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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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한국에 있어서는 일제에 해방된 광복절로 기념비적인 날이며.
일본에서는 그다지 자세하게 다루지 않으려고 하는, 종전 기념일이다.
그리고 2020년의 광복절은, 역사적으로 얽힌 두 나라에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두 나라 간의 배틀넷 동북아시아 리그 대표팀 경기가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광복절에 치러지는 한일전!
검왕이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이 날만을 기다리며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2019년~2020년 초까지만 해도 한국 대표 팀의 경기력은 물이 올라 있었고, 특히 일본을 상대로는 상당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기념비적인 날에 일본 대표팀이 무참히 꺾이는 모습을 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뭐.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만…….’
이하연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성지한이 보낸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8.15 한일전 결과] [1경기 : 한국 승 / MVP 이진욱] [2, 3, 4경기 : 일본 승 / MVP 이토 류헤이]‘일본이 이기는 결과야 당연한 예측이지만…….’
애국심 거르고 냉정한 눈으로 보면, 일본의 승리는 당연했다.
한국의 핵심 전력이었던 검왕이 이적했으니까.
인터넷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전 재산을 걸고 베팅해야 한다면 어디에 걸 거냐 물어보는 설문엔 백이면 백 일본이 선택될 정도로 전력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1:3이라는 스코어에 MVP 예측까지…… 이건 말이 안 되는데.’
8.15 대표 팀 경기에 있을 라인업은 이미 공개된 상황.
검왕은 1경기부터 5경기까지, 빠짐없이 나온다고 적혀 있었다.
근데 검왕이 나오는 일본을 상대로, 1경기를 이긴다고?
‘불가능해.’
라인업이 공개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검왕의 전 경기 참전이 예정된 지금은 대부분이 일본이 3:0으로 승리할 거라고 예상됐다.
‘거기에 1경기 MVP가 이진욱이라고?’
이진욱.
그는 이하연도 잘 알고 있는 플레이어였다.
이성 길드가 자랑하는 다이아리거이자 대표팀 선수였으니까.
하나 이진욱의 포지션은 MVP가 잘 나오지 않는 서포터였다.
특히 이번 경기처럼 불리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서포터가 MVP가 되기는 힘들었다.
“이런 뻔한 승부에 돈을 날리고 싶지는 않지만…….”
이하연은 턱을 괴고 성지한의 문자를 불만스러운 듯 바라보더니.
‘에이!!! 그래, 오백만 원만 날리자.’
그냥 성지한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그가 찍어 준대로 돈을 걸어 보기로 했다.
“……어라. 배당이 두 자릿수밖에 안 나오네.”
1:3이라는 스코어에, MVP까지 지정하면 배당률이 더 높아져도 될 거 같은데.
이하연은 잠깐 고개를 갸웃했지만,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됐어. 어차피 돈 딸 것도 아니고.’
이미 잃을 돈이니까.
아니, 성지한과의 접점을 더 만들 수 있는 ‘합리적인 구매’였으니까.
“이제 이 건은 끝났고…….”
성지한이 찍어 준대로 승부 예측을 끝낸 채, 스마트폰을 곰곰이 바라보던 이하연은.
‘이제 진짜 내 베팅을 해야지!’
금방 눈을 빛내며, 모두가 예상하는 일본 3:0 승리에 거액을 쏟아부었다.
성지한의 예측은 헛소리라고 확신하는 베팅이었다.
* * *
김희수의 차 안.
“와~! 세아야. 너희 삼촌 진짜 대단하네~!”
학생회 일을 끝내고 귀가하던 김희수는 윤세아와 함께 방송을 보곤 탄성을 내질렀다.
“정복자의 황릉을 저렇게 클리어할 수도 있었구나!”
“그러니까. 참 신기하단 말이야.”
“정말 브론즈라곤…… 믿기지가 않네.”
김희수는 화면 속에 띄워진 성지한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네 삼촌, 저번에 너희 집 놀러 갔을 때 봤던 거에 비하면 완전 사람이 달라진 거 같아. 엄청 멋있어졌는데?”
“히히…… 그래?”
“응. 그때는 술 냄새 엄청 풍겼거든. 머리는 산발하고.”
“아마 배틀넷 승부 예측해서 돈 벌었거나, 못 벌었을 때일 거야.”
“……뭔 차이니?”
“돈 벌면 신나서 술을 먹고. 못 벌면 열받아서 술 먹었거든.”
어쨌든 결론은 술이었네.
김희수가 픽 웃으면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지금까지 본 유망주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거 같은데 말이야…….’
성녀 성지아의 동생 성지한.
별다른 능력이 없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재주를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그 정도면, 스타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성지한을 바라보는 김희수의 눈빛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어…….”
“와. 삼촌. 뭐야?”
파티원을 질질 끌고 다니던 성지한이 정복자의 기마상과 맞붙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거기에 영상의 마지막 부분.
정복자의 활대를 일수에 파훼한 검격을 볼 때쯤 되자, 김희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게…… 정말 가능한 일이야?”
“글쎄. 삼촌이 센 건 알았는데. 그래도 저렇게까지는…….”
그렇게 성지한이 봉황시를 얻은 채 영상이 마무리되자, 김희수는 부러운 눈빛으로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세아는 좋겠다.”
“왜?”
“집안이 모두 좋은 기프트 받았잖아. 너도 좋은 거 받겠지?”
윤세아의 아버지만 해도 SSS급 기프트에, 어머니인 성녀도 SS급이었고.
