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79)
그동안 별 이야기가 없었던 윤세아의 성좌인 성지아는.
며칠 전, 갑자기 성지한을 찾았다.
“엄마 오랜만이네. 삼촌은 왜? 지금 수련 갔는지 안 보이는데.”
이때 당시에는, 용염을 강화시키느라 아르트무의 대장간에 있던 성지한이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던 윤세아는 성지아에게 그리 말했다.
그러자.
[성좌 ‘공허의 마녀’가 인류의 명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성지한에게 공허를 더 이상 강화하지 말라고 전하라 합니다. 거기에 뭘 했기에 공허의 의지에게 ‘감지 대상’이 되었냐며, 조심 좀 하라고 합니다.] [또한 NO. 4212 인류가 보고된 데이터와 너무 현격한 전력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인류를 향한 공허의 감시망이 강해질 거라 전합니다. 어비스가 두 곳 더 생길 테니 주의하라 합니다.]“아니. 뭐야? 엄마. 말이 돼? 성적 잘 나온 게 죄야?”
[성좌 ‘공허의 마녀’가 전교 꼴등 하던 애가 1등 하면 누구라도 의심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윤세아는 성지아의 비유를 듣고, 예전에 성지한이 공개한 인류의 보고서를 떠올렸다.
투자 가치 전무.
리그 잔류 가능성, 0.3퍼센트라고 했나.
그걸 생각하자 납득이 되면서도, 내심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뭐, 그건 그렇지만. 인류가 절묘하게 삼촌빨 받은 거잖아. 그걸 문제 삼아서 어비스를 더 만들다니, 말이 돼? 그럼 성적 잘 나왔는데, 역으로 던전 포탈이 더 생기는 거야?”
[공허의 마녀가 그건 자신도 모른다며, 새로 생긴 어비스의 주인이 누구로 배정되느냐에 따라 다를 거라고 알려 줍니다.]“주인이…….”
[성지한이 돌아오면, 새로 생긴 두 곳 어비스의 주인이 배정되기 전에 이를 처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알았어. 근데 이미 생긴 어비스 처리해도 돼? 또 생기는 거 아니고?”
[어비스를 처리할 정도면, 그것만으로도 인류가 현재 순위에 있을 만한 실력임을 증명하는 것이니 괜찮다고 합니다. 다만 주인이 생기면, 공략이 거의 불가능하니 빠르게 없애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합니다.]“빨리 처리해야겠네.”
윤세아는 성지아의 경고를 들은 후, 성지한이 다시 돌아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하루 두 번씩 돌리는 레벨 업도 멈추면서, 쭉.
“……근데 15일이 돼서 올 줄이야.”
“나야 월말에나 오면 될 줄 알았지. 5월엔 일정이 널널했잖아.”
“하긴…… 그때야 그랬지. 어쨌든, 지금은 난리가 났어.”
삑!
윤세아가 리모컨을 들어 TV를 틀자.
뉴스 속보가 화면에서 나왔다.
=평양 부근에, 새로 생겨난 균열. 어비스의 모습입니다. 검붉은 틈새가 점점 커지며, 강력한 지진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새로 생긴 어비스는, 첫 어비스와는 달리 거대 던전 포탈의 서포트를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균열의 크기도 상대적으로는 작은 편이고요. 하지만, 점차로 균열의 틈새가 커져 가는 모습에. 정부뿐 아니라 세계 배틀넷 연맹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세계 배틀넷 연맹은 뛰어난 탐색 기프트를 지닌 ‘크리스토프’와 인류 최강의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이번 일에 대한 협조를 구했습니다만…….
그러면서 뒤바뀌는 화면.
윤세아가 당황한 얼굴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삼촌……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근데 이번 달은 월말까지 일정이 없어서, 수련을 쭉 하다 오신다고 해서.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겠어요.
=이렇듯, 현재 성지한 선수는 부재중인 상황입니다.
“……넌 또 언제 인터뷰했냐?”
“정부랑 협회에서 문의 전화 오고, 기자들도 진 치고 장난 아니었다니까. 인터뷰 안 하면 안 될 상황이었어.”
“그래. 크리스토프는 그래서, 한국인가?”
“응. 어비스 탐사 나서겠대. 지금 아빠랑 같이 조사단 구성하고 있어.”
“너도?”
“나도 가야지. 예전이랑은 달리, 이제 탑 티어 플레이어잖아?”
맨 처음 어비스 탐사에 나갔을 때, 윤세아는 전력 외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대기만성의 특성으로 인해, 한국에서 한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로 성장해 있었다.
물론 조카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집에 남는 편이 낫겠지만.
윤세아 성격상 그럴 리가 없지.
“그래. 가자.”
“응. 지금 다들 배틀넷 센터에 모여 있어. 연락해 둘게.”
