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02)
북쪽의 포탈 너머.
그곳은 성지한이 건너왔던 납골당과, 포탈부터 중심부까지.
완전히 똑같은 장소였다.
그리고 중앙의 역피라미드.
끼이이익……!
열심히 머리의 방향을 돌리던 한 엘프는, 성지한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뭐, 뭐야. 왜 포탈에서……!”
휙!
성지한은 가타부타 말을 섞지 않고, 바로 엘프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대정령……!”
엘프는 황급히 머리에서 손을 떼고, 성지한과 맞대응을 하려고 했지만.
“죽음 앞에는, 만물이 평등하니. 나 성지한. 사신의 이름으로 이를 주관하리라.”
“뭣…….”
지척에 다가온 성지한이 스킬 ‘죽음 선고’를 사용하자.
스으으으……!
엘프의 몸이 재생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사라졌다.
긴 시동어만 빼면 참 괜찮은 스킬이군.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죽음의 지배를 받지 않는 종족입니다. 언데드로 만들 수 없습니다.] [소멸시킵니다.]시스템 메시지가 뒤늦게 그의 눈 위로 떴다.
‘엘프는 언데드가 안 된다고?’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중에 보면, 용족도 본 드래곤으로 부리던데.
엘프가 뭐라고 지 혼자서 언데드가 안 된다는 거야?
‘역시, 완전히 짓밟아 둬야겠어.’
성지한은 납골당의 머리 위치를 바라보았다.
북쪽을 향하던 머리.
인류 측 거대묘지도 북쪽 포탈이 엘프 지역으로 향하는 곳이었는데.
여기서도 북쪽 포탈이 엘프 지역을 향하는 거라면…….
‘포탈의 위치, 어느 지역이든 똑같나?’
서쪽은 인류.
북쪽은 엘프.
이게 위치가 모두 공유되는 건가?
성지한은 머리를 다시 북쪽으로 고정시킨 후, 서쪽 포탈에 들어가 보았다.
그러자 포탈 너머로, 아까 대기시켰던 언데드 군단이 나타났다.
‘포탈 위치는 어딜 가나 고정인 거 같군.’
랜덤이 아니면, 한곳에 몰아주기 더욱 수월하겠어.
성지한은 씨익 웃으며, 다른 두 방향의 포탈에 차레대로 들어섰다.
‘여긴 언덕 내부에 파묻혀 있군.’
인류나 엘프가 숨겨진 포인트를 공략한 데에 비해서.
나머지 종족들은 언덕을 파헤치지 못해서 그런가.
납 간이 지하 공동처럼 이루어져 있었다.
‘머리만 돌리고 가자.’
성지한은 그 두 공간의 머리를, 죄다 북쪽으로 돌린 후.
다시 엘프쪽 포탈로 들어갔다.
=성지한 선수…….
=정말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능숙한 움직임입니다!
=엘프 천적이에요! 한 방에 소멸시키는군요!
=그런데 지금 한 행동…… 북쪽에 죄다 몰아주는 거 같죠?
=예. 북쪽 포탈이 아무래도 엘프가 있는 곳 같으니까요!
4곳의 언데드를 몰빵하는, 엘프에 진심인 남자.
시청자들은 이를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성지한 엘프랑 원수졌나 ㅋㅋㅋㅋ
-몹 몰빵하네 ㅋㅋㅋㅋ
-당연한 거 아님? 1등부터 끌어내려야지.
-세계수 엘프 쟤들 진짜 견제해야 하긴 해. 같은 리그에 세계수 시리즈만 벌써 두 팀이잖아?
-ㄹㅇ…… 설마 또 있는 거 아냐?
-에이 설마…….
그렇게 사람들이 한참 엘프에 대해 경계 어린 의견을 꺼낼 동안.
번쩍. 번쩍.
포탈에서 언데드 군단이 물밀듯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웨이브는 다 모았군.’
납골당의 공간을 가득 메운 데스 나이트.
그들은 처음 소환되었을 때에 비해, 죽음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지 더욱 강화되어 있었다.
이들을 북쪽의 포탈에 한 번 더 보내면, 웨이브 몬스터로 적용돼서 엘프들을 들이치겠지.
‘가 볼까.’
성지한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본격적으로 침공하려고 했지만.
“비상 사태 발생!”
“서들러 적을 제압해야 한다.”
“저 자가 언데드 군단을 이끈다. 화력을 집중해라!”
엘프의 TOP 100도 놀고 있던 것은 아닌지.
금방 납골당 쪽으로 포위망을 구성했다.
“보통 상대가 아니군…….”
“30명이 희생한다. 대정령화를 준비해!”
“알겠습니다!”
초강화된 성지한의 언데드 군단을 보고는, 바로 냉철하게 판단을 내리는 엘프.
저들은 플레이어 TOP 100이 모인 게 아니라, 잘 훈련된 군대가 조직화된 것 같았다.
