 한가지 부탁이 있어서 이렇게 왔어요.”
“무슨 부탁인데, 지금까지 일부러 찾아오지도 않던 사람이 온 거야?”
기중은 박 감독의 말에 조금 민망했다. 지금까지 일부러 부담을 주기 싫어서 박 감독과 선수들을 찾지 않았는데,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제일 중요한 순간이 결승을 앞두고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하하. 그게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뭔데? 말해봐.”
박 감독은 기중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들어 주고 싶었다. 물론 우승을 해서 그 트로피가 가장 큰 보답이겠지만, 진심으로 기중에게는 고마운 부분이 많았다.
“오늘 중계하러 전용중 캐스터가 왔잖아요.”
“어. 나도 용중이 형이랑 조금 전에 인사했지. 근데?”
박 감독은 역시 스타 프로게이머 출신답게 그 몇 년이나 그 중계를 담당해왔던 전용중 캐스터와 친분이 두터웠다. 그래서 기중은 박 감독에게 부탁했다.
“하하. 그게 전용중 캐스터와 한 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사인이라도 받고 싶은데요. 제가 팬이거든요.”
“난 또 뭐라고, 그리 어렵진 않지. 그리고 넌 이 대회 주최사 사장이잖아. 충분히 인사 나눌만한 위치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