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8)
다음 날.
성지한은 정부 주관으로 치러지는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매 장소는 소드 팰리스 2층.
이 거대한 주상복합 건물에 존재하는 이벤트 홀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삼촌. 준비 다 됐어?”
윤세아는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펜트하우스 드레스 룸 앞에서 서 있었다.
윤세아가 예전에 검왕을 찍을 때 구비해 둔 건지,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카메라였다.
“거의 다 했어. 근데 벌써부터 찍는 거야?”
“응. 잘 되나 확인 겸.”
그러더니 윤세아는 카메라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세아예요~ 화면 잘 나오죠?”
그러고는 바로 스마트폰에서 메시지를 확인하는 윤세아.
-네 잘 나와요!
-햐. 조카가 진리다.
-고딩입니다. 고딩. 말 조심하세요. 여러분.
-하악. 그래서 더 좋아.
-경찰 아저씨. 여기예요!
시청자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친일파 딸년이…….
-세아 님! 검왕님의 상징을 부순 저 인간이랑 함께하면 안 돼요!
-지가 뭔데 검왕님의 커넥터를 팔아! 세아 님! 막아야 해요!
악의가 담긴 채팅도 적잖이 올라왔다.
‘……잘 나오나 보네. 뭐.’
윤세아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자. 자. 오늘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경매 날이죠!”
“너 이제 멘트도 치니.”
“후후. 저도 카메라 우먼이니 당연하죠! 거기에 경매 물건은 제가 직접 골랐으니. 이 방송엔 제 지분도 상당하단 말씀!”
지이이잉.
카메라가 성지한의 모습을 클로즈업했다.
“맨날 추리닝만 입고 다니는 삼촌도, 오늘은 나름 꽃단장을 하고 있답니다. 삼촌이 양복을 입다니. 저 태어나고 처음 보는 거 같아요!”
“그런가?”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넥타이를 맸다.
확실히, 27살인 지금 나이 때에는 집안에서 도박만 하고 노느라 양복 입을 일이 없었지.
“오. 근데 삼촌 넥타이 잘 매네? 연습 좀 했나 봐?”
“내가 애냐.”
사실 미국 생활 때, 공식 석상에 있을 일이 많아서 숙련된 거지만.
성지한은 정장의 재킷을 입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음, 작네?”
“올. 삼촌 어깨 좀 있는데? 예전처럼 좁지 않아!”
“예전에도 있었거든?”
“아니야. 그렇지는 않았어.”
윤세아의 칼 같은 부정에 성지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재킷을 벗곤 어딘가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가는 윤세아.
그녀는 성지한이 성큼성큼 들어가는 장소를 바라보더니,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아. 여러분…… 여긴 아빠의 드레스룸입니다.”
“매형 어깨는 넓었으니까. 나도 맞겠지.”
“그건 그렇지만…… 아빠 걸 삼촌이 입을 줄은 몰랐네.”
“옷에는 죄가 없잖아?”
성지한은 그리 말하며 매형 윤세진의 재킷을 꺼내 입었다.
그걸 가만히 찍던 윤세아는 문득 생각이 난 듯 카메라 옆에서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여러분. 그러고 보니 제가 말이죠…… 어제 경매용 물건을 고를 때. 이 방도 왔었거든요? 아빠가 시계 마니아라서 비싼 시계가 많았어요.”
시계?
성지한은 옷을 입으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혹시라도 남아 있으면 경매에 내놓든지 기부할까 했는데.”
그녀는 카메라 앞에, 손가락으로 0을 만들었다.
“와아! 시계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아니, 그것도 들고 간 거야?
성지한은 어처구니없는 심정이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것도 다 없어졌더라고요. 엄마와 맞췄던 커플링까지 말이에요.”
“……그래?”
“헤. 참 대단해요. 그죠? 딸은 두고 갔는데. 그런 패물은 또 남김없이 챙기시는 우리 아빠. 참 꼼꼼해요.”
윤세아의 비꼼에 성지한은 급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더 하면 채팅창이 난리가 날 것 같았으니까.
