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51)
“와, 삼촌! 아까 차에서는 말을 못해서 근질근질했는데…… 길드 지분도 10퍼센트 준대!”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윤세아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피아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10퍼센트나 준다고?”
성지한 역시 심상찮은 딜에 눈을 크게 떴다.
로버트 게이츠 쪽에서 길드 마스터 임명 외에도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해 오리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지분을 10퍼센트나 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응. 이거는……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메리칸 퍼스트면 세계 제일 길드인데. 이거 지분 가치면…… 와, 대박.”
윤세아는 인터넷에서 아메리칸 퍼스트의 현재 가치에 대해 검색해 보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뒤에 붙은 0이 대체 몇 개야?
“그래도 미국은 안 가.”
하지만 성지한은 지분을 준다는 사실에 잠깐 놀랐을 뿐, 여전히 미국으로 갈 생각은 없었다.
“삼촌, 10퍼센트인데도?”
“응. 검왕한테 세계수 잎 먹여야지. 미국 가면 일본이랑 매칭될 일이 거의 없어지잖아.”
지역 리그가 다른 미국과 일본.
두 나라가 맞붙으려면, 월드 챔피언스 리그에서 만나야만 가능했다.
그러느니, 같은 지역 리그에서 소속된 한국에 있는 게 기회는 더 많겠지.
“아아…… 나 미쳤나 봐! 삼촌도 아빠를 그렇게 생각해 주는데, 지분에 정신 팔려서…….”
“10퍼센트가 크긴 크지.”
“진짜 고마워…… 삼촌. 아빠 때문에 그걸 포기하다니…….”
윤세아는 한껏 감동한 듯 눈을 글썽였지만, 성지한은 쓰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뭐, 원래는 국적 보너스 때문이었지만.’
애초에 한국에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국적 보너스 덕에, 계속 여기 있으려 했다.
하지만 무혼을 얻고 난 이후부터는, 국적 보너스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었다.
별의 능력인 무혼만 제대로 잘 성장시켜도, 플레이어 세계 랭킹 1위는 국적 보너스 없이 가져올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만, 걸리는 게 있었다.
‘가봤자 어차피 외국인이지.’
성지한은 망명했던 경험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는 외국인인 자신이 완전히 융합하기 힘들다는 걸 몸소 체감했다.
지금 한국에서 기반도 많이 갖춰 둔 상태인데, 굳이 외국까지 나갈 필요야 없었다.
‘대표팀 수준이 문제긴 하지만…… 세아가 성장하고 검왕까지 돌아오면 상황이 나아질 거다.’
이토 시즈루의 매료만 풀면.
국가대표팀 수준에 대해서도,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어질 터.
그렇게 미국은 가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세아야. 그렇다고 이 오퍼를 그냥 넘기는 건 아쉽지 않아?”
“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그전에, 세아 넌 이 집 보면서 스트레스 생기는 거…… 아직도 있어?”
성지한의 물음에 윤세아는 집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예전에야 자신을 버린 아빠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집에만 있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지만.
“아니. 없어. 아빠도 매료 때문에 그렇게 된 걸 알았으니까…….”
“그럼 건물 다시 되찾아와도 되겠네.”
“되찾는다고? 기부한 걸?”
“그래. 그때랑은 상황이 달라졌잖아?”
검왕이 가족을 버리고 일본으로 떠나, 윤세아에게 터무니없는 비난과 매도가 가해졌던 그때와.
성지한이 한국 대표 팀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는 지금.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무슨 기부냐고. 제발 건물 다시 받아 달라고 애걸복걸하게 만들어야지.”
성지한은 씨익 웃었다.
소드 팰리스.
다시 받아 낼 때가 됐다.
* * *
“미국에서 또 성지한 선수를 영입하려 한다고?”
“네. 길드 마스터 자리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허. 아메리칸 퍼스트의 길드 마스터라니…….”
배틀넷 관리국장 오규승은 얼굴을 찌푸렸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성지한이 보여 준 활약상이 엄청나긴 했다만.
그래도 길드 마스터 자리를 준다니, 너무 나간 거 아닌가?
“현재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 마스터는 세계 랭킹 1위 올리버 아닌가. 그가 이 자리를 순순히 포기할까?”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는 오너 가문인 게이츠 가문과 미국 정부의 입김이 강력한 길드입니다. 그가 거부 의사를 밝혀도, 길드 마스터는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습니다.”
