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24)
“인민회에서 올해의 길드를 포기한다고…….”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군.”
“이거…… 대기 길드랑 대체 어떻게 협상을 한 겁니까?”
각국의 유력 길드 대표들은, 다들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인민회.
중국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세계 2위의 길드는, 자존심이 가장 강하기로 유명했다.
아무리 성지한이 현재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플레이어고, 대기 길드의 성장력이 매우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그의 요구 조건을 그 인민회가 전격적으로 수락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인민회 측에서는, 올해 스페이스 리그 개막과 발맞춰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는데 말이죠.”
“올해의 길드를 대기 길드에게 주게 되면, 챔피언스 리그 우승 도전에도 적신호가 켜질 텐데…….”
“와, 정말 예상 밖의 일입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플레이어 전력 차이는, 크지는 않으나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서 아메리칸 퍼스트가 올해의 길드를 차지하는 짝수 해 때에는.
중국이 무슨 수를 써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미국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인민회가 올해의 길드를 차지하는 홀수 해 때에는.
중국이 몇 차례, 미국과의 전력 차이를 이겨 내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래서 2021년에는, 스페이스 리그 진입과 맞물려서.
중국이 대대적으로 첫해 우승을 가져가겠다고 선포했는데.
대기 길드에게 올해의 길드를 넘겨준다는 건, 챔피언스 리그 대권 도전마저도 한 수 접는다는 걸 뜻했다.
“허허…… 이거. 중국 선수들은 당연히 빠지는 줄 알았는데.”
“내일 있을 선수 뽑기에 변수가 생겼군요.”
TOP 200 플레이어들을 보유하고 있는 길드 대표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당연히 인민회와 그쪽 플레이어들은 제외하고, 나머지에서 뽑기를 진행할 줄 알았는데.
대기 길드와 저쪽이 협상을 하게 된 거라면, 오히려 T.O가 줄어들지 않았겠는가.
“그렇다고 대기 길드의 올해의 길드 선정을 반대한다면…….”
“그럼 인민회가 배제되었던 것처럼, 그들이 저희 길드를 배제할지도 모르죠.”
“거기에 대기 길드가 올해의 길드로 포함된다면, 어쨌거나 랜덤으로 뽑히는 플레이어 숫자도 늘어납니다.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타 길드 관계자들의 반응은 ‘예상외지만, 나쁘지 않네.’ 정도였다.
하지만.
“그리고…… 세계 배틀넷 연맹의 규정. 올해의 길드 연임 불가 규정을 폐지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건의하겠습니다. 대기 길드에 한해서 말이죠.”
인민회 대표는 연이어서 새로운 폭탄을 터뜨렸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연임 불가를 폐지하다니요! 그것도 한 길드에 그런 특혜를 주다니! 그럼 내년에도 대기 길드가 후보로 나올 수 있단 말 아닙니까?”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 대표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인민회 대표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우리만 당할쏘냐.
너희도 같이, 올해의 길드 하지 말아야지.
인민회의 제안에는 이런 물귀신 마인드가 깔려 있었지만.
인민회 대표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이를 잘 포장하기 시작했다.
“스페이스 리그에 편입된 인류의 순위를 보십시오.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10위입니다. 1승을 치른 종족 중에서는 꼴찌입니다.”
엘프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하여, 공동 1위가 된 인류.
하지만 그 이후, 배틀넷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는 포인트 양이 타 종족에 비해 부족해서.
순위가 공동 1위에서 쭉쭉 떨어지다가, 3월이 된 지금은 10등에 위치한 상태였다.
“지금은 저희끼리 다툴 때가 아닙니다. 플레이어를 육성해서, 외부에서 벌어들이는 포인트를 늘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맹의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대기 길드를 한동안 밀어줘서, 플레이어를 더 강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마치 저쪽 대리인 같은 주장을 끝내고, 자리에 다시 착석한 인민회 대표.
타국 길드 대표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허…… 인민회 대표가 저런 말을 하다니.”
“물론 아메리칸 퍼스트를 견제하려는 것 같긴 합니다만…….”
“그 콧대 높던 인민회 대표가 다른 길드를 저리 대변해 주다니.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군요.”
그러면서 그들은 인민회의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의도는 불순해 보이지만, 그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확실히 다른 종족과 비교하여, 인류의 1일 포인트 획득량이 차이가 나긴 하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다른 종족은 얼마나 강한 건지…….”
“사실, 엘프와의 경기도 저들이 전력을 다했다면 3:0으로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우릴 처형한다고 저들이 이상한 짓거리를 한 덕에, 역전의 기회가 온 거죠.”
