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iacs are Obsessed With the Fake RAW novel - Chapter (45)
로잘린이 시커먼 게 마음에 든다고 했던 베르웬 성에 도착한 후 나는 깨달았다.
‘예상보다 영지 사람들이 더 놀라네.’
황도에서 불어닥친 소문에서, 베르웬 공작령도 자유로울 순 없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
소드마스터가 되기 전, 나는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내가 남색을 한다는 소문에 유달리 과민하게 반응했었다.
레시우스와 내가 그렇고 그런 사이란 말을 들었을 땐, 이례적으로 화도 많이 냈었고 말이다.
그래. 그걸 다 아는 베르웬 공작성 사람들이니 이해는 한다.
하는데.
“각하. 이거 보시면 됩니다.”
과할 정도로 내 표정을 살피며, 보좌관이 서류를 내밀었다.
내가 내용을 훑는 동안에도 계-속. 혹시 머리를 다쳐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계-속 쳐다봤다.
이 보좌관뿐 아니라 이 성안 사람들 전부가!
“얼굴이 따갑군.”
내가 서류의 직인을 평소보다 세게 찍으니, 보좌관의 눈길이 거둬졌다.
일하는 중이잖아요. 일에 집중합시다. 예?
“그래서 바이우드 측에선 보내 준다던 서류는 아직인가?”
“예.”
다시 사무적인 표정이 된 보좌관이 고갤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엄밀히 바이우드는 바하트 제국의 영토였다.
내가 들어간 후 바이우드 성주가 말을 바꾸면 안 되니.
‘내가 포로로 잡힌 기사를 구하러 가는 거라고 문서로 만들어 놔야겠어.’
그러면 내가 바이우드에 간 걸 바하트에서 알게 되어도 어느 정도는 용인될 거다.
적어도 영주의 ‘허락’은 받은 거니까.
“바이우드에 포로로 잡힌 기사는 어떠한가? 몸은 괜찮나?”
“예. 서신도 자유롭게 보내고, 처우가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흠. 그래?
서류 사이에 끼인, 국경을 넘었다던 그 기사가 보낸 서신을 봤다. 식사가 맛있습니다, 잠자리가 좋습니다, 등.
뭐야. 휴가 갔어? 거의 호텔급의 서비스를 받는 듯했다.
사알짝 부러워지는 가운데.
“저자가 각하와 같이 온 기사였지?”
“황제 폐하의 근위 기사라더니……. 실력 있더군.”
창 너머로 흐르는 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나와 함께 온, 레시우스가 붙여 준 그림자.
그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어서, 황제의 근위 기사라 그리 둘러 말했었다.
황제의 근위 기사.
내 말에 의문을 품는 자는 없었다. 왜냐면 그 그림자 기사가 진짜 잘 싸웠거든.
‘흠. 구경 좀 할까?’
보좌관이 다른 자료를 가지러 간 사이, 창밖의 연무장을 살폈다.
‘그 기사’가 나오자 베르웬 기사들이 호승심에 그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나랑 결투하지.”
“그다음엔 나일세!”
황제의 근위 기사랑 겨루는 일이니 베르웬 기사들의 피가 끓을 만했다.
‘구경 좀 해 볼까?’
나는 커튼이 드리워진 큰 창에 완전히 몸을 기댔다.
‘마치 검을 쥐기 위해 태어난 자 같습니다.’
기사에 대한 베르웬 기사 단장의 평가였다. 그 소리 레시우스도 많이 듣던 말이었는데…….
그 얘길 들었던 탓에, 나는 기대하며 연무장이 있는 아래를 주시했다.
이미 연무장엔 그림자 기사와 베르웬 기사가 검을 겨눈 상태였고.
“이 공격도 막아 보게!”
베르웬 기사가 날카롭게 검을 휘두르자, 기사가 몸을 숙이며 바닥을 신발로 쓸었다.
퍽-.
중심을 잃은 베르웬 기사가 당황한 사이 기사가 정강이를 찼고.
베르웬 기사가 바닥을 굴렀다.
어?
다른 사람들은 단순한 검술 장면이라 생각하겠지만 동체 시력이 뛰어난 나는 봤다.
“하하하. 와, 물건인데?”
넘어진 베르웬 기사는 몰랐겠지만…….
‘돌멩이였어.’
레시우스의 그림자는 바닥을 쓸며 돌멩이를 정확히 베르웬 기사의 신발 쪽으로 찼다.
베르웬 기사가 돌멩이를 밟은 채 검을 휘두르려다가 균형을 잃은 사이 그가 승기를 잡은 거였다.