‘대정령화라…… 저거, 꽤 까다롭지.’
멀리서 엘프의 대화를 들은 성지한은 저들의 준비가 끝나기 전에, 선제공격을 가할까 했지만.
‘사람들에게 다시금 보여 줘야겠군. 엘프의 진면목을.’
아직 여유가 있었기에, 손가락만 내밀면서 언데드 군단만 진군시켰다.
쿵. 쿵.
죽음의 기운으로 강화된 언데드 군단이 날아가듯 돌격하고.
“대정령화가 끝날 때까지 엄호해!”
“강화된 언데드다…… 방심하지 마라!”
엘프들도 치열하게 언데드 군단과 맞서싸우기 시작했다.
4곳의 웨이브를 모두 모으고, 초강화된 데스 나이트였지만.
바람의 정령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적을 요격하는 엘프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엘프 잘 싸우긴 하네 ㄷㄷ 데스 나이트 개세졌는데 그걸 어떻게 맞상대하네
-지금까지 엘프 한 5명 죽었나? 재생력 진짜 돌았어 ㅋㅋㅋㅋ
-와, 방금 봄? 다리 잘렸는데 순식간에 새로운 다리가 뿅 하고 튀어나옴 ㅋㅋㅋㅋ 리그 1위 할 만하다 진짜
-아니 얘네 플레 맞어? 왜 이렇게 세? 지금 30명은 뭐 한다고 안 싸우고 있는데도 저러네.
-근데 성지한은 왜 팔짱만 끼고 있음? 엘프가 세다지만 성지한이 나서면 게임 종료될 거 같은데.
-다 깊은 생각이 있겠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엘프와 언데드 군단의 사투를 지켜보며, 저들의 강력함에 사람들이 다시금 놀랄 때쯤.
“됐다……!”
“대정령, 소환합니다!”
영창을 끝낸 30인의 엘프가, 일제히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집어넣었다.
콰득!
스스로의 몸을 부수고, 거기서 심장을 뽑아낸 엘프.
‘시작했군.’
가만히 이를 지켜보던 성지한은 팔짱을 풀고, 서서히 앞으로 걸어갔다.
* * *
펑!
30인의 심장이 한 번에 터지면서.
동시에, 그 엘프의 전신까지 허공에서 폭발했다.
사방으로 퍼지는 피와 살점.
그것은 서서히 한 군데로 뭉치며, 거대한 형체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르르르…….
한군데로 뭉치지 못했던 몸의 파편들은.
빠르게 원래의 형태, 엘프로 재생했다.
“대정령…… 소환합니다!”
재생된 엘프는 다시 자신의 심장을 꺼내 터뜨리고.
거대한 형체는 점점 피와 살점을 덧붙이면서, 모습을 갖추어나갔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심장을 부수는 엘프와.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대정령.
-와, 진짜 미쳤어…….
-어우…… 개 역한데…….
-방에 있는 엘프 사진 다 떼어 냄 ㅅㅂ;;
-와, 꿈에서 나올 거 같아, 저거.
개막전에서 엘프에게 당할 뻔했던 인류.
하나 그 세상을 초월한 외모 때문에, 미모만큼은 긍정적으로 보던 사람들조차 이번에는 돌아설 정도로.
이번에 보인 모습은 그로테스크했다.
펑!
10번을 다시 살아 심장을 터뜨리자.
이제는 재생하지 않는 엘프.
대신, 대정령은 완전히 형태를 갖추었다.
태양처럼 찬란한, 빛으로 이루어진 거인.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신성력을 내뿜고 있었다.
-엘프 심장 빨아 먹으면서 탄생한 게, 졸라 반짝거리네 ㅋㅋㅋㅋ
-저거 기다려 준 게 맞는 거냐…….
-ㄹㅇ 변신 로봇 변신 끝날 때까지 악당이 다 기다려 준 느낌인데…….
-변신시간은 지켜 주는 게 국룰이지요 암 ㅋㅋㅋㅋ
번쩍!
대정령한테서 빛이 반짝이자.
화르르르……!
엘프와 치열하게 싸우던 언데드 군단이, 모조리 불타 사라졌다.
죽음의 기운으로 인해 강화되었음에도, 단 일격을 버티지 못한 데스 나이트.
그만큼 대정령이 발하는 힘은 차원이 달랐다.
-……기다려 주는 게, 맞는 거지?
-와 근데…… 세긴 개 세네…….
-엘프 진짜 미친 종족 아니야? 뭐 저딴 게 브론즈에 있음 ㅠㅠ
대정령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자, 사람들은 긴장했다.
아니, 저 위력은 너무 선을 넘었잖아?
-에이, 성지한이 다 예상했겠지 ㅋㅋ……
-그래. 예지 능력 몰라?
-다 앞을 보고 하신 겁니다!
성지한이 예지 능력이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왜 바보같이 기다렸다가 저거랑 싸우냐고 욕먹을 상황.
