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49)
공허의 수련장 안.
‘벌써 시간이 다 되었군.’
성지한은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아쉬운 표정으로 검을 내려놓았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얻었다.’
대만전에서 동방삭과 두 경기를 치르며, 성지한이 얻은 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성지한을 확실하게 압도했던 동방삭.
그가 보여 준 무는, 성지한에게 성장의 토대가 되어 주고 있었다.
‘동방삭의 태극마검은, 아직 알지 못하겠지만…….’
동방삭이 꺼낸, 백색의 검 태극마검.
세상을 압도한 어둠은 어떤 원리에서 나타난 건지, 무혼으로도 알 수가 없었지만.
이것을 제외하고는, 동방삭의 무공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성지한은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
무혼을 통해 무예에 대한 숙련도 부쩍 올랐을뿐더러, 천마신공의 일부를 자신의 무공에 활용하고.
‘무혼 능력치 자체도 올랐지.’
200이 된 이후, 찔끔찔끔 성장하던 무혼.
세 번째 멸신결, 빙천검우를 얻었을 때만 해도 230대에 머물러 있던 이 능력은.
동방삭과의 경기를 치르며, 250에 도달했다.
거기에 수련장에서 그때의 전투를 복기하며, 수련을 할 수록.
무혼은 1, 2씩 올라 지금은 255에 달했다.
‘거기에 다섯 번째 멸신결, 천수강신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파악했고.’
엘프의 재생력과 관련이 있다고 파악된, 목속성의 무공 천수강신.
그로서는 이번에 동방삭과의 전투를 통해 레벨만 오르지 않았을 뿐.
얻어 간 것이 엄청나게 많았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구궁팔괘를 끝까지 보지 못했군.’
두 번째 멸신결, 만귀봉신을 따라 한 동방삭의 진 구궁팔괘도.
그것이 구궁과 팔괘를 거쳐, 칠성까지 간 순간.
무신이 황급히 개입하여 그를 데리고 간 게 아쉬웠다.
거기서 봉인코드가 발현되었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났을지가 궁금했는데.
‘다른 때에는 개입하지 않다가, 동방삭의 진이 발현되려고 할 때 무신이 끼어든 게 수상하단 말이지.’
무신은 그 특수한 문자가 더 나타나는 걸 바라지 않았던 건가?
롱기누스가 신살의 창을 찔러 올 때 보였던 소멸 코드 때만 해도.
무신이 개입하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성지한은 공허의 수련장 안에서 그때 경기를 다시 복기하며, 구궁팔괘도에 대해 분석을 해 보았지만.
‘너무 정보가 부족하군.’
동방삭이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끝난지라, 거기서 더 많은 실마리를 얻어 낼 수는 없었다.
그는 구궁팔괘도에 대해서는 일단 고민을 멈추고, 다른 멸신결에 대해 생각했다.
‘세 번째는 아직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모르겠고…… 네 번째 멸신결은 탐색 코드 같은 건가.’
탐색, 봉인, 소멸.
성지한은 지금까지 유추해 볼 수 있는 키워드를 정리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멸신결.
이건 무공이라기에는 확실히 특이했다.
성지한은 동방삭의 말을 떠올렸다.
-인간과 만귀가 공존하는 시대. 한 사내는, 귀鬼와 신神을 봉하고. 인간의 시대를 열 업을 부여받았다…….
동방삭의 업이란, 귀와 신을 봉인하는 것.
멸신결은 한 체계로 통일성 있는 무공이라기보다는, 이들의 업과 권능이 갈무리되어 있는 것에 가까웠다.
‘롱기누스의 경우에는 신살. 피티아는 불멸자를 찾는 탐색…….’
일단 밝혀진 세 가지 권능만 보면.
배틀넷에 버그로 인식될 정도의 ‘불멸자’를 찾아서, 봉인하고 죽이는.
그런 흐름이 그려졌다.
어떻게 보면 멸신결은, 신을 멸한다는 이름 그대로 불멸을 찾고 제거하는 권능인가.
하지만.
‘마지막 멸신결. 천수강신은 여기서 궤가 좀 다르군. 이 권능이 보인 무한한 재생력. 이건 오히려 멸신결의 타깃이 될 만한 능력인데 말이지…….’
성지한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천수강신.
이 능력은, 엘프와 같은 재생력만 있는 게 아니라고.
동방삭에게 몸이 갈리며 얻은 깨달음은, 천수강신의 일부분일 뿐.
아직 그 권능의 정체는 완전히 밝혀지지가 않았다.
‘길가메시의 권능이 어떤 건지 알면 좋겠지만…….’
