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97
00097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그게, 형사님 저희도 충분히 조심하고 있어요. 절대로 폭력은 안 쓴다니까요. 이 분들한테 물어봐요. 저희가 폭력을 썼는지 안 썼는지.”
“저 화분은 왜 깨트린 건데?”
“그게 손이 미끄러져서…”
– 퍽.
형사는 말을 듣자마자 강하게 손바닥으로 대부업체 사장의 어깨를 쳤다. 워낙에 강한 스매싱이었는지, 그 소리를 듣는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아이쿠. 이런. 손이 미끄러지는 게 이런 거였구나.”
대부업체 사장은 똥 씹은 표정이 되어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형사의 말은 자신이 했던 그대로였다. 한마디로 어디서 거짓말이냐는 무언의 확실한 행동이었다.
“내가 다시 협박이나 폭력을 쓰는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그게. 저희 절대 그런 적 없어요. 정말이에요. 제발 믿어주세요.”
대부업체 사장은 급기야 형사의 한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애원조로 말했다. 그 모습이 조금은 처량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떻게 한다고 했지?”
다시 한 번 형사의 낮고 힘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부업체 사장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전혀 흔들리는 모습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저희 회사에 가서 대기 하겠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살살 좀 해주세요.”
“곧, 가마 먼저 가보도록.”
대부업체 사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가 데려온 나머지 조폭들도 형사에게 똑같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더니 올 때와는 다르게 조용히 빠져나갔다.
“이거 본의 아니 게 이상한 장면을 보여 드렸군요. 김 사장님.”
“하하. 아닙니다. 멋지셨는데요.”
기중은 형사의 모습에 솔직한 심정으로 대답했다. 조폭들을 저렇게 아이 다루듯 하는 모습이 정말 형사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충분했다. 전에 형사를 봤을 때는 좋지 못한 오해를 받는 입장이기도 하고, 더구나 형사가 기중을 용의자로 보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감정이 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 모습을 보니 확실히 형사긴 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형사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은 올랐다.
“오늘도 몇 가지 조사차 왔습니다. 시간 괜찮으신지요?”
“그럼요. 형사님의 공무 집행에 적극 협조해야죠. 저희가 방금 경찰의 도움을 받았기도 했으니 당연하죠.”
기중은 KG 캐시의 건물에서 나와서 KG 스포츠의 건물 승강기를 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식사라도 같이 할 생각으로 기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사님 아직 식사 전이시죠? 저희 회사 식당에서 같이 점심 드시죠?”
“흠. 식전이긴 한데. 제가 접대는 받지 않습니다.”
“조폭들을 그렇게 잘 처리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대접해 드릴게요.”
“아닙니다.”
“흠. 저는 배가 고픈데, 어떻게 할까요?”
기중은 일부러 모르는 척 말했다. 형사에게 같이 식사나 하자는 의미였다. 못 이기는 척 같이 가주면 어떻겠느냐는 행동이었다.
“그럼 할 수 없군요. 식사비용은 지불하겠습니다.”
기중과 형사, 그리고 석철은 식당에 도착했다. 막 점심 준비를 마친 주방장이 음식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주방에서 나와 홀에 있었다.
“주방장님, 오늘 특별 메뉴는 뭐에요?”
“사장님, 오셨습니까? 오늘 특별 메뉴는 국내산 전복 구이와 전복죽입니다. 게임단 선수들의 체력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오. 맛있겠네요.”
기중은 군침이 돈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소 과장되게 들뜬 말투로 대답했다.
“손님이 같이 오셨군요. 내실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방장님.”
가볍게 고개를 숙인 주방장은 바로 식사 준비를 위해서 주방으로 향했고, 기중은 형사를 안내해 내실로 들어왔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 특별히 마련된 내실은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온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자리에 앉은 형사는 우선적으로 자신이 온 목적을 실행했다.
“김 사장님, 지난번에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너무 무례했던 것 사과드립니다.”
형사는 처음 기중을 찾아왔을 때 회사 규모와 기중의 나이를 알아보고 일부 선입관을 가지고 기중을 바라보고 조사를 진행했었다. 가족이 없다는 것이 의문이 드는 일이기는 했지만, 기중과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겹도록 봐왔었다. 특히나 성매매와 관련될 확률이 매우 높았기에 기중을 바라보는 시선과 말투가 좋지 못했었다. 그러나 조사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괜찮습니다. 사과를 받아들이지요.”
