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39)
동방삭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속을 알 수 없는 눈에, 살기 가득한 표정의 흰색 장발의 사내가 창을 짚고 일어나는 모습이 맺혔다.
“……누군가가 나의 업을 흉내 내고 갈취하려 드는군. 그러한 존재는 주인 하나로 충분하지. 그를 죽이러 가겠소.”
업을 갈취한다는 말에, 동방삭은 쓴웃음을 지었다.
롱기누스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무신의 충실한 종으로서, 여기서는 그를 말려야 했다.
“멈추게. 롱기누스.”
“당신이라도 날 막을 순 없소. 특히 나의 업에 관해서는!”
“주인께서 주시하는 자네.”
“……상관없소.”
“무혼을 지니고 있어.”
“……!”
그 말에 롱기누스의 몸이 뚝 멈췄다.
그는 살기를 가라앉히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주인을…… 죽일 수 있는 자요?”
“글쎄. 그럴 것 같지는 않네만. 주인께서는 그의 사정을 많이 봐주시더군.”
“……그런가.”
동방삭의 주인이자, 롱기누스의 주인.
‘방랑하는 무신’이 그에게만은 관대하다고 이야기하자, 롱기누스는 살기를 완전히 거두었다.
“그래. 거기에 지금은 골드밖에 안 된 아이네. 굳이 신살神殺의 창을 겨눌 필요가 있겠나.”
“허. 골드라니?”
롱기누스는 눈을 크게 떴다.
골드에 불과한 플레이어가, 어찌 자신의 업을 구현한단 말인가!
그의 두 눈에 흥분이 깃들었다.
“가능성이, 0은 아니로군.”
“그래. 나도 그의 재주를 지켜보고는 있었네만, 자네가 일어날 정도인지는 몰랐지.”
“강상姜尙, 당신은 참으로 태평하외다. 어차피 당신도 나랑 똑같은 신세 아니오?”
“…….”
강상이라고 불린 동방삭.
수염을 쓰다듬는 손이 잠시 멈추었다.
“이제 나는 동방삭일세.”
“아아. 그 이름이었나? 천마에 장삼봉에. 여러 이름을 사용하더니 그걸로 정착했나 보군.”
“새로운 이름 중에는 동방삭이 제일 좋았다네. 강상은…… 쓰기 싫은 이름이야.”
그러면서 동방삭은 허허로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롱기누스. 왜 내가 자네와 똑같은 신세라고 생각하는가?”
“…….”
“나는 오래 사는 것에 대해 유감이 전혀 없다네. 삶은 재밌어. 아무리 오래 살아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지.”
“하아. 나와는 정반대로군…….”
롱기누스는 창을 껴안았다.
“나는 그리 태어나지 않았소. 지금이라도 소멸하고 싶다오. 무신만 아니었다면…… 나의 업을 이뤘겠지.”
“쯧쯧…… 답답하구먼.”
동방삭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롱기누스가 자신의 업을 이뤘다면 이미 2천 년 전에 죽었을 텐데, 그렇게 빨리 죽고 싶나?
죽음이 뭐가 아쉬워서 저렇게 궁상인가.
“스마트폰을 들게. 그러면 오래 사는 게 즐거울 거야.”
“……그게 뭐요?”
“스마트폰을 모르나?”
“가장 최근 깬 게 150년 전이오.”
“하아.”
이거, 처음부터 가르쳐야겠구먼.
이 세상의 재미를.
“나랑 지구로 한 번 가지.”
동방삭은 깨어난 롱기누스를 보며 웃음 지었다.
그래도 무신의 종이 하나 더 깨어나니, 마음이 편했다.
다른 놈들은 다 자고 혼자 깨어 있어서 무신의 명령을 다 처리하는 게 힘들었건만.
‘이제 나만 구르지 않아도 되겠군.’
동방삭은 롱기누스에게 신문물을 보여 주면서, 그를 다시는 재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 *
대 러시아전 스코어, 2:0.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사우스게이트 맵에서 이룬 승리는 대한민국 전역을 열광케 했다.
-성지한! 성지한! 성지한! 성지한!
-씨이이이발 혼자서 다 쓸어버리는 거 실화냐?
-앗..아아… 검왕 이후로 이런 뽕은 처음이야…
-블라디미르 하는 말 다 들었제? ㅋㅋㅋ즉사가 말이 되냐구우우! 징징이 모드 개꿀잼 ㅇㅈ?
-ㅋㅋㅋㅋㅋㅋ사우스게이트에서 워리어로 들이박더니 오히려 역으로 당했쥬?
-자동문 1군 새끼들 자르고 나니까 성적 수직 상승하누!!ㅋㅋㅋㅋㅋ
와아아아아!!
성지한의 철혈십자가 제대로 먹혀, 전사들이 가루가 된 그 시각.
김동우는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최고급 맨션이다.
현관만 열어도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가를 볼 수 있는, 집값만 해도 기본 100억 이상이 넘어가는 초고급 주택가에서.
-와아아아아!
-이겼다! 이겼어!!
-엉엉 날 가져요! 성지한!!!!
