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64)
검해.
백검에 담긴 검기가 사방에 퍼져 만들어진 검의 바다는.
제 3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했다.
‘검왕 미쳤네. 더 강해졌어……!’
성지한의 뒤편, 한국 진영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동우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다이아 급 전사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도 되는 건가.
‘이러니까 내가 노력할 마음이 안 생기지.’
김동우는 그렇게 자신의 게으름을 정당화하면서 성지한이 검해에 돌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길 들어가다니, 죽고 싶은 건가?”
“그러게요. 저 검기에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들어가자마자 몸이 갈릴 것 같은데…….”
한국 대표팀 전사 중에선 강한 편에 속하는 김동우와 이윤기.
그 둘은, 검왕이 펼친 검해를 세상을 압도하는 완전한 스킬로 보았다.
압도적인 검기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것이.
저기에 닿기만 해도 몸이 갈기갈기 찢길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들의 시점에서 본 검해일 뿐.
‘확실히 여기가 약하군.’
무혼을 지닌 성지한은, 검해 속에서 파고들 틈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틈이라고 해도, 남들이 보기에는 검기가 진하게 퍼져 있는 검의 바다였지만.
‘백검의 힘이 균일하지 않아.’
숙련도가 부족한 걸까.
겉으로 보기에는 세상을 압도하는 백검의 검기가, 실상은 들쭉날쭉했다.
검왕도 이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닌건지, 검해의 바깥 부분.
최외곽에 위치한 백검은 모두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검을 배치해서, 강렬한 기세를 내뿜었지만.
‘검왕이 있는 안쪽은 오히려 약하다.’
외강내유.
현재 검해의 상태가 딱 그랬다.
지지지직……!
성지한의 몸이 벼락처럼 쏘아지고.
검해의 외곽을 뚫고 들어오자, 검왕은 처음에 코웃음을 쳤다.
“잘 됐군. 스스로 죽으러 들어오는구나.”
처음에야 기습적으로 돌파해 왔다 쳐도.
검기의 바다에 금방 파묻히면 어찌 반항하겠는가.
하나, 그런 그의 기대와는 달리 성지한은.
“아니…….”
자신의 영역을 유지한 채, 검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영역을 지배하는 힘, 포스가 무력과 합치며 한층 더 강화된 무혼.
그 무혼은 검왕이 내뿜는 검기마저도 조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검왕은 이 힘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고 있어.’
제대로 컨트롤도 못할 거면서, 뭐 하러 거창하게 검해라고 칭한 건가.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검왕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혔다.
검기가 가득한 세상은 더 이상 그에게 방해 요소가 되지 못했다.
“이 놈이……!”
검왕이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검기가 상대의 손에 들어가 조종을 당하다니.
이게 무슨 치욕인가.
그리고.
치이이익……!
성지한에 의해 제어된 검기가, 오히려 검해를 헤쳐 나가는 선봉장이 되자.
검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검기로는…… 저놈을 막을 수 없다.’
성지한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검해를 쓴 건데.
이래서야 오히려 힘이 분산되어 상대를 견제하지 못하는 꼴이 된다.
‘백검 정도는 되어야 먹힌다.’
슈우우우…….
검해가 순식간에 축소되고.
퍼졌던 검기는 다시 모여 검이 되어, 일제히 성지한을 노리고 날아든다.
검해가 통하지 않는 걸 알고, 순식간에 태세를 바꾼 검왕.
하나 백검으로의 변환은 시간이 걸렸고.
“윤세진, 한 대 맞지?”
그는 성지한의 접근을 허용했다.
“너, 감히 내 이름을……!”
“이제는 매형도 뭣도 아니잖아?”
암검 이클립스가 검왕을 향해 뻗자.
캉!
백검으로 해체되며 사라졌던 청검 간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는 달리 반투명한 검의 형태가, 검기가 아직 다 모이지 않아 완전치는 않아 보였지만, 이클립스의 공격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그래. 너도 처남이 아니라, 그저 찢어발겨야 할 적에 불과하지!”
그리고 간장의 옆에서, 순식간에 성지한을 찔러 오는 홍검 막야.
캉! 캉!
청홍의 쌍검과 성지한의 이클립스가 순식간에 수십 번을 부딪쳤다.
‘역시 강하군.’
검해야 쉽게 돌파했다지만.
검왕의 진짜 강함은 따로 있었다.
브론즈 시절부터 SSS급 기프트 ‘쌍검의 극의’에 선택받아서 지금까지 단련된 쌍검술.
