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iacs are Obsessed With the Fake RAW novel - Chapter (58)
‘왜 켈리언이 다시 샤비얀을 불러들이려고 하냐고!’
로잘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말이야.
원작에서 켈리언은 처음엔 단지 호기심으로 샤비얀을 다시 바하트로 데려온다.
적국의 황제가 빠진 샤비얀의 존재가 퍽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레시우스가 이제 샤비얀을 안 좋아하니까.’
당연히 켈리언도 샤비얀한테 관심 꺼야 하는 건데.
왜 샤비얀을 다시 바하트로 불러오려는 걸까?
사르륵-.
나는 그 궁금증을 해결해 보고자 바하트 황실과 켈리언에 대한 모든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르윈.”
사서도 퇴궁한 황궁의 도서관 구석에 박혀서 책을 읽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다감한 목소리가 울렸다.
“요즘 좀 서운해지려 해.”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편한 복장의 레시우스였다.
“왜? 내가 일만 해서 서운해?”
좀 봐주라. 내가 지금 세상을 구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고.
“아니.”
“그럼?”
그게 아니라면 내가 레시우스한테 서운하게 할 거리가 있었나?
소매를 걷은 채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던 레시우스가 픽 웃었다.
그가 긴 다리를 접으며 내 옆에 앉고는, 내가 든 서류를 눈짓했다.
“온종일 이자에 대한 것만 보고 있잖아.”
“누구 바하트의 황제?”
켈리언이 태어난 해의 바하트에 발생한 기현상을 적어 둔 책이었다.
레시우스의 긴 손이 켈리언의 이름을 툭툭 건드렸다.
“네가 이자를 찾아보는 게 싫어.”
“왜?”
레시우스가 나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제 머리를 내 머리에 살포시 기댔다.
“질투 나잖아.”
아?
레시우스의 너무 직접적인 말에 내가 책을 쥔 채 굳었다.
“그에 관한 글을 읽는 것도, 네가 이자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싫어.”
“왜?”
“글쎄.”
레시우스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엄지로 쓸었다.
뇌쇄적인 눈빛에 주변 공기가 더워지는 느낌이었다. 야아. 너 그 눈빛 뭔데.
“르윈. 정말 말해도 돼?”
살짝 낮아진 목소리가 단둘뿐인 도서관에 울렸다.
어…….
“배!”
참을 수 없이 붉어지는 얼굴을 숨겨 보고자 내가 큰 소리를 냈다.
“배고프지 않아?”
그러고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창밖을 가리켰다.
그래. 지금이면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라고! 앉아 있던 차가운 바닥에서 엉덩이를 떼려는데.
“먹을 거 가져다줄게.”
레시우스가 우월한 기럭지로 성큼성큼 걸어가 도서관 문을 열었다.
밖에 대기하고 있는 궁인들에게 뭐라 주문하고 돌아온 그는 다시 내 옆에 와 앉았다.
“그러니까 같이 먹자.”
“여기서?”
“응. 오는 동안 내가 도와줄게.”
레시우스가 내가 쌓아 놓은 책을 한 권 들었다.
“그래야 빨리 끝나지.”
그가 예쁜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웃었다.
“그래야 네가 나한테도 신경 써 줄 거고.”
무심하게 흘린 그의 말에 나는 옆을 바라봤다.
그는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며, 중요 부분을 체크하고 있었다.
하긴, 거의 항상 붙어 있다가 샤비얀이 온 뒤로는 신경을 못 쓰긴 했지.
지금은 켈리언 때문에 바쁘고.
“레시우스. 내가 너한테 신경을 안 쓰는 건 편해서 그런 거야.”
어느새 궁인들이 가져온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서, 나는 계속 신경 쓰였던 바를 말했다.
“넌 내가 신경 안 써도 알아서 너무 잘하니까…….”
“그렇구나.”
내가 샌드위치를 한입 물며, 레시우스의 눈치를 살폈다.
‘내가 너무 편하구나.’ 레시우스가 중얼거리다가 날 바라봤다.
“그래도 나도 신경 써 줘.”
“너 언제는 있는 듯 없는 듯한 나무가 되고 싶다며.”
