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40)
“저번엔, 죄송했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성지한 선수 탓도 아닌데, 짜증 내서…….”
하유리 폭행 사건 당시, 감독실에서 자신을 노려본 일을 말한 건가.
성지한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동생분 때문에 그런 건데요. 이해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마워요. 그런데. 그…….”
하연주는 잠깐 주저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 정말 죄송하지만, 유리 병문안…… 한 번만 같이 가 주시면 안 될까요?”
“병문안이요?”
“네. 유리가 의식을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도 자책하고 우울해해서…… 자기 때문에 러시아전 망하는 거 아니냐고 그랬거든요.”
“결과야 좋게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그렇지만요.”
톱스타 하유리.
하연주는 동생의 인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21세기 들어서, 가장 성공한 여자 배우.
이렇게 배우로서 성공한 데에는, 연기력보다는 아시아권을 뒤흔든 청순한 미모가 제일 역할이 컸다.
남자들에게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하유리였기에, 병문안 같이 가자고 하면 쉽게 승낙을 들을 줄 알았는데…….
“죄송하지만 오늘은 레벨 업을 해야 해서요.”
“그, 그래요…… 저…….”
하연주는 성지한이 단칼에 거절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걸 뒤에서 지켜보던 윤세아가 답답하다는 듯이 나섰다.
“아. 삼촌. 게임이야 갔다 와서 하면 되지! 그분, 삼촌 보러 왔다가 사고 났잖아.”
“내가 오랬냐? 그리고 병원까지 가려면 너도 가야 하잖아. 아카리는 어쩌고?”
“아, 그런가? 나랑 아카리 씨까지 짐이 많긴 하네.”
“지, 짐이라뇨! 괜찮아요! 제가 리무진 준비할게요!”
하연주가 황급히 말했다.
성지한을 설득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윤세아가 쥐고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저, 세아 양도 병문안 같이 오지 않으실래요?”
“저도요? 유리 님이 전 안 반기실텐데…….”
“아니에요! 세아 양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언니 자리 빼앗을 사람 나타났다고요.”
“어휴. 제가 감히 무슨…… 어떻게 하연주 님 자리를! 말도 안 돼요!”
윤세아가 손사래를 쳤다.
대표팀 궁수진 리더 하연주.
검왕이 떠난 후, 그녀는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였으니.
이제 실버에 불과한 윤세아가 감히 비교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요. 세아 양도 아처였죠? 어때요, 괜찮다면 같이 가면서 몇 가지 조언을 해 줄 수 있는데…….”
“저, 정말요?”
윤세아는 그 말을 듣고 성지한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삼초온…….”
같은 클래스에서 가장 동경하는 사람이, 직접 조언을 해 준다니.
이런 기회를 어떻게 놓치겠는가.
‘나 참.’
하연주, 노릴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했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인사만 하고 게임 접속하겠습니다. 괜찮죠?”
“무, 물론이죠! 그래 주시기만 해도 감사하죠. 제가 바로 리무진 부를게요!”
하연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 *
하연주가 부른 대형 리무진 안.
“세아야. 명중률 보정 아이템을 훈련이라고 안 쓸 필요는 없어. 오히려 꼈다가 뺐다가 하면서 비교하는 게 도움이 돼.”
“아. 언니. 그렇군요! 그거 진짜 궁금했는데……!”
벌써 말 놓은 하연주와 윤세아는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성지한을 데려오는 데 큰 공을 세운 윤세아에게 보답이라도 하듯이, 하연주는 선배 궁수로서 성장에 필요한 팁을 최대한 알려 주고 있었다.
‘병문안 가는 보람은 있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저번 생의 하연주에 대해 떠올렸다.
SS급 기프트, ‘집중 저격’을 지닌 그녀는 개인전보다는, 팀 게임에서 최적화된 능력을 보였다.
‘그녀가 타깃을 맞추면 아군의 명중률과 데미지에 상당한 보정 효과가 일어났었지.’
한국 궁수진의 특징은, 상대 플레이어를 한 명씩 확실히 무력화시키는 집중 사격에 있었는데.
여기에는 하연주의 기프트가 핵심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스페이스 리그에서 전사하고 난 이후에는 안 그래도 막장이던 한국 대표 팀이 더 나락으로 떨어졌고.’
스페이스 리그 경기에는, 전 세계의 탑 플레이어들이 차출된다.
하연주도 아처 중 한 명으로 뽑혔고.
엘프와의 경기에서, 사망했다.
‘게임 내에서의 죽음은 원래 GP만 있으면 부활할 수 있지만…….’
스페이스 리그를 처음 치른 세계 배틀넷 협회에서는 엘프 연합의 함정에 넘어가, 커다란 미스를 저질렀다.
