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iacs are Obsessed With the Fake RAW novel - Chapter (79)
하일렌 제국의 황도.
레만의 전설담을 손에 넣은 마르토스 공작이 책장을 넘겼다.
‘레만의 전설담에서 4장 5절, 8째 줄이라.’
그의 눈이 빠르게 그 구절들을 훑었다.
렉티스의 도전자가 드래곤을 만나,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되면.
지축이 흔들리고, 지형이 뒤틀리며, 렉티스 전체가 유기체처럼 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숨어 있던 광석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데.”
마르토스 공작이 마지막 말을 읽었다.
“그것을 신의 광석이라 한다.”
미스릴.
신이 악마들을 처치하기 위해, 인간들에게 준 신의 광물.
세상에서 가장 강한 광물.
“하하……!”
마르토스 공작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책을 집어 던졌다.
“바이우드에서 온 서신이던데. 혹시 그곳에서 미스릴이라도 발견된 것인가?”
전설을 믿진 않는다. 하지만 ‘신의 광석’이란 이 문구는 믿는다.
바하트는 원래 광석이 풍부한 곳이었다. 정말로 미스릴이 발견될 수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광석은 발광석이고, 가장 강한 광석은 미스릴이지.’
사실, 마르토스 공작은 이미 황제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었다.
마르토스 공작가가 이권을 차지한 발광석 광산의 소유권을 황제가 교묘히 빼앗아 일반 제국민에게 낮은 단가로 푼 것이다.
그걸로 마르토스 공작은 큰 손해를 보았는데.
“하! 이제는 그 친우가 날 물 먹이려 하는군!”
이제는 제가 쥔 권력이 불안해질 참 아닌가.
“베르웬, 베르웬! 아주 지겨워 죽겠군!”
마르토스 공작은 아주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다.
‘작위는 같지만 베르웬 공작이 마르토스 공작보단 더 위죠.’
마르토스 공작.
그는 선대 마르토스 공작의 직계가 다 여자뿐이라. 운 좋게 공작가를 받은 방계였다.
반면, 베르웬 공작은 직계이고.
‘베르웬 가문이 유서도 더 깊잖아요?’
‘맞아요. 개국 공신이죠.’
검을 숭상하는 대륙의 특성상.
사람들은 베르웬 공작가를 더 쳐주기도 했다.
“그 어린놈이……!”
베르웬 공작은 그 곱상한 얼굴로 자신의 의견을 몇 번이나 묵살하기도 했었다.
“밖에 아무나 들어와라!”
마르토스 공작이 소리쳤고.
“예. 가주님.”
“당장! 당장! 바이우드로 갈 것이다!”
이성을 잃은 마르토스 공작이 길길이 날뛰었다.
제 눈으로 그것을 보고, 만약 진짜 미스릴이 있는 것이 맞는다면!
“빼앗을 것이다!”
눈 돌아간 마르토스 공작이 소리쳤고, 그의 수하 중 한 명이 던져진 책을 들어 보았다.
전설담?
“하하! 그래서 그 황자에게 미친 척했구나.”
“…….”
“바하트 황자로 눈속임하고 바이우드를 차지한 것이다!”
실제로 베르웬 공작이 바이우드를 차지한 걸 두고, 다 황자에게 미쳐서 그랬다고 하지 않았나.
그 쓸모없는 땅에 황자의 친족이 살고 있어 차지한 거라고.
혹은 황자를 추행한 자의 보복 때문이라고도 하였다.
“그래. 그것이 말이 되느냐?”
“……”
“그깟 황자 하나 때문에 영지를 차지하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서재 안에서 퍼진 노성이 그렇게 마르토스 저택을 울렸고.
그건 여러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다. 레시우스의 그림자들은 물론.
“마르토스 공작이 바이우드에 간다 하였다고?”
“바이우드를 베르웬 공작님께서 차지한 걸 엄청 분하게 여겼답니다.”
베르웬 공작을 따르는 가신들과 측근들에게도 닿았다.
“공작님은 지금 사냥에 가셔서 이 사실을 모르실 터인데.”
“맞소. 전서구로도 연락이 안 되셨소.”
그들은 르윈이 사냥에 간 줄 알았고, 자신들 나름대로 대비하려 했다.
“흐음. 우선 조사를 해 봅시다. 마르토스 공작이 왜 화를 낸 건지 말이오.”
“그럼 나는 북부 쪽에 알려 바이우드를 살피라 하겠소.”