나는 멋쩍어서 샌드위치를 한입 더 베어 물었다. 우물우물 먹으며 그를 올려다보는데.
“그러고 싶었어. 과거야. 지금은 존재감 있는 나무할래.”
장난스럽게 말한 레시우스가 애정이 묻은 눈으로 내 입가를 바라봤다.
“묻었어. 르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운 레시우스가 진지하게 내 입가에 검지를 댔다.
뜨거운 그의 손끝이 내 입술을 지그시 닦아 냈다.
그의 뜨거움이 그의 손에서 번져 내 입가에 스민 듯했다.
뭐야. 이 분위기 뭐냐고! 왜 내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데.
“그래서 지금은 조금 신경 쓰여?”
짙어진 그의 녹안이 내 얼굴을 살피더니,
이내 석양에 물든 레시우스가 나를 현혹하듯 웃었다.
***
그리고 하일렌의 황제 궁.
한밤이 된 후, 르윈을 냉궁으로 보낸 레시우스는 방으로 돌아왔다.
“……피곤해 보이십니다. 폐하.”
“긴장을 너무 했더니 피곤하군.”
르윈과 함께 있는 시간은 레시우스에겐 고역이었다.
르윈이 여자라는 사실을 안 이후로는 더더욱. 당장이라도 입을 맞추고 싶은 걸 참고 또 참아 냈어야 하니까.
“바하트에서 외교 사절단을 보낸다지.”
레시우스의 책상 위에는 바하트 사절단과 관련된 문서가 올라와 있었다.
슬쩍 본 레시우스가 이상함을 느끼고 제대로 문서를 고쳐 들었다.
“사절단치곤 인원이 과하군.”
더욱이 구성 인원을 보니 켈리언을 보좌하는 핵심 인물들도 붙어 있었다.
“황제가 직접 오나 본데.”
“저희도 그리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 여기 저희가 따로 조사한 내용입니다.”
그림자가 넘겨준 자료를 단숨에 레시우스가 읽어 냈다.
그러곤 피곤한 듯 등받이에 몸을 깊게 묻었다.
“다른 조치를 취할까요?”
그림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한쪽 눈썹을 꾹꾹 누르고 있는 레시우스를 봤다.
“그냥 두어라. 이렇게 정체를 은닉하면서까지 들어오려는 거 보면 적어도 눈치는 보는 것 같군.”
켈리언이 하일렌에 오는 건 레시우스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켈리언의 측도 레시우스가 당연히 막을 거라 생각했으니 황제가 아닌 사절단의 인사 중 하나로 끼어서 오는 것 아니겠는가.
“막무가내군.”
내전이 수습된 지도 얼마 안 됐다. 더욱이 바하트의 현 상황도 좋진 않다.
아비를 죽인 패륜아, 약한 정통성 때문에 내부 결집도가 약했으니.
거기다가 르윈이 바이우드를 차지한 탓인지, 아직 국경 지대에선 하일렌에 줄을 대려 은밀히 연락 오는 곳들도 있었다.
“정말 본능대로 움직이는 자야.”
“…….”
“짐승과 차이를 둘 수 없군.”
레시우스가 쯧. 혀를 차며 눈을 감았다. 그런 자를 황궁으로 들이고 싶진 않았다만.
“오고 싶다는데 그냥 두어라. 그자의 정체는 안 들키도록 우리 쪽도 신경을 쓰고.”
“예?”
이해할 수 없는 레시우스의 말에 그림자가 멍청히 되물었다.
당연히 막으실 줄 알았더니.
“…….”
하지만 레시우스는 그저 날카로운 눈을 감고 팔걸이에 손가락을 두드렸다.
“8황자를 하일렌에서 내보내야겠다.”
르윈의 평안한 밤을 위해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그자의 일에 르윈은 너무 열성적이었고.
르윈이 렉티스 부근에서 땅을 짚고 각혈하던 모습이 생생했다. 레시우스가 손에 잡힌 팔걸이를 억세게 움켜쥐었다.
까딱했으면 르윈이 잘못됐을 거다.