기중도 형사의 직접적인 사과의 말에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조폭들의 일로 형사가 좋게 보였던 점이 작용해서 쉽게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럼, 계속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하하. 뭐가 그리 급하세요. 식사하면서 천천히 하시죠.”
곧 주방장이 식당의 직원들과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정찬으로 준비했기에 꽤나 많은 접시들이 들어왔고, 모두가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었다.
형사는 회사 식당에서 뭐가 이리 호화스럽게 식사가 나오는지 조금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식사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식사 하시죠. 형사님.”
“네. 그럼.”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형사는 몇 가지 반찬을 집어 먹더니 음식 맛이 꽤나 좋았는지 조금 빠른 속도로 식사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었다.
워낙에 형사 생활을 오래했기에 식사를 굉장히 빨리 하는 습관이 있었다. 사건, 사고는 경찰들의 식사시간과 전혀 상관없이 터지기 때문에 밥을 막 먹으려다가 출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랬기에 오랜 형사 생활로 인해 그러한 습관이 굳어졌다.
“형사님, 정말 맛있게 드시네요.”
이미 밥 한 공기를 다 비운 형사는 포만감을 느끼며, 차를 한 잔 따라 마시고 있었다. 느긋한 기분이 들었기에 기중이 식사하는 동안 기다리기로 했다.
기중도 식사를 마치고 식탁이 정리되었다. 기중도 차를 마시며, 형사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질문 시작하겠습니다.”
“네.”
“저희가 수사를 진행하면서, 안미자의 추가적인 범행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김 사장님과 유사한 사건이 있더군요.”
“그래요?”
기중은 형사의 말에 호기심을 보였다. 며칠 전 기자라는 사람이 와서 자신을 협박한 내용에 대해서 형사의 조사가 끝나면 이야기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사가 질문을 시작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6개월 전 쯤에 안미자가 중견기업의 사장인, 50대 남성을 유혹하여 호텔로 들어가 술에 수면제를 타고, 불륜으로 의심할 만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래서요?”
“사진을 빌미로 그 남성에게 협박을 했더군요. 수차례 갈취한 돈이 약 5천만 원정도임이 조사결과 밝혀졌습니다.”
기중은 안미자의 모습을 생각하며, 씁쓸한 마음이 되었다. 자신도 너무 순진하게 사람을 믿었고, 그래서 사기를 당하는 줄도 몰랐다.
“협박할 당시 그 일당에는 잡지사 기자가 섞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언론에 알리거나, 그 남성의 가족에게 밝히는 것을 빌미로 협박을 했던 것 같습니다.”
기중의 사건과 유사한 면이 있었다.
“그 중견기업의 사장은 신고를 안했나 보네요?”
“그렇습니다. 자신의 치부를 밝힐 수는 없었겠지요. 이해는 갑니다만, 어리석은 짓이기도 하죠.”
기중도 그 사장이라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 중견기업의 사장은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그럴 의도가 있었기에 더욱 자신의 치부를 밝힐 수 없었을 것이다.
기중은 전혀 그럴 의도가 있지도 않았고, 행동도 없었는데도 처음에는 밝히는 것이 꺼려졌다. 자신을 협박하는 기자라는 남자 때문에 마음이 바뀌기는 했지만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형사의 말을 듣는 기중에게 형사는 시선을 보냈다. 지금까지 말한 의도를 충분히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하고 하는 행동이었다. 자연스럽게 기중에게 협박을 받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차례였다.
“네. 형사님이 어떤 질문을 하실지 짐작이 가네요.”
기중은 품에서 물건을 하나 꺼냈다. 기자에게 협박을 받을 때 사용한 녹음기였다.
“여기에 제가 협박 받을 때 음성이 녹음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에 저한테 왔더군요. 호텔 승강기에서 안미자가 저에게 부축을 받을 때 찍혔던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이 녹음기는 증거로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제 사무실에 있습니다. 같이 가시죠.”
기중은 사장실에 들어와 봉투째로 형사에게 전했다. 형사는 사진을 살펴보고는 메모지도 확인했다.
