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riage Life in the Grand Duke Family Is Too Easy, Though RAW novel - Chapter (160)
대공가 시집살이 너무 쉬운데요 (160)화(160/177)
#160.
메이벨이 사라지고 한참 후. 멀찌감치서 대치 상황을 지켜보던 키나가 캐서린에게 다가갔다.
― 깍. 깍깍.(이봐, 살아 있는 거 맞지?)
발로 툭툭 쳐도 보고 부리로도 쪼아 보았으나 캐서린은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죽은 것처럼 고요해 키나는 불안해졌다. 로에나에게 신호를 보낸 지도 꽤 지났는데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았다.
키나는 자신이 올 때까지 캐서린을 잘 지켜야 한다던 주인의 말이 떠올라 거듭해서 캐서린을 쪼아 댔다.
이대로라면 주인의 명령을 어긴 쓸모없는 전령새가 되는 탓이었다.
― 깍깍깍!(일어나. 일어나라고, 이 나약한 인간아!)
그렇게 한참 키나가 캐서린을 쪼아 대고 있을 때였다.
호출기에 뜬 위치로 향하던 아키드가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아키드는 찾았던 메이벨은 없고 캐서린만 널브러져 있는 것에 인상을 찌푸렸다.
“메이벨은 어디 있어?”
― 깍깍깍! 까악! 꺅! 깍!(얘 이렇게 만들고 튀었어! 걔 좀 이상해! 정신 나간 애 같았어!)
아키드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키나가 발광을 하며 울부짖었다.
나름대로 상황을 설명하려던 것 같았으나 도통 뭐라고 하는지 모를 몸짓이었다.
몇 차례 키나의 설명을 이해해 보려다 실패한 아키드는 캐서린에게 다가갔다.
차라리 이쪽에게 물어보는 게 나아 보인 탓이었다.
“이봐, 괜찮은 건가?”
아키드의 부름에도 캐서린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게 이상해 그녀를 붙드니 몸에 열이 펄펄 끓는 게 느껴졌다.
“이게 뭔…….”
찾아야 할 사람은 없고 엉뚱한 캐서린이 쓰러져 있는 상황에 아키드는 짜증이 치밀었다.
마음 같아선 캐서린을 두고 가고 싶었지만 로에나가 그녀를 끔찍이 아낀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빌어먹을.”
약간의 갈등을 마친 아키드는 하는 수 없이 캐서린을 업었다.
오는 길에 에셀 공작을 보았으니 그에게 전해 주고 메이벨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아키드가 막 현장으로 돌아갔을 때였다.
“기적의 성녀, 만세!”
“메이벨 만세! 만만세!”
잠깐 사이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메이벨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게 의아하던 중, 하늘에서 끊임없이 마수를 쏟아 내던 마계의 문이 사라진 걸 알아챘다.
기승을 부리며 로에나를 괴롭게 하던 땅의 오염도 멎어 있었고.
“대체 이게 무슨…….”
아키드가 상황 파악을 하는 때였다. 저 멀리 인파를 뚫고 무시무시한 얼굴로 달려오는 에드워드가 보였다.
아무래도 등 뒤에 업힌 캐서린을 발견하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살구색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마구 흩날렸다.
“캐서린! 이봐, 얘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나도 몰라.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해서 데려오는 길이니 의원에게 데려가.”
아키드는 마침 잘되었다는 듯이 캐서린을 에드워드에게 넘겼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오염이 멎었으니 우선 로에나에게로 가 봐야 했다. 그는 대충 상황을 설명한 뒤 곧장 로에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전혀 뜻밖의 존재였다.
“뭐야? 로에나는?”
아키드는 텅 비어 버린 자리를 허망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확히는 제 마법에 갇힌 채 낑낑거리는 흰둥이에게 한 말이었다.
흰둥이는 힘을 많이 소모했는지 고양이로 돌아가 있었다. 흰 고양이가 애처로운 음성을 토하며 서럽게 울어 댔다.
있으라는 사람은 없고 신수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상황은 전혀 예상한 바가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아키드는 로에나가 사라진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
분명 나가지 못하게 막아 두었었다. 마법이 깨진 흔적도 없는 걸 보면 그 안에서 사라진 게 분명한데 그건 말이 안 되었다.
아키드가 마법을 해제하고 흰둥이를 추궁했다.
“어떻게 된 거야?”
야옹, 크르, 크왕!
흰둥이가 앞발, 뒷발을 사용해 뭔가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다이빙하듯 땅에 쑤욱 들어갔다가 나오는 동작을 보니 갑자기 땅으로 푹 꺼졌다는 것 같았다.
땅이라면 흰둥이의 영역이었다. 아키드가 이해되지 않는 얼굴로 되물었다.
“그럼 너는 왜 안 따라간 건데?”