그들과의 경기에서 죽어 버린 탑 플레이어들이 워낙 많아서, 이때 잃은 선수들의 공백이 추후에도 크게 작용했었다.
결국 지구의 리그 순위가 계속 최하위권에 맴돌았던 건, 첫 해의 참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연주. 이번에는 나 때문에 안 죽겠네.’
회귀한 이상, 엘프에게 두 번 당해 줄 수는 없지.
그렇게 성지한이 스페이스 리그에서 엘프에게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던 와중, 차가 한 병원 앞에 멈추었다.
“도착했습니다.”
“매니저님. 유리 지금 뭐 해요? 자고 있어요? 아. 경기 보고 있었다고요? 네. 저 곧 올라간다고 전해 주세요. 손님이랑 같이요.”
하유리의 매니저에게 전화한 하연주는.
“그럼 가 볼까요?”
성지한 일행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앞뒤의 차에서 보디가드들이 열 명 가까이 튀어나오더니 일행을 경호했다.
“사람 많이 쓰시는군요.”
“보디가드들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안 돼서요. 전 성지한 님처럼 포스가 없거든요.”
하연주의 말대로, 그녀가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와. 하연주다…… 실물이 더 여신이네.”
“성지한도 같이 있네? 조카도 있어!.”
“뭐지? 왜 갑자기 병원에?”
“사인 받고 싶다…… 사인 요청하면 해 줄까?”
“보디가드 있을 땐 접근 금지잖아.”
VIP병동이라 애초에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인데도,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 순식간에 모여드는 구경꾼들.
이들 중에는 의사나 간호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보디가드 없으면 사인해 주다가 아무것도 못해요.”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광경은 미국 생활 때도 많이 보긴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팬들이 더 과격했지.’
던전의 위협이 현실화된 그때는 플레이어가 스포츠 스타일 뿐만 아니라, 국방을 책임지는 존재이기도 했다.
보디가드가 있어도 어떻게든 뚫고 들어와서 사인에 셀카 같이 찍자고 하던 그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정도 반응은 얌전한 편이었다.
“연주 언니. 오셨어요? 어. 억…… 서, 성지한 님……!?”
하유리의 VIP 병실.
하연주를 마중 나온 여자 매니저는 뒤의 일행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TV 속의 성지한을 보며 꺅꺅 소리 질렀었는데.
그 선수가 실물로 눈앞에 있을 줄이야.
“잠깐. 쉿. 쉿.”
하연주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매니저의 입을 막았다.
“내가 어떻게 모셔 왔는데, 서프라이즈 해야지.”
“아……!”
그러자 매니저는 잠깐 멈칫하더니.
손을 휘휘 흔들었다.
“아, 안 돼요! 언니!”
그러면서 하연주 귀에 작게 속삭이는 그녀.
“유리, 쌩얼이란 말이에요……!”
“그게 왜? 유리 쌩얼이 어때서?”
“그게 왜라뇨! 팬이 스타를 영접하는데 어떻게 쌩얼로 있어요!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소리를 빽 지르고는 병실로 들어가는 매니저.
-뭐. 뭐. 뭐 진짜? 손님이 성지한 님이라고!?
-그래! 빨리 일어나!
-아, 진짜 언니! 왜 이야기 안 해 준 거야! 이런 건 미리 말해 줘야지!
안에서 작게 투닥거리는 소리가, 성지한의 귀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들렸다.
“오래 걸리겠는데요.”
“어. 아까 말…… 들으셨어요?”
“네. 귀가 밝은 편이라.”
“아 하긴 워리어시니…… 참 나. 유리는 쌩얼이 더 예쁜데. 왜 저렇게 오버하는지 모르겠어요.”
팬심에 대해서 이해도가 부족한 하연주.
그녀는 동생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계속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10분이 지났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자, 성지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게임 한판하고 올까요?”
“아. 자, 잠시만요! 제가 들어가 볼게요!”
황급히 병실로 들어가는 하연주.
그녀는 들어가자마자 소리를 빽 질렀다.
-야! 하유리! 기다리고 계시잖아! 이게 무슨 실례야!
-아, 알았어. 언니! 다 끝났어! 립스틱만 바르면 된다고!
-하. 환자가 무슨…… 그냥 쌩얼로 있지 메이크업을 뭐 이리 진하게 해!
-참나. 플레이어라서 피부 좋아서 좋겠다, 언니는! 일반인은 어쩔 수 없다고!
“음…… 삼촌. 이젠 나도 들려.”
“너 아니었으면 안 왔다, 여기.”
“히히. 고마워. 덕분에 연주 언니한테 팁 많이 들었어.”
