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65)
바닥에 기이한 문양이 그려진, 어둠 속의 공간.
그 위에는, 세 번째 눈.
신안을 발동한 피티아가 서 있었다.
[종족 ‘인류’는 히든 보너스 옵션, ‘별을 쫓는 자’를 선택했습니다.]‘됐네.’
그녀는 자신의 예지가 들어맞는 것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투성에 봉황기가 꽂히는 미래는 유예되겠어.’
피티아는 비록 성지한의 미래를 직접 관측할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대상을 직접 보는 게 아니라, 주변을 통해 예지하면.
상대의 미래도 예언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상황이 왔으니까.
‘롱기누스의 의뢰도 들어 주고, 성지한에게 빚도 덜었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네.’
뇌신의 신왕좌를 쳐들어갔을 때, 무신에게 창으로 쓰였던 롱기누스는.
힘의 회복을 위해, 다시금 투성에 봉인된 상태였다.
봉인되기 직전.
-피티아. 나의 미래를 봐 줄 수 있겠나? 도저히…… 이렇게 더 살고 싶지는 않군. 언제 내가 이 투성에서 사라지지?
자기가 대체 언제 죽냐고 물어보았고.
-피 좀 뽑아 주면, 예언해 주죠.
-가져가라.
피티아는 롱기누스의 피를 대가로, 그의 미래를 예언했다.
-당신의 관, 제가 본 대부분의 미래에 있어요. 옆에는 봉황기가 꽂혀 있구요.
-봉황기…… 그 녀석. 결국 죽었나 보군.
-하지만, 봉황기가 꽂혀 있지 않았을 때에는, 당신의 관도 없더군요.
-그 말은…… 내가 죽었다는 건가?
-거기까진 모르죠. 저는 관측 가능한 것만 말할 뿐이니까요.
-그런 미래가 관측되었다는 것 자체가 반갑군.
피티아가 관측한 대부분의 미래는.
롱기누스의 관이 투성에 지금처럼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지금의 성지한이 지닌 봉황기가 꽂혀 있었다.
지금 성지한이 발전시킨 것과 똑같은 수준의 창.
피티아는 그걸 보고, 유추를 할 수 있었다.
‘주인은…… 대부분의 미래에서, 성지한이 더 크기 전에 제거한 거야.’
무신은, 신중한 자였다.
비록 그는 자신의 별인 투성을 움직이며, 성좌를 무자비하게 사냥하여 우주의 공포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배틀넷의 ‘규제’는 거의 받지 않았다.
이는 문제 요소를 면밀히 따져, 완전히 배제했기에 가능한 일.
‘주인이 성지한을 통해 뭘 얻으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위협이 된다면 그 즉시 폐기 처분하겠지.’
그리고 피티아는 본능적으로, 성지한이 지금 처분당하기 직전임을 깨달았다.
사실, 성지한의 목숨 자체야 그녀에겐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가 죽으면 길가메시를 깨울 존재가 없게 돼.’
피티아는 길가메시를 깨워서, 무신의 정체를 확인해야 할 목적이 있었다.
그럼, 성지한이 무신에게 지금 처분당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나.
‘배틀넷의 집중관리대상으로 놔둬서, 당장은 건드릴 수 없는 존재로 만들면 되지.’
배틀넷의 집중관리대상.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성좌 후보자’였다.
막상 플레이어가 성좌가 되면, 배틀넷은 약육강식의 세계로 이들을 풀어 버렸지만.
성좌 후보에게는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하고 있었다.
‘성지한이 빠르게 성좌 후보자가 된다면, 무신도 배틀넷의 관리대상인 그를 쉽사리 처분하긴 힘들 거야.’
피티아는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그가 성좌 후보자가 될 가능성을 찾았고.
무신이 신왕좌에 앉아서, 기운을 흡수하는 그 시점에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후후후. 그럼 이제 뇌신의 잔당을 찾아볼까?”
“이제?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나.”
“윽…… 동방삭? 뭐야. 왜 여기 왔어?”
피티아가 콧노래를 부르자, 어둠 속의 공간에서 동방삭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께서 뇌신의 잔당을 잡아 오라고 하신다.”
“잔당 때문에, 동방삭 당신까지 보내? 이게 그렇게까지 급한 일은 아니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스윽.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주인께서, 적뢰를 흡수하지 못하시더군.”
“적뢰를? 그래서 너까지 보내서 잡아 오라는 거야?”
“그런 듯싶다.”
“왜 그걸 흡수 못 하지? 네가 보기에도 그렇게 대단해?”
피티아의 질문에,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는 손을 멈추고, 손바닥을 펼쳤다.
파지지직……!
성지한의 것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불과 뇌속성의 힘이 결합된, 붉은 전류가 동방삭의 손에서 강렬히 피어올랐다.
