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45)
“엄마가, 출생의 비밀 같은 건 없대.”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세아는 생글생글 웃으며, 성지아에게 들은 말을 전해 주었다.
“없다고?”
“어. 삼촌 태어났을 때 산부인과에도 같이 갔고, 엄마가 삼촌 기저귀 갈다가 오줌 맞은 적도 있다는데?”
“그런 옛날 일까지 잘도 기억하네.”
“그건 나 같아도 기억할 거 같아.”
“어쨌든, 어디서 주워 온 건 아니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갑자기 출생의 비밀은 왜?”
“내가 너무 압도적으로 강해서. 인간 맞나 싶었지.”
굳이 윤세아에게 모르는 문자가 해석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성지한은, 그리 대답했다.
“……삼촌. 엄마가 너무 잘난 척하지 말래. 그러다 큰코다친다고.”
“알겠다고 전해 줘.”
“전혀 그런 얼굴이 아닌데…….”
윤세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방을 나서자 성지한은 생각했다.
‘출생의 비밀 같은 게 없다면, 성씨 집안 자체가 특이한 건가.’
성지한과 성지아.
두 사람 다, 배틀넷에서 보여 준 재능은 독보적이었다.
성지한은 말할 것도 없고.
성지아도 배틀넷에서 몇 없는 성녀 클래스였으니까.
거기에 성지아의 딸인 윤세아도 대기만성 같은 초월적인 기프트를 받았으니.
단순 운이 겹쳤다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긴 했다.
‘그렇다고 집안 내력은 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알 수도 없으니…….’
성지한은 답이 안 나오는 문제는 그만 생각하고.
이번 게임을 통해 얻은 보상이나 확인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잔여 스탯 + 20.
1등 보상으로 +10을 얻은 데다가, 게임 종료 후 10레벨이 올라서 총 20스탯을 찍을 수 있었다.
‘이건 모두 공허에 투자하고…….’
그간 성장할 때마다 공허 스탯에 포인트를 투자해서, 60이었던 공허 능력치.
성지한이 잔여 스탯 20개를 모두 투자하자, 공허는 64가 되었다.
앞자리가 6이 되니까, 공허는 하나 올릴 때마다 잔여 스탯을 5개나 먹어 치워 버렸지만.
‘그래도 투자할 만해.’
성지한은 조금 전, 배틀넷에서의 전투를 복기해 보았다.
공허로 전 능력을 강화하지 않았다면, 태양 진영의 플레이어들에게 죽어도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지구에서 인류 플레이어와 싸우는 건 공허가 없어도 충분하지만.
그 윗단계의 상대와 싸우기 위해서는 공허의 힘이 꼭 필요했다.
‘수용 한도도 30 더 증가했으니까. MAX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군.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겠어.’
그는 차후에도 레벨 업 할 때마다 공허에 집중투자하기로 마음먹으며.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받은, 칭호 보상을 확인해 보았다.
[공허의 대행자]-공허의 의지에 협력한 이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칭호 장착 시, 공허의 힘이 더욱 증폭되며, 특히 ‘순리’를 따르지 않는 존재에게, 공허의 힘이 크게 증가합니다.
-대신 칭호를 한 번이라도 장착한 경우, 플레이어가 공허의 의지에 귀속될 확률이 올라가며 공허 수용 한도가 15 줄어듭니다.
그간 다 메리트만 주었던 칭호와는 달리.
이번 공허의 대행자는, 메리트와 디메리트가 확실했다.
‘이건…… 칭호라고 하기엔, 효과가 엄청나군.’
그간의 칭호들은 대부분 경험치 버프를 주는 종류였고.
능력치를 올려 주더라도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쳤지만.
공허의 대행자는 공허 능력을 크게 강화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순리를 따르지 않는 존재에게 대폭 증가라…….’
공허에서 말하는 순리.
성지한은 이제는 이게 뭔지, 대강 알 것 같았다.
‘배틀넷에서 버그로 판정되는 이들이 순리를 따르지 않는 거겠지.’
청혈 마족의 촉수 경우에서 보듯.
빙의 갈아타기를 하면서 영생을 꾀하던 버그급 존재 같은 게, 바로 순리를 거역하는 존재일 터.
이런 이들을 상대로, 공허의 힘이 증폭된다는 건 엄청난 효과였다.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이스 리그에서 만나는 상대 종족 중, 이런 ‘버그급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상대의 핵심 전력이었으니까.