성지한이 적을 꿰뚫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러한 함성 소리는 김동우가 어릴 적, 추억으로 담아 두었던 소리였다.
2002년 월드컵 때나 들었던, 아파트 전역에서 울려 퍼졌던 고함 소리.
그게 지금 이 맨션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와!!”
“성지한!! 성지한!!!”
“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
“미쳤다 진짜…….”
옆에서 데려온 여자 넷도.
모두 시선을 TV 화면에 고정한 채, 성지한을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팀 게임 위주인 배틀넷 경기에서, 그는 홀로 게임을 지배했다.
피와 철로 이루어진 십자가를 그리고, 워리어 랭킹 6위인 블라디미르의 절규를 이끌어 내면서 게임을 캐리했다.
예전 검왕이 활약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
‘젠장……!’
사실, 김동우도 저걸 보면서 흥분한 건 마찬가지였다.
와…….
어떻게 사람이 저러지? 하면서.
하지만 그와 동시에 드는 감정이 있었으니.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대번에 쓸려 버린 2군따리들 대신에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으면.
대중의 환호 중 반의반이라도 자신이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왜 여기서 시청자가 돼서 술잔을 기울인단 말인가?
“이제 1승만 하면 끝나네?”
“오빠들 어떻게 해? 지한 오빠 저래서!”
“시끄러워! 씨발…… 망했네. 그냥 한잔해.”
“윤기 오빠는 술만 계속 먹이려고 하더라!”
이윤기는 이 와중에도 여자들한테 어떻게든 술을 먹이려고, 입을 털고 있었지만.
김동우는 굳어진 얼굴로 말문을 열지를 못했다.
=자~ 3라운드는 저희 대한민국이 자신하던! 트레인 맵입니다!
=트레인 맵! 간단히 맵 설명을 하자면, 두 개의 기차가 나란히 달리며, 각 진영의 플레이어가 서로를 쏘아 떨어뜨리는 게임입니다!
=이 맵은 대한민국의 궁수진이 가장 활약하는 전장이죠!!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궁수진은 세계 최강이니까요!
동아시아 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는 한국 대표팀.
그래도 한국 대표 팀에게 한 줄기 빛이 있다면, 바로 궁수진이었다.
세계 궁수 랭킹에서 3위를 기록한 하연주를 필두로.
모두가 240레벨 이상인 한국의 국가대표 궁수들.
=대한민국! 드디어 리그 1승에 가까워집니다……!
캐스터는 이 와중에 거의 울먹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에이. 씨. 저 아저씨는 왜 술 먹는데 기분 잡치게 해?”
이윤기는 그 음성을 듣고는 짜증을 냈지만.
김동우는 속이 타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왜 지금 저 자리에 내가 없는 건가.
그때, 사고만 안 났어도……!
그리고 경기는.
예상보다도 더욱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아, 이 맵에서 워리어는 사실 거의 할 일이 없습니다. 두 기차 사이의 거리는 아주 멀고, 궁수나 마법사가 아니면 리치가 닿질 않으니까요!
=네. 워리어가 할 일이라고는 트레인에 올라타는 중립 몬스터, 좀비만 해치우면 되죠! 그건 아무리 2군 워리어진이라고 해도 쉬운 일입니다.
=예. 맞습니다. 성지한 선수도 도와줄 테니, 좀비야 걱정할 필요 없죠! 근데……!
휙!
좀비를 막기 위해 전방에 서 있던 성지한이.
갑자기 봉황기를 하늘 위로 던졌다.
아무리 하늘 위로 높이 투창을 한다 한들, 러시아대표 팀의 기차랑은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갑작스런 성지한의 행동에 모두들 당황하기도 잠시.
창은 구름 위에 파묻혀 사라지더니.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천주심판天主審判
러시아팀의 기차 위 상공에, 구름이 동그랗게 갈리며 원형의 구멍이 드러났다.
안에는, 새하얀빛으로 가득한 공간이.
=어어…… 저건 대체……?!
슈우우우!
거대한 빛의 창이, 러시아의 기차에 직격했다.
러시아 대표팀의 서포터들이 미리 사용해 두었던 보호 마법이 강력했지만.
천주심판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지지지지직-!
“뭐, 뭐야! 이 데미지는 뭐냐고……!”
“히, 힐! 힐 줘!”
“워리어들 뭐 해! 궁수 지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
러시아 진영은 아수라장이 되고.
하나둘씩, 죽어 나가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 성지한!! 순식간에 7킬을 달성합니다!
=아니, 저…… 저저! 저렇게 초장거리에서도 공격이 가능한 겁니까?
=아. 당연하죠! 당연합니다! 성지한이니까! 가능합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얻은 킬 수는 7킬.
다른 워리어라면 꿈도 꾸지 못하는 성적이었으나, 정작 성지한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역시 적이 국가대표급 정도 되면, 천주심판을 써도 완전히 와해시키진 못하는군.’
이래서 즉사기인 철혈십자가 좋았는데.
아쉬움을 삼킨 성지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안 쏩니까?”
“아…….”