“……역시 동방삭. 바로 깨우쳤네.”
“아니. 완전히 같진 않다. 공허의 힘을 섞지는 않았으니까. 적뢰의 핵심은 공허로 보이니. 이건 겉보기에 불과하지.”
“그런가?”
“그렇다. 하지만, 공허를 직접 다루면 안 되는 나에 비하면. 무신께서는 이런 제약이 없지. 그런데도 흡수를 못 한다는 건…….”
“성좌의 권능도 한 번 보면 그대로 터득하던 주인이, 특이하긴 하네.”
“그래…… 매우 특이하지.”
피티아는 투성에 진열된 성좌의 정수를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하필 무신은 성지한의 힘만, 흡수를 못 하는 거지?
“근데 너 혹시, 성지한한테 무슨 수작을 부렸나?”
“뭔 소리야 갑자기?”
“인류가 갑자기 히든 보너스를 골랐더군. 별을 쫓는 자…… 성지한이 성좌 후보자가 되기엔,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면서 말이야.”
“글쎄다. 난 모르겠는데?”
피식.
동방삭은 입꼬리를 올렸다.
“무신께서 신왕좌에 앉아 계시던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그러지 않았으면 네 경거망동을 금방 알아채셨을 거다. 뭐…… 나로서는, 네 경거망동이 반갑다만.”
“반가워? 무신의 제1 충신인 당신이?”
동방삭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충신이라…… 주인께 경의를 표하는 건, 그분이 무의 신이라 그럴 뿐이다. 무신이 아니라, 그저 권능을 복제하는 것에 불과했다면…… 충성을 바칠 이유가 더 있을까.”
“흐응.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어느 정도 의심은 하는 모양인데?”
“……아직은 확신 단계가 아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지.”
동방삭은 그러며 성지한에게 전수한 자하신공을 떠올렸다.
뇌신과의 일전과 신왕좌 때문인지, 성지한의 자하신공을 보지 못한 것 같은 무신.
하지만 그가 자하신공을 보고도, 이를 터득하지 못한다면 의심은 더욱 실체를 지니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조심히 행동하고, 이제 슬슬 뇌신의 잔당이나 찾으러 가지.”
“알았어~ 붉은 사자 찾으면 되지? 적뢰로 만들어진.”
“그래.”
지이이잉!
바닥의 문양에 빛이 나고.
“멀리도 도망쳤네. 패잔병이라도 뇌신이라 이건가?”
“벌써 찾았나?”
“대충은. 가자.”
번쩍!
피티아와 동방삭의 모습이, 새하얀 빛에 잠겨 사라졌다.
* * *
[성지한은 이미 계획이 있었다? 연설 직전 드러난, 히든 옵션‘별을 쫓는 자.’] [별을 쫓는 자, 만장일치로 통과되다.] [별을 쫓는 자의 효율은? 브론즈 플레이어 기준, 국가 보너스의 10배. 랭킹 2등도 2배에 달하는 월등한 효과를 보이다.] [막상 1등인 성지한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효과. 전문가 일부는 우려를 드러내.]“저 왔습니다.”
뉴욕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소드 팰리스로 돌아온 성지한에게.
뉴스를 보고 있던 윤세아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삼촌. 나 미래엔 어떻게 돼?”
“……뭔 소리야?”
“아니 어떻게 히든 보너스 옵션을 딱 맞춘 거야? 예지몽 너무 소름 돋는데?”
“너야 잘 먹고 잘살겠지. 소드 팰리스 건물주잖아.”
“에이. 그거야 당연하고. 내 미래의 남편은 누구야?”
“예지몽에 그런 사소한 건 안 나온다.”
“쳇. 이게 사소하다니, 너무하네.”
“인류의 미래보다는 사소하지 않겠어?”
인류의 순위 유지에 있어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성지한의 예지몽.
윤세아는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화제를 돌렸다.
“근데 삼촌. 이거 버프 효과 너무 좋던데, 1등 금방 빼앗기면 어떻게 해? 특히 나같이 하루에 게임 두 번 하는 플레이어가 금방 추격할 텐데.”
“하아. 제발 추격 좀 해 줬음 좋겠다. 우리 세아. 용족과의 1경기 때 생존했니?”
“……아니요. 브레스에 싹 휩쓸려 버렸습니다.”
“너 말고도, 랭커들 깡그리 다 용한테 쓸려 버렸지. 이제 나 랭킹 1등도 먹어서 집중 밴 당할 텐데, 다른 플레이어들이 얼른 성장해서 제 몫을 해 줘야 해. 그러니까 제발 삼촌 걱정하지 말고, 무럭무럭 크려무나.”
“윽…… 알았어.”
지금까지 성지한 꿀을 잘 빨아 오던 인류.
하지만 그가 랭킹 1위를 찍었으니, 이제 예전처럼 이득을 취할 수는 없게 되었다.
