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57)
소드팰리스의 펜트하우스.
뇌신의 제어공간에서 로그아웃한 성지한은, 피티아가 넘겨준 책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하신공이라…….’
성지한은 책을 펼치기 전, 자하신공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화산파의 상승 내공심법이자.
자줏빛 기운이 드러나는 것으로 알려진 자하신공.
‘동방삭은 화산파 무공도 알고 있나?’
무당파에, 마교에, 화산파에.
모르는 게 없는 양반이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자.
[행성 ‘지구’는 동방신공을 개봉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닙니다.]책 위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며 그의 독서를 방해했다.
‘지구에서는 개봉하지 말라니…… 공허의 수련실에선 가능하려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나가 봐야겠네.
성지한은 오늘 날짜를 확인하고는.
‘수련장 시간으로 6일은 더 있어도 되겠군.’
복귀 시점을 정한 후, 공허의 수련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거기서 책을 펼치자.
스멀스멀…….
책 1면에서, 새하얀 연기가 올라오더니.
“흠…… 조건이 충족되었는가.”
동방삭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르신이 직접 나올 줄은 몰랐군요.”
“나는 동방삭 본인이 아니라, 무공 일부를 전수해 줄 분신이네.”
“아하. 자하신공…… 이거 무공 비급이었습니까?”
“그렇다네.”
성지한은 책 안을 스르륵 펼쳐 보았다.
겉표지만 낡지, 안은 최신식의 빳빳한 흰 종이.
그 안에는 글자가 하나도 써 있지 않았다.
“직접 가르쳐 주시니 좋군요.”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활자로 지식을 전수할 필요 있겠는가. 아니면, 한자로 배우고 싶었나?”
“아뇨. 한자는 잘 몰라서.”
“그래. 그러니 이렇게 직접 전수하는 게 낫지.”
“근데 왜 갑자기 저한테 무공을 전수하시려는 겁니까?”
성지한의 물음에, 동방삭의 분신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본체는, 얼마 전. 뇌신을 토벌했다네.”
“그렇군요.”
“남 일인 듯 이야기하는군. 자네도 거기 있지 않았는가. 적뢰가 계속 재생되던데.”
“글쎄요? 뇌신은 번개의 신이니, 적뢰도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성지한이 피티아에게서 책을 받은 시점도, 뇌신의 제어공간에서였지만.
그는 일단 모르쇠로 나갔다.
“끌끌…… 다 알고 있는데, 꾀를 부리는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됐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거기서, 본체는 납득이 되지 않는 장면을 보았어.”
“그게 무엇입니까?”
“적뢰 말이네.”
동방삭의 분신은, 뇌전의 벽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주인께서는, 수많은 뇌신의 잡술까지 다 가져가셨으면서. 유독, 성지한. 네 적뢰만큼은 가져가질 않으시더군…….”
“그렇군요. 그거 신기하네요.”
“대체 왜 그러셨을까? 적뢰는 뛰어난 기예기는 하지만, 무신께서 흡수하지 못할 만한 것은 아니야. 적뢰를 흡수하고 운용했으면, 굳이 롱기누스의 창을 쓸 일도 없었을 텐데. 이해가 가질 않더군.”
성지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방삭의 의문은, 그도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이었다.
방랑하는 무신.
그는 세상의 모든 권능을, 한 번 보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었다.
한데 특이하게 성지한의 것만은.
귀찮다고 평가하면서도, 결코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려 들질 않았다.
“그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데. 첫째로, 적뢰가 너무 형편없어서, 배울 필요가 없다는 가능성.”
“그랬으면 롱기누스의 창을 쓸 필요도 없었겠죠. 그렇게 형편없는 기예라면, 그냥 밀어 버리면 그만일 테니.”
“맞네. 적뢰는 흡수할 만한 가치가 있지. 그러면 역시, 다음 가정으로 들어가게 되네.”
“다음 가정이라면?”
“간단하네.”
동방삭이 손가락으로 성지한을 가리켰다.
“무혼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 성지한. 그에게는, 무혼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 가정해 볼 수도 있지 않겠나.”
“음. 둘 다 무혼을 지녔으니, 모방하지 못한다…….”
“그러네. 물론, 그렇다기엔 어찌 자네가 주인께서 지닌 권능을 미리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가정을 하고, 실험하기로 했네.”
“그 실험이 이 자하신공입니까?”
성지한의 물음에 동방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자하신공. 이 무공은 무신께서 탐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이거 화산파의 무공이라는데. 그게 그렇게 뛰어납니까?”
