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282)
-성지한 선수. 저 블라디미르입니다.
협회를 통해 걸려 온 전화는, 러시아의 대표 플레이어.
블라디미르가 한 것이었다.
-저번에 리그 경쟁전에서, 성지한 선수께서 자원을 획득하신 덕에 어머님께서도 건강을 회복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행성 개척의 혜택을 거론하며, 익숙지 않은 영어로 말문을 연 그는.
-그걸 말하려고 협회를 통해 연락하진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만.
-아. 예. 사실…… 제 성좌 ‘신을 죽이는 자’께서 성지한 선수께 이번 경기를 나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러시아전 말입니까?
-예. 성지한 선수께서 나오시면, 제 육신에 또 강림하실 생각인 것 같습니다.
지구에 직접 내려와서, 성지한을 척살할 예정이던 성좌‘신을 죽이는 자 ’롱기누스.
어차피 지상에 내려올 거면, 그가 굳이 블라디미르의 육신에 강림할 이유는 없었다.
-굳이 강림할 필요는 없을 텐데…… 왜 온답니까?
-그…… 저는 성좌의 말씀을 그대로 옮기는 것입니다.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
-‘성지한. 주인의 명이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창은 너에게 사치다. 이번 경기에 나와라. 십자에 매달아 없애 주지.’…… 라고 하셨습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죽어 봤자, 어차피 게임 속 일.
GP가 넉넉하게 있는 이상, 실제 죽지는 않을 텐데?
성지한은 롱기누스의 의도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러면서 이 말을 또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나오지 않는다면, 너만 손해겠지.’라구요…….
나만 손해라고?
성지한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침착히 생각했다.
‘어차피 경기에 출전해서 진다고 한들, 죽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건 나에게 더 기회가 될 수 있어.’
지금처럼 가만히 그가 언제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공격당하는 것보다.
아바타 ‘블라디미르’를 통해, 성좌 롱기누스의 전력을 알아내는 게 성지한에겐 더 이득이다.
적이 왜 이런 기회를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받아야겠지.
-나간다고 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저도! 성지한 선수,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예?
-성지한 선수께서 사라지시면 인류가 위태로워지니……! 최대한, 성좌를 방해해 보겠습니다.
성지한은 블라디미르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한국과 러시아.
지역리그에서는 경쟁 관계지만, 보다 더 큰 기준인 스페이스 리그를 놓고 보면 모든 나라가 협력 관계였으니.
인류의 핵심 플레이어인 성지한에게, 어떻게든 협조를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무리하지는 마세요.
-옙!
그렇게 블라디미르와 통화를 끊은 성지한은, 러시아전에 출전했고.
“감독님. 블라디미르 선수는 밴하지 말고, 살려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네.”
노영준 감독은 성지한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인 채, 감독실로 들어갔다.
=1경기, 밴에 들어갑니다.
=러시아. 성지한 선수를 밴하지 않는군요. 대신, 1-10위 선수 2명 밴 카드를 꺼냅니다!
=어차피 성지한 선수 밴해 봤자 힘들다고 본 걸까요?
=아무래도 그렇죠. 최근 윤세아 선수의 성장세가 장난이 아닙니다. 아처 클래스 중에서는 TOP 5위 안에 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많아요.
=하루에 두 번 게임에 접속하는 게 정말 엄청난 메리트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여 줄 겁니다!
=대기만성 기프트가 정말 큰 역할을 했죠. 이거, 큰 그릇이 너무 빨리 완성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하! 맞아요. 벌써 대기가 되었죠!
한편, 이렇게 뒤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 해설진들은.
러시아 감독이 성지한 저격 밴이 아니라 1-10위 선수 밴 카드를 꺼내 들자,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 현상을 해설했다.
-그래도 성지한 밴이 맞지 않나?
-ㄹㅇ 성지한 살면 그냥 꽁으로 1경기 내주는 건데 ㅋㅋㅋ
-윤세진, 윤세아도 너무 파괴력이 세서…… 그냥 운에 모든 걸 건 거 아님? 성지한에 저 중 한 명만 더 밴당하면 혹시나 이길 수도 있으니까.
-아니, 요즘 윤세아 성장한 거 보면, 혼자만 남아도 이길 수 있을 거 같은데…….
-ㅇㅇㅇ 성지한에 숨겨져서 그렇지 윤세아도 사기캐야 ㅋㅋ 은신하면서 투명 화살 쏘는 거 못 막음.
원래 상수였던 성지한과 윤세진에 이어, 확실한 카드로 자리 잡은 윤세아.
한국 대표팀의 전력은, 이제 성지한이 없더라도 확실한 상위권에 위치해 있었다.
=아. 근데, 러시아 감독의 밴. 적중했나요? 성지한 선수가 밴 당하는군요!
=남은 1장의 밴카드는 하연주 선수를 지목합니다!
