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362)
‘에픽 퀘스트는 오랜만이군. 한데 부장품이라…….’
성좌의 무덤이나 다름없는 별의 묘지.
여기에 묻힌 부장품이라면, 아무래도 성좌의 것이겠지.
‘여기에 있는 이들이 다 패배했다 해도, 한때는 나름 성좌였으니. 부장품도 쓸 만한 아이템일 거야.’
거기에 성좌 명성 10만까지.
이건 무조건 수행해야 할 퀘스트였다.
이런 에픽 퀘스트까지 있는 줄 알았으면 스탯 봉인을 신중하게 했을 텐데 아쉽군.
‘근데 스탯 봉인한 상태니…… 설마 에픽 퀘스트 보상도 4배인가?’
클리어하면서 봐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에픽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러자.
[성좌 ??의 후원을 거부합니다.]성좌의 후원이 자동으로 거절되었다.
-?? 지금 후원 거절한 거지?
-왜 거절하지? 아까는 후원을 안 하던 존재가 갑자기 한다고 하니까?
-겨우 그런 사소한 이유로 거절을 한다고?
-휴…… 이놈 또 1등 는 꼴 보나 했는데 다행히 안 보겠군.
성지한의 선택에 의아해하는 외계의 시청자들.
그만큼 이 맵에서 성좌 후원을 거부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하나 성지한은 그 이후에도.
[성좌 ??가 당신의 약점을 보완하여, 크기를 늘려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성좌 ??가 당신이 거만할 자격을 증명했다며, 전폭적인 후원을 약속합니다.]처음 그를 거절했던 성좌들이 지속적으로 보내오는 러브콜을 죄다 거절했다.
-스타팅 지점의 성좌들을 죄다 거절하네…… 진짜 미쳤구나 ㅋㅋㅋ
-그냥 빨리 게임 접고 싶은 거 같네.
-아까 악어 하나 손쉽게 잡았다고 너무 방심한 거 아닌가? 성좌 후원이 중첩될수록 상대는 급격히 강해질 텐데
-소태양을 이겨 냈다고 너무 오만한 거 같군…….
에픽 퀘스트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는 외계 시청자들이 한마디씩 할 때.
번쩍! 번쩍!
맵 저 멀리에서, 빛의 기둥이 또다시 여럿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고.
어떤 건 기존의 빛기둥이 더 넓고 밝게 변해, 강화 형태로 나타났다.
‘성좌 후원이 한 차례 더 시작되었나 보군.’
그리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강화된 빛기둥.
성좌 후원을 여러 번 받은 그들은, 자신들보다 약한 상대를 찾아 거침없이 움직였다.
“아직도 후원을 받지 못한 플레이어가 있었군……!”
성지한을 탐색해 온, 독수리를 닮은 거대 조류도 그런 이 중 하나였다.
조금 전 성지한이 죽였던 이에 비해, 훨씬 강력한 빛기둥을 지니고 있는 상대.
그가 날개를 활짝 펴자.
지지지직……!
그곳에서 강렬한 전류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날개를 이루던 깃털이 전류로 변하고.
거대 조류의 몸 반절은 푸른 뇌전이 자리했다.
-천둥새였군. 저 정도 뇌전의 힘이면 상당한 실력자인데…….
-그러니까 성좌 후원을 벌써 저렇게 많이 받았지.
-드디어 이놈 리타이어하는 거 보는 건가?
-성좌의 후원을 받은 천둥새가 하늘에서 저 힘을 쏟아 냈으니 대처를 못 하겠어.
-이건 죽었다 ㅋㅋㅋㅋ
성지한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 외계인들.
그만큼 하늘에서 천둥새가 끓어 올리는 뇌전의 힘은 강렬했다.
쿠르르르!
날개에서부터, 성지한에게로 쏟아지는 벼락.
뇌전의 줄기는 하나하나가 대지를 꿰뚫을 듯 강렬했다.
휙.
성지한은 봉황기를 꺼내, 습관적으로 적뢰를 발현하려고 했지만.
‘아, 봉인 상태지.’
지직…….
창끝에서 피어오르는 전류는 예전의 적뢰와는 확연히 달랐다.
새하얀색으로, 맨 처음 천뢰신결을 사용했을 때로 돌아간 빛깔.
‘그래도 이 정도로 충분해 보이는데.’
희대의 괴물, 동방삭과 몇만 번을 치열하게 다퉈서 그런지.
성지한의 눈은 한없이 높아져 있었다.
천둥새가 내뿜는 강렬한 뇌전도,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을 땐 허점투성이일 뿐.
스으윽.
성지한은 창끝으로 하늘을 향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벽력섬뢰霹靂閃雷
지상에서 하늘로, 역으로 승천하는 벼락.
“나에게 전격의 힘을 쓰다니…….”
그걸 본 거대 조류는 처음에 이를 비웃었지만.
봉황기에서 치솟은 벽력섬뢰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천둥새의 뇌전 가닥을 뿌리부터 끊어 버렸다.
“서, 설마 후원받은 걸 숨겼나? 어떻게…….”
절묘한 움직임에, 천둥새는 당황하며 전격의 힘을 다시 끌어 올리려고 했지만.