성지한은 그렇게 귀환하자마자, 집을 나섰다.
* * *
새로 생긴 균열, 어비스 앞.
“기존의 어비스와는 달리 몬스터가 나오진 않는군요.”
“그렇습니다. 지진만 간헐적으로 일어나며, 그럴 때마다 균열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저 정도면, 최초의 어비스에 비해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요?”
“반 정도입니다.”
배틀넷 연맹에서 파견한 조사단은, 아직 다 활성화되지 않은 어비스를 보며 면밀히 분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아무리 봐봤자 어비스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니.
스윽.
성지한이 조사단의 선봉에 나섰다.
“밖에서 조사는 계속 진행하시고, 내부는 일단 제가 먼저 진입해 보겠습니다.”
“저도 갈까요?”
탐색 능력자 크리스토프가 조사단 속에서 손을 들었지만.
“아니, 제가 일단 먼저 둘러만 보고 오겠습니다. 내부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성지한은 일단 홀로 진입하기로 했다.
슉!
균열 안으로, 그대로 점프한 그는, 균열의 안쪽으로 끝없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저번 어비스처럼 반발하진 않는군.’
예전에, 성지한과 검왕이 같이 어비스에 진입했을 땐.
어비스의 주인이 진입 조건을 변경했다면서, 그랜드 마스터 리그에 소속되어야만 들어올 수 있다고 하며 튕겨 냈는데.
이번 어비스는 주인이 없어서 그런지, 진입 자체는 스무스했다.
다만.
‘끝이 없네.’
슈우우우!
이쯤이면 도착했을 듯싶은데도, 계속해서 낙하하는 성지한.
그는 떨어지면서, 성지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인류의 명맥을 유지하고 싶으면, 공허를 더 이상 강화하지 말라고? 거기에 내가 공허의 의지에게, 감지 대상이 되었다니…….’
성지한에게 있어, 공허 스탯은 꼭 필요한 능력.
특히 무신의 종, 롱기누스와 추후 전투를 벌여야 하는 지금 상황에선 더욱 그랬다.
고엘프를 없애자, 순리를 역행하는 존재를 제거했다고 칭호까지 업그레이드해 줄 땐 언제고.
왜 갑자기 인류의 운명과 성지한의 공허를 연결지으며, 어비스까지 튀어나오는 거지?
‘흠…….’
탁!
성지한은 일단 풀리지 않는 의문을 뒤로한 채, 땅에 착륙했다.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둠에 잠식된 공간.
하나 그가 가볍게 검지 손가락을 펼치자.
화르르륵!
지하 공간은 금방, 대낮처럼 밝아졌다.
‘용염을 횃불로 써먹을 줄은 몰랐군.’
가진 GP 대부분을 투자해서, 150까지 올린 능력치의 최초 쓰임새가 횃불 역할이라니.
성지한은 슬쩍 웃음을 지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군.’
지상에 드러난 균열의 존재감과는 달리, 텅텅 비어 있는 내부.
그래도, 땅은 흔들리고 균열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으니.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 성지한은, 무혼을 넓게 퍼뜨리며 힘의 감지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곧.
‘공허의 힘이 저기서 느껴지네.’
극도로 희박해서, 무혼의 공간 장악력으로도 감지하기 힘들었던 공허.
성지한은 그 작은 실마리를 따라, 안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스으으으…….
어둠 속에서, 모습을 숨기고 있던 공허의 기운은.
사방으로 퍼지며, 글자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 세상 어느 나라의 것도 아니지만, 특이하게도 성지한은 읽을 수 있었던 문자가.
[‘1급 주시 대상 – 길가메시’가 이 세계에서 감지되었습니다…….] [‘일곱 빛깔을 지닌 하늘의 수소’를 파견합니다.] [소환이 진행 중입니다.]‘어비스 생긴 게, 길가메시 때문이었나? 누나의 말도 다 맞는 건 아니군.’
1급 주시 대상이라는 길가메시.
성지한이 뇌신을 제물로 바쳐 천수강신을 성공하면서, 그가 깨어난 덕에.
나비효과처럼 어비스가 생겨난 건가?
근데 왜 공허에서 길가메시를 잡으려고 나서는 거지?
성지한이 의구심을 품고 있을 때.
[소환이 진행중입니다…….]맨 마지막 문장에서, 점이 점차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늘의 수소 글자가 점차로 선명해지면서.
그 안에 희박했던 공허의 기운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길가메시가 타깃이라지만, 어쨌든 어비스의 주인이 소환되면 귀찮아질 것 같은데.’
이거 소환 전에, 어떻게든 막을 방법이 없나?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글자를 더 살펴보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다 용염을 피어 올린 손가락이, 글자에 닿자.
“음…….”
화르르르!
