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04)
* * *
쿵. 쿵.
전진해 오는 외계의 언데드 군단은, 일반적인 언데드와는 색깔이 달랐다.
군단 전체가, 암청색으로 물들어 있는 킬 더 킹.
거기에, 두개골의 안와 부위는 이미 없는 눈알 대신, 시뻘건 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일반적인 언데드 부대와는 궤가 다른 적.
-죽을지어다. 죽어 우리의 깃발 아래 모일지어다.
-평등해져라!
그들이 모두 같은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스켈레톤이고, 좀비고.
모두가 입을 맞추어, 평등을 이야기했다.
‘저 소리…… 지긋지긋하군.’
만물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니, 죽어서 하나로 모이자는 킬 더 킹.
저번 생에서 한국이 멸망할 때도, 저 소리를 끊임없이 들었지.
‘그래도 실버 승급전이라 그런지, 유령 부대는 아직 없군.’
성지한은 진군해 오는 킬 더 킹 부대를 바라보았다.
적 군단의 기본 구성은 언데드 중에서, 가장 약한 개체인 스켈레톤과 좀비였다.
물론 저 암청색으로 물든 언데드는 평범한 언데드에 비하면 훨씬 강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고스트에 비하면, 훨씬 상대하기 수월했다.
“소피아. 버프를.”
“네!”
성지한은 트리니티를 지닌 소피아에게 온갖 버프를 받으며, 봉황시를 꺼냈다.
그림자검 이클립스에 비하면 확실히 성능이 떨어지는 봉황시였지만, 그래도 언데드에게 극상성인 천뢰의 힘을 담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아리엘. 성벽 위에서 적을 막아 줘.”
그리고 천뢰를 담을 수 없는 이클립스는 아리엘로 대신 소환했다.
“저들이 킬 더 킹인가. 이름만 들어 봤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소환된 아리엘은 팔짱을 낀 채, 성벽 아래를 바라보았다.
언데드를 지켜보는 그녀의 얼굴에, 미미한 불쾌감이 떠올랐다.
“소름 끼치도록 난잡한 흑마력이군…… 그러면서도 그 안에 묘한 통일성이 숨어 있다.”
“그래?”
“주인. 저 흑마력은 흡수하지 못하겠다. 먹었다간 그림자검의 힘이 엉키겠어.”
“그럼 그냥 상대만 해 줘.”
“알겠다.”
아리엘을 성벽 위에 놔둔 성지한은, 봉황시를 꼬나쥔 채 아래로 점프했다.
툭!
지면에 가볍게 착지한 그를 향해.
-평등해져라!
언데드 군단의 일부가 진군해 왔다.
10개의 탑 때처럼 본능에만 충실해서 돌진해 오던 좀비 떼와는 달리, 오와 열을 맞추며 체계적으로 압박해 오는 적들.
한 몸처럼 움직이는 저들은, 상당히 군기가 정연했지만.
‘그래 봤자 언데드다.’
천뢰의 기운을 이끌어 낸 성지한은 가볍게 봉황시를 휘둘렀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치이이익-!
일격.
접근해 오던 언데드가 모두 단번에 반 토막으로 갈렸다.
그리고 갈라진 틈새에서, 하얀 불길이 일어나더니.
-아아……!
삽시간에 수백이 넘는 언데드가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그러자.
뚝-
모든 언데드 군단이 움직임을 일제히 멈추었다.
성지한을 상대하기 위해, 일부만 따로 떼서 오던 스켈레톤부터.
그를 무시하고, 성벽을 넘으려는 적의 본대까지.
모두가 동작을 멈추고, 붉은 눈을 번뜩이며 성지한만을 응시했다.
-왕!
저들이 일제히 입을 열어, 한 단어를 발했다.
왕.
성지한의 일격을 보자마자.
저들은 그를 왕이라 불렀다.
-왕이 될 자다!
그와 동시에, 언데드 군단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정예병과 같던 질서 있던 군기는 사라지고.
-킬 더 킹!
모두가 왕을 죽이라 소리치며, 성지한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해일처럼 몰려오기 시작하는 언데드.
무질서하게 마구잡이로 달려오는 것 같지만, 빈틈이 없었다.
10개의 탑 때 좀비가 몰려올 때는 자기들끼리 엉키고 짓밟는 경우가 많았지만.
저들에게는 그런 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내 상대는 아니다.’
휭!
성지한이 다시금 횡소천군을 시전하자 수백의 언데드가 일제히 타올랐다.
성지한이 보여 주는 공격은 너무나도 쉬워 보였다.
중계석에서 보기에는 그저 횡베기를 할 뿐, 너무나도 담백한 공격이다.