“거기에 대기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패배 페널티가 확실히 덜하더군요. 대기 길드 소속 플레이어와, 아닌 플레이어 간 성장 속도 차이가 눈에 확연히 드러납니다.”
“경험치 획득량 증가 버프가 상당하니까요.”
배틀넷의 최대 레벨이 250레벨에서 확장되었지만.
본 게임에 들어선 지 두 달 동안, 크게 성장한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에서 상위 50퍼센트에 들지 못했을 때, 얻는 페널티가 예전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괜히 어쭙잖은 실력으로 레벨 업 레이스에 도전했다가는.
오히려 레벨이 오르는 게 아니라, 다운이 될 정도로 가혹해진 고레벨 대의 게임 환경.
이걸 커버해 주는 게, 바로 대기 길드의 각종 성장 버프였다.
그래서 대기 길드 소속과, 아닌 플레이어 간의 성장 차이는.
사람들의 생각보다도, 더 심한 편이었다.
“올해의 길드를 대기 길드가 계속 독점하는 건 좀 그렇겠지만…….”
“그만한 성장력을 보이는 육성 길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몇 년 정도는 올해의 길드를 줘도 되지 않겠습니까?”
“맞아요. 대기 길드가 올해의 길드 몇 년 더 한다고, 한국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야 모르죠. 성지한이 또 무슨 짓을 할지.”
“하하. 그런가요?”
어쨌거나 TO가 늘면 자기네 플레이어가 들어갈 공간이 늘어나니까.
다른 유력 길드 대표들은 인민회의 주장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저희는 이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메리칸 퍼스트 대표는 당연히 이에 반발했다.
그러자 바로 이죽거리는 인민회 대표.
“그렇습니까? 대기 길드 쪽에도 잘 전달해 놓겠습니다. 아메리칸 퍼스트가 극렬하게 반대해서,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았다고요.”
“……하.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아니요? 협박이라니요? 지구에서 누가 아메리칸 퍼스트를 협박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저희는, 오늘 벌어진 현상에 대해 저쪽에 가감 없이 전달할 뿐입니다.”
“인민회의 대표께서 언제 그렇게 다른 길드 대변인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변인이라니……! 말이 심하시군요!”
그러면서 말싸움을 시작하는 미중의 두 길드 대표.
결국 이날의 두 번째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첫 번째 안건.
올해의 길드를 대기 길드로 선정하자는 인민회의 의견은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언론에 바로 대서특필되었다.
* * *
[대기 길드, 대한민국 최초로 ‘올해의 길드’에 선정되다!] [인민회의 뜻밖의 선택! 그 배경에는 TOP 200 플레이어들의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었다.] [대기 길드를 둘러싸고, 공수가 뒤바뀐 미국과 중국.]대한민국의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대기 길드 관련 소식.
이번 일은 성지한과 대립했던 인민회 측에서, 오히려 적극적인 대변인 역할을 해 줘서 그런가.
사람들에게 더욱 쇼킹하게 다가왔다.
-와…… 중국이 대기 길드를 변호해 줘?
-오래 살고 볼일이다, 진짜 ㅋㅋㅋ
-성지한이 올해의 길드 내놓으라고 방송할 때만 해도, 너희 안 받을 거야 돌려서 말한 거 아니었음?
-ㅇㅇ 진짜 줄 줄은 몰랐다 ㅋㅋㅋㅋ
한국인들이 보기에도, 너무 과한 요구 같았던 성지한 방송.
그래서 당연히 사람들은 이를 완곡한 거절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일이 이렇게 진행되다니.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태도가 달라진 거야?
-풍문에 따르면 중국 선수 일부가 인민회 탈퇴하고 독자적인 길드 만들려고 했다던데 ㄷㄷ 대기 길드랑 협상하려고
-잉…… 중국에서 그게 돼?
-그래서 소문일 뿐이지. 하지만 중국 플레이어들만 2달 새에 순위가 쭉쭉 밀리니까 똥줄 타긴 한 거 같음
-님들 나중에 회의 한 번 꼭 봐 보셈 ㅋㅋㅋ 미국이랑 중국 대표 나중에 서로 삿대질하면서 폭풍 랩하는데 분위기 개 살벌해
“와. 진짜…… 충격적이었어. 오늘.”
윤세아는 소파에서 폰으로 리플을 보면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민회가 우리 길드를 편들어 줄 줄이야.”
“여기서 육성에서 배제되면, 자기들만 손해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쪽에서 그렇게 나온다는 게 상상이 안 됐거든.”
“내부 데이터가 심상치 않았겠지.”
