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36)
“지한~”
소드 팰리스에 도착한 소피아는, 성지한을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저번에 일본과의 경기 잘 봤어요. 어때요. 저 필요하죠?”
“글쎄요.”
“왜요!? 저 같은 서포터 별로 없어요. 거기에 골렘 결투엔 제 기프트가 SSS급으로 작용할 텐데요?”
소피아의 SS급 기프트, 트리니티.
모든 버프 효과를 3배 뻥튀기시켜 주는 이 기프트는.
골렘 결투처럼 버프와 힐만 작용되는 맵에서는 본래의 등급보다도 더 뛰어난 효율을 자랑했다.
“지한이 오라고만 하면~ 바로 귀화할게요! 이제 한국말도 잘해요. 저.”
“괜찮아요. 진짜.”
대기 길드에 오래 소속되어서, 예전보다 빠르게 다이아 리그로 올라선 소피아.
미국에서도, 이제 소피아 레벨이 조금만 더 오르기만 한다면 서포터로 발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레벨 245 이상만 뽑는다는, 미국 대표팀의 기준이 아니었다면.
소피아는 진작에 뽑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툭. 툭.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윤세아는, 성지한의 옆구리를 찔렀다.
“삼촌…… 소피아가 저렇게 오고 싶어 하는데, 지금 데려와야지! 미국 대표팀에 발탁되면 빼 오기 힘들어!”
“안 빼 와.”
“이해가 안 되네요…… 저만 합류하면 코리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 확정 아닌가요?”
“그러니까! 우승! 제3국에서 최초로 우승할 수 있다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
스페이스 리그가 개막된 이후, 우승의 가치는 2020년 이전에 비하면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플레이어라면, 모두 다 꿈꾸고, 쟁취하려고 하는 목표였다.
지금 지름길이 눈앞에 있는데, 왜 삼촌은 여기서 고집을 부리는 건가.
윤세아가 자기 가슴을 답답하다는 듯이 탁탁 치자, 성지한이 말했다.
“남의 나라 인재 빼 오는 건 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왜?”
“매형 때 생각해 봐라.”
“아…… 아빠야 매혹당해서 그렇고, 이건 자의잖아!”
“맞아요! 제가 그냥 지한이 좋아서 한국 오고 싶은 거라구요!”
“그게 부담돼서 말이죠.”
소피아가 보내는 일방적인 호의.
이것은 무신과 언제 생사를 두고 다툴지 모르는 성지한에게 있어선, 받아 줄 여유가 없었다.
‘거기에 저번 생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했단 말이야.’
지금이야 한국과 미국, 거리가 머니까 스리슬쩍 넘어가고 있는 거지.
진짜 한국 귀화해서 가까워지면, 밀어내기가 더 힘들어지겠지.
“거기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해, 소피아 보고 가족 다 두고 한국에 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차피 독립할 나이인데요 뭐! 부모님은 이해해 주실 거예요!”
“됐어요. 와도 안 받아 줄 겁니다.”
“와…… 너무해! 저번에, 서포터 1위하면 받아 주신다면서요?”
“그건 일단 1위부터 되고 와 보세요.”
“에휴…… 왜 이런 기회를…….”
오겠다는 SS급 서포터를 오히려 성지한이 밀어내는 걸 보며, 윤세아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소피아 오면 진짜 우승 각이 보이는데 말이야.
“힝…… 원래는 지한이 먼저 부탁해야 하는데. 아쉽네요. 이러다 저, 미국 대표팀에서 발탁해 가면 어쩌려구요?”
“그거야 뭐.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성녀 관련 진짜 급한 일이 귀화였습니까?”
소피아는 화제를 돌리려는 성지한을 살짝 흘겨보더니.
곧,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뇨. 귀화 건은 그냥 제 개인 욕심이고…….”
“그럼요?”
“저, 계시를 받았어요.”
“……계시 말입니까?”
“네.”
계시라니.
아무리 성녀 클래스라도, 그런 게 있었나?
성지한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소피아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성녀 잔 다르크께서, 제 꿈에 나오셨어요.”
“잔 다르크요?”
잔 다르크라면,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으나, 화형을 당한 성녀 아니었던가.
‘저번 생에서는 소피아에게서 잔 다르크 이름은 듣지도 못했는데.’
그녀가 여기서 왜 갑자기 나오지?
성지한은 처음엔 그저 저번 생과 많은 게 달라졌구나 정도로만 생각을 했지만.
