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13)
진유화가 이 자리에 온 건 성지한으로서는 예상외의 일이었다.
그냥 바다 건너에서 사람을 시켜도 되는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직접 오다니?
‘아니. 위험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겠지.’
성지한이 회귀자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진유화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할 거라 판단했을 터.
성지한으로선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격이었다.
[주인. 저번에 우리를 미행한 여자도 저쪽에 있다.]미행자에게서 그림자를 심어 놓았던 아리엘의 증언이 이어졌다.
성지한은 포스의 감각을 넓게 흩트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중국 대사관의 일행이라 그런지, 어떠한 의심도 사지 않고 들어온 이들의 품속에.
권총이 들어 있는 게 감지되었다.
크기와 형태를 보아하니, 하나같이 대 각성자용 탄환을 발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수 권총이었다.
‘대놓고 저격하겠다는 뜻이군.’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 이상, 성지한으로선 당장이라도 저들을 처리하고 싶었다.
하나, 지금만큼은 안 될 일이었다.
성지한이 행사장에 입장하자마자 진유화가 죽는다면?
타이밍도 타이밍이거니와, 그가 포스를 지니고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필요 이상의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돌연사로 위장할 필요가 있겠어.’
성지한은 왼팔에 깃들어 있는 아리엘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리엘. 힘의 일부를 저 여자의 그림자에 보낼 수 있나?’
[저 어린 여자만 말인가?]‘그래.’
[쉬운 일이지. 죽이면 되나?]‘지금은 안 돼. 나중에 자연사로 위장할 수 있겠어?’
[그 역시 쉬운 일이다. 어차피 최하급 종족이니, 심장만 멈추면 되겠지.]‘좋아. 어디까지나 흔적을 들키지 않는 게 중요해.’
[그게 내 특기다.]성지한의 팔에서, 아리엘의 힘이 일부 빠져나갔다.
은밀한 기동을 최우선으로 해서 그런지, 주변의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됐다. 언제든지 명령만 해라. 너무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상, 바로 실행할 수 있다.]‘심장마비로 위장할 거면, 그녀가 자리를 떴을 때 결행하지. 여기서 쓰러지면 사람들이 살릴 수 있거든.’
[그럼, 화장실이라도 보낼까?]‘……그런 것도 가능한가?’
[최하급 종족의 인체는 이미 분석 완료했다. 요의를 느끼게 하면 되겠지.]이럴 때는 정말 상급 종족 같단 말이야.
성지한은 아리엘의 수완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계획을 마친 성지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관리국장과 대화했다.
“오늘 행사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아, 예. 그것이…….”
한편.
멀리서 성지한 일행의 모습을 지켜보던 진유화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행사장 구조가 생각보다 일 벌이기가 쉽지 않게 되어 있어.’
홍콩에 있을 때만 해도 어떻게든 저지르고 보려고 했었는데, 막상 와서 계획을 실행하려고 하니 이런저런 제약 사항이 많았다.
특히 한국의 배틀넷 관리국 행사장은 생각보다 너무 좁아서, 여기서 일을 실행했다가는 빼도 박도 못했다.
‘그때 화장실에서 죽였어야 했는데. 쯧.’
아무리 생각해도 어젯날이 아쉬웠다.
“유화야. 아버지한테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같은 테이블에 있던 왕임 주한 중국 대사는 진유화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성지한을 잠깐 저 여자와 떼어 놓으면 되겠니?”
“어머…… 대사님. 그게 가능하시겠어요?”
“이 나라의 국무총리가 나랑 좀 연이 있단다. 성지한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이미 말해 두었어. 나는 그와 다른 응접실에 가 있을 테니, 그다음에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진유화는 눈을 빛냈다.
아버지가 예전부터 후원하던 왕임 중국 대사.
그간 건네준 돈이 여간 큰 게 아니었는지, 꽤 상황을 유리하게 조성해 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정말 감사드려요!”