그렇게 바이우드의 이권을 두고 벌어지는 정쟁이 은밀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
흑마법사 바론이 오는 시점이 가까워질 때 호출석을 말려 뒀었다.
젖은 호출석은 잘 작동하지 않으니까.
‘이제 곧 가야 하네.’
레시우스는 이미 고아원을 떠났다.
하룻밤에 무슨 소식을 들은 건지 황궁으로 돌아갔다.
“으아앙.”
“언니, 가지 마!”
“우리 버리지 마. 흐어엉.”
그리고 나는 눈물 바람을 맞으며, 고아원 아이들과 작별 인사 중이었다.
가지 말라고 애들이 내 몸을 나무처럼 타고 기어올라 오며 찰싹 붙었다.
팔에는 나무늘보가, 다리에는 코알라가.
딱 붙은 꼬맹이들이 마치 그래 보였달까.
“야. 바쁘다잖아.”
라텔이 그런 아이들을 말렸다.
그러나 결국 말려지지 않자, 드래곤의 화염처럼 제 분노를 쏟아 냈다.
“누가 보면 내가 너희들 다 패고 사는 줄 알겠다! 야! 뚝 그쳐! 쟤 간다고 안 때린다고!”
화를 내는 라텔이 염려스러워서, 그녀를 불러내 애들을 때리면 안 된다고 일장 연설했고.
“……제발 가라, 가.”
라텔이 지쳐선 날 아무 합승 마차에 쑤셔 넣으려 했다.
야아. 무엄하다? 내가 막 이렇게 등을 떠밀리고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다들 내 얼굴 한 번 보려고, 식사 자리라도 한 번 하려고 얼마나 애를…….
“그리고 이거.”
내 품을 뒤지듯 들어오는 라텔의 손을 바라봤다. 그녀는 작은 주머니를 내 품에 쑤셔 넣었다.
“……많이는 못 넣었어.”
“……”
“너 때문에 한 달간 간식 시간 없어. 그거 애들 간식 살 돈이야.”
야아. 너 그런 말을 하면서, 받으라고 하는 거니?
“애들도 간식 안 먹겠대. 너 주래.”
라텔이 민망한 듯 짧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건 가발이었다.
이제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꽤 나와 처지가 비슷했다.
아무래도 경제 활동은 여자가 하기 힘드니까. 소년처럼 꾸며서 이것저것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걸 테지.
“라텔.”
그녀는 내가 베르웬 공작가랑 말이 잘 풀려서, 공작령으로 가는 줄 안다.
그래서 합승 마차에 타는 척 이곳에서 헤어지는 거고.
“너 나중에 기사 돼라. 내가 베르웬 공작령에 가서 잘 말해 볼게.”
라텔이 뭔 개소리냐는 듯 나를 봤다.
안다. 지금의 그녀는 기사가 될 수 없다는 걸.
그렇지만 수야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난 검술에 재능 없어.”
응? 누가 그런 말 해? 어?
“베르웬 공작이 내 검술을 보고 웃었어. 물론 연극이었지만…… 난 열심히 했거든.”
아. 그래. 그랬지.
“라텔.”
“…….”
“내가 인정해.”
내가 인정한다. 널 보고 웃은 건 인재를 찾아내서 웃은 거거든?
“너 재능 있어.”
“…….”
“난 재능을 볼 수 있는 사람이고.”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 재능이 너무 빛나서 내가 그 재능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어.”
검은 하늘에 밝게 비친 별처럼.
우연히 봤던 오페라. 그녀의 칼 휘두름 한 번.
그 순간, 찰나에 간파한 것이다.
만약 그녀가 그때 어쭙잖은 검술을 선보였다면, 나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빛을 꺼트리지 마.”
그러곤 나는 북부로 향하는 합승 마차에 올라탔다.
이히힝-.
마침 출발하는 마차와 함께, 나는 손을 흔들었다.
이내 자리에 앉곤.
“하하. 크흠.”
웃었다.
“왜 웃으시오?”
“아. 제가 아까 제 후임을 영입한 거 같거든요.”
라텔은 기사가 될 거다.
그러고 싶어 하는 눈을 아까 봤으니.
위험하겠지만.
‘그 재능은 썩힐 수도, 썩혀져서도 안 되는 재능이야.’
원석을 다듬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 내 은퇴는 한참 뒤겠지만.
