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iacs are Obsessed With the Fake RAW novel - Chapter (56)
캘리언이 대공을 쓰러트린 후, 그가 황궁으로 돌아와 한 첫 번째 일은.
“멍청한 놈.”
지하 감옥에 갇힌 흑마법사 바투를 찾아온 것이었다.
“네놈은 네가 바이우드만큼의 가치가 있다 생각하느냐?”
“……그 불모지보다야 더 낫겠지요.”
어둠 속에서 흑마법사 바투가 기어 나왔다. 창백했던 얼굴은 질려서 흡사 시체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가끔 네놈이 신기했다.”
몸을 낮춘 켈리언이 철창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찌 그런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살까. 네놈의 삶은 목적은 마계의 문을 여는 것이었지.”
그 말도 안 되는 신화 말이다.
“마계의 문을 열 악마의 혈통을 이은 지상의 선지자. 그게 짐이라 생각한 것 아니냐?”
켈리언이 엎어진 흑마법사를 손으로 끌고 와 쇠창살에 일부러 부딪히게 했다.
철컹. 창살이 크게 흔들렸다.
“착각하지 말거라. 나는 네놈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켈리언의 손이 바닥에 늘어져 있던 흑마법사의 멱살을 쥐어 챘다.
“바이우드에서 벌인 일도 나를 쥐고 흔들 생각으로 벌인 것이겠지.”
켈리언이 숨통을 조일 듯이 멱살을 바짝 쥐었으나.
“컥커커헉!”
기력 약한 흑마법사가 정말 죽을 것 같은 기세라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아직 이놈은 쓸모 있으니 죽여선 안 된다.’
켈리언의 어미는 악마에 관한 모든 서적을 불태웠다.
그 때문에 켈리언은 악마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흑마법사를 살려 둘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저놈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으니까.
“그러니 바이우드에 가서 무슨 짓거리를 하려 했는지 낱낱이 고하라.”
켈리언이 잡힌 멱살을 놓았고, 흑마법사는 차가운 돌바닥에 엎어졌다.
그가 검게 죽은 손가락으로 몸을 일으켰다.
“커컥……. 베르웬 공작을 잡아 켈리언 님에게 넘기려 했습니다.”
“왜?”
켈리언이 어이없는 작은 숨을 내뱉었다.
베르웬 공작을 잡을 수 있다면 자신이 진작 잡았겠지.
“공작을 어떻게 잡으려 했나?”
켈리언이 다리를 펴자, 위압적인 그림자가 흑마법사 앞에 드리웠다.
“고, 공작은 흑마법에 걸려 있습니다.”
“그랬었지.”
“그 종류가 뭔지는 소신도 모르오나 렉티스의 마기에 의해 흑마법이 풀리면 공작은 약해집니다.”
흑마법사의 입에서 간헐적인 기침이 터져 나왔다.
“그렇군.”
공작의 약점이 흑마법이었군.
켈리언이 제 입가를 매만졌다. 새로운 정보였다. 역시 이놈을 안 죽이길 잘했군.
“공작이 약해진 틈에 정신 제어 마법을 걸려 했습니다.”
켈리언이 짙은 눈썹을 위로 치켰다.
공작에게 정신 제어를 해서 뭐에 쓴단 말인가. 정신 제어 마법은 켈리언도 알았다.
소드마스터의 마나 운용은 워낙 까다로워 정신 제어 마법이 걸려 있으면 그 힘을 잘 쓰지 못한다.
“나는 강한 공작이 좋은 것이다.”
기사로 삼아야 하니까.
한데 왜 이놈은 자신이 다른 걸 원하는 게 있다는 듯이 구는 거지?
“하아.”
엎어진 흑마법사는 정신이 혼몽해 그만 실소를 내뱉고 말았다.
“……왜 웃지?”
켈리언이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흑마법사를 내려다보았다.
그냥 죽일까.
“폐하는…….”
흑마법사가 차가운 땅에 뺨을 댄 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강한 공작이 아니라.”
“…….”
“그냥 공작을 좋아하시는 겁니다.”
어찌 켈리언 님은 자신의 마음을 저리 모른단 말인가.
“짐이?”
“쿨럭. 예. 폐하는 공작의 일에 분별없이 굴고 계시지 않습니까.”
