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02)
* * *
“……아가씨가 전문가, 라고요?”
“당연하지! 베팅에 날린 돈이…… 흠흠. 거기에 투자한 시간이 얼만데!”
그냥 돈과 시간을 많이 날렸다고 전문가인가.
임가영은 한숨을 쉬며 이하연에게 충고했다.
“그냥 성지한 님과 같이 베팅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그래서 많이 버셨잖아요.”
“그래. 일본 전승. 한국 전패. 그거로 많이 벌었지. 하지만…… 너무 많이 이겼잖아. 이제 오너님은 질 때도 됐어. 확률적으로.”
이하연이 지금껏 날린 원금.
성지한이 집어 준 것을 그대로 따라간 덕택에, 꽤 많이 회복할 수 있었지만…….
이하연은 그럴수록 오히려 불안해졌다.
‘사람이 이렇게 계속 이길 수가 없어.’
어떻게 이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끝없는 연승이 존재하겠는가.
지금까지 100퍼센트의 승률을 자랑했다 한들, 언제든 꼬꾸라질 수 있는 게 이 세계다.
그리고 이하연은.
지금이야말로, 성지한이 1등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부르르르-
[이번 TOP 100 베팅도 저로 찍으세요.]이하연의 스마트폰이 울리며, 성지한 문자가 도착했지만.
“오너님. 늦었어요…….”
자신감이 있었으면, 바로 문자를 보냈겠지.
‘이렇게 늦은 문자야말로, 오히려 저에게 확신을 안겨 주시네요.’
이미 정답을 정해 놓은 이하연은, 미련을 털어 버리겠다는 듯 남은 와인을 전부 들이킨 후 컴퓨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어. 언니~ 여기 계셨어요?”
길드 마스터실 문을, 윤세아가 열고 들어왔다.
“응. 세아야. 무슨 일이니?”
“아. 언니. 헤헤. 그냥 길드에 사람이 아직도 있는 거 같아서 와 봤어요. 근데 술, 드셨어요?”
“응. 괴로운 선택을, 해야 해서 말이야…….”
마우스로 베팅을 할 때만큼은 프로인 이하연.
그녀는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말했다.
“무슨 선택을 하셨기에…… 그래요?”
“아이 참…… 네 앞에서 좀 말하기 그런데…….”
“에이. 뭔데요? 알려 줘요~ 언니!”
윤세아가 상큼하게 웃으며 성큼성큼 다가오자, 이하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모니터를 보여 주었다.
1등을 중국의 유망주, 천마 왕린에게 찍은 이하연의 베팅 내역이 바로 화면에 드러났다.
“오너님한테는 비밀이야?”
“당연하죠~ 근데 왜 배런 말고 왕린 찍으셨어요?”
“응. 배런은 세긴 한데, 영 허당인 거 같아서.”
저번에 보여진 내시드 백작 레이드 때의 추태 때문일까.
디펜스 맵은 배런 같은 마법사가 가장 1등을 하기 유리했지만, 이하연이 생각한 우승 후보 1순위는 중국의 왕린이었다.
물론 둘의 배당률은 거의 차이가 없어, 조금만 누가 1등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비슷하다는 것 자체가 평소의 배런에게는 굴욕적인 상황이었다.
“그렇구나~?”
“응. 오너님께는 꼭! 비밀인 거, 알지?”
“당연하죠. 언니. 저 입 무거워요!”
입에 지퍼를 채워 보인 윤세아는 임가영을 바라보았다.
“가영 언니.”
“응?”
하반꿀?
윤세아가 소리는 내지 않은 채, 입을 뻥긋거리자.
끄덕!
임가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꿀.”
“……뭔 꿀? 둘이 무슨 신호 보내는 거야?”
왠지 괜히 기분이 나쁘네.
이하연이 묻자, 윤세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 언니가 웨이트 할 때 도움 되는 꿀팁이 있다고 해서요.”
“아, 그런 게 있어?”
“네. 아가씨.”
이하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찝찝하기는 했지만, 둘이 그렇다니 맞는 거겠지.
“그래. 가영이 하는 거 잘 보고 배워.”
“네. 언니. 헤헤.”
윤세아는 이하연이 자신을 걱정해 주자 괜히 미안해졌다.
그래도.
‘잘 부탁드려요.’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꿀은 놓칠 수 없었다.
윤세아는 확신을 가지고 성지한에게 풀 베팅을 질렀고.
‘아가씨. 언제나 감사합니다.’