피티아가, 방랑하는 무신과 동일 인물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길가메시.
그의 권능에 대해서는, 자그마한 힌트조차 없었다.
‘……지금 붙잡고 있어 봐야 결론이 안 나는 문제군. 나가자.’
성지한은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공허의 수련장을 나섰다.
한국 대표팀에게는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요 2주간의 경기.
내일은 2번째 경기, 중국전이 있는 날이었다.
* * *
한국과 대만의 경기.
모두 원사이드하게 끝날 거라고 예측하던 이 게임은, 아직도 전 세계 배틀넷 팬들에게 파장이 잦아들질 않고 있었다.
특히.
허우택이 보여 준 압도적인 무위는, 중국인들의 피를 끓게 했다.
-모두들 보았느냐? 이게 중원인의 위엄이다.
-천마께서 성좌시라니…… 건방진 성지한도 간단히 눌러 버리셨구나.
-태극과 천마신공을 같이 사용하다니. 허우택에게 강림한 성좌야말로 무의 신이다.
최근 성지한의 길드, 대기 길드에 중국 배틀넷 협회가 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중국인들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해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2021년 들어서, 한국 국가대표팀의 전력 상승으로 지역 리그 1등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놓여 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야기한 문제의 플레이어, 성지한이 2, 3경기에서 동방삭에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걸 보면서 그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거기에 그를 밀어붙인 성좌는, 태극을 운용하며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존재였으니.
동방삭의 활약상을 보고는, 중국인들이 그 성좌야말로 무신이라면서 추앙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아니 왜 성좌가 센 걸 가지고 와 자기들이 으스대냐 ㅋㅋㅋ
-ㄹㅇ 지들한테 강림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난리야
-아…… 근데 저번처럼 또 성좌 하나 강림하는 거 아니겠지?
-내가 보니까, 패턴이 있음. 성지한 밴 안 당하면 그때부터 아 또 성좌 내려온 거 아니냐고 의심해야 함 ㅡㅡ;
한국 팬들은 왜 강림한 건 대만인데, 저쪽에서 난리 났냐고 하면서도.
혹시 중국전에서도 성좌가 강림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다.
러시아전, 일본전에 이어 대만전까지.
이상하게 성지한이 밴 당하지 않는 경기에서는, 이레귤러 플레이어들이 활약하고는 했으니까.
-그래도 밴 풀린 경기 결국 대부분 이기지 않았음?
-ㅇㅇ 그러니까 우리가 공동 1등을 달리고 있지.
-아 근데 중국이 세긴 해서…….
-여기서 저쪽에 성좌까지 붙으면 좀 힘들 거 같긴 함 ㅡㅡ
근래 벌어진 경기로 인해, 성지한의 밴 유무가.
한중전에 성좌라는 이레귤러가 끼냐, 안 끼냐를 가늠하는 판단 척도가 되었다.
그리고.
=아…… 중국 감독. 성지한 선수를 밴합니다!
=이번에는 상대 팀에 성좌가 없나 봐요!
=이것 참. 성지한 선수가 밴 당하니까 아쉬워야 정상이건만, 이상하게 안도도 되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번 대만전이 워낙 충격적이었죠!
중국 감독이 밴 카드를 열자.
성지한 이름만 쓰여 있는 걸 보고, 해설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남. 이번엔 상대에게 성좌가 없나 보군.”
“그러게요. 아쉽네요.”
윤세진이 어깨를 두드리며 그리 말하자.
성지한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이를 본 윤세아는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저번에 그렇게 힘들게 경기를 치렀는데 아쉬워? 몸 사라진 거 내가 세 봤거든? 백 번 훌쩍 넘더라.”
“그래도 성좌에게 배운 게 많아서 말이지.”
무신이 손을 뻗어, 경기에 개입하고 난 이후.
피티아에게서도 연락은 더 이상 들어오질 않았다.
무신의 종들의 특급 교육은 이대로 끝인가.
“삼촌, 1경기 갔다 올게~”
“쉬고 있게. 처남.”
“네. 경기 잘 치르고 오십시오.”
밴을 당한 성지한은, 윤세진 부녀에게 손을 흔들고는.
선수 대기실에서 1경기를 바라보았다.
=중국 팀. 셀렉트 카드는 쓰지 않습니다.
=3장을 모아서, 4경기 때 확정적으로 골렘 결투 맵에 쓸 생각인가요?
카드 3장을 모으면, 4경기 때 확정적으로 맵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
스페이스 리그 때 엘프 덕에 알려진 이런 기능은, 사실 그 이후에 쓰인 적이 없었다.
