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riage Life in the Grand Duke Family Is Too Easy, Though RAW novel - Chapter (2)
대공가 시집살이 너무 쉬운데요 (2)화(2/177)
#2.
아키드는 나를 뒤로 물리며 남작과의 사이를 벌렸다.
남작은 이미 한껏 열이 받은 상태라 눈에 뵈는 게 없는 듯했다. 그가 고압적으로 명령했다.
“비키십시오, 대공자님.”
“싫습니다. 제 아내의 솜털 하나라도 건드리지 마십시오, 로르크 남작.”
“대공자비께선 저를 능욕하셨습니다. 다 보지 않으셨습니까.”
“본인 입으로 우둔함을 드러낸 것을 능욕이라고 칭한답니까.”
“그게 무슨…….”
“알고 있었습니다. 남작께서 제게 일부러 과도한 양의 학습을 강요한 것을요.”
“……그런!”
로르크 남작은 아니라는 듯이 펄쩍 뛰었다.
나는 아키드가 남작에게 항거하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장하다, 내 새끼!’
아키드가 남작에게 대든 게 왜 이렇게 기쁜 걸까.
하지만 역시 남작이 무서웠는지 그의 어깨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다행히 도움이 되었는지 그가 용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그동안은 저에게만 그리하셨으니까요.”
“무슨 말입니까?”
“제게 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제 아내는 안 됩니다.”
아키드의 목소리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과연 훗날 서브남이 될 남자다웠다.
로르크 남작이 움찔했다. 평소의 아키드는 유순한 데다 그에게 거역하는 법이 일체 없었기에 더욱 놀란 듯했다.
남작은 뒤늦게 화를 삭이는 듯했다. 어린 대공자 부부를 두고 자신이 노발대발해 봤자 저만 모양 빠진다는 걸 알았나 보다.
‘에잇, 한 번에 끝낼 수도 있는 기회였는데.’
사실 그가 건드리면 과장되게 소리 지르며 울고불고 난리를 칠 생각이었다.
아키드와 달리 나는 당한 걸 참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로르크 남작이 능글맞게 반응했다.
“대공자님께서 저를 그리 오해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 모든 게 스승인 제 부덕함 때문이겠죠.”
“…….”
“다소 언행이 거칠었던 점 사과드리지요.”
남작이 신사처럼 우아하게 허리를 숙였다.
나는 그의 머리를 밀어 자빠뜨리고 싶었으나 아키드가 앞을 막고 있어 무리였다. 남작이 말했다.
“오늘은 이만 가겠습니다. 다음에는 수업에 방해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나도 남작에게 똥멍청이라 욕해 미안하군.”
“네, 사과는 받도록…….”
“원래 똥멍청이한테 아무리 말해도 본인이 똥멍청이인 걸 모를 텐데 말야. 그치, 한나?”
내가 배시시 웃으며 순진하게 묻자 한나가 입술을 안쪽으로 오므리며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남작은 다 보았을 터.
“이, 이……!”
남작이 다시금 열이 뻗치는지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하지만 아까처럼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
아키드까지 나섰으니 저도 돌아가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는 분풀이하듯 재킷을 손으로 거칠게 펄럭이곤 방을 나가 버렸다.
아마도 쫄래쫄래 여동생에게 이르러 가려는 거겠지.
‘흥! 바라던 바네요!’
나는 콧방귀를 훙훙, 내뱉었다. 그때 아키드가 뒤를 돌며 물었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겁니까.”
“아.”
나는 쌀쌀맞은 그의 태도에 움찔하며 손을 떼었다. 그러자 아키드가 말했다.
“갑자기 무슨 변덕이 생겨 도와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괜한 짓을 하셨습니다.”
“남편을 돕는 게 괜한 짓인가요?”
“남편이요. 제가 부인의 남편이었던 적이 있던가요?”
아키드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빙글 뒤를 돌았다.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
나는 그대로 나가려는 아키드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상처 꼭 치료 받으세요! 안 그럼 찾아갈 거예요!”
아키드가 잠시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낮게 말했다.
“예. 곤란하지 않도록 잘 숨길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사라진 아키드의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그런 뜻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아키드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시간이 더 걸릴 듯했다.
* * *
아니나 다를까, 저녁 무렵 하델루스 대공이 나를 호출했다.
나는 곧장 대공의 서재로 향했다. 방에 들어서니 세 사람이 나를 맞았다. 아키드는 잔뜩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하델루스 대공은 심기가 무척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곁에 있는 로르크 영애가 징징거려서인 듯했다.
로르크 영애는 나를 보자마자 더욱 훌쩍거리며 가련한 피해자인 척했다. 대충 상황 파악을 끝낸 나는 여상히 말했다.
“부르셨다고 들었어요.”
“그래. 내 긴히 네게 할 얘기가 있어서 불렀다.”
하델루스 대공이 다리를 꼰 채 고개를 끄덕여 아키드 옆에 앉으라 지시했다.