임가영도 자신이 지닌 모든 GP를 질렀다.
* * *
9월 25일 아침 6시.
“삼촌! 아침 먹어.”
윤세아의 부름에 일어난 성지한은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언제부터 준비한 건지.
그 넓은 상에 반찬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그것도 성지한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세팅된 메뉴.
“자자. 좋아하시는 거 다 준비했습니다! 과식하지는 마시고요!”
“갑자기 왜 이러니?”
“오늘 TOP 100 경기잖아. 파이팅해야지!”
브론즈 TOP 100 땐 안 이랬던 거 같은데.
성지한은 세아가 왜 이러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얼마 넣었냐…….”
“헤헤.”
그러면서 손바닥을 펴 보이는 윤세아.
“500억?”
“넹!”
“하…… 10대의 소비라고는 믿기지가 않는구나.”
“에이. 삼촌! 이런 대박 게임 얼마 없다고 들었어. 배틀넷 베팅 시스템 공지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 몰렸다는데?”
한날에 모두 열리는 TOP 100 승급전 경기.
이 중 브론즈나 실버는 그렇게까지 주목도가 높지는 않았다.
보통, 그 윗단계의 경기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돈도 몰렸으니까.
하지만 이번 실버 승급전은 배틀넷 베팅 사이트에서 공지가 뜬 게 엄청난 주목을 받아서 그런지, 모든 TOP 100 승급전 경기 중에서 가장 많은 베팅 금액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렇게 거침없이 지른 걸 보니, 하연 씨는 다른 사람한테 투자했나 보네.”
“응. 언니는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다른 판단을 내렸대. 아. 이거 아는 척하지 말아 줘? 말하지 말랬거든.”
“후후. 끝나고 놀려야지.”
성지한은 이미 게임 결과를 확신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너도 승급전 아니야?”
“응. 삼촌 덕에 나도 한 달 만에 승급전 치르게 됐어.”
9월 초중순까지는 체력을 근성으로 바꾸기 위해, 게임 내에서 트레이닝만 한 윤세아였지만.
성지한과 파티를 맺은 이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어느새 승급이 가능한 25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나보다 네 준비가 중요하지. 준비는 됐어?”
“TOP 100 경기도 아니고 강남 3 승급전인데 뭘. 삼촌이 더 중요해.”
성지한이 버스를 태워 준 덕에, 무임승차하다시피 레벨을 올리긴 했지만.
그녀는 실전 경험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기프트 대기만성.
하루에 2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효과 덕택에, 일반 브론즈와 비슷한 전투 경험을 가지게 된 것이다.
거기에 레어 스탯으로 변한 근성을 지닌 데다, 장비도 빵빵하게 맞췄으니.
윤세아가 승급전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러고 보니, 대기만성…… 배틀넷 50 게임 하면 업그레이드된다고 하지 않았나?”
[기프트 – 대기만성 (등급 F – 업그레이드를 위한 게임 참여 횟수 50회)]헤르메스의 외눈안경으로 파헤친 대기만성의 업그레이드 조건.
1일부터 매일 두 차례 게임을 한 윤세아에겐, 25일이 바로 50게임이 되는 날이었다.
“응. 근데 오늘은 승급전이라 두 번 게임이 안 되더라. 아쉽게시리.”
“그럼 너 실버 갈 때에, 업그레이드되겠네.”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윤세아는 자신의 승급전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성지한에게 두 손 모아 부탁했다.
“삼촌. 내 걱정은 진짜 전~ 혀 하지 말고! 든든히 챙겨 먹고 제발 1등 해 줘! 알았지?”
“하…… 고맙다. 고마워.”
500억, 걸었다 이거지?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젓가락으로 소고기를 집었다.
반찬을 집는 그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지며, 나중에는 윤세아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순식간에 식탁 위의 음식이 사라지자, 윤세아는 괜히 걱정되었다.
“아…… 삼촌. 빨리 먹진 말고! 체하면 어떻게 해.”
“체하긴 무슨. 500억짜리 수라상을 차려 줬는데 다 먹어 줘야지.”
슥삭슥삭.
10분도 채 되지 않아, 음식을 모두 해치우고 입을 닦은 성지한은.
“아. 이제 곧 소환되겠다. 1등, 찍고 올게.”
윤세아에게 손을 흔들며, 게임에 접속해 사라졌다.
“아. 진짜……! 내 건 남겨야지!”
윤세아는 황당한 표정으로 식탁을 바라보았다.
음식이 가득했던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에휴…… 단백질 쉐이크나 먹자.”