=이 정도면, 러시아 감독. 꽤 성공적인 밴입니다만…….
=그래도 저희에게는 윤세진, 윤세아 선수가 있죠!
=예. 맵도 사우스게이트, 저희 측에 가장 유리한 맵입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밴, 셀렉트 교환.
러시아의 밴카드는 성지한을 막아선 시점에서,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지만.
“갔다 오지.”
“이번엔 내가 시리즈 MVP 따야지~”
한국 대표팀은 스페이스 리그에서도 최상급 전력인, 윤세진 부녀가 살아남아 있었다.
-성지한 빠지고도 그냥 압승할 거 같네.
-그래도 저쪽, 블라디미르가 살아 있긴 함.
-블라디미르야 검왕 선에서 컷됨요 ㅇㅇ
-저번처럼 성좌 강림 같은 거 안 하면 낙승이지 ㅋㅋㅋ
일 년 전과는 달리, 강팀이 된 한국 대표팀을 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응원하는 시청자들.
그리고 1경기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일치했다.
=1경기 MVP는 윤세진 선수에게 돌아갑니다!
=사우스게이트의 성문을 홀로 깨부수고, 검을 타며 압도적인 힘을 뽐냈죠!
=윤세진 선수. 저번 스페이스 리그 때 본 것보다 훨씬 강해졌어요. 러시아 선수들을 대번에 싹둑 베어 버렸으니까요!
=맞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슈우우욱!
배틀넷 커넥터에서 나온 윤세아는, 윤세진을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 아빠 너무 센데? 도저히 못 따라잡겠어. 나도 선봉에 나서야 하나?”
“세아야. 정해진 자리를 지켜야지. 스코어보다 팀플레이 몰라?”
“어검비행으로 혼자 적 성문에 돌진한 아빠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진 않은데요…….”
“나는 그게 정해진 역할이었어.”
윤세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고 있었다.
마치 성지한이 예전에 한 것처럼.
거의 혼자서, 1경기를 폭파시켜 버렸으니까.
“매형. 확실히 더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처남도 그렇게 보았다면 내 느낌만은 아니군. 성좌께서 내린 태초의 축복에 다른 효과가 있나 싶어.”
경기를 본 성지한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추측이 확신이 된 건지.
윤세진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태초의 축복’…… 그거, 성장을 도와주는 축복이었죠?”
“맞네. 하지만, 이 축복을 받은 이후부터, 검을 단련하는 데 있어서 움직임이 좋아졌어. 경기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플라시보 효과인가 했는데…… 처남이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확신이 서는군.”
태초의 축복.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저리 바꿀 정도면 상당한 후원 권능이다.
‘길가메시…… 단순히 나와 대화하려고 매형께 후원한 건 아닌 건가.’
성지한이 길가메시의 의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와. 윤세진님도 후원 성좌 생기셨어요? 부러워요!”
하연주가 옆에서 이를 듣고는 눈을 빛냈다.
“저는 언제 생기련지…… 기프트가 애매해서 그런가? 성좌들이 눈길도 주지 않네요.”
“연주양 기프트도 SS급 아닌가. 금방 후원자가 생기겠지. 나도 생긴 지 얼마 안 됐네.”
“그런가요……? 요즘 탑급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후원 성좌가 많이 늘어났단 이야기가 나와서 좀 조마조마하네요.”
“그래?”
“네. 리그 경쟁전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고 해요.”
리그 경쟁전 이후부터?
시점이 묘하군.
성지한은 하연주에게 질문했다.
“그럼 그렇게 늘어난 후원 성좌의 이름도 혹시 아시나요?”
“이름…… 은 잘 모르겠어요. 플레이어들이 그거까지 공개하진 않아서.”
“그렇군요.”
리그 경쟁전에서 인류 종족 전체에 주어진 보너스가 많았으니.
성좌들도 이제 강등권이라고 보지는 않고, 후원을 시작하는 건가.
아니면.
‘길가메시가 매형 말고도 후원을 더 하는 건가.’
성좌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정확히 어떤 게 작용했는지 알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성지한은 일단 이 현상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그리고.
=2경기에 들어섭니다!
=러시아. 똑같은 밴 카드를 들고 나오는군요.
=이번에는 윤세진 선수와, 하연주 선수가 밴당합니다!
=하연주 선수…… 이러다가 3연속 밴을 당하는 거 아닌가요?
“아. 또?”
하연주는 밴을 또 당하게 되자, 얼굴을 찌푸렸다.
“3경기 만에 게임 끝날 텐데…… 진짜 출전 기회 없는 건 아니겠죠?”
“그럼 그것도 나름 기록 아닐까. 언니? 삼촌이랑 아빠도 제치고. 3연속 밴이잖아.”
“하아…… 국대 경기에서 활약해서, 성좌들에게 눈도장 찍어야 하는데.”