성지한의 힘을 맛본 다른 종족이, 1등을 밴할 것이 분명하니까.
“근데 삼촌. 그래도 우리가 만나지 못한 ?? 종족들한테는, 삼촌 카드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걔들은 삼촌 모르잖아. 1경기 때부터 랭킹 1위 밴하진 않을 거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지금은? 오…… 혹시 또 예지한 거 있어?”
“글쎄다.”
성지한은 씩 웃고는, 윤세아에게 손을 흔들며.
“난 일단 레벨 업 하러 간다.”
바로 배틀넷에 접속했다.
그렇게 일주일간, 매일같이 게임을 돌린 성지한.
이 동안 그는, 배틀넷 일반 게임을 스페이스 4의 플레이어들과 진행했다.
-서바이벌 맵 크기 실화냐? ㅋㅋㅋㅋ 뭐 이리 넓어?
-일반 플레이어는 가는 데 한 세월 걸리겠네;
-그래도 스페이스 4의 선수들도 성지한한테는 안 되네 ㄷㄷ 그냥 발리는데?
극소수의 선택받은 플레이어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스페이스 4 에어리어였지만.
예전에 합공하고서도 제압하지 못했던 성지한을, 일반 게임에서 이겨 낼 리가 없었다.
[히든 보스…… ‘진짜’가 훨씬 강하다는 소문, 거짓인 줄 알았는데!] [이놈, 대체 왜 스페이스 4에 있는 거지?!]서바이벌 맵에서도.
[그놈이…… 그놈이 온다.] [빨리 뭉쳐서, 저놈부터 막아!] [응? 너희들, 저런 조그만 놈한테 겁먹는 거냐?] [실망이군. 성좌가 되겠다는 놈들이…… 엇……!]인베이드 맵에서도.
[상대 팀. 왜 이렇게 킬 수가 빨리 올라? 같은 적을 방어하는 데,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이 정도면, 방어하고 있는 게 아니라 쳐들어가서 킬 수를 올리는 건데…….] [……‘그놈’이 있는 거 같다.] [그놈? 아…… 히든 보스?] [난 벌써 저놈 세 번 째다…… 제발 스페이스 3로 올라갔음 좋겠군.]디펜스 맵에서도.
그 어떤 맵이 걸리든, 상대를 손쉽게 제압해 버리는 성지한.
다른 플레이어들도 각자의 세계에서는 한 끗발 날리는 이들이었지만.
그들은 성지한에게서 자하신공도 끌어내지 못한 채, 손쉽게 제압당했다.
-지한 님 ‘별’ 되고 나신 후부터 게임 자주 틀어서 너무 좋음 ㅎㅎ
-랭킹 1위 굳건히 유지하셔야지. 그래야 성좌 되잖어 ㅋㅋㅋ
-근데 성지한이 성좌 되면, 인류는 성지한 지배받는 거임?
-지금 포인트도 엄청 벌어다 주는데, 배틀넷 끝날 때까지 지배 좀 해 주셨음 좋겠다…….
-ㄹㅇ 일일 포인트 획득량이 다르네. 성지한이 맨날 게임하니까.
-포인트 획득량 늘어난 건 별을 쫓는 자 버프 덕도 있는 듯. 다른 플레이어들도 레벨 업 속도 장난 아님 ㄷㄷ
스페이스 리그 2위까지 올라섰던 인류는.
10일이 지나며 4위까지 내려앉았지만, 그래도 포인트 일일 획득량이 늘어난 걸 보면서 만족해했다.
예전에는 일일 획득량이 하위권이었다면, 이제는 중하위권까지 올라왔으니까.
-나머지 16종족과의 첫 경기도, 쟤들이 성지한 님 존재를 모르니까 전략 짜기 쉽지 않을까?
-ㅇㅇ 같은 리그끼리 정보 교류가 안 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함.
-ㄹㅇ 처음엔 ??로 떠서 뭐야 했는데 ㅋㅋㅋ 좋은 거였어.
경기를 하기 전에는, 종족 명도 알려 주지 않는 스페이스 리그의 정책.
압도적인 플레이어 성지한을 지닌 인류는 이 덕을 톡톡히 보았고.
앞으로 이것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4월 15일이 되자.
[2주간, 리그 경쟁전 ‘행성 개척’이 진행됩니다.] [이번 경쟁전은 길드 단위로 참가가 가능합니다.] [경쟁전 상대는, 리그에서 조우하지 않은 종족끼리 우선적으로 매칭됩니다.]스페이스 리그의 종족 모두가 참여하는, 리그 경쟁전이 또다시 개최되며.
지금껏 ??로 떠올랐던 종족 넷이, 단숨에 개방되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아니…….
-세계수 엘프. 또 있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개방된, 세계수 엘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