한데 상대 종족의 최강자를 상대할 때마다 공허의 힘을 증폭시켜 주는 칭호라니…….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무조건 장착해야겠어.’
공허에 귀속될 위험이 늘어나긴 해도, 이 칭호는 꼭 장착해야 했다.
특히, 저 ‘버그급 플레이어’에 방랑하는 무신이 들어갈지도 모르니 더더욱.
이를 장착한 채, 강해진 공허의 힘을 운용하는 데 익숙해져야 했다.
[‘공허의 대행자’ 칭호를 장착하시겠습니까?]“응.”
[‘공허의 대행자’ 칭호를 장착했습니다.] [공허의 힘이 더욱 증폭됩니다.] [공허 수용 한도가 15 줄어듭니다. 공허 능력치가 수용 한도에 도달했을 경우, 공허의 의지에 무조건적으로 귀속됩니다.] [‘순리’를 따르지 않는 존재를 여럿 제압할 경우, ‘공허의 의지’에 의해 칭호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버그급 플레이어들을 더 제압하면, 칭호를 업그레이드해 주겠다는 공허의 의지.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는 이 칭호가 업그레이드되면 어떤 상황이 올지 지금은 예측이 힘들었지만.
‘일단은 지금 상황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 공허를 지닌 채로 쭉 가야지.’
성지한은 공허의 힘을 적극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당분간은, 레벨 업도 쉬기로 했으니. 증폭된 공허나 수련해야겠군.’
수련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 * *
배틀넷이 본 게임에 들어선 이후.
배틀넷 플레이어들의 일정은 모두 스페이스 리그 경기 중심으로 짜여졌다.
아무래도 월드 챔피언스 리그는 인류끼리 나라 순위를 경쟁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스페이스 리그 경기는, 인류의 존망 자체를 결정짓는 게임이었으니까.
모든 포커스가 스페이스 리그에 맞춰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3번째 스페이스 리그 게임이 열리는 날은, 4월 초.
그때는, 원래 각 나라에 지역 리그 경기가 한참 열리는 시즌이기도 했다.
“이거 일정을 조정해야겠군요.”
“스페이스 리그 경기 전후 일주일간은, 비워 둬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의 피로도를 생각해서,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는 국가대표 경기 일정을 조정했고.
“어…… 이러면 이때 너무 경기가 많아지지 않겠습니까?”
“뭐 어떻습니까. 국가대항전인데요.”
“스페이스 리그 경기 대비가 가장 중요합니다. 선수들에게 일주일 휴식 시간은 줘야 해요.”
“그래도 국대 경기가 너무 겹치는데…….”
“국가대표 경기야, 스페이스 리그에 비하면 피로도가 덜하지 않습니까.”
“이대로 갑시다.”
이로 인해.
2021년의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지옥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와…… 이번 개편 일정 실화냐?
-나야 시청자로서 볼 게 많으니 재밌긴 한데 ㅋㅋㅋ
-대만전, 중국전, 그다음에 바로 스페이스 리그…… 이게 2주 동안 다 열리는 거임? ㄷㄷ
-ㅇㅇ 특히 대만전 중국전은 일주일에 다 치러짐ㅋㅋㅋ
-국가대표들 죽어나겠네;
-대만전은 저번에도 했는데 또 해?
-4월 초 일정을 앞으로 당긴 거라서 그렇지 뭐.
-성지한 죽어나겠네…….
-ㄴㄴ 어차피 필밴 당해서 경기 안 나갈 듯 ㅋㅋㅋ
-ㄹㅇ 그냥 승리의 토템처럼 있으면 됨.
한국의 배틀넷 센터.
노영준 감독은 경기 많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스페이스 리그가 중요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일정이 너무 타이트하군 그래.”
“연맹에서 진작 일정 조정하지 이게 뭐냐고 욕먹고 있더군요.”
“그러게 말일세. 연맹 놈들 일 처리가 이렇지 뭐…… 선수들은 다 준비되었나?”
“예. 대부분 배틀넷 센터에 들어왔습니다. 성지한 선수는 수련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입니다만…….”
“흠…… 그래?”
수련실에 들어갔다 하면 연락이 닿지 않는 성지한.
노영준 감독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지한이가 있으면 완전체긴 하지만…… 없어도 대만은 이길 것 같은데.’
실제로 성지한이 보스 선출전에 참여했을 때.
