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50)
“아니…… 또 빡빡이네. 설마 백팔나한진이야?”
윤세아는 질린 얼굴로 경기 화면을 바라보았다.
중국에서 왕린이 나타나기 전, 최고의 전사로 군림하던 신승 이룡이 사용하던 백팔나한진.
성지한을 한때 애먹였다가, 결국 그에게 파훼당한 그 전법을 이번에도 들고나올 줄이야.
“저거…… 아빠가 깨부수겠지?”
“글쎄다. 왕린이 없었으면 모르겠다만…….”
천마란 별칭을 지니고 있는 왕린이 소림의 백팔나한진에 낀다는 게 뭔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게임 속에서의 능력치 버프는, 구성원이 천마든 아니든 상관없이 적용되는 것 같았다.
‘1경기, 힘들지도 모르겠군.’
지금은 진짜 천마 동방삭의 등장으로, 천마라는 별칭에 빛이 바래 버린 왕린이지만.
그래도 그가 지닌 SSS급 기프트 ‘천마지체’는 검왕의 ‘쌍검의 극의’에 절대 밀리지 않는 재능이었다.
지금이야 검왕에 비해 레벨이 밀려서 그보다 약한 거지.
더 성장한다면, 검왕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일 만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백팔나한진은.
지금의 둘의 차이를 메워 줄 만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1경기. 시작합니다.
=아…… 이룡, 바로 백팔나한진을 발동하는군요!
=저번의 경기와 다른 점은, 왕린이 꼈다는 점입니다.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이 윤세진을 시험하겠소이다.]중국 진영에서, 맨 앞에 나선 이룡이 그리 읊자.
번쩍!
18명의 중국 전사와 함께, 검왕이 전장에서 사라졌다.
“9명이 아니라 18명 썼네.”
“그럼 전장에 남은 전사 숫자 차이…… 크지 않아?”
“크지.”
윤세아의 말대로.
발할라에는, 이제 49명의 한국 전사와 32명의 중국 전사만 남았다.
=한국 전사들…… 검왕 선수가 18명과 함께 사라진 사이에, 수적 우위를 활용해야 합니다!
=음…… 하지만, 남은 중국 선수들도 고레벨 대의 플레이어입니다. 평균 레벨이 10~20 정도 더 높아요.
=그래도 저희 측이 1.5배 숫자가 많습니다! 레벨 차이는 이겨 낼 수 있어요!
해설진의 말대로, 숫자 차이는 1.5배.
하지만 한국 해설자들의 목소리는 그리 밝지 않았다.
성지한과 윤세진이 있어서, 한국 전사진이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거지.
막상 그 둘이 빠지면, 한국 전사의 수준은 동북아시아 리그 최약체라는 것이.
작년에 완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 이거 불안한데 ㅡㅡ…….
-성지한 윤세진 빼고 우리나라 전사들, 밥값은 하냐?
-하겠음? 작년에 대만에도 처발리던 거 기억 안 나심?
-아…… 안 좋은 기억이…….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전사들. 힘차게 돌격은 했습니다만…….
=적의 방어가 두텁습니다! 뚫지를 못해요!
=아! 우리 측에서 전사자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중국 전사들. 이제는 자신들이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한국 전사들이 1.5배의 수적 우위를 살리며, 중국 방어진을 두들겼지만.
양국 전사들의 수준 차이는 현격했다.
-아 작년 생각나서 PTSD 오려고 하네 진짜.
-백팔나한진 안은 어떻게 돼 가고 있음?
-검왕 혼자서 무승 때려잡고 있긴 한데…… 이게 쉽게 제압이 안 됨.
-확실히 나한진 버프 때문에 그런지, 왕린이 견제를 잘 넣고 있어…….
백팔나한진의 압박에도, 검왕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강하게 저항하고 있었지만.
왕린이 추가된 중국의 진은 단단함을 자랑했다.
‘저번 생의 매형 수준이었다면, 진작 제압당했겠는데.’
백검에서 검을 줄이라는 조언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는지.
일본에 있을 때에 비하면, 확실하게 강해진 윤세진.
검의 개수를 줄인 그는 소림사를 종횡무진하며 무승들과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나한진 쪽은, 그 어느 쪽도 승기를 잡지 못한 채.
이렇게 끊임없이 싸우다 끝이 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승패를 가르는 쪽은, 나한진 바깥의 전장 상황이 될 터인데…….
=아……! 수, 숫자가 뒤집힙니다! 이제는 중국 전사들이 더 많아요!
=1.5배로 시작했는데, 이럴 수가 있나요!
=윤세진 선수가 얼마나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한국 전사들!
해설진의 샤우팅이 무색하게.
하나둘씩 픽픽 쓰러지기 시작하는 한국 전사들.
“아니. 이거는 좀…….”
같은 국가 대표팀 소속이라 차마 말을 다 끝마치진 못했지만.
윤세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죽어 나가는 전사들을 바라보았다.