지금 화면에서 보이는 성지한도 저 말도 안 되는 힘을 보면 분명 높은 등급일 게 분명했다.
때문에 배틀넷 업계에서, 윤세아는 성골 중의 성골로 여겨지고 있었다.
“기프트랑 유전이랑은 무관하잖아.”
“에이. 그래도 가족 중에 세 명이나 잘 나왔는데?”
“음…… 헤헤. 그런가?”
기대하지 않으려고 해도, 가족력이 있어서 그런지.
기프트에 대한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네 생일이 22일이지?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응. 무슨 기프트 받을지…… 좀 떨려.”
“후후, 네가 걱정할 게 뭐 있니? 좋아! 내가 생일날 축하 선물 성대하게 쏜다!”
“에이~ 선물은 무슨.”
윤세아는 괜찮다며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아냐. 꼭 받아 줘.”
김희수는 그리 말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 *
[던전 게임에서 1등을 기록했습니다.] [1등 보상으로 경험치와 GP 획득 증가량이 50퍼센트 증가합니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GP 5,000을 획득합니다.] [업적 포인트 1,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성지한은 미뤄 두었던 보상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던전 모드를 클리어해서 그런지, 추가 업적 포인트도 얻었군.’
[유일한 1등이 되어, 정복자의 황릉에 보관된 금괴를 모두 정산받습니다.] [GP 40,000을 획득합니다.] [숨겨진 업적, ‘나 혼자만 던전 클리어’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3,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보상이 짜기로 유명한 정복자의 황릉.
하지만 아무래도 4명이서 나눠 갖는 금괴 보상을 혼자 독식하니, GP 보상이 상당했다.
거기에, 숨겨져 있던 업적까지 클리어하게 되니 업적 포인트도 쑥쑥 쌓여 갔다.
[히든 퀘스트, ‘정복자의 상에 진정한 예를 표하라’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정복자의 화살, ‘봉황시’를 보상으로 획득합니다.]거기에 히든 퀘스트 보상까지 깨고 나니, 정복자의 황릉에서만 업적 포인트를 1만이나 수확할 수 있었다.
‘어제 서바이벌 보상이랑은 하늘과 땅 차이군.’
절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비록 레벨 업을 1밖에 하질 못했지만.
GP 45,000에 업적 1만, 거기에 봉황시까지.
게임 한 판 한 것치고는 너무나도 많은 보상을 받았다.
‘봉황시의 설명을 볼까.’
[봉황시]-등급 : A
-봉황의 깃털로 만든 정복자의 화살.
-쏘아질 때 가장 강력한 위력을 내뿜으며, 주인의 손으로 회귀하는 성질을 지닙니다.
-봉황의 불길이 봉인되어 있으며, 5번 투사되면 사라집니다.
‘S급은 나올 줄 알았는데.’
정복자의 동상이 보여 준 위력에 비해, 등급은 A밖에 되지 않았다.
아마도 5번 투사되면 사라진다는 조건 때문이겠지.
그래도 브론즈급 던전에서 나온 것치고는 오버 밸런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한동안은 창으로 써야겠군.’
던지지만 않으면, 무기로는 계속 써먹을 수 있겠지.
‘그리고 GP는…… 모두 한일전에 베팅하자.’
성지한은 이하연에게 보낸 문자를 떠올렸다.
1승 3패에 MVP까지 예측한 내용.
그건 예전의 기억을 통해 확실히 알고 있는 정보였다.
윤세진이 일본 대표팀으로 참전하여 한국을 나락으로 빠뜨렸던 첫 경기이기도 했지만.
경기 흐름도, 그 당시 일반적인 예측과는 확연히 다르게 흘러갔으니까.
‘한국이 첫 경기 1승을 한 건, 모두의 예상을 깬 결과였지…….’
성지한은 스마트폰으로 배틀넷에 접속해, 이하연과 똑같이 베팅을 했다.
그녀와 다른 점이라면.
이하연은 500만 원만 베팅했던 것에 비해.
성지한은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는 점이었다.
‘37배인가.’
경기 승패를 다 맞추고, MVP까지 맞췄음에도 배당률이 생각보다 적었다.
하나 성지한은 그걸 보고 확신을 가졌다.
‘윤세진. 역시 너도 이렇게 걸었구나.’
배당률이 낮은 이유에는 이유가 따로 있는 법.
건 사람들이 많거나.
아니면 성지한의 베팅처럼 거액을 쏟아부었다는 뜻이었다.
그 돈의 출처는, 아마 윤세진이겠지.
성지한은 지난 생의 경기를 떠올렸다.
한일전 1경기 당시.
윤세진은 서포터 이진욱에게 일부러 죽어 줬다.
방어구를 다 벗고, 스스로 자해한 끝에.
막타만 그에게 허용한 것이다.
‘그래서 MVP를 이진욱이 탈 수 있었지.’
나중에 그의 인터뷰에서는, 일본 대표 팀과 불화가 있어 욱하는 성질에 일부러 그랬다고 말했지만.
성지한은 승부 조작이 있었다고 의심했다.
그리고 지금 배당률이 생각보다 적은 걸 보자, 그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 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세아 것까지 쓰진 말아야지.’
윤세아가 받은 500억은 무조건 지켜야 할 조카의 재산.
그 돈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내 거나, 버는 족족 여기에 걸어야겠군.’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결전의 날.
8월 15일, 광복절의 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