“이거 참……! 그래도 성지한 선수가 미국에 가려면 예전에 가지 않았겠나? 실버 때도 저쪽에서 3천억을 불렀는데 거부했잖나.”
미국이 작정하고 돈 싸움을 걸면, 세계 어느 나라가 이기겠는가.
하지만 실버 때도 성지한이 미국으로 가진 않았기에, 오규승은 내심 그런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면, 그냥 지켜보기만 할까요?”
“음…… 그래. 그 성지한 선수 담당 친구.”
“박윤식 과장님 말씀이십니까?”
“맞아. 그 친구한테 한번 성지한 선수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해 보게.”
“과장님은 휴가 중이십니다만…….”
“지금 이 일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 얼른 갔다 오라 그래! 휴간 나중에 또 줄 테니까!”
그렇게 동해로 휴가를 떠났던 박윤식은 당일 혼자 서울에 돌아와 성지한을 찾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성지한님께선 아직 그쪽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하긴, 아직은 미국의 소피아가 오지도 않았지? 우리가 너무 성급했나.”
“예. 그런데…… 저한테 뜬금없이 소드 팰리스에서 언제 나가야 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소드 팰리스는 왜?”
“네. 확정일자가 언젠지 궁금해하시더군요.”
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소드 팰리스를 거론하는 거지?
“그리고…… 정말 기부 처리가 되는 건지도 궁금해하셨습니다.”
“아.”
관리국장 오규승은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으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드 팰리스를 다시 돌려받고 싶어 한다고 보나?”
“제 개인적인 의견으론 그렇게 보입니다.”
“그래? 내 마음 같아서야 바로 반환해 주고 싶지만…… 우리 소관이 아니라서 말이지.”
소드 팰리스는 관리국이 독단으로 돌려주기에는 너무 사이즈가 큰 건물.
이건 관리국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다.
“그렇지만…… 만약에 말이네. 정부의 일처리가 늦어져서 성지한 선수가 미국을 가게 된다면? 내가 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
오규승의 질문에 박윤식은 침묵을 지켰다.
아니라고는 대답하지 못하는 건, 곧 긍정을 의미하는 것.
성지한이 미국의 제안에 따라 이민을 가면, 관리국은 대체 뭐 하고 있었냐고 관리국장은 사퇴하라고 전 국민적인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성지한 같은 선수는 솔직히 소드 팰리스 열 채를 줘도 못 구해. 거기에 지금 등급은 골드야, 골드! 나중에 다이아가 되면…… 세계 최강도 넘볼 수 있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선수를, 미국 가게 두면 되겠는가?”
“그럼…….”
“여론이 움직이도록 소문을 좀 내자고.”
“저희 관리국에서 소문을…… 말입니까?”
“그래. 직원의 부주의으로 정보가 유출된 것처럼 해서 말이야.”
어떻게 오게 된 관리국장 자리인데.
오랫동안 직을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거기에.
‘이건 대한민국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야.’
나라를 위해서도 성지한은 꼭 한국에 있어야 했다.
소드 팰리스 하나로 머물러 준다면야, 싸게 먹히는 거다.
“성지한이 미국에서 엄청난 제안을 받았다고 해. 우리나라는 소드 팰리스도 다시 가져가려고 하는데, 미국은 그와는 비교도 안 되는 대형 오퍼를 넣었다고 하면서.”
“아…… 알겠습니다.”
성지한의 의중을 파악한 관리국장은, 아예 관리국 차원에서 소문을 냈다.
‘성지한 선수가 요즘 장안의 화제니까. 소문이 금방 퍼지겠지.’
관리국장은 그렇게 소문에 대한 후폭풍이 어떻게 될지 가늠했지만.
“뭐. 뭐야…… 벌써 기사 떴어?”
지시를 내린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포털 사이트 1면 뉴스란이 모두 성지한으로 도배되는 걸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성지한. 아메리칸 퍼스트로 이적!? 길드 마스터 제안을 받다!]그렇게 일제히 속보로 뜨기 시작한 기사는.
[세계 랭킹 1위 올리버, “성지한이 길드 마스터로 온다면 기꺼이 자리를 내어 줄 것.”이라고 밝혀.] [로버트 게이츠, “길드 마스터는 이 거대한 제안의 첫 단추에 불과할 뿐.”]미국 관계자들의 코멘트가 덧붙여지면서,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뭐ㅅㅂ? AF 길드 마스터?
