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180)
12월.
배틀넷 지역리그 하반기 시즌은 모두 끝나고, 이제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한창 진행되는 이때.
대중의 관심은 평소와는 달리 월드 챔피언스 리그보다, 혼돈의 전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포인트 10000 달성에 성공하면, 스탯 포인트 +7을 주는 리허설 맵.
과연 지구의 원정대가 이 어마어마한 보상을 얻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 것이다.
-드디어 제대로 진형 갖추고 처음으로 시작하는 건가?
-성공하면 스탯 +7…… 워리어랑 서포터만 노났네.
-성지한은 얼른 왕린을 뽑아라!
-아직도 저러냐 쟤들 ㅋㅋㅋㅋ
-12월 내내 그럴걸?
왕린이 뽑히지 않는 것을 두고, 중국의 반발은 여전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플레이어 선발 권한은 어디까지나 저에게 있습니다.
성지한은 이를 한마디로 일축하며, 세계 배틀넷 연맹과 여러 협의를 진행했다.
“지금 뽑힌 479명 외에도, 예비 멤버를 뽑아 주십시오.”
“예비 멤버 말씀이십니까?”
“예, 선수들 중 사정이 생겨서 바뀔 경우도 있을 테니까. 넉넉히 300명 정도 예비로 두었으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빈자리가 생길 경우, 언제든 채우기 위해 예비 멤버는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리허설 게임에 도전할 원정대의 전력이 갖추어지고.
“공격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방어 위주로 갑니다.”
“전사들, 대규모 진형 시너지를 내야 하니까 오와 열을 맞춰 모이세요.”
“서포터는 실드 한 번에 다 쓰지 말고, 1조부터 순차적으로 사용합니다.”
배틀넷 연맹의 전문가와 함께, 500인은 합을 맞추기 위한 훈련에 매진했다.
여기서 열외된 사람은, 공격을 전담하는 성지한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12월 1일이 되고.
성지한은 리허설 맵을 열어, 약속된 플레이어들을 초대했다.
“오, 드디어……!”
하나둘씩 소환되는 사람들.
그들은 예전에 성지한이 랜덤 매칭으로 돌렸을 때의 플레이어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소환된 것에 잠깐 신기해하더니, 얼른 자신의 포지션으로 뛰어가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으니까.
‘이번 팀은 확실히 오래 살겠군.’
200레벨에 다다른 플레티넘의 정예들.
거기에 전사와 서포터로 완전히 방어태세만 갖추었으니, 이번에는 해츨링의 브레스가 쏟아지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연맹이 이런 일 처리는 잘해.’
검왕 관련 문제로 자신을 성가시게 한 전력은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잡무를 맡기기에는 세계 배틀넷 연맹이 딱이다.
연맹을 배제하고 자신이랑 대기 길드로만 일을 추진했다면, 저런 훈련된 플레이어들이 모이지는 못했겠지.
성지한은 앞으로도 연맹을 종종 이용하기로 생각하며, 훈련된 플레이어를 만족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전력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을 때.
“오오! 성지한! 잘 지냈나!”
뒤이어서 소환된 배런이 웃는 낯으로 다가왔다.
성지한에게 평소 열등감을 지니고 있던 그였지만.
뽑힐 줄 몰랐는데 뽑혀서일까.
쌓인 감정이 상당히 해소된 것 같았다.
“날 선택하다니…… 정말 탁월한 판단이야! 역시 라이벌을 인정하는 건가?”
“라이벌?”
“그래, 네 라이벌 하면 나 아니겠나!”
꿈도 야무지다.
“승급전에서 1등을 해 보고서나 그렇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군.”
“윽…… 네 조카가 치사하게 나와서 그렇지. 킬 스코어는 내가 1등이었다!”
“그래도 결국 결과가 중요한 거 아닐까요?”
배런의 뒤에서 윤세아가 걸어오며 말했다.
“저부터 이기고 삼촌한테 라이벌 소리 하세요. 배런 아저씨.”
“……기다려라. 다이아 승급전 때는 완전히 부숴 줄 테니.”
“한 대도 못 맞췄으면서.”
“크윽…….”
윤세아를 보면서 이를 부득부득 가는 배런.
어째 저 모습, 예전에 성지한을 보고 하던 행태와 비슷했다.
이미 성지한은 경쟁상대라고 하기에는 저 높은 천상계에 올라가 있으니.
그보다는 지금 자신의 발목을 잡은, 윤세아에게 감정이 생긴 것 같았다.
“너 포스 컨트롤은 좀 늘었냐?”
“흥,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제는 포스로 알파벳도 쓸 수 있다.”
그러면서 땅바닥에 글자를 새기는 배런.
아기가 쓴 듯 삐뚤빼뚤한 글씨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ABC를 알아볼 수는 있었다.
“호오.”
성지한은 그걸 보고 감탄했다.
그 발컨 배런이 포스로 글자를 쓴다고?
‘배런은 저렇게 열등감을 품고 있는 게 낫군.’
저번 생에서는 나름 연습한다고 해도, 컨트롤 실력이 영 늘지를 않았는데.