“그래. 아버지께도 안부 인사 전해 주렴.”
“물론이지요!”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자. 그럼, 이제부터 표창장 수여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표창장 수여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한국의 국무총리가 연단에 서고.
성지한이 표창장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그때.
‘뭐 마신 것도 없는데…… 긴장했나?’
진유화는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어차피 지금 일을 벌일 건 아니니, 다녀오자.’
그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 * *
관리국 행사장 옆에 마련된 여자 화장실.
“어…… 억……!”
진유화는 화장실 안쪽에서 가슴을 부여잡더니, 풀썩 쓰러졌다.
행사장이었으면, 주변 사람들이 구급차를 부르고 그녀에게 심폐 소생술을 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겠지만.
행사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아무도 없는 여자 화장실에 그녀를 구조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아리엘은 그녀가 숨을 완전히 멈춘 걸 확인하고는, 그림자 안에서 생각했다.
‘진실로 나약한 종족이로군.’
그림자에 깃들고, 심장을 장악할 때까지.
이 여자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감각도 둔하고, 심장을 멈추니 금방 숨이 멎는 최하급 종족.
어째서 이런 종족이 배틀넷에 초대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S급 기프트를 그렇게 뿌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아.’
지구인 중, 상위급 플레이어는 대부분이 S급 이상의 기프트를 지니고 있었다.
쉐도우 엘프들이 배틀넷에서 받는 기프트에 비하면, 너무나도 후한 대우.
처음에는 무슨 차별 대우가 이리 심한가 싶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인간 종족의 한계를 생각하면, 배틀넷에서 S급이 아니라 SS급 이상을 뿌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주인이 이상한 거지.’
성좌를 사냥하는 성좌, ‘방랑하는 무신’과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일까.
인간 중에서는, 성지한만 오롯이 격이 달랐다.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스페이스 리그에서 꽤 파란을 일으킬 존재가 되겠지.
‘근데 왜 이 인간만 죽이라고 한 거지?’
별 볼일 없는 존재인데.
아리엘은 진유화에게서 빠져나와, 다시 성지한에게로 돌아갔다.
행사장의 무대 위에서, 표창장을 수여받은 그는.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 주기를 바랍니다. 성지한 플레이어.”
“감사합니다. 총리님.”
국무총리와 악수를 나누며, 기자들에게서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끝냈다.]‘잘했어.’
겉으로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아리엘에게 대답하는 성지한.
[근데 왜 그녀만 죽이라 했나? 별 볼일 없는 인간이던데.]‘대기만성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녀가 총을 든 이들의 수뇌였겠지.’
[아. 그럼 윤세아에게 미행을 붙인 게 저 사람이었나?]‘그래. 고맙게도 죽으러 와 줬지.’
[그런 걸 잘도 알아냈군.]하여간 인간 종족은 별거 없는데, 이 인간만 별나다니까.
아리엘은 그래도 그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대답해 주지 않을 걸 알뿐더러.
흑영승천을 보았을 때에 비하면, 이런 건 사소한 의문이었으니까.
“성지한 플레이어. 시간 좀 괜찮습니까?”
표창장 수여식이 끝난 후, 국무총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성지한에게 다가왔다.
“예. 총리님.”
“중국의 대사께서 성지한 님과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어떻습니까. 같이 뵈러 가는 것이?”
중국 대사에게 존칭을 써 가며, 꼭 같이 가 달라고 부탁하는 국무총리.
“그럼, 조카와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자 국무총리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성지한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아. 사실은 그쪽과 좀 민감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조카는 잠깐만 밖에서 기다리게 하면 안 되겠습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이렇게 떼어 놓을 계획이었나.’
성지한은 국무총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체 중국 쪽이랑 무슨 관계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잘되었다.
어차피 이미 진유화를 제거한 이상, 그와 같이 있으면 알리바이는 확실하게 생길 테니까.
“아리엘. 세아랑 좀 있어 줘.”
“알았다.”