저 수많은 반찬들을 차리느라 또 요리할 힘은 더 이상 없었다.
그녀는 간편하게 단백질 쉐이크를 섞어 먹으며, 승급전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일단 삼촌 경기부터 보고.’
* * *
9월 25일, 아침 7시.
[TOP 100 실버 승급전이 시작됩니다.]전 세계 리그 1등, 미국 뉴욕 리그 1의 시간에 맞춰서 TOP 100 승급전이 시작되었다.
하나 매달 벌어지는 이 이벤트는, 평소와는 달리.
=9월의 TOP 100 승급전……! 이제 곧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실버만! 하루 전에 시작하게 됩니다!
실버만, 일정이 하루 당겨져 있었다.
전 세계의 채널 0번.
세계 리그 1등 권한으로, 0번 채널의 중계를 도맡은 미국의 배틀넷 해설자와 캐스터가 대화를 나누었다.
=크리스토프! 하와이에서 급히 왔다고 들었습니다.
=예! 제 휴가가 하루 줄어 버렸죠! 미스터 성이 아니었으면, 이제 하와이 공항일 텐데 말입니다! 일정마저 당겨 버리다니…… 대단합니다. 정말!
=오우. 미스터 성이 대체 누구기에, 일정마저 당겨 버린 거죠?
=하하. 지금 모르는 척하신 거죠? 지금 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 분들 중, 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을 수도 있지요! 갑자기 채널 0을 틀었는데, 승급전이 시작되어 놀란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성지한의 명성은 한 달 전에 비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그래도 캐스터는 혹시 그를 모를 시청자들을 위해, 해설자 크리스토프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미스터 성. 그의 풀네임은 성지한으로, 한국의 위대한 플레이어입니다!
그러며 해설자 크리스토프의 찬양이 시작되었다.
모든 게임에서 1등을 놓치지 않으며.
내시드 백작을 쓰러뜨리고, 다이아 플레이어를 이긴 실버.
유니크 스탯 ‘무력’과 ‘포스’를 지니고 있는 그는, 무기를 제외하곤 특별히 방어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단 한 대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오우. 크리스토프. 저번 달에 해설할 때에 비하면 정말 그의 팬이 된 것 같군요!
=하하하! 그의 게임을 보면, 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유망주죠!
=그렇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이런 말을 듣는다면, 전 미국에는 배런이 있다고 말했겠습니다만…… 지금은,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성지한. 그는 현재, 가장 강력한 실버입니다!
전 세계인이 보는 채널 0에서.
캐스터와 해설자는 성지한을 거듭 극찬했다.
한 달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이는 성지한이 그동안 이룬 업적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나올 수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예. 이렇게 그가 강력해서일까요? 시스템이! 무려 배틀넷 시스템이 직접 손을 댔습니다!
=일정을 바꾸고, 맵을 바꾸고. 성에게 불리하게 밸런스를 조절했죠!
=하하. 덕분에 제 휴가도 하루 날아갔고 말입니다!
이렇게 하루 일찍 실버 승급전을 치르게 된 사정에 대해 설명한 해설진은 본격적으로 이번 승급전에 쓰일 맵을 분석했다.
=이번 맵은, 디펜스 특수 맵…… ‘습격받은 정복자의 황릉’입니다.
=정복자의 황릉! 여긴 던전 맵으로 쓰이는 곳 아닙니까. 원래는 플레이어들이 습격하는 입장이잖아요?
=예. 대부분 거기서 금괴를 GP를 환산해 챙겼죠. 플레이어 성만 정복자의 인정을 받아, 봉황시를 얻었고요!
=그럼 이번엔 플레이어들이 역으로 도굴꾼들을 막는 건가요?
캐스터의 질문에, 해설자는 배틀넷 시스템에서 경기 전 얻은 자료를 띄웠다.
=예…… 그렇습니다! 다만 도굴꾼의 스케일이 다른 게 문제지요!
=도굴꾼이 대체 누구기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우주에서 온 거대 언데드 연합. ‘킬 더 킹’이라고 하더군요!
=킬 더 킹이요? 언데드 연합 이름이 왜 그러죠?
=글쎄요! 저도 우주 쪽 사정은 모릅니다!
킬 더 킹.
시청자들은 처음 듣는 이름에 무슨 언데드 연합의 네이밍이 그러냐며 의아해 했지만.
‘……이놈들이 왜 벌써?’
인게임에 들어선 성지한은 눈앞에 떠오르는 미션 설명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