-아 ㅅㅂ 게이츠 요즘 후원 메시지 안 떠서 좋아했더니 뭐야 갑자기 ㅅㅂㅅㅂㅅㅂㅅㅂ
-중국전에서 너무 잘하긴 하더라… 너무 개잘해서 불안했는데ㅜㅜㅜㅠㅠ
-미국 애들 반응 미쳤음. 올리버 대신 임명한다는데도 환영 일색임 ㄷㄷㄷㄷ 제발 오기만 해 달라고 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골드인데도 다이아 애들 무쌍 찍고. 거기에 올 포지션이 된다는 게 미쳤지
-지금 AF 팬들 자기네 유니폼에 SUNG 마킹 챌린지 하고 있음 ㅋㅋㅋㅋㅋ
세계 유일의 스포츠 배틀넷.
워낙 인기가 많은 게임인지라, 어제 벌어진 한국과 중국의 경기도 두 나라에서만 본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특히 4경기에서 성지한이 마법사로 출진했던 게 가장 큰 주목을 받아서, 그의 전략적 가능성에 대해 모든 전문가들이 극찬을 퍼붓고 있었다.
-아니 시발 진짜 안 된다고 ㅠㅠㅠㅠ 중국전 봤잖아 성지한 가면 우리 끝장이야 ㅠㅠㅠㅠ
-미국 놈들 세계 랭킹 1위 보유국이면서 벼룩의 간을 빼먹네 진짜
-근데 간이 존나 큼…
-ㄹㅇ루다가 벼룩보다 간이 더 크쥬? ㅅㅂ꺼 ㅋㅋㅋㅋ
[길드 마스터를 제안하는 미국, 소드 팰리스를 빼앗아 가는 한국.] [선수 영입을 잠시 보류하는 대기 길드. 길드까지 미국으로 떠나나?]그렇게 성지한의 이적 관련 뉴스가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고 있을 무렵.
대기 길드에서는 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국을 발칵 뒤집히게 만든 메시지를 전송했던 소피아였다.
“하연. 제 눈을 바라봐요.”
오자마자 이하연을 찾아간 소피아는 평소 생글생글 웃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딱딱한 표정이었다.
“지한과 정말 사귀고 있나요?”
번쩍!
눈동자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소피아.
이하연은 그 진지한 모습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 눈 뭐예요? 스킬 쓰셨어요?”
“후후. 진실만을 파헤치는 눈이랍니다. 그래서! 대답은요?”
“아. 당연히 사귀죠!”
이하연은 그런 그녀를 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역시 안 사귀네.”
소피아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눈에서 금빛이 사라지고, 원래의 푸른 눈으로 돌아왔다.
“뭐 하러 ‘진실의 눈’까지 장착했습니까?”
“지한!”
뚜벅. 뚜벅.
길드 마스터실에 성지한과 윤세아가 들어서자, 소피아는 맑게 웃으며 성지한에게 다가갔다.
“역시 안 사귈 줄 알았어요! 지한이 저 말고 다른 사람이랑 사귀는 건 상상이 안 돼요.”
“그런 사람이 진실의 눈까지 장착합니까?”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요.”
“진실의 눈이 뭐야?”
윤세아의 물음에 소피아가 눈에 손가락을 가져가더니, 한 렌즈를 꺼냈다.
“상대방의 말에서 진실과 거짓 유무를 판별하게 해 주는 아이템이야. 1회성이지만.”
“그거 꽤 비쌀 거 같은데……?”
“500만 GP정도?”
“…….”
거짓말 탐지기에 50억을 태웠다는 건가.
윤세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이쯤 되면 대단함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했다.
“지한. 한국 오면서 기사 봤는데, 소문 많이 났던데요?”
“AF 이적설 말입니까?”
“네. 저희 길드 마스터로 오실래요? AF에서 지분 10퍼센트도 나눠드릴 거예요.”
“아뇨. 안 갈 겁니다.”
“지분 더 드려도요?”
“네.”
“아쉽네요…….”
소피아는 성지한의 단호한 대답을 듣고는, 더 이상의 설득을 포기했다.
“포기가 빠르군요.”
“왠지 안 올 것 같았어요. 진짜 올 거였으면 이렇게 소문 내지 않고 물밑에서 협상을 끝냈겠죠.”
성지한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던 그녀는 소문이 이렇게 요란하게 난 걸 보고 어느 정도 이번 일의 결과를 짐작했던 것이다.
“제가 도와드릴 건 없나요?”
성지한은 소피아의 말을 듣고는 씩 웃었다.
“도와주신다면야. 일을 더 키워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