“이거…… 대체 왜 밀리는 걸까. 삼촌? 레벨 10~20이 그렇게 큰가?”
“레벨보다, 장비 차이가 크네.”
“장비 차이…….”
“어. 중국 전사들 장비, 아무래도 국가에서 빌려준 거 같다.”
한국의 국가대표는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장비를 맞춰온 데 반해.
중국 국가대표는 인민회에서 SS급 장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해, 국가대표 경기 때마다 선수들에게 빌려주었다.
자본이 인민회라는 국가 길드에 독점되어 있으니 가능한 일.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데에는, 확실히 아이템 차이가 컸다.
“그렇게 듣고 보니 무기가 삐까번쩍하네. 다들…….”
“그래도 실력 부족한 게 제일 문제지.”
퍽!
발할라에서의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한국의 마지막 전사가 쓰러졌다.
중국 전사 생존자는 12명.
수적 우위를 살리기는커녕, 역으로 발려 버린 한국 대표팀을 보며.
시청자들은 한탄했다.
-와, 이 맵에서 지네…….
-작년 기억 새록새록 나게 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태극전사들 ^-^
-검왕이 백팔나한진에서 다 때려잡고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저쪽은 그냥 저러다 끝날 거 같은데?
한국 유일의 생존자, 윤세진은 끝까지 백팔나한진 안에서 사투를 벌였지만.
[1경기가 제한 시간을 넘겨, 종료됩니다.]발할라 맵의 전투 시간을 넘겨, 1경기는 중국의 승리로 끝나 버렸다.
* * *
“하. 졌군.”
“매형은 하실 만큼 했습니다.”
“내 능력 부족이다. 지한이 네가 갔으면 다 때려잡았을 텐데…….”
1경기에서 나온 윤세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전사 맵이 나온 이상, 1경기는 무조건 가지고 와야 했는데.
왕린이 추가된 백팔나한진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감독님. 아무래도 이룡을 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내 잘못이야. 세진이가 발이 묶이니, 게임이 안 풀리는군…….”
노영준 감독도 1경기 결과를 보면서, 자신을 자책했다.
‘우승 후보라고 평가받는 것도 결국 세 선수 때문이지. 한국 대표팀은 결코 강팀이 아니야.’
성지한과 윤세진, 그리고 최근 들어온 윤세아.
이 세 키 플레이어들의 전력은 세계 여러 팀들과 비교해도 밀리질 않고, 오히려 압도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선수들의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궁수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부족한 대한민국 대표팀.
1경기는 그러한 현주소를 냉정하게 보여 준 게임이었다.
‘이제 2, 3경기 중 하나라도 내주면…… 확실하게 진다.’
4경기 때 골렘 결투 맵을 꺼낼 게 분명한 중국.
만약 2, 3경기 중 하나라도 내주게 된다면, 게임은 그대로 끝이다.
‘1경기 때, 이룡을 밴했어야 했는데…….’
밴, 셀렉트에 다시 들어선 노영준 감독은 전 경기에서의 선택을 다시금 후회하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아. 노영준 감독. 이룡을 밴합니다!
=소림방장 기프트를 지닌 이룡. 이 선수가 없으면 확실히, 백팔나한진이 발동하질 않죠!
=그럼 윤세진 선수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셀렉트 카드는…… 1경기와 동일하게, 발할라입니다!
=과연, 저 맵이 또 뽑힐까요?
1경기 때와 비교하면, 달라진 건 한국의 밴 카드뿐.
하지만, 그게 이번엔 크게 주요했다.
=오…….
=발할라 맵. 또 걸립니다!
=70퍼센트 확률이 두 번 터졌군요!
“좋아…… 1경기의 복수를 하고 오지.”
어떤 맵이 뽑힐지 뚫어지게 쳐다보던 윤세진은 웃으며 배틀넷 커넥터에 들어갔고.
“삼촌. 나 이러다 오늘 한 경기도 출전 못 하는 거 아냐?”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윤세아는 음료수까지 가져오며, 경기 관람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시작된 2경기.
게임의 양상은, 1경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윤세진 선수. 혼자서 질주합니다!
=왕린이 앞을 막아서 보지만…… 백팔나한진 때와는 달리 너무나도 무력하군요!
=쌍검을 막아서는 선수가 없습니다! 검왕! 1경기의 패배에, 제대로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순식간에 게임이 끝나는군요!
백팔나한진으로 윤세진의 발목을 잡지 못하자, 금세 썰려 버리는 중국 대표팀.
‘왕린도 아직 성장이 부족하니, 검을 못 받아 내는군.’
서걱!
쌍검에 의해 목이 날아가는 왕린을 보며, 성지한은 그리 생각했다.
-휴 ㅋㅋㅋ 이거지. 이렇게 이겨야지!
-소림방장 밴이 정답이었네. 천마 쟤는 아직 상대가 안 됨 ㅇㅇ
-왕린이 천마는 무슨 ㅋㅋㅋ 걍 마교 졸개 1이지.