그리고 르윈의 비밀을 아는 이상 더 조심해야 했다.
르윈으로 하여금 그런 돌발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황자와 그녀를 떨어뜨려야만 했다.
“하일렌 황궁이 황자를 보호할 만한 좋은 곳이 아니라는 걸 르윈에게 보여 주면 된다.”
하일렌 황궁이 황자에게 안전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켈리언의 영향이 닿지 않아서.
그러니 그 켈리언을 황궁에 들이면, 르윈의 믿음이 깨지는 것이다.
이곳에서도 황자가 위험해질 수 있겠구나. 그러면 르윈은 8황자를 위한 더 안전한 거처를 찾을 것이고.
“누군가를 보호하는데 신전만큼 좋은 곳도 없을 터.”
아무리 황제라도 건들 수 없는 금역의 공간. 그곳이 신전이었다.
르윈이 정말 8황자의 안전을 신경 쓴다면 결국엔 신전을 대안으로 생각할 것이다.
“신전 측에서 하일렌 황궁으로 사람을 보낼 것이다.”
더욱이 클리프가 신전에 연락을 취하고 있으니, 곧 신전에서 연락이 올 터.
“그러면 바하트의 새 황제와 신관들이 만나게 되겠군. 안 그런가?”
신관을 하일렌 황궁으로 오게 해, 악마의 혈통인 켈리언에게 경고해 줄 참이었다.
너는 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더 이상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굴지 말라는 경고.
“그럼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군.”
레시우스가 켈리언과 맞붙었던 때를 떠올렸다. 검은빛과 튀어 오른 황금빛.
바로 신성력.
그 힘이라면 그 짐승 같은 놈의 목에 목줄을 걸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어디 가십니까?”
“목줄 구하러.”
레시우스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그림자는 황제의 보고로 가는 그의 뒤를 따랐다.
***
나는 정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켈리언의 의중도 읽어야 하고, 하일렌에 오는 바하트 사절단의 경호 업무도 지시해야 하고, 더욱이.
‘요즘 불안한가?’
내 아문 목덜미에 손을 댄 채 잠든 샤비얀도 다독여 줘야 했다.
“……공작님.”
내가 조금 뒤척이기만 해도 샤비얀은 잠꼬대처럼 나를 불렀다.
보송한 그의 손바닥이 내 목을 쓰는데.
똑똑-.
미약하게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눈을 들어 문을 바라봤다.
“각하.”
조용했지만 조급한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샤비얀의 손을 내렸다.
“무슨 일인가?”
“바하트 사절단의 일부가 하일렌에 제도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나는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늦게? 이건 예의에 아주 어긋나는 일이었다.
“알겠네. 준비하고 나가겠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자 내가 직접 나가기로 했다.
이상하긴 하네.
보통 외교 사절단 중 가장 높은 이가 타국의 영토나 황궁이 있는 제도에 먼저 발을 들인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 세계의 관습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 일부만 온 거라면 외교 사절단을 이끈다는 루테아 공작은 아닌 거 같은데.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황도의 성곽으로 말을 몰아 간 나는 목적지에 다다르자 천천히 말의 속도를 늦췄다.
“왜 그러십니까, 공작님?”
자, 잠시만 지금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나?
“……저자들이 자신들을 누구라 소개했다고?”
“사절단에 같이 온 귀족이랍니다.”
귀족이 아니라…….
밤을 칠한 거 같은 칠흑 같은 머리칼과 뚜렷한 이목구비의 주인은 명백히 켈리언이었다.
“공작.”
켈리언이 씩 웃으며 내 귀 옆에서 속삭였다.
“다시 만나서 반갑네.”
“…….”
“자다 급히 나온 건가?”
뭐야……. 티 나?
내 뒤에서 하일렌의 기사들은 친밀해 보이는 나와 켈리언을 의문스럽게 바라봤고.
켈리언이 내 셔츠의 옷깃에 묻은 머리칼을 떼 주었다.
“이상한 걸 묻히고 다니는군.”
물에 물감이 풀린 것처럼 붉게 변하는 눈동자로 그가 노려봤다. 손에 든 은색의 머리칼을.
“8황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