“뭐 보십니까?”
다가온 보좌관이 창으로 고갤 내밀었다.
“아. 저자.”
이래서 베르웬 기사들의 피가 끓는군.
“머리가 비상한 자입니다. 처음엔 미숙하더니 그다음 날은 역전됐답니다.”
기사의 길고 이쁜 손가락을 떠올린 나는 고갤 끄덕였다.
검을 많이 쥔 자의 손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검술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지만.’
그것만으로 수십 년 동안 칼 밥 먹은 기사들을 이겨 먹을 순 없다.
저자는 검술을 잘하는 게 아니라 머리가 좋은 거였다.
“기사들의 약점, 검술 방식을 다 파악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기사들이 자꾸만 결투하려는 거군.”
약점만 노리니까.
베르웬 기사들의 실력도 쑥쑥 늘었을 거다. 그들도 그걸 본능적으로 아니 결투를 하고 싶어 하겠지.
“각하. 어디 가십니까?”
“금고.”
나는 창으로 시선을 흩뿌리다가 고갤 살랑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림자 기사의 검은 빈약했다. 위장한 유랑 기사 복장에 맞춰야 했을 테니 이해는 간다.
‘검 상태를 보니 곧 부러지겠네.’
겸사겸사 금고에 있을 사람도 봐야 하니까.
그렇게 나는 발걸음을 지하 금고로 옮겼다.
“도착했군.”
“예. 공작님.”
지하 금고엔 내게 흑마법을 걸어 주는 바론이 있었다. 혹시 몰라 내가 호출했다.
바이우드의 렉티스는 위험했고, 그러면 나도 위험할지 모르니까.
“……자네가 앉아 있는 그 황동상이 무슨 상인지 아나?”
흑마법사 바론이 소 모양의 황동상에 앉아 고서를 한 장 넘기고 있었다.
저 황동상은 어떤 왕국의 초대 왕이…… 하아. 됐다, 말을 말자.
“저 같은 금고지기가 뭘 알겠습니까.”
그는 내 부탁에 금고지기로 위장에 베르웬 영지에 숨어 있는 중이었다.
혹여 내 흑마법이 풀리면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말이다.
“언제 가실 겁니까?”
“바이우드에서 서면으로 된 약정서가 오면 바로 갈 걸세.”
서로의 직인이 찍힌 문서를 각자 나눠 가져 뒤탈이 없도록 만들 것이다.
“공작님. 렉티스에 가시면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읽고 있던 고서를 닫으며, 흑마법사가 금고를 뒤지는 나를 봤다.
“안다네.”
여기 있는데. 어디 있으려나.
나는 쌓아 둔 물건들을 헤치며 쓸 만한 검을 찾았다.
“공작님. 제가 같이 가 드릴까요?”
“됐네.”
찾았다!
나는 하얀색의 검집에 황금빛의 문양이 새겨진 검을 찾아 들었다.
“렉티스에 별일이 생겨야만 마기가 유출된다면서.”
“예. 평소엔 신전이 세운 마법진에 의해 렉티스의 마기와 마수가 가두어져 있지요.”
쳇. 우리 영지는 안 세워 줬으면서.
바이우드는 렉티스와 접한 면이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라고 아주 오래전에 신전이 마법진을 설치해 줬단다.
그럼에도 바이우드는 위험했다. 그런 조치를 해도 땅이 가물어 농사도 못 지으니까.
혹여, 마법진을 뚫고 마수가 나올 수도 있고.
“자네가 위험하면 더 안 되네.”
미스릴로 된 검을 든 내가 흑마법사 바론을 향해 몸을 틀었다.
“자네가 잘못되면 이제 누가 내게 마법을 걸어 주나.”
혼자 가는 게 찝찝하긴 하지만…….
내게 흑마법을 걸어 주는 바론이 잘못되면 아예 남장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그게 더 최악이지. 암.
“그러니 여기 있게.”
“…….”
“내가 호출석으로 부르면 재깍 오기만 하면 된다네.”
나는 바론이 들고 있는 고서의 속편을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리 신경이 쓰이면.”
손에 쥔 검을 보다가 바론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 좀 도와주게.”
레시우스가 붙여 준 그림자 기사. 그가 범상찮은 자인 것이 문제였다.
“내가 기사 한 명을 따돌리고 바이우드로 넘어가야 하네.”
바이우드는 렉티스가 있는, 마기가 흘러넘치는 곳.
혹여 흑마법이 풀릴 수도 있으니 무조건 혼자 가야 했다.
그러니 그를 따돌려야 하는데…….