하나, 창이 몇 번 가벼이 궤적을 그리자.
-킬 더 킹!
왕을 죽이라는 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화르르르!
전장이 새하얀 불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배당률 3위로 배정받은 것치고는 너무나도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원맨쇼는.
채널 0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 * *
=크리스토프…… 대체 저 공격은 무엇입니까? 창을 가볍게 휘두른 것 같은데, 언데드 군단이 떼몰살을 당하는데요?
=하하하! 성이 흔히 쓰는 공격입니다. 저런 언데드 따윈 대번에 쓸어 없애는, 그래요. 가로베기죠, 그냥!
한 달 전에는 말만 팬이었다면.
이제는 성지한의 방송을 챙겨보고, 찐팬이 된 크리스토프.
그는 캐스터의 호들갑에 뭐 이런 걸로 놀라냐는 듯 여상하게 해설했다.
=하나 저 언데드 군단은 실제론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남쪽 방면의 플레이어들은 언데드에게 상당히 고생하는 것 같은데요…….
때맞춰 중계 화면이 남쪽 성벽을 비추었다.
90명의 플레이어가 배정된 남쪽.
그곳은 평화로운 북쪽의 분위기와는 달리,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라이트닝 스톰!”
쿠르르르……!
배런이 하늘 위로 손을 뻗자, 순식간에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졌다.
이번 승급전을 위해 배런이 새로 터득한 광역 마법, 라이트닝 스톰이었다.
그가 손가락을 내리자, 강렬한 벼락이 대지로 끊임없이 쏟아졌다.
실버가 사용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위용.
하지만.
쿵- 쿵-
성지한에게 베일 때와는 달리.
저들은 벼락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암청색 언데드의 뼈와 피부가 시커멓게 타올랐을 뿐.
-평등해져라!
군단은 모두 하나된 입으로 평등을 부르짖으며 전진해 왔다.
“뭐 이리 안 죽어?”
배런은 불만을 터뜨렸다.
최하급 언데드 몬스터, 스켈레톤과 좀비.
그거랑 색깔만 다르지, 형태는 똑같은 놈들이 뭐 이리 질긴지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파이어 웨이브!”
강력한 마력을 바탕으로 여러 마법을 연속해서 사용하니, 그제야 적 몇몇이 소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벽을 향해 일제히 돌격해 오는 언데드 군단을 모조리 제압하기란 무리였다.
=……북쪽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군요. 언데드 군단이 마법을 이겨 내고 성벽에 접근하고 있어요!
=이게 정상이긴 합니다. 성의 경기만 보면 착각할 수 있지만, 디펜스 맵은 원래 팀 게임이죠! 혼자서 군단을 이길 순 없습니다!
=성이 왜 밸런스 패치를 받았는지 알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패치가 한참 모자란 것 같습니다! 아직도 밸런스 조절을 더 해야겠어요!
그렇게 언데드 군단이 마법 폭격도 이겨 내면서 성벽을 기어 올라오자,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중국의 왕린.
“천마신장天魔神掌!”
손에서 붉은 기가 피어올라 날아가자, 단단하던 스켈레톤의 머리가 바스러졌다.
과연 배당률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플레이어답게, 그는 언데드 군단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적을 하나하나 제압해 가고 있었다.
=왕린도 상당히 강력하군요!
=그렇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언데드 군단에게 고전을 하고 있지만, 천마지체란 기프트를 지닌 그는 꽤 여유롭게 적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배런과 왕린이 아니었다면, 남쪽 성벽은 이미 함락되었을 것 같군요.
=네. 그건 그렇습니다만…….
-평등해져라!
쾅!
플레이어를 도와주던 토병, ‘호위병’이 부서지고.
“으아아. 이 새끼들 왜 이렇게 세냐……!”
콰직!
플레이어들도 하나둘씩 전사하기 시작한다.
광신도처럼 평등을 부르짖으며, 조직적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언데드 군단.
아무리 배런이나 왕린이 강력하다고 한들, 홀로 전장의 판도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기에, 남쪽 성벽은 외곽부터 킬 더 킹에 의해 장악당하고 있었다.
“아…… 마, 말도 안 돼…….”
TV를 보던 이하연은 부들부들 떨며, 손톱을 깨물었다.
아니.
‘왜 또 이러는 건데…….’
시스템이 나섰잖아.
배틀넷 시스템이 밸런스 패치를 직접 했잖아.
근데 왜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건데?
“왕린……! 천마가 왜 이렇게 약해!”
천마 하면 무림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 아니었던가.
SSS급 기프트 천마지체를 지니고 있으면서, 뭐 저렇게 장풍을 쬐끔쬐끔 날리냔 말이다!