그렇게 윤세아랑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하연주가 지친 표정으로 나왔다.
“정말 죄송해요. 성지한 선수. 이제 들어가요.”
드디어 입장인가.
성지한 일행이 들어서자, 하유리는 침대 옆에 서서 90도로 인사를 했다.
입고 있는 환자복과는 안 어울리게 풀 메이크업을 한 그녀는 TV 광고에서 나온 모습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성지한 님.”
“야. 너! 아픈 애가 왜 일어서 있어!”
“제가 어찌 감히 누워서 지한 님을 만나 뵙겠어요. 더 퍼스트의 부매니저, ‘다운글래스’가 그래선 안 되죠.”
“뭐, 뭐…… 부매니저?”
“엑…… 다운글래스가 하유리 님이셨어요?”
팬 카페 더 퍼스트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해서, 부매니저 자리까지 올라간 활동명 ‘다운글래스’.
이걸 직역하면 하유리긴 하지만, 다운글래스가 그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네. 제 이름은 하유리고요. 그냥 연예계 활동 좀 하고 있어요. 아아…… 저, 정말 맞길 잘했어요. 이렇게 지한 님을 영접하다니…… 거기에 병문안까지! 아까 인터뷰에서, 레벨 업 하신다고 해서 라이브 방송 대기하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안 하시나 했더니! 정말,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처음에는 톤을 조절하나 싶더니 결국 흥분을 참지 못하고, 폭풍처럼 말을 쏟아 내는 하유리는 몸마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일단 누우시죠. 쓰러지겠습니다.”
“제가 어찌 성지한 님 앞에서……!”
“……옮길게요.”
스으윽.
성지한이 손을 뻗자, 하유리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그러자 얼굴이 새빨개진 채 좋아하는 그녀.
“와! 포스! 이걸 직접 체험할 줄이야! 이거 꿈 아니죠? 응? 언니?”
“……하아. 내가 꿈이었음 좋겠다. 이것아.”
하연주는 한숨을 푹 쉰 채, 하유리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 주었다.
성지한은 그런 그녀를 보며, 일단 병문안의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저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들었는데.”
“성지한 님 때문이라뇨!! 다 그놈이 저한테 어떻게든 술 먹이려다가 난 사고인데요. 지한 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셔요! 거기에, 저! 다 나았어요.”
하유리는 눈을 반짝이며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실물 영접하고 나니,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에요. 온갖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아요.”
“그건 위험한 거 아닌가…….”
“앗! 윤세아 님! 세아 님 채널도 저 구독 중이에요!”
윤세아의 중얼거림을 들은 건지, 하유리는 손뼉을 치며 혼잣말에 반응했다.
“넷?”
“제가 언니한테 이야기했죠? 언니를 위협하는 슈퍼 루키가 나왔다고!”
“저, 제가 그 정도는 아닌데…….”
“아뇨. 제 눈은 확실해요!”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저도 나름 쓸 만한 기프트를 지니고 있거든요!”
“유리야!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연주는 얼른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지만.
‘기프트?’
성지한은 하유리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병문안만 가볍게 하고 끝내려 했는데.
그녀의 말이,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기프트라…… 설마 서포팅 기프트입니까?”
“넵. 웁. 웁……!”
“야! 유리 너! 그거 말 안하기로 했잖아!”
“에잇. 지한님은 예외야! 저, ‘감정’ 능력이 있어요!”
언니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죄다 실토해 버리는 하유리.
성지한은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보면서도.
그녀의 말에는 관심을 가졌다.
서포팅 기프트 ‘감정’…… 이걸 하유리가 지니고 있다고?
‘근데 이거 애매한 능력 아닌가.’
감정.
이건 그냥 숨겨진 아이템 설명을 보여 주는 능력으로 알고 있는데.
이하연의 ‘육성’이나 시즈루의 ‘편집’에 비하면,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이 능력으로, 선수의 가능성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거든요!”
감정으로 선수까지 볼 수 있다고 하자.
맨 뒤에서 아카리와 서 있던 아리엘이, 은밀하게 음성을 보냈다.
[주인. 저번에 감정 능력자 없다 하지 않았나?]‘내 상식으론 그랬지.’
[선수의 가능성을 판별할 정도면, 최소 B인데?]‘그 정도야?’
지구에서 서포팅 기프트 B등급은 희귀한 사례.
성지한은 두 눈을 빛냈다.
‘역시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해.’
그러니 이런 인재도 찾은 것 아닌가?
성지한은 병문안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하유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헤헤…….”
그녀는 그런 성지한의 속도 모르는 채, 그저 눈빛만 보고 헤죽거렸다.
“……바보냐?”
친언니마저 못 봐 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