치이이익!
그가 힘을 더 쓰기도 전에, 이클립스가 횡을 베자.
하늘에서 천둥새의 목이 날아가 땅으로 떨어졌다.
쿵!
그리고 동시에 땅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천둥새의 몸뚱어리.
“성좌 후원, 별거 없네.”
성지한은 사라져 가는 천둥새의 사체를 잠시 내려다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에서 서로 붙어 있는 빛의 기둥.
저건 성좌 후원을 받고 있는 플레이어끼리 싸우고 있는 거겠지.
‘1등 하려면 킬 수가 가장 중요하니, 빨리 가서 내가 다 죽여야겠군.’
두 플레이어를 상대하면서 성좌 후원에 대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고 파악한 성지한은, 슬슬 공세로 나서기로 했다.
휙!
그의 신형이 사라지고.
얼마 안 있어, 여기저기서 빛의 기둥이 꺼져 가기 시작했다.
* * *
-벌써 20킬인가?
-성좌 후원 안 받고도 이런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다니…….
-태양왕의 소태양도 이긴 놈인데 이런 데서 지겠냐? 애초에 너무 희망에 불타 있었음 ㅋㅋㅋ
-아니, 스탯도 봉인되어 있는데 그렇게 판단하는 게 당연하지…… 말이 되냐 저게 ㅋㅋ
-여기 소환되는 애들도 다 나름 유망한 성좌 후보자들인데 그냥 썰리네;
성지한의 패배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외계의 시청자들.
하나 게임의 진행 상황은 그들의 바람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강상을 넘으려고 계속 도전했던 게 도움이 되는군.’
촤아아악!
저 멀리 날아가는 용의 머리.
성지한은 무지갯빛 빛기둥을 지닌 드래곤도 거침없이 사냥하고 있었다.
현재 무혼만 쓸 수 있는 그였지만.
오늘 보이는 무력은, 오히려 스탯이 봉인되기 전보다 강력해 보일 정도로 그는 쉽게쉽게 상대를 제압했다.
[진짜 스탯 1개만 있는 거 맞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니…… 평소보다 더 강한 거 같은데?]“내 스탯이 좀 쓸 만하거든. 저번에 무한 대련한 것도 도움이 되었고.”
[그래도 그렇지. 허…….]성지한이 적을 쓸어버리는 걸 보면서, 허탈한 듯 한숨을 쉬는 그림자여왕.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상식선에서는, 스탯 1개만 남은 플레이어가 적을 쓸어버리는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았다.
그것도 상대가 그냥 그랜드마스터 리그 플레이어도 아니고, 성좌의 후원을 받아 강화된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성지한의 검과 창은 이들을 어렵지 않게 상대해 나가고 있었다.
“크…… 컥……!”
치이익!
세 번 강화된 상대도 손쉽게 제압한 성지한은, 스코어 보드를 힐끗 살펴보았다.
20킬을 달성한 자신과, 8킬을 달성한 2등.
이미 2등과의 격차는 따라잡힐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이대로면 안 싸우고 도망만 쳐도 1등 하겠네.’
그래도.
[레벨이 1 오릅니다.]스탯을 봉인해서 그런지, 플레이어 20명을 제압하니 오르는 레벨.
레벨 500을 달성하기 위해선, 놀고 있을 순 없었다.
더 많은 이들을 없애고 1개라도 레벨을 더 올려야지.
성지한은 주변의 빛기둥을 탐색하며.
‘부장품은 뭘 받을까.’
미션 클리어를 기정사실화하고, 보상으로 뭘 받을지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선택권 없이 랜덤일지도 모르겠군. 애매한 거 받으면 성좌 명성 10만이 본 보상이겠어.’
성좌 명성 10만이면 성좌 특성 등급도 올릴 수 있으니.
어쩌면 뭐가 나올지 모르는 성좌의 부장품보다, 이게 메인 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편.
[성좌 ??가 정말 후원을 받지 않을 거냐고 다그칩니다.] [성좌 ??가 제발 후원 좀 받아 달라고 애원합니다. 묘지에서 탈출하면 막대한 보상을 안겨 주겠다고, 당신에게 추후 보너스 조건을 제시합니다.] [성좌 ??가 배틀넷의 비밀을 가르쳐 주겠다며 당신을 설득합니다. 이걸 알면 당신도 관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정확한 정보를 늘어놓습니다.]1등 성지한이 아직도 후원 성좌가 없자, 석상 상태의 성좌들은 앞다투어 그를 후원하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에픽 퀘스트 덕에 자동적으로 거절되지 않았으면, 이 제안에 하나하나 거부 의사를 밝히느라 게임 진행이 안 됐을 지경.
‘왜 이렇게 끈질겨 이놈들은.’
후원한 플레이어가 1등 하면 풀려나기라도 하는 건가.
성지한은 메시지창 한편을 도배하는 성좌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저런 놈들의 부장품이면 왠지 별 볼 일 없을 것 같은데.
성좌들의 추태를 보면서, 보상을 걱정하기 시작한 그는.
촤아아악!
상대 플레이어에게 접근해, 기계적으로 적을 분리해 나갔다.