“……그래서, 잔 다르크께서는 공허에 잠긴 성녀의 짐을 덜 준비를 하겠다면서 저에게 도움을 청하셨죠.”
소피아가 잔 다르크의 계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자.
그는 기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공허의 성녀라면 누나인 성지아를 가리키는 것일 테고.
그 짐을 던다는 건…….
‘피티아가 했던 소리랑 뭔가 비슷한데?’
길가메시의 권능, 5번째 멸신결을 완성하면.
공허의 마녀 성지아의 짐을 덜어 주겠다고 이야기했던 피티아.
지금 소피아의 꿈에 나온 잔 다르크도, 맥락은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지한은 설마 했지만.
“……그리고. 지한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무슨 말인지 알 거라고 했습니다.”
“뭐죠?”
“지한이 약속을 지킬 걸 확신하니까, 미리 공간을 마련하겠다구요.”
“……그래요?”
“네. 그러기 위해, 저에게 성화聖火를 넘겨주신다고 했어요.”
이쯤 되니, 잔 다르크의 정체가 누군지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잔 다르크가 피티아였나.’
노스트라다무스에, 잔 다르크에.
예언자라더니, 언제 성녀 역할까지 한 건지.
‘자신의 권능이 지닌 본질이 불이 아니라 물이었으니, 원래 모아왔던 기운을 소피아에게 넘기는 건가…….’
성지한은 피티아의 권능을 떠올렸다.
떨어진 아폴론의 신전에서 보았던 불의 힘은.
주인이 떠난 후에도, 상당한 화력을 자랑했지.
그런 강력한 힘을, 소피아에게 그냥 넘긴다고?
“성화라…… 위험하진 않겠습니까?”
“엇.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당연하죠.”
“헤. 헤헤. 괜찮아요! 어차피 한 번에 많은 양을 넘겨줄 수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거기에 차근차근, 힘이 축적될 거니까 쉽게 적응할 거라고도 하셨구요.”
성지한이 걱정해 주니까 금세 표정이 풀리는 소피아.
옆에서 윤세아는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소피아…… 당연하죠. 한마디 들었다고 좋아해서 어쩔래? 그러다 너, 삼촌한테 끌려다녀!”
“괜찮아. 계속 끌려 다닐래!”
“어휴. 진짜…… 삼촌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왜? 세계 최고의 전사잖아?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데.”
“……에휴. 됐다.”
윤세아는 소피아에게 조언을 포기했다.
저렇게 나오는데 무슨 밀당을 하겠어.
“뭐. 그렇게 말해도, 별로 끌고 다닐 생각은 없는데요.”
“괜찮아요. 자주 얼굴 볼 텐데요 이젠! 보다 보면 끌리겠죠.”
“……미국 안 가십니까?”
성지한의 물음에 소피아가 해맑게 웃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화르르륵……!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서, 백색의 불꽃이 작게 피어올랐다.
“잔 다르크께서 말씀하셨어요. 자신의 성화를 넘겨주기 위해서는, 제가 어비스 근처에 있어야 한다구요.”
“북한 땅에 있는 어비스 말입니까?”
“네. 여기서 준비를 해야, 확실하게 짐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길가메시를 아직 깨우지도 않았는데, 차곡차곡 준비를 해 나가는 피티아.
성지한은 이를 보며 생각했다.
‘의욕이 넘치는군. 이쪽은 아직 단서도 못 찾은 상태인데.’
실마리가 없는 5번째 멸신결.
목木속성이라는 것만 알 뿐, 이것 외에는 전혀 감잡히는 게 없었다.
하나 저쪽에서는.
성지한이 빙천검우를 일찍 완성해서 그런지, 그라면 금방 해내겠지 하는 기대심리가 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성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한국에서 좀 체류해야 할 것 같아요~”
“오. 소피아. 그럼 한국 대표팀도 오는 거야?”
“응…… 원래 지한이 부탁하면 하는 일 다 멈추고 바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픽.
소피아는 손바닥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꺼지는 성화를 보며 몸을 비틀거렸다.
“소, 소피아. 괜찮아?”
“아…… 역시 힘드네. 이거, 운용하는 게 익숙해지면 그다음 스탭을 생각하려고.”
피티아의 불.
성지한도 빙천검우를 통해 파훼했지, 그 전에는 쉽사리 끌 수 없었던 권능이었다.