‘검왕가에게 세아가 벌써부터 어그로가 끌리면 안 되지.’
“가자. 세아야.”
“응. 삼촌.”
성지한은 윤세아와 함께, 펜트하우스와 직통으로 연결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펜트하우스에서 나온 건 처음이군.’
이거야 완전히 방구석 폐인의 삶이나 다름없네.
밖에도 좀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삼촌. 여기야.”
“응.”
성지한은 건물 2층, 이벤트 홀로 들어섰다.
* * *
간이 경매장으로 꾸며진 이벤트 홀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찰칵. 찰칵.
“성지한 님! 성지한 님!”
“오늘 경매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검왕의 물건을 판다는 건, 결국 그 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공식화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틀어막고 있었지만.
성지한과 윤세아를 향해, 수도 없이 불빛이 번쩍였다.
성지한이 경매를 자신의 채널에 독점 중계해 달라고 해서 그런지.
경매장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는 기자들.
그들은 여기서 어떻게든 특종을 잡기 위해, 연신 성지한 일행에게 다가오려고 했다.
특히, 성지한이 눈길도 안주고 싸늘하게 지나치니까.
그들은 타깃을 윤세아로 바꾸었다.
“윤세아 님! 윤세아 님!”
“기부를 결심하신 배경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혹시 삼촌 성지한의 강권에 따른 건 아닌가, 의심하는 의견이 높습니다!”
“특히 윤세아 님의 친가 친척들은, 성지한 씨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면서 전화를 받으라고 호소하고 있는데……!”
성지한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기자들.
아무래도 경매 방송을 성지한 채널에서 독점적으로 진행해서 그런가.
기자들은 성지한에 대해 딱히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삼촌이 사기꾼이라니요! 무슨……!”
“됐어. 무시해.”
윤세아가 발끈하자, 성지한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이동했다.
대답해 줘 봤자, 재들만 더 신나지.
“참나. 그 사람들. 연 끊긴 지가 언젠데…….”
윤세아가 투덜거리는 대상이 누군지는 성지한도 알고 있었다.
검왕 윤세진의 친척.
정확히는, 윤세진의 친동생들이었다.
‘윤세진 돈 좀 빨아먹으려고 패악질을 부리고. 그 이름으로 사기 치다가 완전히 의절당했지.’
하도 윤세진의 이름을 팔아먹고 사기를 쳐 대서.
윤세진이 참다 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언론에 기자 회견을 자청하며 저 둘과 의절을 선언했을 정도였다.
그 이후로 끈 떨어진 저 친척들은 오히려 윤세진이 일본으로 간 이후, 윤세아에게 접근해서 어떻게든 돈을 좀 뜯어내 보려고 했다.
‘처음엔 그러다가, 건물을 국가에 뺏기고 난 이후에는 윤세진과 윤세아를 공격하는 선봉장이 되었지.’
윤세아가 국가에 건물을 환수당하고 그녀에게 미련을 버린 친척들은, 가십 프로에 나가서 국민 역적이 된 검왕과 그의 딸을 씹어 대는 패널로 출연하기까지 한다.
그런 그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지한을 사기꾼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성지한 님! 기다려 주십시오!”
“윤세아 님! 인터뷰를……!”
성지한은 기자들의 호소를 무시하고, 그대로 경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카메라는 저한테 주세요. 윤세아 님. 저희가 찍겠습니다.”
“아. 네. 과장님.”
이벤트 홀에 들어서자, 배틀넷 관리부의 박윤식 과장이 윤세아에게 말했다.
경매장에서는, 윤세아도 카메라를 들고 있을 게 아니라 직접 참가해야 했으니까.
성지한은 그런 박윤식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박윤식 과장님.”
“예.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성지한 님.”
“고생은요. 건물 바로 위에 있었는데요.”
“하하. 기자들이 좀 극성이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 가지고 뭐…… 정부에서 막아 줘서, 편하게 지나 왔습니다.”
박윤식은 성지한을 보며 눈에 이채를 띠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방구석 폐인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르군. 아예 긴장하고 있지 않아.’