“이 번호가 그 협박범 연락처 맞습니까?”
“네. 그걸로 추적이 가능하겠죠?”
형사는 메모지를 쳐다보고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싶었다.
“선불폰 번호군요. 아마도 추적은 어려울 것 같네요. 범죄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대포폰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형사는 사진과 메모지를 다시 봉투에 넣고 그것을 잘 챙겼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김기중 씨에 대해서 성매매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닙니다. 정황상 안미자가 구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일을 벌인 것 같긴 합니다만.”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조사가 빨리 진행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조사 협조 감사합니다.”
형사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사장실을 나갔다. 지난 번 보다는 확실히 부드러운 대응이었다.
기중은 그렇게 생각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가던 중 형사가 다시 사장실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형사님, 뭐 빠트리신 것 있나요?”
“그게, 깜박하고 제가 식사비용을 안 드렸네요.”
기중은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꽤나 고지식한 면이 있는 형사로 보였다. 하기야 저런 성품이 되어야 정상적인 수사가 이루어지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흠. 얼마나 나오는지 저는 모르겠네요. 그냥 가시는 것은 어떠세요.”
“아닙니다. 제가 직접 식당으로 올라가서 물어보고 지불하겠습니다.”
기중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사장실을 나가는 형사의 뒤를 따랐다.
식당으로 올라온 형사는 이제 막 식사시간이 끝나서 정리를 하고 있던 주방에서 주방장을 발견하고는 다가섰다.
“오늘 제가 식사한 비용을 지불하고 싶네요.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주방장은 형사의 말에 의문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형사의 뒤를 따라온 기중을 바라봤다. 당연히 사장과 함께였기에 그 손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식사비용을 지불하겠다는 황당한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주방장님 어쩔 수 없네요. 절대로 저한테 접대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분이시라. 이해해 주세요. 식사비용 좀 알려주세요.”
기중은 형사의 뒤에서 의문을 가득 담은 주방장에게 말했다.
“흠. 오늘 준비했던 음식비용은 원가로만 계산한다면 3만 8천 원입니다. 거기에 요리 비용까지 합하게 되면, 일인당 5만 원 정도 되겠네요.”
형사는 그 말을 듣고는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어쩐지 반찬도 너무 많았고, 음식 맛이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식사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말한 이상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형사의 체면이 있고,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형사는 품에서 낡아 보이는 지갑을 꺼냈다. 한참을 지갑을 살펴보더니, 다시 지갑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경찰 신분증을 꺼내보였다.
“경찰입니다. 외상 좀 부탁드립니다.”
형사도 자신의 말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살짝 벌게지는 모습이었다. 기중은 형사가 참 순진하게 보였고, 그에 대한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외상 장부에 달아놓죠. 저도 가끔씩 현금이 없으면 외상 하거든요. 그렇죠? 주방장님.”
기중은 형사가 눈치 채지 못하게, 주방장에게 농담에 협조해 달라는 의미의 윙크를 보내고는 말했다.
“물론입니다. 사장님께서 보증하시는 분은 특별히 외상이 가능합니다. 어디보자, 신분증을 보니 신원도 확실하시고, 장부에 달아놓도록 하겠습니다.”
형사는 주방장이 메모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인사를 마치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기중은 더 이상 형사를 따라가지 않았다. 이럴 때는 그냥 모르는 척 해주는 게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나타났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형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중은 아침에 출근해서 잠시 일을 처리하고, 석철과 KG게임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직원들이 KG게임으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어제까지 F게임 직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사무실을 다 정리하고,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를 완료했다. 책상이나 사무용품들 같은 것들은 모두 정리해서 중고매매 업체에 넘겨버렸다. 새로운 사무실은 기중의 특별 지시로 모든 사무기기와 사무가구가 최상급으로 준비되어 있는 상태였다.
기중은 막 사무실에 도착해서 내부를 바라봤다. 직원들 모두 분주히 움직이며,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기중이 온 것을 눈치 챈 직원은 없었다.
기중이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직원의 말이 들려왔다.
“우와. 이거 정말 내가 사용해도 되는 컴퓨터가 맞나?”
“하하. 그만 좀 놀래라. 벌 써 몇 번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