“저게 뭐야! 선풍기 바람도 저거보단 강하겠다! 천마신장이면 한 방에 싹 다 쓸어 버려야지! 이름이 아까워!”
“아가씨. 저 정도면 매우 강력한 겁니다. 다른 전사 플레이어들은 하나도 힘겹게 상대하는데. 왕린은 벌써 50구나 잡았어요.”
뒤에서 같은 전사 출신인 임가영이 그녀의 말을 바로잡아 주었다.
천마 왕린.
그는 놀라운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워리어들은 언데드 한둘에게도 손쉽게 압박당해 죽어 버리는 데 반해.
왕린은 천마신장으로 하나하나, 적을 확실히 타격하여 소멸시켰으니까.
그는 확실히, 실버라고는 볼 수 없는 규격 외의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으으…… 오너, 오너님은…… 혼자 지금 천 구나 넘게 잡았다고!”
“아. 거긴 논외로 쳐야죠. 혼자 신계에 있는데요.”
다른 비교군이 미친 활약을 하고 있어서, 천마의 빛이 바랬을 뿐이었다.
-왕이 될 자다!
-킬 더 킹!
남쪽의 전장에서는 들리지 않는 외침.
암청색의 언데드들은 성지한을 포위하며, 킬 더 킹을 외쳤다.
배런이나 왕린은, 왕으로 전혀 의식하지 않던 언데드들이.
성지한만큼은 어떻게든 죽이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하나 아무리 덤벼도, 언데드들은 성지한의 옷깃조차 스치질 못했다.
‘끝이 보이는군.’
성지한이 봉황시를 빙글빙글 돌리자.
치이이익-!
언데드 군단이, 일제히 찢겨 나가며 타올랐다.
일대다의 싸움에서, 한 치의 거리도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인 무용.
-왜 저 사람만 진X국무쌍 하나요?
-원래 그랬음 ㅋㅋㅋㅋ 성지한만 맨날 학살이지.
-내 이럴 줄 알고 성지한에게 전재산 꼬라박았지!
-비열한 한국 놈들! 지들만 이런 꿀배당 알고 있었네!
-ㄴㄴ 걱정 마라… 우리도 감히 의심하고 벌 벋고 있어…
-배틀넷을 믿은 내가 병신이지 ㅠㅠ
-솔직히 배틀넷은 믿을 만했다 ㅇㅈ?
-으아아악ㅅㅂㅅㅂㅅㅂ 밸런스 패치 어디 갔냐고!
배틀튜브의 공식 중계 영상에서는, 이 모습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채팅 중 지분을 대부분 차지하는 건, 시스템만 믿고 베팅했다가 돈 날리게 생긴 사람들.
-밸런스 조절 장난해??!! 이따위로 조정할 거면 공지를 내지나 말던가!!
이하연도 이쪽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가씨. 그래도 대기 길드 마스터신데, 그렇게 채팅을 치는 건 조금…….”
“지금은 길드마스터가 아니라, 일개 개인인 이하연으로서 말하는 거야! 배틀넷 장난하냐고! 아니 이럴 거면 공지를 그렇게 대대적으로 내지나 말던가!”
“아. 네.”
아침부터 속사포처럼 배틀넷 욕을 쏟아 내는 이하연을 바라보며, 임가영은 그녀를 말리는 걸 포기했다.
대신, 자신의 베팅을 떠올리며 슬쩍 미소 지었다.
‘아가씨 반대로 베팅하는 거…… 진작 할걸 그랬어.’
세상에 이렇게 쉬운 돈 복사 방법이 있었다니.
황금알을 가진 거위가 곁에 있는 걸 지금까지 몰라본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게임이 끝나 가려 할 때.
-끄…… 끄끄…… 이대론 안 되겠네요.
평등을 외치던 언데드들이 이상하게 웃더니,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은 곧 줄이 끊긴 마리오네트처럼, 바닥에 풀썩 쓰러지며, 순식간에 땅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남쪽과는 달리, 북쪽에는 이제 적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
=앗! 북쪽의 전투가 이렇게 끝났나요? 플레이어 성. 이번에도 또다시 1등을 확정 짓습니까?!
=글쎄요…… 그렇다기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만.
중계진의 해설이 끝나기도 무섭게.
쿵!
성지한의 뒤편에 있던, 성벽 중앙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아, 아니!
=이게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배틀넷 중계 카메라가 급히 무너진 성벽에 집중했다.
그곳에선.
거대한 손자국에 짓눌린 채, 완전히 무너져 버린 중앙 성벽의 모습이 완연히 드러났다.
“오. 오…… 뭐, 뭐야! 설마 밸런스 패치!?”
그리고 절망에 빠져 있던 이하연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