그냥 살금살금 몰래 빠져나가려던 계획을 틀었다.
“자네가 그 기사를 붙잡아 주게. 나 못 따라오게.”
이제 갈 준비는 다 됐다.
***
“……감사합니다.”
내게 검을 받아든 기사가 제 손에 올려진 검을 쓸었다.
“미스릴로 만들어진 거네. 신성력이 깃든 고대의 검이지.”
나는 두 동강 난 채 기사의 한 손에 들린 검을 살폈다. 역시 부러졌네.
그리고 뺨을 긁적이다가 변명했다.
“자네 주군이 폐하이신 건 아네. 그래도 검이 부러졌으니 이걸 쓰게.”
검을 하사하는 건 주군이 기사에게 할 법한 행동이지만.
레시우스는 이해해 줄걸?
“크흠. 가 보게.”
티는 안 내도 검을 물끄러미 만져 보는 것이, 엄청 기뻐하는 게 보였다.
좋아하니 나도 좋네.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각하. 바이우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들어오게.”
가기 싫은지 느리게 나가는 기사와 엇갈려 보좌관이 들어왔다. 나는 보좌관을 보며 얼굴을 점잖게 굳혔다.
바이우드에서 약정서가 온 것일 거다.
이제 바이우드에 갈 준비를 거의 다 마친 것이기도 하다.
“그쪽에서 요구한 조건이 더 담겼습니다.”
“뭔가?”
나는 약정서의 내용을 읽어 보았다.
내가 영지에 들어온 그때, 한쪽이 공격할 시 그걸 선전 포고로 보겠다는 말이었다.
‘하긴 내가 무섭겠지.’
각자에게 적용되긴 해도 누가 날 공격하냐고!
그 이후의 일어날 모든 책임은 선방을 날린 쪽에 있다, 뭐 이런 식으로 각종 어려운 말로 적혀 있었다.
‘어휴. 얼른 서명하고 가자.’
나는 그게 나중에 어떤 상황을 불러올 줄도 모르고, 서명하고 직인을 쾅 찍어서 보좌관에게 넘겼다.
오늘 밤. 바이우드에 갈 것이다.
***
그리고 베르웬 성의 3층.
손님방에서 묵고 있던 레시우스가 테이블에 놓인 검을 바라봤다.
그의 굳은 입매가 흐려지며 미소를 머금었다.
검을 하사받다니.
“르윈이 내 주군이 된 건가.”
다른 이가 들었으면 기겁할 얘기였다.
‘마냥 편해선 안 되는데 마음이 해이해지는군.’
르윈이 바이우드에 오게 된 정황이 괴이해, 그 내막도 밝혀야 하는 데다가.
이미 클리프에게 듣지 않았나. 마기에 르윈의 흑마법이 풀릴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왜 이리 정신을 차리기 힘든지.
‘……르윈이 흑마법에 걸려 있다라.’
레시우스가 추억이 담긴 고성을 내려 보았다.
르윈이 태어나던 날 전사한 선대 베르웬 공작, 어릴 적 르윈을 보아 오며 이상하다 생각했던 점들 등등.
여자는 마나를 다룰 수 없다, 그 정설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면.
‘……르윈이 정말 여자일 수도 있어.’
생각에 잠긴 레시우스가 밤에 물든 검집 위를 손가락으로 덧그리는데.
쨍그랑-.
그때 창문이 깨지며 자갈이 날아 들어왔다.
레시우스가 검을 쥐며 경계하려는데.
“폐하!”
그림자였다.
창문을 깨며 비정상적으로 들어온 그림자가 부복했다.
“공작님께서 바이우드로 향하셨습니다!”
혹시 그럴까 봐 씻고 갑옷으로 정제한 뒤였다. 레시우스가 투구를 쥐는데.
“이미 네 시진이 지난 후입니다! 죄송합니다! 폐하의 방이 고립돼 연락드리지 못했습니다.”
젠장.
레시우스가 입술을 짓씹었다.
르윈이 자신을 따돌리기 위해 수를 쓴 것이다.
“따라붙은 그림자들도 연락이 끊겼습니다!”
“말을 준비하라!”
공기 저항을 줄이려, 말 등에 바짝 몸을 붙인 채로 레시우스가 질주했다.
어둑한 밤을 거세게 가로지르며 그는 생각했다.
르윈의 흑마법이 풀리지 않아서, 평생 이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해도.
레시우스는 르윈이 안전하길 바랐다. 무사하길 바랐고, 아프지 않길 바랐다.
‘네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
너는 나의 ‘르윈’이거든.
그가 달려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