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69)
배틀넷.
튜토리얼 시기만 해도, 사람들을 이 게임을 맹목적으로 추종했다.
원래 즐기던 스포츠나 게임에는 흥미를 잃고.
인류 전체가, 피와 살점이 튀는 잔인한 게임을 보는 데 열광했다.
예전이라면 아이들에게 정서상 안 좋다면서 시청을 못 하게 할 장면도.
미래에 너도 플레이어가 되라면서, 적극 보라고 권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단체로 최면에 걸린 것처럼, 배틀넷에 열광하기만 했던 인류는.
배틀넷이 본 게임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이 게임에 흥미뿐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두려움을 품었지…….’
로버트 게이츠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인류가 속한 스페이스 리그의 순위표가 쭉 나타나 있었다.
아직까지는 4위에 위치한 인류.
하지만, 5위에게 일일 포인트 획득량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서, 금방이라도 밀릴 것 같았다.
‘성이 있어서 인류가 이 순위를 유지했지. 그가 없었다면…….’
작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인류 최고의 전사, 성지한.
그가 부재했다면.
지금 대중들이 무시하고 조롱하는 조인족보다도, 순위표 아래에 있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전 세계에는 던전 포탈이 발생했을 테고. 각국 협회의 사안에 따른 협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성지한 덕에, 현재 인류는 튜토리얼 때와 큰 차이 없이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런 국면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위험이 있었다.
인간의 역량은, 객관적으로 보면 이런 상위권에 자리할 만큼 대단하지 못했으니까.
성지한 하나에만 의지한 채, 불안정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인류.
사람들은, 이제 튜토리얼 때처럼 게임을 즐기기만 하진 못했다.
그 대신.
어떻게든 상위권을 유지해서, 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전투 게임에서 탈출하고 싶어 했다.
‘리그 경쟁전이 벌어지기 전만 해도, 그랬지.’
이렇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배틀넷에 대한 인식이 반전된 건.
‘행성 개척’이 진행되면서부터였다.
로버트 게이츠는 인터넷 뉴스를 보았다.
[모든 인류에게 돌아가는 배틀넷의 혜택, 아침이 가벼워지다.] [생명력 증진에, 웃을 수만은 없는 의료계. 환자가 급감하다.] [탈모는, 병이 아니었습니다.] [행성 개척의 자원, 부작용은 없나 예의 주시 중인 배틀넷 협회.]성지한이 지도자가 된 채, 참전한 ‘행성 개척’.
그의 주도하에, 베이스캠프를 건설한 인류는.
처음에만 해도, 그저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리그 순위를 지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환된 드워프가, 너무 엄청난 걸 채취해 버렸어…….’
자원 채취 명목으로, 성지한이 소환한 생체로봇 드워프 10기는.
플레이어들이 사냥했던 토착 생명체의 심장을 뽑아내면서, 베이스 캠프로 이를 가져왔다.
시청자들은 처음엔 왜 자원을 가져오랬더니 저런 걸 채취하나, 의문을 품었지만.
[인류종의 생명력이 미약하게 증진됩니다.]이 메시지가 인류 전원에게 뜨고 나서부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젠장. 성! 하루아침에 어머니가 아침에 기침을 멈추셨어. 사랑해! 근데…… 머리는 어떻게 안 될까?
-탈모는 병이 아니라니까? 그냥 타고난 개성이지. 네 호르몬을 탓하라고.
-개성? 너는 안 빠질 것 같냐?
-이거 근데 정말 괜찮은 거 맞나요? 요 며칠 사이, 10년은 젊어진 거 같은데.
-그럼 자원 채취하지 말라 그래? 건강해진다는데?
-아버지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셨다. 개척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로버트는 뉴스 기사에 달린 리플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바라보았다.
‘10년은 아니더라도. 5년은 젊어진 거 같군.’
혈색이 도는 얼굴.
근래 업무가 과다해서 퀭해진 눈도, 빛을 되찾고 있었다.
골초여서 언제나 목에 껴 있던 가래도, 대부분 사라진 상태.
생명력이 ‘미약’하게 증진되었는데도, 이런 효과라니.