“뭐, 성좌가 이런 지역 리그 경기까지 챙겨 보진 않을 겁니다.”
“역시 그럴까요? 그럼, 아예 3경기까지 밴당했음 좋겠네요. 세아 말처럼, 나름의 기록이나 달성하게.”
3경기로 게임이 끝날 거라고 확신하는 하연주.
=노영준 감독. 이번에는 밴 카드를 다르게 운용했습니다. 상대 서포터 핵심을 저격 밴했군요!
그리고 노영준 감독이 블라디미르를 살림으로써.
2경기는, 성지한의 뜻대로 그와 맞붙을 수 있게 되었다.
* * *
=이어서 셀렉트 된 맵은…….’피의 대지’입니다. 양 팀 감독이 셀렉한 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맵이 뽑혔군요!
=피의 대지. 이 맵이 국가대표전에서 쓰이는 건 처음인데요…….
=모든 클래스가 참여 가능한 이 맵은. 두 나라 소속 플레이어뿐만이 아니라, 몬스터들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맵 분류도 서바이벌이군요!
피의 대지.
붉은 땅 위에서, 수많은 몬스터들과 함께 난전을 벌이는 이 맵은.
감독들의 선호도가 낮은 전장이었다.
일정 숫자 이상 몬스터의 피를 대지에 흩뿌려야, 적국의 플레이어와 만날 수 있는 ‘피의 대지’.
이 맵은, 대표팀 옆에 소환된 몬스터가 무엇이냐에 따라.
전황이 너무 크게 요동쳤다.
-이 맵 다른 나라에서 하는 거 봤는데 랜덤성이 다분하던데…….
-ㅇㅇ 영국이 전력상 앞서던 포르투갈한테 지더라. 대표팀 옆에 거대괴수 무리가 떠서 ㅋㅋㅋ
-나도 그거 봄. 포르투갈은 오크랑 싸우고 있는데, 영국은 거대괴수한테 짓밟혀서 패배했잖아.
-이 맵 그래서 약소국이 운빨 기도 메타로 뽑더라 ㅋㅋㅋ
-하지만 아무리 운빨 맵이라도 성지한이 살았으니, 게임은 끝났지 뭐.
-ㄹㅇ 성지한 산 시점에서 이미 러시아엔 운이 없는 거임.
하나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라인업에 들어간 이상.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면서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 강대한 용족도 때려잡은 게, 성지한 아니었던가.
거대 괴수가 얼마나 있던, 그의 발목을 잡을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맵. 처음엔 그냥 몬스터 잡으면 되는 거죠?”
“네. 맞습니다. 잡다 보면 적 팀이 나옵니다!”
성지한의 물음에 전사 플레이어가 군기가 바짝 든 채 대답하자.
그는 천천히 검을 꺼냈다.
주변에 소환된 몬스터들은, 용족의 하위종인 와이번.
그들은 하늘 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키이이익!”
새로이 소환된 한국 대표팀을 향해 일제히 돌진해 왔다.
안 그래도 강력한데 비행까지 했기에, 이 피의 대지 맵에서 가장 까다로운 몬스터 종 중 하나였지만.
“그럼, 빨리 만나야겠네요.”
스으으으…….
성지한은 태연한 얼굴로, 손에서 이클립스를 피워 올렸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서걱!
하늘을 가르는 검기.
그와 함께, 와이번 무리의 몸뚱아리가 단숨에 반토막나며, 대지로 떨어졌다.
붉은 대지를 피로 적시는, 와이번 무리.
“와아…….”
“화살 쏠 시간도 안 주네…….”
대표팀 플레이어 들이 성지한의 일검에 넋을 놓은 사이.
[대지를 피로 물들입니다.]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상대 국가의 플레이어가 이제부터 모습을 드러냅니다.]모두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맵에 진입하자마자, 첫 번째 조건을 클리어한 성지한.
-뭐 이리 순식간임……?
-저번에 와이번 무리에 멕시코 대표팀 전멸한 거 봤는데, 성지한은 뭐 한 방에 날리네;
-러시아는 무슨 생각으로 성지한을 밴 안 한 걸까?
-ㄹㅇㅋㅋ 참교육 시켜 줘야겠네.
순식간에 진행되는 게임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2경기의 결말을 예상하는 사이.
“이제 러시아 애들, 찾아보죠.”
성지한은 여유로운 얼굴로, 하늘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저 멀리서.
거대한 핏줄기가 하늘 위로 솟구치는 게, 그의 시야에 잡혔다.
‘저긴가.’
멀지는 않군.
“북쪽에 있는 것 같군요. 정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슉!
경공을 극성으로 발현한 성지한이, 순식간에 그 땅에 도착하자.
“왔나.”
온몸이 시뻘겋게 물든 블라디미르가, 강렬한 기세를 피워 올리며 성지한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