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8)
“나, 학교 다시 가려고.”
“학교를?”
식사 자리.
반찬을 세팅하고 앉은 윤세아는 학교에 복귀하겠다는 말을 꺼냈다.
“선생님이 일주일은 쉬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어?”
“나 학생회장이야. 방학도 없는 학굔데, 나만 계속 쉴 수는 없지.”
“……방학이 없었어?”
“헐, 삼촌! 설마 조카가 다니는 학교도 모르는 건 아니지?”
“그건 당연히 알지. 배틀넷 아카데미잖아.”
배틀넷 아카데미.
2010년 배틀넷이 지구에 도래한 이후 건립된 학교로,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고 있는 곳이었다.
특히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압구정 아카데미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내로라하는 부잣집 자제들이 많이 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아카데미의 교육을 받으면 기프트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지.’
18세 생일이 지나면 모두에게 플레이어의 자격이 주어지지만, 기프트는 그렇지 못했다.
기프트를 받는 이의 수도 매우 적은데, 통계상 전체 인구의 1퍼센트 정도만 기프트를 부여받았다.
‘때문에 기프트를 받냐 안 받냐에 따라 향후 배틀넷 프로의 가능성이 좌우되지.’
배틀넷 세상이 된 지금, 기프트를 받는다는 것이야말로 로또 중의 로또.
한데, 배틀넷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으면 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오른다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이었다.
그러니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아카데미에서 하는 교육에 특별한 게 있나?”
“특별한 거? 음…… 체력 단련 같은 거 하고. 마력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이론 수업 정도?”
“흠, 그래?”
그 정도면 굳이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아도 어디서든 교육을 받을 것 같은데.
그거랑 기프트 받을 확률이랑 무슨 상관이지?
의뭉스런 성지한의 표정에 윤세아가 씩 웃으며 말했다.
“후후, 이런 수업은 솔직히 곁가지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일주일에 한 번씩 기프트관에서 축복을 받는 거지.”
“기프트관이라.”
“응, 기프트 젬이 빼곡하게 박혀 있는 방인데. 거기서 축복을 받으면, 좋은 기프트를 받을 수 있대. 그래서 그날만 되면 수업 안 듣던 애들도 열심히 출석해.”
그 이야기를 듣자, 성지한은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저번 생의 상황이 떠올랐다.
‘…….’
지금보다 훨씬 절망적인 상황이었던 2020년의 8월.
성지한은 검왕의 이적으로 패닉에 빠져, 술과 도박에빠져 버리고.
윤세아는 그런 한심한 삼촌에게 손수 식사를 차려 주며, 꿋꿋이 학교를 다녔다.
-세아야, 오늘은 고기 먹고 싶다.
-알았어. 삼촌, 사 올게!
집구석에 틀어박힌 성지한이 소파에 드러누운 채 속없는 타령을 해도.
-저번 일하는 아줌마가 요리 잘했는데…… 우리, 사람 다시 쓸까?
-그건 좀…… 요즘 분위기 알잖아.
-집이 너무 넓어서 청소하기도 힘들잖아?
-괜찮아. 우리가 쓰는 구역은 내가 하고 있으니깐.
사용인들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철없는 소리를 해도.
윤세아는 표정 하나 찌푸리지 않고 밝게 웃으며 그 모든 말을 받아 주었다.
‘……전 국민에게 손가락질당하던 이 시기. 짐덩어리 같은 삼촌까지 떠맡고도, 세아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기프트.
8월 22일 생일날 받을 기프트야말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윤세아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큰일이 벌어진 이후에도, 선생님이 쉬어도 된다고 했음에도 자진해서 학교를 나갔지.
기프트 젬의 축복을 꾸준히 챙겨, 좋은 기프트를 얻어서,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뒤바꿔 보려고 했으니까.
그래.
운전기사도 없어서, 도보로 통학하다가 사람들에게 계란을 얻어맞고.
삼촌인 자신은 해결할 의지도 없이, 소파에 드러누운 채 TV를 바라볼 뿐이었다.
-세아야, 집에서 더 쉬는 게 낫지 않아?
-……아냐, 삼촌. 괜찮아. 나는.
성지한은 매번 통학하고 올 때마다 옷이 더러워지는 윤세아를 보고 그렇게 권유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꿋꿋이 학교에 나갔다.
그것이, 인간 윤세아의 마지막 희망이었으니까.
‘……나는 그 희망의 실체를 이미 알고 있다.’
그녀가 받은 성적표는 참담했다.