‘여전히 강하군.’
성지한은 대정령을 보며, 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엘프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소환한 대정령.
그에겐 정해진 소환시간이 있었다.
‘5분.’
5분만 버티면, 대정령은 저 거대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빛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인류가 대정령에 대처하는 방법은, 시간끌기였다.
무조건 도망치고, 철저히 방어태세만 갖추면서.
대정령의 소환시간이 끝날 때까지만을 기다렸다.
성지한도, 저번 생에서는 이러한 프로토콜을 따랐다.
하지만.
‘이제는 공략 방법을 찾아야지.’
엘프에게, 저 대정령에게 언제나 겁먹고 짓밟힐 수는 없었다.
5분의 제한 시간 이외에도.
대정령에게 대처할 만한 수단을 찾아야 했다.
“저 자다! 저 자가 일을 그르쳤어……!”
“얼른 소멸시켜! 그리고 우리가 포탈을 넘어서, 플레이어들을 죽인다!”
엘프의 리더는 이를 갈면서, 대정령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대정령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강렬한 신성력이 성지한에게 일제히 집중되었다.
금방이라도 그를 정화하고, 태워 버릴 것 같은 힘.
하지만.
“엇…….”
어마어마한 빛을 맞딱뜨리고도.
성지한의 몸을 둘러싼 죽음의 기운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뭐야, 이것도 못 뚫어?”
“어, 어둠의 기운이 대정령의 빛을 버티다니……!”
어떻게 맞상대를 할지 대비하던 성지한도 놀랄 정도로.
대정령의 빛은 죽음의 기운에 전혀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흠.”
왜 이런 거지?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정령을 향해 접근했다.
번쩍! 번쩍!
대정령은 그 접근을 차단하려는 듯, 몇 번이고 빛을 내뿜었지만.
죽음의 기운과 반쯤 동화된 성지한은, 이를 가볍게 차단했다.
오히려, 동화되지 않는 부분이 빛의 열기에 따끔해서.
‘전신에 넓게 분포시켜야겠네.’
한데 모았던 죽음의 힘을 피부 전체에 재배치했을 정도였다.
“공격하라!”
“접근을 차단해!”
성지한의 힘에 놀란 엘프들이 대정령에게 접근시키지 않으려고 요격을 가했지만.
“죽음 앞에는, 만물이 평등하니. 나 성지한. 사신의 이름으로 이를 주관하리라.”
성지한은 그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랩하듯이 순식간에 영창을 끝냈다.
그러자 죽음 선고를 견디지 못하고, 픽픽 쓰러지는 엘프들.
순식간에 서른 명이 넘는 엘프가 즉사하자.
“……후, 후퇴!”
엘프 리더는 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
“……이대로 꼴찌를 할 수는 없다. 동쪽 포탈로 간다!”
그러고는 산개해서, 동쪽 포탈로 쳐들어가는 엘프.
여기서 게임이 끝나면 스코어가 꼴찌가 될 거 같으니, 다른 종족도 같이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려는 판단이었다.
‘하여간, 판단도 빠르군. 대정령을 분석하고 바로 따라가야겠어.’
엘프는 모두 잡아도 시원찮았지만, 지금 당장은 대정령이 먼저였다.
다행히 동쪽은 인류의 포탈은 아니었으니, 나중에 가자고 생각하면서.
성지한은 빛을 계속해서 내뿜는 대정령을 향해 접근했다.
‘대정령. 근간은 생명의 기운인데…….’
죽음의 힘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생명의 기운.
이 힘이 왜 이렇게 죽음의 기운도 뚫지 못하는지, 성지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둘은 극상성.
서로 치열하게 맞붙으면서, 사생결단을 내도 모자랄 판인데.
그렇게 의문을 품으며 대정령의 내부까지 다가간 성지한은.
일정 지점에 다다르자, 눈을 번뜩였다.
“호오.”
거대한 빛의 정령 거인.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그의 몸통 안에, 있어서는 안 될 이질적인 힘이 깃들어 있었다.
죽음의 기운을 얻기 전이라면.
그리고 또, 예전에 생명의 기운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하게 숨어 있는 이질적인 장소.
그 위치는 거인의 몸통 아래쪽에 위치해 있었다.
“나와라.”
성지한이 그곳에 죽음의 기운을 불어넣자.
스으으으…….
거기서, 사라졌던 엘프의 파편들이 튀어나왔다.
마치 조금 전, 납골당과 같이.
역피라미드형의 시체더미와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는 엘프의 파편.
성지한은 그걸 보며 눈을 빛냈다.
‘여기가 약점이군.’
팍!
그가 주먹으로 이를 으깨자.
순식간에 대정령의 모습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합니다.] [플레이어의 후원 성좌, ‘뇌신’과 ‘죽은 별의 성좌’가 이를 반대하고 거부권을 행사합니다.] [정보 공개가 기각됩니다.]성지한의 눈 위로, 메시지가 빠르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