한국은 성지한 없이 대만과 맞붙어서, 승리를 따낸 경험이 있었다.
검왕을 필두로 게임을 풀어 갔던 저번 대만전.
‘1경기 때 노인 플레이어가 좀 강하긴 했지만…… 그 후로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
노인 선수가 좀 걸리긴 했지만.
그도 한국전 이후에는, 이렇다 할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 대표팀은 성지한, 검왕이라는 기존의 막강한 라인업에서.
윤세아라는 신인 아처까지 추가가 된 상황.
‘일본전 때와는 달리 대만이 우리보다 서포터가 강한 것도 아니고…… 혹여나 골렘 맵이 계속 걸려도 승산이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대만전은 도저히 질 수가 없는 경기였다.
“지한이야 중국전부터 불러도 되지. 스페이스 리그 때 격전을 치를 텐데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은 그만할까요?”
“아니. 연락은 계속해 봐. 중국전에는 꼭 나와 줘야 하잖아? 근데 지한이가 갔다는 수련실은, 뭐 외부랑 아예 단절된 곳인 건가?”
“네. 윤세아 플레이어의 말로는, 자신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는 합니다만…….”
“그건 좀 문제군 그래. 중국전에는 꼭 필요한데 말이야.”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런지, 대만전은 안중에도 없는 코칭 스태프들.
“흠……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없을까?”
그들은 이미 대만전은 승리라고 확정 짓고, 다음 경기를 위해 성지한과 어떻게든 연락을 해 보려고 고민했다.
“음…… 후원이라도 쏴야 하나?”
“배틀튜브는 안 켜져 있습니다.”
“게시판에 글이라도 남기던지…….”
“성지한 선수 배틀튜브엔 게시판 자체가 없는데요?”
“그래? 그럼 영상만 떡하니 있는 거야?”
“네. 편집은 대기 길드에서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하나 아무리 머리를 써 봐도, 공허의 수련장에 있는 성지한에게 연락을 하는 건 불가능해서.
이러다가 중국전까지 성지한을 쓰지 못하는 건 아닌지, 스태프들은 걱정했다.
그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 왔으니까요.”
전략분석실의 문이 열리고, 성지한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서, 성지한 선수?”
“여기까지 오셨군요……!”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는 달리, 센터까지 안 와도 되는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성지한.
항상 펜트하우스에 있던 그가 전략분석실로 찾아오자, 코칭 스태프들은 눈을 빛냈다.
“오. 지한아. 어떻게 일정을 다 알고 왔구나.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곤란하던 차였는데…….”
“예. 수련실에 있을 때, 저와 연락할 방도는 나중에 한번 마련해 보겠습니다. 그 공간이 특수해서, 일반적인 통신은 통하지가 않거든요.”
“그래. 그럼 고맙지. 그런데, 대만전은…… 사실 네가 굳이 참전 안 해도 되긴 해. 중국전이랑 스페이스 리그 경기를 대비해서 쉬어도 된다.”
대만과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워낙 컸기에.
노영준 감독은 성지한에게 쉬어도 된다고 말했다.
“아뇨. 참전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경기 하나 더 치른다고 부담되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 그럼 고맙지. 대만에서 널 줄곧 밴할 테니까, 이쪽의 운신이 매우 편해지거든.”
근래 여러 게임을 거치면서.
성지한은 인류의 플레이어 중, 독보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모든 국가에 있어, 필밴할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인물.
그가 일단 밴을 당하고 나면, 윤세진과 윤세아가 밴당할 일은 없어질 테니.
감독 입장에서는 성지한이 게임에 나오질 못해도, 상대 밴 카드를 소모시키는 것만으로도 시리즈를 운영하기가 편해졌다.
“밴이라…….”
하나 성지한은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짓더니, 화제를 돌렸다.
“대만의 노인 플레이어가 저희와 치렀던 경기화면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아…… 그 사람? 알겠네. 바로 준비하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코칭 스태프들을 보며.
성지한은 피티아의 말을 떠올렸다.
-그는 방랑하는 무신을 제외하고는, 가장 무의 신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이기는 건 고사하고, 그의 검 앞에 1분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
그러며 공짜 예언과 무공명을 두고, 1분 내기를 한 성지한과 피티아.
‘과연 어떨지.’
성지한은, 영상 속 노인이 펼치는 무를 보며.
한국인 모두가 승리를 장담하는, 대만전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