“화산파의 것과는 이름만 같을 뿐.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오랜 세월 고민하며 만들어 낸 무공이네. 공허를 제어하는 무공이지.”
“……공허를?”
성지한은 눈을 크게 떴다.
공허를 제어하는 무공이라니.
아무리 동방삭이라고 해도, 이런 걸 고안하다니…….
‘진짜 무신은 동방삭 아니야?’
남의 걸 복사하기만 하는 방랑하는 무신에 비하면.
동방삭이야말로 진짜 무신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래. 주인께서는, 그 어떤 권능보다도 탐낼 만한 무공이지…… 한데 자네가 이 무공을 사용했음에도, 이를 흡수하지 않는다면. 내 가설이 맞게 되는 거 아니겠나.”
“그건 그렇군요. 근데 이 무공이 무신이 그렇게 탐낼 만한 것이라면, 그가 지금까지 이걸 왜 안 베낀 겁니까?”
“이거? 아직 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어. 아직 미완성이라서 말이지.”
“……미완성?”
동방삭은 여유로운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네. 자하신공을 실제로 운용하려면, 공허를 가득 품고 있어야 하는데…… 그럼 내 영생이 사라지지 않는가. 내가 지금 수천 년 동안 종노릇하는 게 영생 때문인데, 무공 하나 완성하겠다고 이를 포기할 수는 없지.”
“……그럼 결국, 이건 그저 상상으로 만들어 낸 무공입니까?”
“나름 뇌 내로 실험은 다 거쳤다네.”
어쩐지 맨날 후임으로 들어오라던 양반이, 무공을 그냥 전수해 준다 했다.
성지한이 미덥지 않은 눈으로 동방삭을 바라보자, 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니. 설마 나를 못 믿는가?”
“믿음이 가겠습니까? 이거, 결국 상상으로 만든 무공인데.”
“내가 만들었지 않은가. 당연히 완벽하지.”
“…….”
“그러지 말고 배워 보게. 뭐 잘못되어 봤자, 안 쓰면 그만 아닌가? 공허도 품고 있으면서, 걱정이 많아.”
안 쓰면 그만이라.
‘맞는 말이긴 하군.’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디, 자하신공 가르쳐 줘 보시죠.”
“허허…… 신공을 전수해 주는데 태도가 불순하구나. 구배지례를 해도 모자랄 것을.”
“완성된 무공을 가르쳐 주는 거면 모를까…… 미완성은 원래 제가 대가를 받고 테스트해 줘야 하는 겁니다. 분신이니까 넘어가는 거예요.”
성지한의 태도에 동방삭은 입을 쩍 벌렸다.
“이런 고얀지고……! 본체가 보았으면, 눈이 뒤집혔겠구나! 자하신공, 무려 천 년을 연구해서 만든 것인데!”
“그렇습니까? 분신이니까 다행이네요.”
“크흠……!”
동방삭의 얼굴이 잠시 붉어졌지만.
“……일단은 넘어가겠다. 분신으로서, 분신의 업을 다해야겠지. 전수를 시작하겠다. 잘 따라오거라.”
“알겠습니다.”
곧, 평정을 찾고 본격적인 무공 전수를 시작했다.
* * *
스페이스 리그 3차전 시작 전.
데이비스 감독은 초조한 얼굴로 선수 대기실을 전전했다.
“성은! 성은 아직 안 왔나?”
“예…….”
“윤세아 선수가 집에서 대기 중입니다만, 아직 성지한 선수가 수련에서 돌아왔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아. 왜 하필 오늘! 이럼 안 되는데……!”
데이비스 감독은 불안한 표정으로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국가대항전 같은 건 꼬박꼬박 참전했으면서, 왜 제일 중요한 스페이스 리그 때 사라진 거야!’
배틀넷의 모든 경기 중, 가장 우선시되는 게임을 뽑자면 단연 스페이스 리그의 정규 시즌 경기였다.
이 경기의 승패에 따라, 인류의 순위가 결정되었으니까.
한데 성지한은 중국전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낙승이 예상되던 대만전까지 꼬박꼬박 참전했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스페이스 리그 경기 때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성지한 없이 어떻게 경기하라고!’
감독 입장에서는, 최강의 필승 카드인 성지한.
혼자 100인분을 해 주는 건 물론이거니와.
클래스도 올 포지션이라, 그 어떤 게임에도 다 출전할 수 있는 사기 패였다.