그래도 이제 가능성이 있어!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지팡이 짚고 국경 수비를 해야 할 줄 알았는데!
뭐, 소드마스터가 지팡이를 짚을 리는 없겠다만. 머리가 셀 리도 없겠지만.
으히히. 이제 내 후임이 생기면! 나는! 나는 은퇴를……!
그렇게 생각하며, 폐저택이 있는 지점 쪽에 가서 합승 마차에서 내렸다.
***
“이대로라면 공작님은 오래 못 사십니다.”
“……그런가.”
폐저택에 가자 흑마법사 바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으레 그렇듯 맥을 잡고, 그가 한 말이 이것이었다.
오래 못 산단다. 내가.
“전 대륙에 흐르는 마기 농도가 높아졌습니다.”
“…….”
“그래서 공작님의 흑마법이 풀리신 겁니다.”
그래. 왠지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흑마법이 풀렸더라.
이어지지는 그의 말은 그랬다.
마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마기에 내성이 생길 거고.
그러면 더 강한 흑마법을, 이후에는 그보다 강한 걸. 이렇게 끝도 없이 올리다가 죽는단다.
“이대로 흑마법을 계속 사용하시면 몇 년 내로 죽으실 겁니다.”
소드마스터가 철인이긴 해도, 완전한 신은 아니었으니.
몸에 한계는 분명 존재했다. 몸이 못 버텨서 죽을 것이다.
“어차피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예상하지 않았소.”
내가 소드마스터가 된 건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내가 살고자 한 것도 있었다.
일반적인 몸으로는 강한 흑마법을 견딜 수 없으니까.
“시간의 차이였을 뿐이오.”
“……공작님.”
나는 소매 걷은 팔을 바론에게 내밀었다.
나라고 뭐 죽고 싶겠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생명수 결정을 항상 품고 다니겠소. 그러면 생명수가 내 주변 마기를 흡수할 테니……. 시간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겠지.”
내게 죽음은 가까웠다.
나는 전쟁터에서 수없이 싸웠고, 수많은 죽음을 본 기사였다.
더욱이 환생자니 죽음에 대한 공포는 적었달까.
‘죽으면 다른 곳에서 태어나겠지.’
단지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을 잃는다는,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울 뿐.
“시간을 늦출 수만 있으면 되오.”
이 제국을 지키고, 레시우스와 로잘린이 위협받지 않도록 황실을 강력하게 수호할 소드마스터.
그 후임을 양성할 시간만 있으면 됐다. 나는 그 시간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거면 되오.”
단지 내게 남은 시간이 그만큼 충분하길 바랄 뿐이었다.
***
그리고 하일렌의 황궁.
대전 안의 대신들은 눈 끝이 빨간 베르웬 공작을 보았다.
누가 봐도 운 것 같은 모양새지만, 공작이 울 일은 없을 테니 단순히 원정 사냥 후 피곤한 모양이라 짚어 넘겼다.
“……그래서 그건 어찌 됐소?”
“계획대로 다 준비해 놨소.”
그런 베르웬 공작을 보던 측근들이 모여 수군거렸다. 그들은 알아냈다. 마르토스 공작이 바이우드에 하려는 짓을.
마르토스 공작은 베르웬 공작님이 없는 사이, 몰래 바이우드에 시찰단을 꾸려 보냈다.
그 시찰단엔 희귀 광물 연구가. 특히 미스릴에 관한 전문가가 다수 참여해 있었고.
그들은 깨달았다.
‘바이우드에 어쩌면 미스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당장 베르웬 공작님께 찾아가 이를 알리려 했는데.
‘왔나?’
사냥을 갔다 왔다던 공작님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셨다. 어쩐지 이때부터 눈 끝도 부어 있었던 거 같고.
그래서 그들은 이번엔 자신들이 일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폐하!”
그것은 미리 마르토스 공작이 바이우드에 침을 바르려는 행위를 멈추게 하는 것이고.
“아뢸 것이 있습니다!”
“아뢰게.”
“제가 북부에서 정보를 받은 것이 있습니다.”
세간의 시선을 몰리게 해, 마르토스 공작의 행동에 제약을 걸 생각이었다.
시선이 몰리면, 함부로 움직일 순 없을 터.
“폐하! 바이우드에 미스릴이 나왔다고 합니다.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시찰단을 파견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르윈의 측근들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베르웬 공작님의 가장 큰 편이.
“그러게. 당장 시찰단을 꾸려야겠군.”
이 제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