현란하게 움직이는 쌍검은 그에게 1:1로 맞서는 모든 적을 제압해 왔다.
아무리 성지한이 저번 생의 기억을 지니고, 이번에 무혼을 지녔다 한들.
힘의 차이가 나는 지금으로선, 검의 기예로 검왕을 압도하지 못했다.
‘거기에, 시간을 더 끌면 백검이 날아올 터.’
반투명한 간장과 막야.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검왕의 백검은, 일부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쌍검의 공격도 지금 겨우 받아치는 판국에.
백검마저 뒤를 노린다면 필패다.
[주인.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 이 망할 세계수의 힘이 날 약화시키고 있어. 쌍검의 공세에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그래. 안 되겠군.’
거기에 아리엘마저 힘들다고 호소하자.
성지한은 결단을 내렸다.
이번 전투의 목적은.
어떻게든, 목검을 구현해서 한 방만 먹이는 것.
‘지금, 다 쏟아붓는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흑영승천黑影升天.
부우우웅!
성지한의 암검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전방을 향해 폭발한다.
하늘까지 치솟는 압도적인 그림자검기, 흑영승천.
하나 이번에는, 모습이 평소와는 달랐다.
[으악…… 진짜……!]성지한이 생명의 기운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서 그런가.
부풀어 오른 이클립스의 내부에는, 초록빛의 실선이 가득 그어져 있었다.
흑영승천의 통합된 힘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듯한, 생명의 기운.
“이건……!”
쿠쿵!
검왕이 급히 쌍검을 교차하여 흑영승천을 막아서자.
부풀어 오른 이클립스 속, 초록의 균열은 더욱 심해져 갔다.
그와 동시에, 눈에 띄게 약해져 가는 그림자 기운.
검왕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형편없구나. 한 번 막아섰다고 검이 그 꼴이라니!”
“그래?”
“그래. 곧 터져 버리겠군!”
퍼퍼펑!
검왕의 말대로, 부풀어 오른 이클립스는 내부의 균열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터져 나가고.
그 안에서, 그림자 기운과 생명의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큰 기술을 사용했으나, 오히려 자신의 검이 터져 버린 성지한.
그에 반해.
푹! 푹!
검해가 해체되고, 성지한을 노리던 백검의 일부는.
어느덧 여기까지 와 그의 몸을 꿰뚫은 상태였다.
“역시…… 네놈이 까불어 봤자지……!”
가슴에 세 자루.
배에 두 자루, 양팔에 한 개씩 박힌 백검.
이건 누가 보더라도 검왕의 승리요.
성지한의 패배였다.
검왕은 입꼬리를 올리며, 성지한을 비웃으려 했지만.
“어…….”
그는 불현듯, 미소를 멈추었다.
그의 주변에는, 이미 터져 버린 그림자 힘과 더불어, 생명의 기운이 분해되어 떠다니는 상태.
“어…….”
스으윽.
검왕은 멍한 눈으로, 서서히 쌍검을 떨어뜨렸다.
“잠깐…… 여긴…….”
* * *
=아, 아아……!
=검해는 돌파했습니다만, 역시. 쌍검을 든 검왕은 강합니다!
=성지한 선수! 워리어 1위와 호각으로 맞붙고는 있습니다만…… 뒤에서 백검이 점점 생성되고 있군요. 시간을 더 끌면 위험합니다……!
=그래서인가요! 큰 기술을 사용했습니다만……!
=아아! 검이 더 뻗어 나가지 못하고, 폭발하고 맙니다!
=그와 동시에 성지한 몸에 꽂히는 검! 총 7자루입니다!
한국 해설진이 안타까운 샤우팅을 날리자.
-결국 1등을 이기는 건 무리인가.
-그래도 선전했음. ㅇㅇ
-검해로 들어갈 때만 해도 진짜 일 만드나 싶었는데 ㅋㅋㅋ
-플래가 검해를 파훼한 것만으로도 할 일 다 했지 뭐 ㅋㅋ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아쉬워하면서도, 반쯤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검왕의 위상은 전사 클래스 안에서도 독보적이었으니까.
이 정도만 해도, 선전이었다.
“으, 삼촌 아프겠다…….”
경기를 지켜보던 윤세아는 검에 꽂힌 성지한을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평소 통각 감소 기능이 있는 배틀넷 커넥터 쓰라고 잔소리해도 어차피 한 대도 안 맞으니까 괜찮다고 하더니.
오늘 아주 제대로 통증 느끼겠네.
‘다음부터는 커넥터 꼭 쓰라고 해야지.’
윤세아는 그리 생각하면서.