이번에는 패배의 쓴맛을 맛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는지.
배런의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포스 컨트롤 만큼은, 저번 생의 배런보다도 뛰어날 지경.
[세아야, 쟤 좀 발전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놀려. 쟨 그래야 실력이 느는 타입인가 보다.]윤세아는 성지한의 전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자신의 허공 뒤편을 슬쩍 바라보며 말문을 꺼냈다.
“삼촌, 근데 왕린 아저씨는 왜 안 뽑기로 한 거야? 요즘 자꾸 그 질문만 들어오네.”
사실, 윤세아는 성지한에게 이미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리허설 게임 시작 전에, 왜 발탁 안 했는지 배틀 튜브로 이야기할 자리는 필요해.’
그냥 선수 발탁 권한이 나한테 있으니 내 마음이다.
하기에는 14억 인구에서 쏟아 내는 악플이 어마어마했다.
성지한은 윤세아의 의도를 읽고는, 가볍게 답했다.
“아, 그거? 원래는 뽑으려고 했는데, 인민회에서 보낸 대표가 우리 길드원 성희롱했거든. 그래서 안 뽑기로 했어.”
“성희롱…… 했다고?”
“어, 그 사람이 사과하기 전까지는 뽑을 생각이 없다. 왕린이 혹여 인민회 탈퇴했다면 모를까. 뭐, 이미 20명 발탁했으니까 기회는 사라졌지만.”
그렇게 너희 인민회 대표 때문에 버스 떠났다고 담담히 말해 주는 성지한.
옆에서 이를 듣던 배런은 크게 호응했다.
“흥, 매너가 그리 없어서야. 안 뽑길 잘했군!”
단순히 비매너 뿐만이 아니라, 경쟁 상대인 왕린이 꼬꾸라진 걸 즐기는 배런.
“왕린 그놈도 네 앞에서나 설설 기지. 매너 없는 놈이다. 절대로 뽑지 마라!”
비매너 하면 자신도 한몫하는 주제에, 훈수를 두는 배런을 보며.
성지한은 손가락으로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됐고, 네 포지션으로 가기나 해. 포지션 안 지키고 자리 자꾸 뜨면 너 교체해 버린다.”
“읏…… 나만 그런 건 아니잖아? 네 조카도 자리 떴는데?”
“쟨 조카잖아.”
“……간다, 가!”
“나도 갈게, 삼촌!”
그렇게 윤세아가 입장 표명의 자리만 마련해 주고 떠나자.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하여간 걱정은.’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욕 좀 먹어 봤자 뭐가 대수라고.
튜토리얼이 끝난 세계에서 지옥을 맛본 성지한이었기에, 이 정도야 전혀 감흥이 없었다.
그런 문제보다 집중해야 할 것은.
[플레이어가 모두 모집되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배정된 맵은, ‘혼돈의 전장’입니다.]500명이 모두 모여, 시작되는 리허설 게임이었다.
* * *
“맵 열립니다!”
“바로 방어태세 준비하세요!”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전사조직의 리더들이 일제히 방어태세를 준비했다.
성지한이 몇 번의 랜덤 매칭을 돌리면서 확인한 사실 중 첫째가 바로.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공격이 쏟아진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열렸군.]스으으으……!
혼돈의 전장이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 어두컴컴해지고.
하늘 위에는 태양을 가리는 거대한 손 20개가 일제히 인류를 향해 떨어졌다.
“이번엔 거인인가……?!”
“브레스일 줄 알고 화염내성 갑옷을 입고 왔는데!”
전사들은 앓는 소리를 하면서, 방패를 일제히 하늘로 들었다.
거인의 거대한 손에 비하면, 손톱만 한 크기도 되지 않는 방패.
하지만.
“실드 바인딩!”
수백의 전사들이 일제히 실드 바인딩 스킬을 사용하자.
거대한 빛의 방패가 원정대 위로 떠오르며, 거인의 손에 대항했다.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강화되는 ‘방패 결속’.
쾅! 쾅!
훈련된 전사들이 이를 쓰니, 처음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쏟아지는 공격을 막을 수가 있었다.
물론 거인의 손이 내리치는 데미지가 상당하여, 빛의 방패에는 금이 가고.
“윽……!”
“히, 힐좀……!”
그 아래서 이를 지탱하는 전사들 일부는 몸이 터져 나갔으며, 중상을 입은 사람도 많았지만.
‘20명 전사인가…… 생각보다 괜찮은데?’
해츨링의 브레스 공격에 못지않은 거인의 파상공세에도 얼마 발생하지 않은 사상자에.
성지한은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만 가 주면, 생각보다 이 맵 일찍 깰 수 있겠어.
“버텨만 주세요. 금방 쟤들 목 따 오죠.”
성지한은 주변을 바라보았다.
10명의 강철로 이루어진 거인이, 사방을 포위하듯 쭉 늘어선 채 손바닥으로 방패를 마구 두드리고 있었다.
해츨링의 브레스 공격에 비하면, 단순하게 내려치기만 하는 공격.