하늘에서 빛의 창이 떨어지는 걸 멍한 눈으로 지켜보던 하연주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모, 모두 저격 준비해!”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궁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도.
성지한을 경악한 눈으로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유리가 검왕보다 대단한 선수라고 치켜세울 때만 해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연주는 동생인 하유리가 ‘성지한이 검왕 윤세진보다 더 뛰어나다’고 장담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하연주는 네가 검왕을 직접 못 봐서 그런다며 면박을 주곤 했다.
그만큼 같은 국가대표 선수로서 옆에서 본 검왕은, 미친 괴물이었으니까.
하지만.
‘검왕도 이 맵에서는 검을 타고 날아서 적 기차에 홀로 상륙하긴 했지만…….’
그때의 검왕은, 다이아 최고 레벨.
지금 성지한처럼 골드가 아니었다.
성지한이 만약 검왕과 같은 레벨이 된다면 어떤 수준일까.
“지원할게요.”
다시 돌아온 창을 쥐고, 이제는 적 팀 기차를 향해 번개를 쏘아 대는 성지한.
러시아 선수 하나하나가 뇌전에 직격당할 때마다 쓰러지는 걸 보는 하연주로선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이건 뭐 지원 수준이 아닌데?
‘이번 경기 MVP도 성지한으로 확정이네.’
하연주의 예상은 적중했다.
=3경기 MVP도 성지한 선수입니다!
=1, 2, 3경기. 모두 MVP를 차지합니다!
=이러면 당연히 오늘의 POTG도…….
=당연히 한 사람으로 정해졌죠!
성지한의 첫 데뷔전.
국가대표와 관련하여 수많은 논란과 구설수가 있었음에도.
결국 그는,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 주었다.
=드디어 대한민국…… 1승입니다!!
=3:0이라니. 정말 성지한 선수 공언대로 됐어요!!
=1, 2, 3경기 MVP에, 오늘의 선수 선정까지. 성지한 선수, 배틀넷 플레이어 중, 이보다도 빛나는 데뷔전을 치른 선수가 있을까요?
=여러분은 지금 새로운 전설이 될 선수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계신 겁니다!
입 다투어 성지한을 찬양하는 해설진.
이건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정서였다.
절망의 리그 연패를 끊은 초대형 신인.
그 신인이…… 골드다?
그가 여기서 더욱 성장하면 어떻게 될지, 모두가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 선수 뭡니까?”
“아니. 미쳤는데? 골드라며?”
“이거 한국 상대로 경기 전략을 다 수정해야겠는데요?”
동아시아 리그에 속한 다른 나라들은, 비상이 걸렸다.
* * *
[일반 업적, ‘국가대표로 데뷔하다’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리그 게임 MVP 달성’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오늘의 선수 선정’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좀 벌었군.’
안 그래도 요즘 업적 포인트 필요했는데, 잘됐네.
성지한은 메시지를 돌아보면서, ‘오늘의 선수’ 인터뷰를 계속 진행했다.
그에게 찬사를 계속 내보내던 아나운서는, 이제 인터뷰를 끝마무리 지을 요량으로 말했다.
“성지한 선수! 그럼 마지막으로! 오늘 맹활약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주실 건가요?”
“70점입니다.”
“7, 70점밖에 안 주세요?”
“네. 아쉬운 경기가 있었거든요.”
“아쉬운 경기라면 어떤 경기죠?”
“3경기입니다. 레벨이 부족해서 그런지, 킬 수가 생각보다 적었어요. 아예 적진을 붕괴시켰어야 했는데.”
“아…… 그렇군요…….”
아나운서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3경기에서도 MVP를 받아 놓고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하다니.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레벨 업하러 가야겠습니다.”
“아니, 국가대표 경기도 치르셨는데요?”
“네. 마침 국가대표 경기 치르면서 레벨이 4올랐거든요. 오늘 아예 하나 더 올리려고요.”
“어……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레벨이 오르나요?”
“되네요. 보니까.”
그러면서 인터뷰를 마친 성지한.
이 영상에는 벌써 수많은 리플이 달렸다.
-4레벨 업 실화냐?
-골딱이가 200레벨 넘는 다이아들 때려잡으니까 오르지 ㅋㅋㅋㅋㅋ
-??? : 그냥 좀 빨리 올라가라 경험치 팍팍 줄 테니깤ㅋㅋㅋㅋㅋㅋ
-밸런스 파괴 주범임 ㄹㅇ
-지한 님 노력하시는 거 보세요… 오늘의 선수가 되었는데도 레벨 업하러 가시다니 ㅠㅠ
-자동문 새끼들이랑은 근본이 다르다ㅋㅋㅋㅋ
오늘 경기 이후.
이제 한국에서 성지한에 대한 여론은 거의 종교나 다름없었다.
왕년의 검왕가와도 이제 비벼 볼 만한 수준이었으니.
‘이제 악플을 찾을 수가 없네.’
윤세아는 히죽 웃으며 인터뷰를 끝마친 성지한에게로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전에, 성지한을 기다리던 선객이 있었다.
“저…… 성지한 선수.”
궁수진 리더, 하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