F급 기프트.
차라리 안 받느니만 못하다는, 최악의 등급.
판도라의 상자에 남았던 것은 희망의 탈을 쓴 절망이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윤세아는 조금씩 망가져 갔다…….
‘이번에는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겠다.’
성지한은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의 기프트에 대해 거는 기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지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네 기프트는 F급이야.’ 라고 돌직구를 날릴 수는 없다.
그러니 생일 전까지 차근차근, 윤세아가 지닌 기프트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했다.
“그럼 내일부터 학교 가는 거야?”
“응, 월요일이니까.”
“알았어. 그럼 앞으로 내가 데려다줄게.”
“어…… 삼촌이? 괜찮은데. 내가 애도 아니고.”
“상황이 상황이잖아.”
윤세아가 멋쩍은 듯 뺨을 긁적였다.
“삼촌 안 그래도 배틀넷 때문에 바쁠 텐데. 굳이 그럴 필요는…….”
“오늘 내용 봤지? 배틀넷 하루 한 게임이야 금방 끝내. 너 데려다줄 시간은 충분하니까, 걱정 마.”
“그래도…….”
“됐어, 이미 결정된 거야. 이제 밥 먹자.”
성지한은 계속 사양하려는 윤세아의 말을 자르고 젓가락을 움직였다.
“뭐야. 왜 갑자기 상남자 코스프레래…….”
윤세아는 그런 성지한의 모습을 보며 툴툴거렸지만.
그래도 고마웠는지,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새벽 6시에 일어난 윤세아는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향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어, 삼촌. 왜 이런 이른 시간에…….”
“학교 가기 전에 아침은 먹어야지.”
“요리, 할 줄 알았어?”
“토스트 가지고 뭘.”
윤세아는 제 앞에 놓여 있는 토스트를 바라보았다.
성지한이 만든 토스트는 대충 잼만 발라 놓은 식빵이 아니라, 계란에 베이컨 등 든든한 단백질이 먹음직스럽게 깔려 있는 아침 요리였다.
“맛있겠다……!
윤세아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포크를 들었다.
평소 억지로 만들어 낸 것 같은 웃음과는 다른, 포근하면서도 해맑은 미소.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고 후회했다.
‘진작 해 줄걸 그랬어.’
너무 배틀넷에만 신경을 쓰느라, 집안 사정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 드넓은 집에서 혼자서 집안일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분위기가 좀 나아지면 사람을 다시 써야겠지만.
‘그전까지 내가 해야 해.’
성지한은 기뻐하는 조카의 얼굴을 보며, 그렇게 다짐했다.
“햐, 삼촌. 나 쫌 감동 먹었어. ‘그’ 삼촌이 식사를 차려 주다니…….”
“내가 뭐랬니. 여심 마스터라고 했잖아.”
“……그 말만 안 했으면 감동이 오래갔을 텐데. 그럼 어디! 맛을 봐 볼까요?”
윤세아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
“와……! 진짜 맛있네.”
베이컨 토스트.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지만, 성지한이 한 건 일반적인 베이컨 토스트보다도 훨씬 맛있었다.
윤세아가 놀란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양식은 잘해.”
가족을 모두 잃고 미국에 망명했을 당시.
성지한의 가슴속은 짙은 외로움과 후회로 점철된 상태였다.
그 허전한 빈자리를 어떻게든 메우고 잊어 보고자, 배틀넷 이외에도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배웠는데.
깊이 심취했던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요리였다.
뉴욕의 유명 셰프한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성지한의 요리 실력은 상당해서, 좋은 것만 먹고 자란 윤세아조차도 감탄할 정도였다.
“거짓말 안 치고 진짜 맛있어! 삼촌, 진짜 양식은 다 잘하는 거야?”
“그럼, 뭐든 말만 해. 다 만들어 줄 테니까.”
“나, 나. 그럼 생일 때 스테이크 해 주라.”
윤세아의 18세 생일.
그녀가 마지막 희망을 잃어, 끝없이 절망했던 그 시기를 떠올리자 성지한은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겨우 스테이크로 되겠어?”
“오, 그럼…….”
“내가 제대로 된 코스 요리가 뭔지 보여 줄게.”
“코스 요리? 진짜지? 헤헤, 그날 기프트 받는 경사스런 날이니까. 맛있게 잘 부탁해요!”
기프트.
역시 기대하고 있구나.
“후후…… 뭔가 보여 주마.”
성지한은 내심을 숨기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 * *
등교 시간.