하지만 그걸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거대한 강철 거인이 하니까, 매우 위력적이었다.
‘일단은.’
슉!
성지한은 봉황기를 하늘 위로 던졌다.
찌이익!
봉황기의 진로 방향에 있던 거인의 손바닥이 찢어지며, 푸른 피가 흘러나오고.
창은 하늘까지 닿아, 곧 거대한 빛의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천주심판天主審判.
빛의 틈새 속에서 대지로 떨어지는 거대한 창.
“오, 하늘의 창이다……!”
“이걸 직접 보다니!”
이제는 성지한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천주심판이었다.
헌데.
“어…….”
성지한이 펼친 무공은, 평소와는 달랐다.
“뭐, 뭐야. 한 개가 더 나오는데?”
“이번 건 붉은색이네?!”
하나의 구멍에서 두 개의 창이 떨어진 것이다.
그것도 평소에 떨어지던 빛의 창에 비해.
더욱 강렬한 기세를 뽐내는 적색 뇌전의 창.
[막아 보겠다.]첫 번 째 빛의 창에 직격당한 강철 거인은, 저항을 해 보려고 했다.
정수리 부위를 서서히 관통하는 창에, 손을 들어 이를 뽑으려던 거인.
지지지직……!
하지만 손마저도 시커멓게 타오르며 힘을 쓰지 못하자.
[신급 공격. 데미지 수복 불가능. 탈출한다.]그 한마디를 내뱉더니.
슈우우우……!
바람빠진 풍선처럼, 몸이 순식간에 축소되더니 사라졌다.
거인의 형상은 그렇게 소멸했지만.
탈출해서 그런지, 그를 죽인 킬 포인트는 추가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 째 창, 적뢰가 가득 담긴 천주심판은 달랐다.
창에 직격 당하자마자, 삽시간에 꿰뚫리는 머리.
화르르르……!
거인의 온 몸에 붉은 전류가 흐르더니, 강철의 몸뚱아리에는 삽시간에 불길이 피어올랐다.
그러자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흘러나오는 거인의 음성.
[탈출 불가. 조종실 기능 상실. NO.4212 인류. 데이터 입력 필요.]스으으으…….
조금 전, 축소되어 탈출했던 거인과는 달리.
온몸이 녹아내려 쇳물로 변해 버린 거인.
그가 그렇게 없어지자.
인류에게 킬 포인트가 50이 추가되었다.
-오, 50……!
-해츨링이랑 똑같네.
-해츨링은 한 방에 죽었는데 쟤는 더 단단하더만. 포인트 더 줘야 하는 거 아니냐?
-걔들은 대신 날아다니잖아. 잡기 힘든 건 매한가지지.
-ㅇㅇ 성지한이라서 쉽게 잡는 거임.
해츨링과 동등한 가치로 평가받는 강철 거인.
그들은 동료 한 명이 죽자, 일제히 기계음을 발했다.
[최하급 종족이 어떻게 이곳에 오나 했더니.] [숨겨둔 칼이 있었군.] [성좌 후보일지도. 후퇴한다.]손바닥 내려치기를 멈춘 그들은 일제히 등을 돌렸다.
동료의 복수를 하기보다는, 전력을 유지하려는 모습.
‘이 놈들…… 싸울 생각도 안하나?’
성지한은 얼른 나머지도 처치하려고 나아갔지만.
푸슈우우……!
거인들의 몸이 풍선에 바람 빠지듯 순식간에 줄어들더니.
그들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별 종족이 다 있군…… 스코어보드.”
상대와 마주쳤으니, 저들이 무슨 종족인지는 알 수 있겠지.
성지한은 스코어보드를 열어보았다.
그러자 거기서 나온 종족명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1위 – NO.113 세계수의 기둥 – 킬 포인트 8782
2위 – NO.456 ????? – 킬 포인트 3321
…….
9위 – NO.3491 ???? – 킬 포인트 930
10위 – NO.4212 인류 – 킬 포인트 50
‘세계수의 기둥?’
그저 거인족 중 하나겠거니 싶었는데.
세계수의 기둥이라고?
성지한은 세계수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아리엘. 세계수의 기둥에 대해 아나?”
[기둥? 그게 왜?]“아까 거인이 기둥이라는데?”
[뭐?!]성지한의 물음에 화들짝 놀란 아리엘은 오히려 그에게 반문했다.
[그, 그럴 리가…… 저게 기둥이라니? 거인이? 확실한가?]“스코어 보드에 그리 나왔다.”
[그럼…… 확실하겠군…….]성지한의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답했다.
“그래. 빨리 해 봐.”
[일단은 게임이 끝나야 연락이 가능하니까. 돌아가서 이야기하지.]“알겠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늘 위로 올라갔다.
동쪽에는 키메라가 튀어나오는 대지의 균열이 있고.
서쪽 저 멀리에는 거대한 원형의 배리어가 쳐진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혼돈의 균열에 바로 갈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균열에서는 스코어 2천까지밖에 얻질 못하니까.
“서쪽으로 가죠.”
성지한은 원정대를 이끌고, 배리어가 있는 쪽을 향해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