나는 가볍게 드레스 자락을 올려 예를 갖춘 후, 아키드 옆에 앉았다. 그러자 아키드가 조용히 속삭였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 말은 내 대신 하델루스 대공의 분노를 받아 내겠다는 뜻이었다.
‘뭔데 이렇게 듬직하게 군담? 심장아, 진정해!’
나는 아키드가 나를 챙겨 주는 게 좋아 입술을 옴찔거렸다.
하지만 내가 벌인 일을 아키드에게 전가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대공의 심기를 살피며 조심스레 귓속말했다.
“걱정 마요. 내가 해결할 테니까.”
그러자 아키드가 귓속말하던 것도 잊고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속고만 살았나 싶어 배시시 웃으니 그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곤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때 하델루스 대공이 말했다.
“무얼 그렇게 속닥거리는 게냐?”
“별일 아니에요. 그것보다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내가 화제를 돌리자 대공이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말꼬리 잡고 싶지 않은지 그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네가 오늘 로르크 남작의 수업을 방해했다고 들었다.”
“아.”
나는 그제야 알았다는 양 얕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무리 대공자비라 해도 로르크 남작은 엄연히 대공자의 가정교사야. 이번에도 네가 경솔한 짓을 했구나.”
하델루스 대공은 ‘이번에도’를 강조하며 혀를 끌끌 찼다.
아마도 내가 이 집에 시집온 뒤로 내내 불평불만에 사건, 사고만 일으켜서 하는 말 같았다.
사실 나는 억울했다. 그건 다 내가 빙의하기 전의 로에나 하델루스가 한 짓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걸 믿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기에, 그저 로에나가 뿌린 똥을 열심히 치울 뿐이었다.
‘그래. 최애를 영접한 마당에 이 정도 똥 치우기는 일도 아니지.’
나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뒤 싱긋 웃으며 말했다. 화살은 하델루스 대공이 아닌 로르크 영애였다.
“로르크 영애, 로르크 남작이 정녕 내가 수업을 방해한 일만 말하던가?”
로르크 영애는 자신에게 질문할 줄 몰랐는지 한껏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지금 제 오라비가 자기 잘못은 숨기고 유리한 것만 말했다는 뜻인가요?”
“음, 딱히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데 찔리는 구석이 있나 보네.”
“그, 그런…….”
로르크 영애가 푸르르,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원하는 반응은 이미 얻어 낸 터라 내 시선은 대공에게 향했다.
“방해한 건 맞아요. 하지만 방해할 만했기에 무례를 무릅쓴 거랍니다.”
내가 지나치게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하델루스 대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럴 만했다는 게 무슨 뜻이냐.”
“그야 로르크 남작이 체벌을 빌미로 남편을 학대하고 있었으니까요.”
“……학대라고?”
대공이 학대라는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네. 오늘 아키드 님의 서재에서 무언가 크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
“혹여나 위급한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어 열쇠를 가져오라 말했죠.”
“그런데?”
하델루스 대공이 말을 재촉하자 나는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러고도 잠시 뜸을 들인 난 다시 기억하기도 싫다는 듯이 몸을 얕게 떤 뒤 말을 이었다.
“들어가 보니 남편이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린 채 쓰러져 있었어요. 곁에 날카로운 깃펜과 잉크 병이 떨어져 있더군요.”
물론 전지적 덕후 시점에서 본 모습이라 다소 과장이 섞였지만 그건 설명할 필요 없고.
“너무 놀란 나머지 로르크 남작에게 다소 격한 항변을 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누구라도 그 모습을 보았다면 저처럼 행동했을 거예요.”
“…….”
내 웅변이 끝나자 대공의 시선이 자연히 아키드의 이마로 향했다. 그러곤 곧장 손을 뻗어 앞머리를 들추었다.
이마가 훤히 드러나자 상처를 꿰매 치료한 흔적이 보였다.
“이건…….”
대공은 아키드의 상처를 보자 말을 흐렸다. 설마 로르크 남작이 그를 때릴 줄은 몰랐다는 듯이.
하긴 아들이 무얼 하든 관심도 없었으니 이마가 깨진 것도 몰랐으리라.
“…….”
하델루스 대공의 표정이 대번에 굳자 아키드가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긴요. 피가 뚝뚝 흘렀잖아요! 어찌나 세게 던졌는지 남편이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했다고요.”
내가 호들갑을 떨자 아키드가 무슨 속셈이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꾸 과장되게 설명해 일을 크게 만드는 탓이었다.
아키드는 조용히 제 선에서 끝내고 싶었던 것 같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애초에 일부러 때를 기다렸다가 로르크 남작의 수업을 방해했던 거니까.
‘로르크 남작이 다신 내 남편 못 건드리게 할 거라고.’
내가 의지를 다지고 있는데 돌연 흐느낌이 들렸다. 베스티아 로르크의 울음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