대기 길드에 소속된 타국 플레이어들에 비해, 중국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보이게 뒤처진 상황.
자존심 빼면 시체인 그들도, TOP 200 선수들이 동요하는 이 상황을 묵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배틀넷이 본 게임에 들어서면서, 안 그래도 중요했던 플레이어들의 존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 가고 있었으니까.
다소 체면이 구기더라도, 내부 단속이 먼저라고 보았을 것이다.
‘그래도 아메리칸 퍼스트에게 바로 들이받다니. 20자리는 줘도 되겠어.’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 기대 이상으로 대기 길드를 대변해 준 인민회.
이 정도면, 나름 공로는 인정해 줘야겠지.
성지한은 대기 길드의 슬롯을 어느 정도 할당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성지한은 윤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 지금은 레벨 몇이냐?”
“나? 220. 아 요즘은 레벨 업이 힘들더라.”
윤세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다이아 중반부 오니까, 사람들 실력이 달라졌어. 강해. 거기에 우주 종족이랑 어쩌다 매칭되면, 대부분 패배하고…… 외계 종족 왜 이렇게 센지 모르겠다니까?”
“그래도 그런 거치고는 많이 올랐네.”
“아무래도 우리 길드 효과에, 대기만성 효과까지 있으니…… 좀 져도 한 번만 이기면 금방 복구돼.”
윤세아와 비슷한 레벨의 플레이어들은 1승 1패 해도, 레벨 현상 유지거나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녀는 길드 효과와 대기만성 효과를 둘 다 봐서 그런지, 승률이 낮아도 뛰어난 성장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초고속으로 성장하다가, 잠깐 주춤하니까 아쉬워하는 조카.
“인벤토리.”
성지한은 인벤토리를 열어서, 아르트무에게서 구매했던 활을 건네주었다.
새하얀 빛이 맴도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장궁.
윤세아는 그걸 보면서 두 눈을 빛냈다.
“엇, 활…… 이게 뭐야?”
“아르트무 대장간에서 사 온 거야. 지금 등급은 SS급이지만, 주인이랑 같이 성장한다고 하네. 너 써.”
“오. 삼촌……!! 동반 성장하는 활이라니!!”
윤세아는 떨리는 손으로 성지한이 건네준 빛의 롱보우를 받았다.
“와…… 같이 성장하는 옵션 너무 좋은데? [아르트무의 활]이라는 이름 빼고 다 마음에 들어!”
“어. 잘 쓰고 빨리 올라와라.”
“응! 이거 근데…… 엄청 비싸지 않아? 얼마야 대체? 내가 성공해서 갚을게!”
“200억 GP야.”
“……응?”
윤세아는 눈을 깜빡거렸다.
200억…… GP라고?
“사, 삼촌. 잠깐만. 무슨 활이 200억 GP야……!”
“왜. SSS급, 그 이상까지 갈 수 있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 당장 환불해! 뭐 말도 안 되는 가격이야!”
“삼촌 돈 많다. 그냥 써라.”
“아, 그래도……!”
윤세아가 기겁을 하면서, 성지한에게 다시 활을 넘겨주려고 할 때.
[오너님!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 연락이 왔어요!]딩동. 딩동.
벽에 있는 월패드에서 벨소리가 들리며, 이하연의 얼굴이 드러났다.
[대기 길드가 올해의 길드로 선정되었으니, 뉴욕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달라고 하시는데요…….]“뉴욕요? 거기까지 언제 갑니까. 그쪽에서 오면 되지.”
[아, 그래도 그게…… 그쪽에서 전용기도 이미 띄웠다고 하는데…….]성지한은 난처한 표정의 이하연을 보고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딱 잘라 거절하기는, 아무래도 연맹 상대로 애매한 상황인가.
“알겠습니다. 빨리 갔다 오죠.”
올해의 길드만 받고 바로 귀국하자고 생각하면서.
성지한은 뉴욕행을 받아들였다.
* * *
한편.
“오…….”
성지한이 올해의 길드 선정식에 참여한다는 뉴스를 보고.
한 여인이 눈을 빛냈다.
“성지한…… 드디어 거기서 나온 거야?”
무신의 네 번째 종, 예언 능력자 피티아.
성지한을 교육시켜 주고 싶어 하던 롱기누스나 동방삭이랑은 달리.
그녀는 예언을 하는 게 주목표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예언은, 굳이 배틀넷에서 맞부딪치지 않아도 행할 수 있었으니.
‘이번 기회, 놓치지 말고 가서 봐야겠네.’
배틀넷에서 그를 교육시키는 건 나중 일이고, 일단은 예언부터 해야지.
피티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