근데 그런 최강의 패 없이 게임을 치르라고?
‘감독 대기실에서 드러누울까? 경기 하루만 미뤄 달라고?’
데이비스 감독은 창백한 얼굴로,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때.
“가, 감독님. 성지한 선수…… 복귀했답니다! 지금 접속 중이라고 합니다!”
“오, 오오! 그런가!”
코칭스태프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성지한이 복귀했다고 보고하자.
데이비스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후우우우…….”
그 짧은 순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서 그런지 잔뜩 식은땀을 흘린 데이비스 감독.
“하. 그런데 참. 경기 시작, 10분 전에 복귀하다니. 정말 너무하는군그래……!”
그는 긴장이 풀린 얼굴로, 투덜거렸지만.
번쩍!
“죄송합니다. 감독님. 수련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서. 다음부턴 시간에 유의하겠습니다.”
선수 대기실에 소환된 성지한이 이를 듣고 사과하자.
화들짝 놀라며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 서, 성지한 선수에게 그런 게 아닙니다! 그. 그래요. 이놈의 배틀넷 일정! 일정이 문제죠! 그리고 선수에게 응당 메시지를 보내야지…… 하여간 배틀넷 이 망할 게임. 참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하하!”
“감독님. 이제 경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감독 대기실로 가시죠.”
“그래! 성지한 선수.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데이비스 감독이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사라지자.
미국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호랑이 감독이 성지한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군.’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그렇게 성질을 내던 사람이…… 저렇게도 변하는구나.’
아메리칸 퍼스트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세계 최고의 감독 데이비스.
평소에는 냉정하다가도, 화를 낼 때는 불같이 화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으나.
성지한 앞에서는 그때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약한 모습만을 내보였다.
하지만.
‘뭐…… 성지한이 상대니, 뭐 어쩔 수 없나?’
‘화냈다가 그가 경기에 안 나가겠다고 하면, 감독이 바로 갈릴 테니까.’
인류 팀에 있어서, 성지한의 비중은 데이비스 감독보다 100배는 더 중요했으니.
감독이 저렇게 저자세로 나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것 참…… 늦은 건 삼촌인데, 감독님이 완전 저자세네.”
“그러게. 미안하게 말이야.”
성지한이 이번에 인류 대표팀으로 합류한 윤세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지한!”
그에게로, 두 남자가 다가왔다.
“지한. 나도 드디어 스페이스 리그 대표로 왔다!”
“오. 배런…… 벌써 스페이스 리그 대표가 됐나?”
“그래. 대기 길드 효과 덕분이다. 다시 한번 감사하지.”
상태창 2개의 능력을 지닌 배런.
저번 생에서는 세계 1위라고 건방지기 짝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성지한에게 많이 밀려서 그런가.
그때의 거만함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다만.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친한 척이야.’
미국 대표팀 선수들과 있다가, 성지한이 등장하자마자 얼른 뛰어온 그는.
성지한을 보고 너무 반가워하고 있었다.
이럴 정도로 라포를 쌓진 않았는데?
“앞으로 MVP 경쟁, 시작해 보자고!”
“배런 아저씨. 아저씨가 MVP를 삼촌이랑 어떻게 경쟁해요? 저랑 해야지.”
“크흠……!”
저번 생 세계 랭킹 1위와.
2위 기프트를 지닌 윤세아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배런과 같이 온 제갈헌이, 성지한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매번 상대 팀으로만 만나고. 같은 팀 돼서도 정식으로 인사를 못 드렸군요. 제갈헌입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성지한입니다.”
“성 선수랑 같은 팀이라 너무 좋군요. 적일 때는, 정말 막막했는데 말이죠.”
국가대표 경기 때의 일은 다 털어 버리고.
잘해 보자면서,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던 제갈헌은.
“어. 근데 성 선수…….”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저…… 제가 잘못 본 겁니까? 보라색 오라 같은 게 보이는군요?”
“아.”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또 기운이 튀어나왔나 보군요. 지금까지, 이거 수련하다 왔거든요.”
동방삭에게 전수받은 자하신공.
공허를 다루는 이 무공은, 아무리 성지한이라도 며칠 만에 다 익히기엔 역부족인 무공이었다.
‘자꾸 머리에서 새네, 이거.’
성지한이 다시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을 때.
=여러분. 드디어 스페이스 리그. 3차전이 시작합니다!
=상대 종족은…… 드래곤! 용족입니다!
대기실 벽 화면에서.
해설자들이, 스페이스 리그 경기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