기자들이 저렇게 진을 치고 달려들면, 누구든 조금이라도 당황할 법한데.
성지한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자.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내가 귀빈을 모실 테니, 자네는 이 카메라로 영상 찍고 있게.”
“알겠습니다. 과장님.”
박윤식은 카메라를 옆의 직원에게 넘기고, 직접 성지한 일행을 안내했다.
임시로 마련된 경매장은 대부분의 공간은 텅텅 비어 있었다.
단상에는 이번 경매에 올라올 물건이 하나씩 나열되어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 12개가 놓여 있고, 그곳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의 가운데에는 이름표가 꽂혀, 어디 소속인지를 보여 주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10대 길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우측 맨 끝의 테이블.
세 사람만 앉아 있는 자리의 이름표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일본 대사관]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온 사람들.
그걸 본 성지한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왔군.’
이번 물건을 가장 비싸게 사 줄 사람들이.
“자…… 그러면 이번 임시 경매에 물품을 출원한 판매자께서도 오셨으니,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상의 우측 끝에 놓인 의자에 성지한과 윤세아가 앉자, 경매를 주관하는 사회자는 바로 진행을 시작했다.
“이번 경매에 올라올 물품은, 총 세 가지입니다.”
원래 성지한은 윤세진의 배틀넷 커넥터만 팔려고 했으나.
그가 수련하는 동안, 윤세아가 나름 몇 개 더 추린 물건이 있었다.
일단은 윤세진의 배틀넷 커넥터.
그리고 배틀넷 커넥터의 예전 데이터가 백업된 외장 하드.
국내와 동아시아 상위권 선수들에 대한 분석 자료.
사회자가 세 가지 물품에 대해 설명하자.
10대 길드의 관계자들은 호기심을 내보였다.
“흐음.”
“검왕의 분석 자료는 꽤 괜찮아 보이는군요.”
“그가 거느린 배틀넷 정보 분석 회사는 상당히 뛰어난 분석력을 지니고 있었죠.”
“그 기업, 미국에 팔렸었던가요?”
“예. 검왕이 자신을 서포트하던 정보 분석 회사를 미국 기업에 팔 때부터, 뭔가 불안하더라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면서, 데이터에 관심을 내보였다.
사회자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잠깐 지켜보다 운을 뗐다.
“자. 그럼.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나올 물품은…….”
“잠깐. 잠깐만요!”
“……음?”
오른쪽 맨 끝의 테이블.
세 사람이 앉은 일본 대사관 테이블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일어났다.
콧수염을 뾰족하게 기른 채, 생글생글 웃는 배나온 대머리 중년 남성.
“무슨 용건이십니까? 경매에 관련된 일이라면, 소속과 이름을 밝혀 주셨으면 합니다.”
사회자의 물음에, 그는 가벼운 어조로 대답했다.
“아하하. 예예. 저는 신 자위대 소속의 영입팀장. 다케다 카즈오입니다.”
“신 자위대…… 소속이시라고요.”
“네네.”
사회자도 한국 사람인지라 목소리가 좋지 않았지만.
다케다는 헤실헤실 웃으며, 한국말을 유창하게 내뱉기 시작했다.
“에. 또. 저희 측에서 말입니다. 성 상과 윤 상에게 제안이 있습니다.”
사회자는 성지한 쪽을 잠시 바라보았다.
제안을 들어 보겠냐는 눈빛에,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해 주십시오.”
“저 물건 말이죠. 모두 합쳐서, 저희 측에서 50억 엔 내겠습니다.”
“50억…… 엔. 말입니까?”
“네네. 한국 돈으로 500억이지요.”
웅성. 웅성.
경매장 내부가 금세 시끄러워졌다.
저 물건들을 다 합쳐서, 500억에 산다니.
그 가격은 경매 참가자들이 내심 생각했던 가격을 훌쩍 뛰어넘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드는 거액이었다.
“대신.”
다케다는 실없는 사람인 양 손바닥을 비비면서도.
두 눈은 착 가라앉은 채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성 상, 윤 상과 잠시…… 독대를 하고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