성지한이 세계수의 나뭇잎을 오늘 못 먹인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애초에 삼촌이 아빠 상대로 벌써 승기를 잡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흑영승천이 폭발한 것도, 성지한의 의도가 담겼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자, 잠깐…… 지한아…… 너…… 어. 왜 내 검이…….]검왕이 멍한 표정으로.
성지한의 이름을 지한아라고 친근하게 부르기 전까지만 해도.
=……검왕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어, 성지한 선수의 몸에 꽂힌 백검이, 연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검왕. 성지한 선수의 이름을 부르면서, 머리를 부여잡는군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아빠?”
해설자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영문을 모르는 사이.
‘됐군.’
성지한은 덤덤한 얼굴로 검왕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이클립스에 목검을 구현해서 직접적으로 한 방을 먹이는 건 불가능했지만.
‘직접 때리는 게 불가능하다면, 중간에 폭발시키면 되지.’
성지한은 목검 구현을 또 다른 방식으로 비틀어 보았다.
흑영승천에 생명의 기운을 넣어 폭발시켜, 간접적으로 검왕에게 영향을 끼치게 한 수법.
이건 목검의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박수이긴 했지만, 성공한 거 같군.’
성지한은 자신의 몸에 꽂힌 백검이 사라진 걸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매형, 저 안 죽입니까?”
“내가 널…… 왜 죽여?”
“적이잖아요. 매형은 일본 대표고 난 한국 대표고.”
“내가 일본 대표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성지한의 말에 버럭 화를 낸 검왕.
그러더니, 그는 다시금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 잠깐…… 이토? 이토가 뭐지. 시즈루…….”
혼란에 빠진 검왕 윤세진.
간접적으로 생명의 기운을 폭발시켜서 그런가, 매혹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럴 때는, 또 다른 정화 수단을 동원해야지.
“인벤토리.”
뚜벅. 뚜벅.
인벤토리를 열어 세계수의 잎사귀를 꺼낸 성지한은.
몸을 서서히 재생시키면서, 윤세진에게 걸어갔다.
이것만 먹이면, 끝이다.
이 망할 매형도 정신 차릴 테지.
‘한국엔 뭐, 어검비행으로 알아서 오겠지. 이토 시즈루의 목은…… 일단은 가져오지 말라 해야겠군.’
괜히 죽이고 오라고 했다가, 거기서 또 매혹당하면 골치 아프니까.
“매형, 이거 먹어요.”
“……이게 뭔데?”
“머리 안 아프게 하는 겁니다.”
“으윽…… 시즈루…… 가지 말라고…….”
“세아가, 아빠 기다립니다.”
혼란스러운 머리를 부여잡던 검왕은.
성지한이 세아의 이름을 언급하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가에 피가 흐르던 검왕은.
“……그래, 처남. 세아를 그간 돌봐 줬구나. 고맙다.”
“돌봐주긴요. 녀석이 잘 컸죠.”
“후후…… 좋아. 이거 먹으면, 된다고…….”
성지한이 건네는 세계수의 잎사귀를 받으려 했다.
잎사귀에 검왕의 손이 닿기 직전.
번쩍!
검왕의 몸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로그아웃을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어…….”
성지한은 눈을 깜빡였다.
다 됐는데.
일이 90퍼센트는 성사됐는데.
눈앞에서 놓쳤다.
* * *
일본 배틀넷 센터 지하 주차장.
-검왕의 배틀넷 커넥터에서 이상 발생. 검왕이 로그아웃되었습니다. 그리고…… 커넥터가 열리질 않습니다!
“가만히 두세요!”
이토 시즈루는 급히 차를 세우며, 평소와는 달리 소리를 빽 질렀다.
또각. 또각.
힐을 신은 채, 배틀넷 센터로 뛰어가는 그녀는.
“……성지한!!”
이를 갈면서, 성지한의 이름을 소리쳤다.
만에 하나를 위해, 검왕의 배틀넷 커넥터에 마련해 두었던 보험.
그것이 성지한 때문에 발동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는, 꼭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이제 성지한을 욕심내기보다는, 제거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토 시즈루.
“시, 시즈루님!”
“여깁니다!”
그녀는 일본 스태프의 안내를 받으며, 검왕의 배틀넷 커넥터에 다가갔다.
쿵! 쿵!
외부와 격리된 커넥터 안에서는, 거대한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검왕이 뛰쳐나올 것만 같은 모습.
이토 시즈루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모두들 나가주세요. 제가 처리할 테니.”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 아니…….
=검왕의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2경기에서는, 검왕이 출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