그걸 전수받아 운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소피아는 윤세아에게 윙크했다.
“지금은 잔 다르크님의 불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 세아 엄마…… 형님을 위해서도.”
“……혀, 형님?”
“응. 남편 누나, 형님이라고 부르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형님은 남자끼리 부르는 거 아니었어? 왜 여자도 형님이라고 그래?”
“그, 글쎄요…….”
“어쨌든! 우리 형님이 나보고 올케라고 인정해 주셨으니. 나도 최선을 다해야지!”
그렇게 주먹을 불끈 쥔 채 의욕을 불태우는 소피아.
윤세아는 엄마를 구해 주기 위해 노력해 주는 그녀를 보니 고마우면서도.
“세아. 미리 날 외숙모라고 불러도 돼.”
“됐어!”
친구로 지내던 그녀가 외숙모 소리를 하자 닭살이 올라왔다.
“지한. 그러니까, 저 소드 팰리스 방 중 하나 빌릴게요~”
“알겠습니다. 뭐, 건물주는 제가 아니라 세아지만 말이죠.”
“아. 맞네~ 소피아. 같이 방 보러 갈까? 내가 제일 좋은 방 줄게!”
“그래. 보러 가자!”
그래도 어쨌거나 성지아를 구하는 데 힘을 보태주겠다는 고마운 사람이었으니.
윤세아는 자기가 직접 나서서, 소피아에게 소드 팰리스에서 가장 좋은 방을 보여 주겠다면서 집을 나섰다.
성지한은 둘이 나가고, 고요해진 집을 잠시 둘러보면서 생각했다.
‘피티아가 이렇게 발 벗고 나선 이상, 나도 하루빨리 길가메시의 권능에 대해 수련을 해야겠군.’
목속성의, 5번째 멸신결.
성지한은 뭐로 이를 시도해 볼까 하다가.
문득 하나에 생각이 미쳤다.
‘생명의 기운을 활용해 볼까.’
목속성 중에선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세계수.
거기서 지니고 있었던 생명의 기운이 목속성과, 어떤 교집합이 있지는 않을까.
‘지금처럼 실마리가 없는 상황에서는, 뭐라도 시도해 봐야겠지.’
성지한은 그렇게, 순서를 건너뛰어 5번째 멸신결부터 도전을 시작했다.
* * *
한편.
무신의 별 투성.
백발이 무성한 노인, 동방삭은 스마트폰을 든 채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피티아…… 싸울 의지가 없었나.’
3:2 스코어로 끝난 한국과 일본의 경기.
스코어만 보면 팽팽했지만.
이 경기를 박빙으로 끌고 간 건, 어디까지나 셀렉트 카드를 잘 뽑은 일본 감독의 운이었다.
전력으로 따지면, 일본은 한국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1경기 때 서포터 미즈하라 아오이가 보였던 불의 힘이 강렬하긴 했지만.
그녀는 2경기부터 잠잠했으니까.
‘신안을 통해, 그에게서 무언가를 보긴 본 모양인데…….’
그때.
번쩍!
투성의 허공에서, 피티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동방삭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피티아…… 왜 그를 봐줬지?”
“그에게서, 놀라운 걸 봤으니까.”
“그를 교육시킨다더니.”
“교육은 당신에게 맡기려고.”
그러며 피티아는, 검지 손가락을 하나 펼쳤다.
“동방삭. 근데…… 성지한 1분만에 이길 수 있어?”
“1분?”
“응. 전력을 다한 기준으로.”
동방삭은 자신의 수염을 손가락으로 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전력이라니…… 신안의 총기가 사라진 건가?”
“왜?”
“전력이면 일합에 끝난다는 걸, 너도 잘 알 텐데.”
동방삭은 덤덤히 말했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과 같은.
당연한 사실을 읊듯이.
“그러면 그게 교육이 되겠나? 나도 재미가 없어.”
“그래도! 걔랑 내기했다고. 1분 버티면 내가 공짜 예언해 주기로.”
“사기를 쳤군그래…… 넌 뭘 받기로 했나?”
“내가 이기면, 무공명 알려 주기로 했어.”
“흐음…….”
무공명이라.
동방삭의 등 뒤로, 태극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시계방향으로 돌던 검고 흰, 태극의 무늬는.
“나에게도 그걸 알려 준다면, 힘을 쓰지.”
“좋아.”
곧,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오랜만에 꺼내겠구나. 태극마검太極魔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