로버트는 눈을 빛냈다.
‘미약이 이 정도니. 여기서 더 생명력이 증진되면……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배틀넷이 준 혜택을, 몸으로 직접 체감해 보니.
이건 예상보다도, 더욱 달콤했다.
‘배틀넷에서 벗어나기 전에, 최대한 이 혜택을 누려야 해. 그러려면…….’
로버트는 옆쪽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거기서는, 생체로봇 드워프가 열심히 토착 생명체의 몸을 누비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 * *
“……자원 채취할 드워프, 더 구매할 수 없냐구요?”
“네. 성지한 님!”
“글쎄요. 이거 꽤 비싼데.”
“아. GP는 괜찮습니다! 아메리칸 퍼스트와 인민회가 합동해서, 자금을 출자한답니다!”
견원지간이나 다름없는 미-중의 대표 길드가 손을 잡는다고?
성지한은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원의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래 갑자기?’
베이스 캠프 건설 이후.
감시탑, 자원 창고 등 후속으로 건설 가능한 건물을 짓고.
플래닛 포인트 다 떨어지면 이거 벌어 오려고 출격하느라 정신이 없던 그는.
현재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다만, 추측이 가는 건 있었다.
“생명력 증진이, 사람들에게 효과를 좀 보였나요?”
“예! 맞습니다!”
“저희 같은 고위급 플레이어들에게는 체감이 안 되지만, 일반인들은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고 하더군요.”
“저희 어머니도 눈이 환해졌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전 인류가 몸소 체감한 생명력 증진.
미약이 이 정돈데, 여기서 더 많은 자원이 채취되면 얼마나 더 건강해질까.
“아랍의 왕가도 GP를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하더군요.”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워낙 건강해진 걸 몸으로 느낀 게 커서 묵살되는 분위기입니다.”
“……뭐, 알겠습니다. 그에게 문의는 해 보죠.”
어차피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원 채굴을 통한 포인트 획득도 필요하니까.
거기에 내 돈 주고 사는 것도 아니고, 지구 부자들이 대신 사 주면 이쪽에서도 좋다.
성지한은 아르트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르트무. 드워프 생체로봇 더 살 수 있나?
-고객님. 그 고물…… 아니 22차 진화형 생체로봇 드워프 더 사시려구요? 왜 갑자기?
-우리 동족들이 생명력 증진을 맛보고는 눈이 돌아갔어.
-흠…… 설마 동족을 위해, 네 사비를 터는 건가?
-아니, 투자받은 거로 내야지.
아무리 성지한에게 GP가 많다지만, 굳이 돈 모아서 주겠다는데 사비를 털 필요야 없는 노릇.
그가 그리 메시지를 보내자, 잠깐 대답이 없던 아르트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럼 이거 어떠냐? 개당 40억 GP에, 20개 팔지.
-40억? 4배를 더 달라고?
-후후…… 대신 네겐 개당 10억 GP씩 떼 주겠다. 어차피 예전 거래가는 우리만 알지 않는가?
-나도 포섭하는 거군.
-그래. 애초에 말이다. 네가 그놈들 구매대행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냐? 스페이스 4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보이는 플레이어가 말이야. 당장 네 종족의 왕으로 등극해서, 네 씨앗을 사방에 뿌려도 모자랄 것을…… 쯧쯧. 10억 GP는, 당연히 네가 가져가야 할 수수료야.
성지한은 혀를 찼다.
고물 팔아치우는 주제에, 말이 길군그래.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지.’
성지한은 아르트무의 작당모의를 받아들이고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문의나 받아 줘.
-뭐, 200억 GP 받았음 됐지 무슨 문의?
-나한테 드래곤 하트가 있는데, 이거로 뭐 써먹을 만한 거 없나?
-……드래곤 하트?! 그걸 구했다고?
-그래.
드래곤 로드에게서 받은 드래곤 하트.
성지한은 리그 경쟁전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그 안에 담긴 불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갔지만.
이렇게 인벤토리에 놔두고 흡수만 하기보다는, 다른 활용 방법도 찾아볼 생각이었다.