“제길…… 성좌의 후원이 끊겼다!”
“다 저 괴물 때문이야! 성좌들이 이미 1등은 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어…….”
“저 자에게 공동 대응해야 한다……! 이대로면 패배는 확정적이야!”
“하. 모인다고 되겠나? 저놈은 격이 다른 괴물이다…… 차라리 1킬 더 따는 게 현명하지!”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성지한에게 공동대응을 하려고 모였지만, 이제 남은 숫자는 겨우 12명.
그의 압도적인 강력함에 좌절한 몇몇은, 차라리 킬 수나 하나 더 챙기자고 하면서 플레이어들의 뒤통수를 갈기고 있었다.
‘거참. 자기들끼리 싸우네.’
레벨 업을 시켜 줘야 할 놈들이 왜 자중지란을 벌이고 있는 거야.
12개의 빛의 기둥이 서로 엉켜 싸우는 걸 보고, 성지한은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다.
이제 특수 미션, 끝을 내야지.
스으으으…….
암검 이클립스의 그림자가 크게 늘어나고.
성지한이 이 일검으로 게임을 끝내려 했을 때.
[성좌 ??가 이게 무슨 소리냐며 플레이어를 다그칩니다.] [성좌 ??가 왜 네놈이 1등하면 아이템을 갈취하는 거냐며 소리를 버럭 지릅니다.] [성좌 ??가 이 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면서 대노합니다.]갑자기 어떻게든 후원을 하려고 성지한의 비위를 맞추던 성좌 측에서, 강한 분노를 표출해 내었다.
‘부장품 때문인가?’
아니, 게임도 안 끝났는데 미리 시스템이 걷는 거였어?
성지한은 메시지창을 도배하는 성좌의 반발을 보며, 일단 적 플레이어부터 쓸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그렇게 거대한 암검 이클립스가 가로를 베었을 때.
번쩍……!
12명의 플레이어를 후원하던 빛기둥이 갑자기 찬란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영롱한 기둥.
“뭐, 뭐지…….”
“갑자기 성좌들이 왜……!”
서로 다투던 플레이어들은, 강렬한 축복에 싸움을 일시적으로 멈추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굴욕을 감수하고 버티는 이유는 다시 성좌로서 독존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나의 무구를 가져간다고? 저놈이…….] [아무리 별의 묘지에서 압도적인 1등을 달성했다고 해도, 이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내 무기, 절대로 빼앗길 수 없다!]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성좌들의 원통한 외침.
그들의 후원이, 12명의 플레이어에게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캉!
초강화된 빛의 기둥에, 튕겨 나가는 암검 이클립스.
“오오…….”
“어, 엄청난 힘이다.”
“성좌께서 제대로 된 축복을 내리시는구나…….”
“이 힘이면, 우리도 저 자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우리의 싸움은, 저 괴물을 제압하고 나서 하자!”
암검이 튕겨 나가는 걸 본 플레이어들의 눈이 강하게 번뜩였다.
아이템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폭적으로 쏟아지는 성좌의 후원.
이 힘만 있으면, 저 괴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놈은 내가 잡는다!”
성지한에게로 맨 먼저 뛰어 오는 원숭이 괴물.
성좌의 후원이 증폭되어 초강화된 상대는, 과연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결이 달랐다.
쾅! 쾅!
압도적인 힘으로 대지를 강타하는 원숭이괴수.
‘영원이 봉인되었으니, 저거 맞으면 재생이 불가능해.’
성지한은 뒤로 물러서며, 상대의 힘을 파악했다.
‘이 정도면 한 마리는 그래도 쉽게 대처하겠군. 하지만 열 두놈이 죄다 붙어 있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힘들다.’
스탯이 봉인되지 않았다면 해 볼 만했겠지만, 지금은 힘이 제약된 상태.
‘시스템 이거 일부러 이런 건가. 장난질이 지나치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일단 후퇴하면서 각개격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그가 뒤로 빠지자, 신난 원숭이 괴수.
“어딜 도망가느냐! 멈춰라!”
펑!
그가 주먹을 내리치자, 대지에 일제히 금이 가며 폭발했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써먹으려는 상대.
성지한이 그런 그의 공격을 피하면서, 뒤로 쭉 유인하고 있을 때.
쾅!
원숭이 괴수의 주먹이, 성좌의 석상이 있는 땅을 강타했다.
그러자 옅게 금이 가는 성좌의 석상.
[이놈……! 어디에 주먹질을 하느냐!]“아…… 힘 조절이 안 됐습니다.”
[한 번만 더 이러면, 후원을 거둬가겠다!]금 간 석상에서는, 성좌의 분노한 음성이 들렸다.
저거 부서지면 안 되나 보군.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성지한은, 금이 간 쪽에서 희끄무레한 영체가 살짝 나오는 걸 포착했다.
‘석상 안에, 성좌의 영체가 있었나…….’
영체라……
영체 상대로, 딱 좋은 무공이 있지.
‘저놈들 안 도와주고 끝났으면, 아이템만 하나 잃고 게임이 종료되었을 텐데.’
너희들이 먼저 시작한 거다.
성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