순식간에 불길이 글자에 번지며, 공허가 만들어 낸 문장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이 글자…… 원래 이렇게 사라졌나? 아니면.’
지지직!
성지한은 용염을 거두고, 대신 적뢰를 피워 올렸다.
슈우우우…….
용염의 불길이 사라지자, 타오르던 글자는 금방 불이 꺼지며 원래처럼 변했지만.
아까보다는 공허의 기운이 약해진 상황.
성지한은 거기다 더해, 적뢰를 대신 갖다 대었다.
‘이건 안 통하네.’
피지지직!
글자를 그냥 통과하는 적뢰.
적뢰에도 강렬한 불의 기운이 내포되어 있었지만, 그건 글자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성지한이 다시 적뢰를 용염으로 바꾸자, 또다시 타오르는 문자.
화르르르……!
문자는 빠르게 소각되더니.
공허의 문자를 모조리 태운 불은, 새로이 글자를 만들어 내었다.
[소환진이 삭제되었습니다.] [소환이 실패합니다.] [주인 없는 어비스가 닫힙니다.]번쩍! 번쩍!
어비스가 닫힌다는 메시지가 뜨자마자.
갈라졌던 대지에 빛이 터져 나오며, 성지한의 몸이 균열 위쪽으로 날아올랐다.
“어…….”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땅 위에서 어비스를 조사하던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던 사이.
탁!
어비스에서 빠져나오게 된 성지한은, 여유롭게 땅에 착지했다.
그리고 그가 나오자.
쿠르르르……!
갈라졌던 균열이, 빠르게 닫혔다.
“삼촌! 뭐, 뭐 한 거야?”
“성! 던전핵은 어떻게 찾으셨습니까? 탐색 능력도 있으셨나요?!”
성지한이 들어가고,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균열이 사라지자.
모두가 놀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사람이 괴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어비스도 뭐 이렇게 순식간에 없애?
“아뇨. 아직 핵은 존재하지 않더군요. 소환진만 부쉈습니다.”
“소환진…… 이요?”
“매형이 두 번째 어비스 쪽을 살피러 가셨죠?”
“네. 검왕께선 거기 파견되셨습니다.”
“그쪽으로 일단, 먼저 가 있겠습니다. 천천히 오시죠.”
슉!
그 한마디를 끝으로 사라지는 성지한.
균열에 파견된 조사단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성…… 저희랑 같이 차 타고 가는 게 낫지 않나요?”
“삼촌, 차보다 더 빠르잖아요.”
“아. 성이라면 그런가…….”
“어째 저희가 거기 도착하면 일이 다 끝나 있을 거 같네요.”
“그러게요.”
역시 성지한이 개입하니 일이 순식간에 풀리네.
조사단 사람들은 성지한 쪽에 파견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떠날 채비를 갖췄다.
그리고 두 번째 균열에 도착한 조사단 사람들은.
“아빠. 뭐 해? 거기서.”
“음…… 처남만 들여보내 주고. 나는 배리어가 튕겨 내고 있어.”
“삼촌 언제 들어갔는데?”
“벌써 2시간 째다.”
두 번째 균열의 상황을 보고는 안색을 굳혔다.
이곳은, 아까 전처럼 쉽게 풀리질 않고 있었다.
* * *
두 번째 어비스 내부.
‘여긴, 이미 뭐가 소환됐군.’
카아아아!
성지한은 사방에서 쏟아져오는, 각양각색의 괴물을 소멸시키며 내부에 진입하고 있었다.
아까 텅 비었던 어비스와는 달리.
이곳은, 사방이 몬스터로 가득했다.
그것도.
‘언데드만 있군.’
유령부터 시작해서.
각종 거대 괴수의 뼈와 시체들이 사방에서 성지한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다른 인류 플레이어가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은 존재들이었지만.
화르르륵!
“용염, 쓸 만하군.”
성지한이 피워 올린 용의 불길에는, 아무리 거대한 존재라도 전혀 반항하지 못한 채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그는 그렇게 언데드를 가볍게 쓸어버리면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나아갔다.
쏟아져 나오는 언데드로 보건대.
이번 어비스의 주인은, 언데드와 관련이 있는 건가.
‘근데…… 이 기운. 익숙한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느껴지는 기운은.
그로서는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공허와 비슷한 듯, 다른 강렬한 죽음의 기운.
이건…….
[머리야!! 오랜만이야!]딱! 딱!
균열의 가장 깊은 곳.
거대한 검은 해골이, 이빨을 부딪치며 성지한을 반겼다.
“……칼레인. 너가 파견된 거냐?”
[그래! 머리야. 너…… 뭔 사고를 친 거야! 왜 찍혔어?!]“나?”
[그래! 용의 불, 그 못된 거…… 어디서 배운 거야!]성지한을 환대하는 칼레인.
그는 그러면서도, 용염을 향해 붉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