크르르, 캥, 깨갱!
이에 흰둥이가 땅에 들어가려 발돋움하다 그대로 튕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따라가려 했는데 길이 막혀서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 같았다.
세상에 대지 속성 신수를 따돌릴 수 있는 땅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일반적인 땅이 아니라는 뜻.
그 순간 아키드는 카타콤이 지하에 있으며 들어가는 방법은 모른다고 했던 로에나의 말을 떠올렸다.
“설마.”
로에나가 흑마법사들에 의해 카타콤으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결론에 아키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러한 예감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저 멀리서 에단이 달려오며 말했다.
“대공자님! 여기 계셨군요! 속히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아키드가 질문하자 에단이 충격적인 소식을 전달했다.
“대공 전하께서 위독하십니다.”
* * *
메이벨은 성공적인 신고식을 마치고 기분 좋게 욕조에 몸을 담갔다.
“흐흥.”
모든 게 그녀의 뜻대로 이루어지니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예정된 위치에서 연기된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사람들은 성녀를 칭송하기 바빴다.
그간 고아 출신이라고 무시했던 귀족들의 눈빛도 확연히 달라졌다.
워낙 사상자가 많았던 사건에서 그녀의 활약 덕으로 더 커질 뻔한 피해를 막아서였다.
그리고 사건은 예상치 못한 호재의 연속이었다. 하델루스 대공이 큰 부상을 입어 요양 중인 탓이었다.
안쪽에서 쉬쉬하는 분위기였으나 생각보다 부상이 심각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녀가 이렇듯 기분 좋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대공자비가 실종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암만 찾아봐라, 절대 못 찾을걸?’
메이벨은 후작에게 마계의 문을 열어 달라는 조건으로 로에나를 넘긴 상태였다.
후작이 무슨 이유로 로에나를 넘기라고 했는지까지는 관심 없었다. 어쨌든 자신은 원하는 바를 모두 얻어 내었으니까.
메이벨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일부러 오염을 한꺼번에 쏟아 내 로에나의 발을 묶고 체력을 소진시키는 데 힘을 실었다.
‘생각보다 끈질기게 버텼지.’
딜란을 먹었다고 해서 방심하던 차라 메이벨도 꽤 고전했던 일이었다.
괴물 같은 근성이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라 딜란을 먹은 게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실정이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지.”
이미 메이벨의 인기는 황가를 앞서는 상황이었다. 제례 사건으로 황가의 무능함이 드러나면서 신전과 황실의 대립 구도가 세워졌다.
미리 성가신 파블로 일행의 발을 묶어 둔 상황이라 정치공작을 하기 손쉬웠다.
현 신전의 중심은 단연 메이벨이었다. 성녀인 메이벨을 중심으로 민심이 요동치고 있어 황실도 그녀를 어쩌지 못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계의 문이 열린 게 오염의 영향이라고 여겼다. 그만한 오염이 한꺼번에 터졌으니 마수가 반응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흑마법사가 마수를 소환할 수 있다는 걸 아는 황가에서는 이를 흑마법사들의 소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다만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모두가 예상한 일이었다.
어차피 흑마법사가 용의선상에 놓인다 해도 성녀와 흑마법사와의 관계를 알아내기 어려울뿐더러 안다 해도 쉽사리 공표하진 못하리라.
이번 난리를 해결한 게 황실이 아닌 성녀인 메이벨 자신인 탓이었다.
그녀를 물고 늘어지면 민심이 요동칠 테니 함부로 하지 못할 게 뻔했다.
하여 황가는 이번 난리를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필 하델루스 가문이 초상집 분위기로 흘러 난항을 겪고 있었다.
게다가 에셀 성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고.
‘은근 끈질기네.’
메이벨은 여전히 죽지 않고 치료 중인 캐서린을 떠올렸다.
분명 그때 죽으리라 생각했건만. 운도 좋게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에셀 성으로 호송되었다고 했다.
현재 의식불명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 수명도 머지않은 듯했지만 질기게 버티니 짜증스러웠다.
캐서린은 그녀가 흑마법사라는 걸 직접 본 목격자였다. 만에 하나 살아난다면 골치 아파질 게 뻔했다.
‘설마 살아나진 않겠지?’
그럴 리는 없었다. 에셀가는 절대로 그 독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알아냈다 해도 기한 내에 해독약을 만들 수는 없으리라.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건 캐서린이 루이스인 점이었다.
만에 하나 버티고 버티다 각성까지 했다간 이쪽이 역풍을 맞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그건 중독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것 말고도 준비한 게 또 하나 있으니 그리 불안하지만은 않았다.
‘아, 벌써 시간이.’
시간을 확인한 메이벨은 서둘러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제이드와 만나기로 했던 시간이 다다른 탓이었다.
메이벨은 조용히 신전을 벗어나 약속된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