-오…… 진짜? 잠깐. 오오…… 드래곤 하트라니…… 아이디어가 번뜩이는군! 하지만 그건, 대장간 고쳐야 다룰 수 있는데.
-그래?
-좋아. 지금 당장 고물들 팔아치우고, 그 GP로 대장간 수리 작업에 들어가겠다. 패키징 하러 가지. 넌 GP 모아와라! ……음?
-왜?
-아니. 잠깐. 내 대장간이…… 지금 흔들렸거든. 뭔가 외부에서 충격이 있던 거 같은데. 보고 오지.
혼자 신나게 떠들던 아르트무가 침묵 상태로 들어가자.
성지한은 자신을 찾아왔던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원에게 말했다.
“개당 40억 GP. 20개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저게 40억 GP란 말입니까……!? 역, 역시 비싸군요. 그렇다면 총 800억 GP인가…….”
“비싸죠? 그냥 거래하지 말까요?”
“아, 아닙니다! 일단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원이 성지한에게 가격을 듣고 나가자.
멀리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윤세진이 성지한에게 다가왔다.
“지한아. 남쪽에서, 네가 말한 게 나타났다고 하는구나.”
“제가 말한 거라면…… 나무가 나왔습니까?”
“그래. 인민회에서 발견했어.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남쪽에 하늘 끝까지 닿은 거대한 나무가 보인다고 하는구나. 사막 지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나무가 말이야.”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 엘프겠군요.”
“제갈헌도 그걸 걱정해서, 멀리서 보고 후퇴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리그 경쟁전이 시작한 지 4일째.
첫날에 조인족을 멸족시킨 후, 인류는 아직 그다음 종족과 만나지는 못한 상태였다.
한데 두 번째로 조우한 게, 인류보다 위 등급에 있는 세계수 엘프라니.
윤세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좀 만만한 상대랑 만나면 좋았을 텐데…… 하필 세계수 엘프가 두 번째로 가깝군그래.”
“아뇨. 차라리 잘됐습니다. 강적을 초반에 정리하고, 천천히 자원 채취하다 가면 되죠.”
“음…… 처남의 여유가 부럽군. 난 아직도 목검에 맞았던 기억이 생생해.”
배틀넷 본 게임 들어오면서, 이리저리 치이기만 한다면서 한숨을 푹 쉬던 윤세진은.
“음…… 뭐지?!”
갑자기 심각해진 얼굴로, 뒤를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정확히는 하늘 위.
휭!
다섯 개의 공과 같은 물체가, 거기서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저, 저건…… 목?”
툭!
성지한과 윤세진이 서 있는 바닥 아래로.
정확하게 떨어지는 다섯 목.
그들은, 모두 남쪽으로 정찰을 떠났던 인민회 출신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으. 아, 아파…….”
“엘프 놈들, 대체 뭘 한 거지…….”
“로그아웃도 안 돼……!”
“주, 죽여 주십시오!”
목만 남은 채로, 입을 움직이는 그들은.
모두 다, 얼굴 반쪽이 갈려 있었다.
애초에 얼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마냥, 백지 같은 반쪽 얼굴.
‘이건…….’
성지한이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이들을 이끌었던, 목만 남은 제갈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놈……! 여기서 보는구나. 잘되었다. 그때는 비록 못 갔지만 여기선 다르지.”
다른 인민회 플레이어와는 달리 고통을 호소하지도, 죽여 달라고 하지도 않고.
오히려 성지한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제갈헌은.
“지금의 여유를, 즐기거라. 금방, 찢어 주러 갈 것이니.”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펑!
머리째로 폭발해 버렸다.
그러자, 그를 따라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인민회 플레이어들.
“흠. 분명 후퇴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새 잡힌 건가.”
윤세진이 터져 버린 인민회 플레이어들을 보고, 당혹해하고 있을 때.
성지한은 5명 전원 반만 남았던 얼굴을 보고는, 한 존재를 떠올렸다.
‘저번에, 침공을 실패했던 고엘프인가.’
지구에 강림하려고 했다가.
‘이미 실험이 진행된 세계’라는 것만 알려 주었던 반가면의 고엘프.
성좌와 비견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그가.
이 세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