흑마법사가 켈리언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기어갔다.
“……그게 좋아하는 것입니다.”
하하. 켈리언의 웃음이 어둠 속에서 울렸다.
자신이 공작을 좋아한다고?
“폐하, 공작을 갖기 위해선 하일렌 황제를 쓰러트리셔야 합니다.”
“…….”
“폐하가 공작을 못 얻으시는 건 폐하가 약하기 때문이십니다.”
악마와 같은 속삭임으로 흑마법사가 조잘거렸다.
켈리언은 저런 말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심지가 약하지 않다. 다만.
“약한 건 맞는 거 같군.”
엄청난 무력차에도 하일렌의 황제는 자신을 쥐락펴락하지 않았나.
더욱이 지금은 신전의 힘을 이용해 자신을 옥죌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자신은 무력이 아니라 세력이 약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폐하는 이기실 수 없습니다.”
“…….”
“전쟁은 무력으로만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전술로 하는 것이지요.”
흑마법사가 다시 기어 창살로 다가갔다.
“폐하는 공작을 갖기 위해서 저를 다시 찾아야 하실 겁니다.”
흑마법사의 말에 켈리언이 턱을 쓸었다.
자신이 공작을 좋아한다라.
“확인해 봐야겠군.”
켈리언은 이왕 가진 제 능력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저번에 짐이 공작의 기억을 읽은 적이 있지.”
켈리언이 창살을 구부리며, 그 틈으로 흑마법사를 꺼내 들었다.
“기억 읽는 법을 배워 봐야겠다. 공작을 만나기 전에 말이다.”
켈리언은 알고 싶었다.
공작이 왜 샤비얀에게 빠졌고, 어떻게 하일렌 황제와 친우가 되었는지.
그 모든 걸 샅샅이 알고 싶었다. 켈리언의 소유욕이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보며 흑마법사는 의문이 들었다.
어찌 저런 눈빛을 하고 제 마음을 모를 수 있는 것인지.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더니. 켈리언이 내전을 종식했단다.
켈리언이 황제가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공작님. 이거 받으십시오.”
“저 공작님! 외무 대신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각하!”
으아. 귀에서 피 나올 거 같다.
‘켈리언은 막무가내에 예측 불가니까.’
종잡을 수 없는 자라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관련 서류 다 책상에 올려 두게.”
서류 뭉치를 품에 안고 내 방으로 걸어오는 행정관들을 맞이하며 문을 열었다.
그들은 그대로 책상 위에 서류를 쌓아 놓고 다시 행정 부서로 돌아갔다.
물론.
“8황자가 줄을 아주 잘 댄 것이지.”
“맞네. 애초에 이걸 노리고 공작님께 접근한 거 아니겠나?”
“바하트의 직계 중 살아 있는 자는 오로지 8황자뿐이지.”
열린 창으로 뒤섞인 소음이 흘렀다.
저자들에게 면박을 주기도 뭐했다. 우선 한두 명이 아니기도 했고.
틀린 말이 아니니까.
사실 국가 안보적인 차원에서 보면 샤비얀을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긴 했다.
‘사람들은 샤비얀의 죽음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지 모르니까.’
연달아 잡힌 관료 회의, 군무 회의, 국무 회의에서 나는 먼지떨이처럼 탈탈 털려야 했다.
“송환해야 합니다!”
“안 되네!”
일 대 다수와 싸우는 상황이 날마다 발생했다.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말로 맞는다.
“바하트의 새로운 황제는 제 아비를 죽이고 황위에 올랐습니다. 정통성이 약합니다!”
“맞습니다! 정통성에 위협이 될 만한 8황자 전하를 죽이려 할 겁니다!”
사실. 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거리도 없었다.
지금 켈리언의 형제 중 살아 있는 자는 샤비얀뿐.
아버지를 죽이고 올라선 황제. 정통성이 약하니 분란이 될 만한 싹은 모조리 없애려 할 거다.
제일 위협이 될 싹이 유일하게 남은 직계인 샤비얀이겠지.
“8황자 전하는 바하트 내에 기반 자체가 없네! 새로 즉위할 황제가 신경이나 쓸 거 같은가?”
“공작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들의 논리에 비해 내가 주장하는 바는 빈약하기 짝이 없어 송구스러울 정도였다.