성지한은 아리엘을 소환해서 윤세아에게 보낸 후, 국무총리를 따라 응접실로 갔다.
그곳에는, 아까 보았던 중국 대사관 사람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성지한 군.”
왕임 주한 중국 대사는 능숙한 한국어로 성지한에게 악수를 건넸다.
“최근의 활약, 인상 깊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운을 띄우면서 대화를 시작한 왕임은, 국무총리가 이야기했던 것과는 달리.
“이런 뛰어난 플레이어가 있어서 참으로 좋으시겠습니다. 허허. 한국이 유망주에 있어서는 저희를 앞지른 것 같군요.”
“무슨 말씀을요. 성지한 플레이어 한 사람만 뛰어날 뿐이죠. 나머지는 어찌 중국에 비하겠습니까?”
민감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서로 얼굴에 금칠만 해 주고 있었다.
정확히는 왕임의 덕담에, 국무총리가 오버하면서 반응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나마 민감한 대화라면.
“성지한 군. 어제의 영상 잘 보았습니다. 던전 핵과 관련된 정보…… 그런 걸 배틀튜브에서 풀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깝지는 않으셨습니까?”
“확실한 정보도 아니고, 던전 포탈은 인류에게 직면한 문제니까요. 그렇게 정보를 푸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훌륭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정보의 가치에 비해, 너무 성지한 군에게 돌아오는 대가가 적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러며 왕임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이번에 영상을 보고 제가 다 아쉽더군요. 혹시나 다음에 그런 정보가 있으면, 저희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득을 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중국은, 적절한 대가를 치르는 나라입니다.”
“그렇죠. 그렇죠.”
적절한 대가를 치른다니.
지금도 뒤에서 공작질을 하면서, 잘도 그리 이야기를 하는군.
“감사한 말씀이군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성지한은 일단 주는 명함을 받아들이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알리바이를 위해 있긴 했지만, 국무총리가 중국 대사에게 아부를 떠는 작태를 더 이상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니, 조금만 더 있다 가시지 그래요?”
“아닙니다. 조카도 기다리는데 너무 오래 있었군요. 명함도 받았으니 이제 가 보겠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인연이 되었는데…….”
왕임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려고 했지만.
쾅!
갑작스레 응접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크, 큰일났습니다! 진유화 아가씨께서……!] [응? 무, 무슨 일인가?] [화장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셨습니다!] [뭐라!?]중국어로 열심히 소리치는 둘.
중국어를 모르는 성지한은 멀뚱멀뚱, 심각한 분위기의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아, 아니. 이럴 수가……!”
다만 국무총리는 저 말을 알아들었는지, 심각한 기색이었다.
성지한은 그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아. 그게…… 사람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네? 아니, 대체 누가……!”
성지한은 심각한 얼굴로 질문하다, 급히 나갈 준비를 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전 조카한테 일단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 그러시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지한을 말리던 입장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시체로 발견된 진유화 때문에 혼비백산한 왕임은 성지한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아이고! 성지한 님. 여기 계셨습니까! 큰일 났습니다, 지금!”
그리고 응접실을 나서자, 관리국장이 호들갑을 떨며 성지한에게 다가왔다.
그의 곁에는 윤세아와 아리엘도 함께 있었다.
“네. 사람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하던데요.”
“예예. 여자 화장실에서, 중국 분 한 명이 돌아가신 채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심장 마비 같다고…… 어휴. 좋은 날에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관리국장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귀가하실 리무진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돌아가시는 것이…….”
“배려 감사히 받겠습니다. 가자, 세아야.”
윤세아는 성지한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삼촌.”
그리고 관리국에 올 때와는 달리, 귀가하는 차 안에서 아무 말이 없던 윤세아.
차가 소드 팰리스에 서고.
두 사람이 펜트하우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자, 그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나. 기프트, 등급 올랐어.”
“그래?”
“응. E에서 D로.”
그러면서 그녀는 성지한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이거 혹시. 삼촌이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