-이 결과 보니 1경기가 더 아쉽네…….
-그러게. 3경기도 무조건 이겨야 5경기까지 감.
스무스하게 끝난 2경기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국 팬들.
하지만 4경기에서 이미 확정 패배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3경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어 있었다.
=자. 그리고 이제 3경기부터는…… 성지한 선수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록 50퍼센트 확률이지만 말이죠!
3번부터는, 밴 당해도 50퍼센트 확률로 풀리게 되는 플레이어.
해설자들은 물론이고.
“성지한 선수. 같이 가요. 밴 안 걸리실 텐데 준비해야죠!”
하연주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도 성지한의 밴 회피를 한마음 한뜻으로 기원했다.
성지한만 풀리면, 3경기는 확정 승리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아…… 성지한 선수. 밴 당하는군요…….
=50퍼센트 확률에 걸립니다.
=성지한 선수만 뽑혔으면, 무조건 이겼을 텐데 아쉽군요.
3경기는 시작부터 좋질 않았다.
‘이러다 진짜 게임 출전도 못 하고 끝나겠네.’
배틀넷 커넥터에 들어섰다가 밴 당해서 다시 나온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화면을 쳐다보았다.
너무 강해도 문제네.
국가대표 경기를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잖아.
=노영준 감독, 2경기와 똑같은 전략을 가져갑니다. 이룡 선수 밴에 맵은 발할라를 택하는군요.
=발할라만 걸리면, 2경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럼 5경기까지 게임을 끌고 갈 수 있어요!
=셀렉트 카드의 효과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졌군요!
비록 성지한은 밴당했지만.
전사 맵만 걸리면, 3경기도 2경기처럼 손쉽게 이길 터.
한국 팬들은 모두 발할라가 또다시 걸리기를 기원했지만.
=아…….
=이번 맵. 발할라가 아닙니다!
=대신 트레인 맵이 선정되는군요!
=으음…… 이러면 제갈헌 선수가 살아 있는 게, 꽤 거슬리겠습니다…….
3연속 70퍼센트는 터지질 않았다.
-아놔 ㅋㅋㅋ 오늘 뭔가 운이 없네.
-언제부터 배틀넷이 운빨망겜이 되었나 ㅡㅡ
-거기에 하필 걸려도 트레인이네 제갈헌 주령령 다 살았는데…….
-에이 그래도, 검왕이 검 타고 날아가면 그만 아님?
사람들은 그래도 검왕의 어검비행에 기대를 지녔지만.
=주령령 선수의 소환수, 황룡이 윤세진 선수를 끈질기게 가로막는군요……!
=그동안 한국 기차는 제갈헌의 마법에 초토화됩니다!
=윤세아 선수가 제갈헌 선수를 노려봅니다만…… 너무 멀어서 여의치가 않아요!
제갈헌은 각종 대마법을 퍼부으며, 1경기 때 자신이 왜 밴당했는지를 증명했고.
=기, 기차 전복됩니다…….
=3경기. 한국, 패배합니다……!
3번째 게임은,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 * *
슈우우.
“아…… 졌네…….”
배틀넷 커넥터에서 나온 윤세아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최강을 다투는 중국팀.
3경기는 그들의 저력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황룡. 더 까다로워졌군.”
어검비행이 소환수 황룡에 의해 가로막힌 윤세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커넥터에서 나왔다.
1~3경기 모두 참전하면서 최선을 다한 그였지만.
결과가 1승 2패로 좋지 않게 나오니, 표정이 어두웠다.
“이러면 4경기는 자동적으로 골렘 결투겠네…… 주령령 선수 밴해도, 우리가 밀리겠지?”
“……그럴 거다.”
서포터만 참여할 수 있는 골렘 결투맵.
한국의 서포터 전력은 중국에 비해 확연히 밀렸기에.
이 게임의 결과는, 한국이 질 거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중국. 아껴둔 셀렉트 카드로 골렘 결투 맵을 꺼내 듭니다.
=밴 카드는 서포터 이진욱 선수에게 쓰는군요!
=노영준 감독도, 중국의 서포터 주령령 선수를 밴합니다만…….
=주령령이 빠져도, 중국의 서포터 진은 세계 탑급이죠…….
이미 패배를 예상하고, 목소리에 힘이 빠진 해설진.
윤세아도 어깨가 축 처진 채, 이를 바라보다가.
뚜벅. 뚜벅.
갑자기 자리에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가는 성지한을 보면서.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 삼촌. 어디가?”
“4경기 참전하려고.”
“에…… 서포터 경기잖아. 버프만 통하는.”
“어차피 지금 전력으론 필패잖아?”
“그건 그렇지…….”
“어차피 질 거, 하나 실험해 보게. 감독님께도 미리 이야기해 뒀어.”
성지한은 그리 말하며, 배틀넷 커넥터에 들어가자.
윤세아는 두 눈을 깜빡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무슨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