아잇. 몰라. 욕 많이 들으면 장수한다 그랬어.
“공작!”
그렇게 일 대 다수로 말로 얻어맞는 회의가 연신 잡히니 혼이 빠졌다.
여긴 어디지. 아. 국무 회의구나.
“정신 차리시오. 황자 하나 때문에 정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소! 가뜩이나 공작이 바하트 제국을 들쑤시지 않았소?”
맞은편에 앉은 마르토스 공작이 잔뜩 나를 비꽜다.
“마르토스 공작님. 말씀이 심합니다! 들쑤시다니요?”
“예. 맞습니다! 그쪽에서 베르웬 성을 공격했으니 각하가 갚아 준 것이지요!”
그중, 나랑 친한 귀족들은 내 편을 들어 주긴 했지만…….
“물론, 저도 황자 전하를 보내는 거에 찬성하긴 합니다. 그게 아니면 다른 왕국으로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말꼬리를 내뺐다.
저들 입장도 이해는 갔다.
‘켈리언도 미쳤고, 저 사람들의 눈에는…….’
나도 미친 걸로 보일 테니까.
미친놈 vs 미친놈.
이런 상황이니 최대한 전쟁이 안 일어나게 분란의 싹을 없애고 싶은 거겠지.
“제3국 좋소! 그럼 근처 왕국으로 황자를 보내는 건 어떻소?”
그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숨을 삼켰다.
제3국.
말이 좋지. 저기 샤비얀을 보냈다간 바로 바하트로 끌려가거나 켈리언의 수족에 의해 처리될 거다.
쿵-.
딱히 샤비얀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를 댈 수 없는 나는 그냥 무식하게 책상을 내려쳤다.
책상의 표면에 살짝 금이 갔다.
아이쿠. 살짝 친 건데……. 머쓱함을 숨기며, 소리쳤다.
“절대 안 되네!”
샤비얀을 보내면! 샤비얀이 죽으면! 우린 다 죽는다고!
“차라리 내가 바하트 제국으로 가서 담판을 짓더라도 전하는 절대 보낼 수 없소!”
“담판 지어야겠지! 공작이 지금 그쪽 영지를 수복해서 들쑤셨으니까!”
이 답답한 마음을 분노로 승화했다.
하지만 마르토스 공작 역시 지지 않고 일어나서 나한테 버럭 소리쳤다.
저 양반…… 은근 목소리가 커.
좀처럼 보기 힘든 두 공작의 싸움에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고.
“…….”
너른 국무 회의장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도와 달라는 듯한 시선을 누군가에게로 던졌다.
그건 상석에 앉은 레시우스였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레시우스가 침착하게 말문을 열었다.
“베르웬 공작이 바이우드 영지를 수복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드러운 어조지만, 그 안엔 힘이 있었다.
“바하트의 내전으로, 바하트 중앙군이 바이우드 영지를 비호하지 못했다. 그들의 관리 소홀로 벌어진 일.”
“…….”
“또한 황자에 대한 처분은 아직 바하트 제국 측에서 요청한 바가 없기에, 지금 처분을 정하는 건 성급한 사안이다.”
애매하긴 했지만, 내 편을 들어 준 거다.
레시우스의 말에, ‘하오나……!’ 하며 귀족들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리고 지금부터 바이우드의 일은 극비에 처리될 것이다.”
레시우스의 말에 귀족들이 얼빠진 표정을 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무언가를 극비로 다룬다는 건 엄청나게 중대한 사안이거나 ‘신성’과 관련된 일을 뜻하기도 했다.
“폐하, 그것이 무슨 뜻이신지…….”
“극비라는 말의 뜻을 모르오?”
레시우스가 마르토스 공작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바이우드에 대해선 언급하지 말게.”
깔끔하게 회의를 마무리한 레시우스가 상석에서 일어났다.
레시우스가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폐하.”
지각을 한 건지, 아니면 급한 업무가 있었던 것인지. 외무 대신은 회의가 끝나고서야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 이것을 좀 보셔야겠습니다.”
외무 대신이 내 눈치를 보다가 레시우스한테 한 공문서를 보여 주었다.
‘뭐지?’
레시우스는 잠잠한데 그 뒤에서 서류를 훔쳐보던 보좌관들이 다 내 쪽으로 고갤 돌렸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뭔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