성지한과 윤세아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지하 7층. 문이 닫힙니다.]펜트하우스의 지하 7층엔 검왕 전용 주차장이 있었는데, 그곳은 윤세진이 취미로 모아 놓은 슈퍼카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윤세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삼촌…… 진짜 운전할 줄 알아? 저기, 면허는 있지?”
“당연히 있지. 네 안의 나는 얼마나 쓰레기로 비춰지고 있는 거야?”
“에헤헤, 쓰레기라니. 그 무슨 섭한 말씀을. 그냥 나는 삼촌이 집에만 아주 오래 있었으니까. 혹시나 해서.”
그렇게 말하는 윤세아는 여전히 믿음이 가지 않는 눈빛이었다.
삼촌이 운전한 걸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그냥 버스 타도 되는데…….”
“버스 타 본 적은 있고?”
“오늘부터 경험하는 거지.”
“됐네요, 나중에 졸업하고 계속 태워 달라 하진 말고.”
성지한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먼저 걸어갔다.
미국에서 생긴 취미 중 하나가 자동차 수집이었던 성지한은 내심 신나하고 있었다.
‘후후…… 오랜만에 슈퍼카를 타 보겠군.’
차 키도 이미 꽂혀 있을 터. 그중 마음에 드는 차를 골라 몰면 된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선 성지한의 얼굴은 곧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허…….”
그렇게 많던 슈퍼 카들이.
한 대도 없었던 것이다.
“어…… 아빠가 자동차 정리했단 기사는 봤는데. 전부 처분해 버렸네.”
“……허, 세아 네가 예전에 통학할 때 타던 차는 어디 있어? 설마 그것도?”
“그건 기사 아저씨가 관리하셔서…… 그러고 보니 문자가 왔었어. 렌트 계약 해지되었다고.”
자동차까지 모조리 팔아 치우고, 일본으로 날랐구나.
이쯤 되면, 그 꼼꼼함에 감탄마저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주차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려던 그때.
“삼촌! 그냥 버스 타자!”
윤세아가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헤헤, 나 버스도 한 번 타 보고 싶었어!”
그 티 나는 밝음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꼴을 보여 주려고 데려온 게 아니었는데.
‘내 불찰이다.’
그렇게 미리 살펴보지 않은 걸 후회하던 성지한의 시야에 주차장의 가장 구석에 놓인 자동차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만. 차, 있어!”
“어, 진짜?”
“응, 저건…….”
멀리서 자동차를 확인한 성지한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하나 남은 차는 노란색의 오래된 국산 경차였다.
저건…….
‘옛날, 배틀넷이 생기기 전의…… 누나의 차.’
배틀넷이 생기기 전, 누나와 윤세진이 어렵게 맞벌이하면서 살았을 때 몰던 차였다.
그게 슈퍼카만 전시되어 있다던 B7의 구석에 놓여 있을 줄은 몰랐다.
‘저건 차마 팔지 않았군.’
아니, 팔아 봤자 얼마 나오지도 않을 차였으니 그냥 내버려 둔 것이다.
성지한은 뚜벅뚜벅 경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거 타게?”
“시동 걸리나 보고.”
그렇게 성지한은 차량에 꽂힌 열쇠로 시동을 걸었다.
쿠르르르-!
의외로 시동은 이상없이 걸렸다.
꽤나 오래된 차임에도 불구하고 진동이 적은 걸 보아하니, 최근까지 관리가 된 차였음이 분명했다.
성지한이 창문을 내리곤 손짓했다.
“가자, 세아야.”
“음…… 삼촌. 그냥 버스 탈까?”
“왜? 아, 이걸론 좀 그런가?”
압구정에 위치한 배틀넷 아카데미.
다들 한가락 하는 집안 자제들이 다니는 곳이라, 경차 몰고 갔다가는 의도치 않은 눈총을 모을 우려가 있었다.
“그거야 상관없는데…… 삼촌이 그거 몰고 학교 갔다간, 트러블에 휘말릴 거 같아서.”
“트러블? 괜찮아. 네가 혹시나 부끄러울까가 문제지.”
“에이, 부끄럽긴. 그거 엄마 차잖아.”
“진짜 괜찮지?”
“그거 빼곤 진짜 괜찮아.”
성지한과 윤세아는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럼 가자.”
“응.”
그리고 20분 후, 배틀넷 아카데미.
“어이! 감히 어디에 그딴 똥차를 세워!”
“…….”
윤세아의 예상대로, 성지한은 트러블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