시리즈에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데, 4번째 경기를 위해서 카드를 모으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코치진들은.
그간 사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이 옵션을 쓸 생각인 거 같았다.
“이거, 저번에 시뮬레이션해 본 전략이군요.”
“맞습니다. 성지한 선수를 계속 밴하고, 4경기 때 골렘 결투로 맵을 확정 짓는 승리 공식입니다.”
“성지한 선수만 계속 밴하면, 3경기 때부터는 50퍼센트 확률로 밴 확률이 낮아지지만…….”
“어쨌거나 1, 2경기에서는 확실하게 밴을 당하니. 거기서 승리를 따내고. 4경기 때 골렘 결투로 마지막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입니다.”
규격 외 플레이어인 성지한.
지금까지는 성좌 강림 때문에 이상하게 밴이 몇 번 풀렸을 뿐.
그를 밴하는 건, 한국을 상대하는 모든 나라에게 있어 당연한 선택지였다.
‘중국이나, 미국 같은 초강팀이 아니고서는 써먹기 힘든 전략이지.’
한국 대표팀의 전력은, 윤세진 부녀가 합류하고 난 이후.
성지한이 제외되더라도, 강팀의 반열에 들었다.
4경기 때 골렘 결투로 확정적인 승리를 가져와서 3:1로 이기겠다는 전략은.
애초에 1, 2, 3경기에서 2승을 챙길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가능했다.
하지만 저번에 한국을 상대했던 러시아나 일본 같은 팀은.
아무리 성지한이 제외되었다고 해도, 윤세진-윤세아가 있는 한국과 싸워서 이길 확률이 희박했다.
그러니까 일본처럼 운에 모든 걸 맡기는 형식으로, 매 경기 골렘 결투 맵을 픽하는 게 그나마 할 만했지.
‘하나 중국은 내가 없으면 이길 자신이 있나 보군.’
러시아나 일본과는 달리, SSS급 플레이어가 꽤 있는 중국.
아무리 한국에 윤세진이나 윤세아가 있다고 해도, 성지한만 없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기로 했죠?”
성지한이 코칭스태프에게 묻자, 그들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상대방이 셀렉트 카드를 운용하지 않으면, 저희가 고르는 맵이 걸릴 확률이 높아지니…….”
“감독님은, 셀렉트 카드로 전사 전용 맵을 집중적으로 고르기로 했습니다.”
“그거 괜찮군요.”
성지한이 밴 당해도, 대표팀에는 세계 워리어 2위인 검왕이 있었으니.
저들이 셀렉트 카드를 모으는 동안, 한국은 전사 맵을 집중적으로 선택하여 승을 따내는 전략을 꾀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제갈헌을 밴하고, 발할라 맵을 택합니다.
=제갈헌과 주령령 선수. 중국의 키 플레이어죠! 아무래도 노영준 감독은 서포터보다는 마법사가 더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최근에는 왕린 선수도 중국 대표팀에 콜업되어 좋은 활약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만. 발할라 맵이라면, 이 선수를 밴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저희만 셀렉트 맵을 골랐다지만, 확률은 70퍼센트입니다. 다른 맵이 랜덤으로 걸릴 것을 대비하여, 가장 위협적인 상대인 제갈헌 선수를 밴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1경기…… 어떤 맵이 걸렸죠?
=오! 발할라군요!
슈우우우.
발할라 맵이 걸리자, 대표팀 선수들이 들어가 있던 배틀넷 커넥터가 일부 열리더니.
그곳에서 워리어를 제외한 포지션 선수들이 나왔다.
“아~ 발할라네. 아쉽다.”
커넥터에서 나온 윤세아는 성지한 옆으로 다시 와서, 경기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래도 발할라니까 이기겠지?”
“그럴 거야. 매형이 참전했으니까.”
4경기 확정 승리를 위해 승부수를 던진 중국과.
발할라 맵을 고르며, 그 의도를 저지하려 든 한국.
일단 1경기에 걸린 맵을 보면, 노영준 감독의 의도가 통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중국의 전사 왕린이 SSS급 기프트, 천마지체를 지녔다 한들.
아직은 성장이 덜 돼서, 검왕에 비해 역부족이었으니까.
‘1경기는 이기겠네.’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양 국의 전사들. 출전합니다.
=한국 대표팀, 윤세진 선수가 있으니 든든하군요!
=어. 그런데 중국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이, 이상합니다?
=머, 머리, 머리가 없습니다!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머리카락이 있었는데……!
=설마, 그게 가발이었나요…….
중국 대표팀도,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며 준비한 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