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19)
예언자에게 짓밟힌 인류의 왕.
피티아가 아무리 군림 성좌의 자신을 각성했다고 해도, 레벨은 동급일 텐데, 뭐 저리 빨리 패배했는지.
성지한은 길가메시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자, 그가 얼굴을 들어 변명했다.
“이, 이건……! 결코 내가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짓밟힌 상태에서 잘도 그리 말하네.”
“크윽……! 실험실이 이미 그녀의 제어 아래 들어가 있었어! 피티아,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길가메시가 이를 악물며 피티아 쪽을 올려다보자.
피식.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길가메시, 나 기억 안 나?”
툭툭.
그러며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피티아.
겉으로 보이는 미소는 해맑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뭐지?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가?’
예전에 피티아가 길가메시에 대해 이야기할 땐, 그래보이지 않았는데.
군림 성좌로 자신을 각성한 이후부터, 확실히 그녀는 변한 것 같았다.
그리고.
“……무슨 소리지? 넌 그저 예언자 나부랭이 아니냐.”
길가메시의 대답에, 피티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멍청해.”
빵!
그녀가 길가메시의 머리를 발로 차자, 그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물론.
스으으으…….
“뭣 하는 짓이냐!”
세계수의 힘을 지닌 길가메시라 그런지, 금방 머리가 다시 생겨났지만.
“머리가 터져도 금방 생기네? 와, 재생력 하나는 진짜 좋네.”
“……감히 왕에게 이런 무례라니. 후회할 것이다.”
“후회…… 당신이 감히 그걸 입에 담는구나?”
후회란 단어에 심기가 거슬렸는지, 피티아는 쭈그려 앉아서 길가메시의 뺨을 때렸다.
짝! 짝!
한 대 때릴 때마다 터지고, 다시 재생하고를 반복하는 길가메시의 머리.
‘강하군.’
성지한은 그녀의 손동작을 보면서, 상대의 힘을 가늠했다.
길가메시의 머리를 수박 터트리듯 손쉽게 폭발시키는 피티아.
“진작 할걸. 당신 머리 터뜨리는 게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네?”
“이게 감히……!”
부르르르.
길가메시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무언가에 포박을 당했는지, 얼굴만 겨우 까닥거리고 있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상태를 보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실험실은 대체 어떻게 조종한 거냐.”
“나 진짜 몰라?”
“예언자 따위를 내가 어떻게 더 알지?”
스으윽.
그러자, 피티아는 검지손가락을 아래로 가리켰다.
“여긴 어디지?”
“……실험실이지.”
“내가 이걸 어떻게 조종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걸 어찌 알겠냐!”
“아, 진짜.”
피티아는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탁!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던 적색의 빛이 멎으며 새로운 풍경이 드러났다.
중앙부부터, 성지한이 있는 해변가까지 생겨난 거대한 돔 형태의 공간.
벽면과 바닥에는 초점을 잃은 붉은 눈이 박혀 있고.
중앙부에는 말라 비틀어진 붉은 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시, 실험실을 네가 어떻게……!”
주변을 보고, 놀라 소리치는 길가메시.
성지한은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가, 피티아 쪽을 향해 이동했다.
“피티아. 너도, 이 실험실의 관계자였나?”
“역시 당신은 힌트를 줘도 못 받아먹는 길가메시와는 다르네요.”
“네, 네가 실험실의 관계자라고? 그럴 리가……!”
“하아.”
푹!
피티아는 발로 길가메시의 머리를 꾹 눌렀다.
그러자, 새로 생긴 실험실 바닥으로 들어가는 그의 입.
입이 틀어막힌 그는, 그저 눈동자만 굴렸다.
성지한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번에 길가메시를 대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군.”
“저번에는 제 과거는 많이 못 보고, 미래만 볼 수 있었거든요.”
“군림 성좌를 각성하면서, 기억을 되찾은 건가?”
“비슷해요.”
“그전에는 내게 정보를 제공해 주더니…… 무신에 대한 충성심이라도 새로이 자각했나.”
“충성이라…….”
피티아는 살짝 웃으며, 실험실을 둘러보았다.
“그는 이 지옥에서 절 꺼내 주는 대가로, 충성을 요구했죠. 저는 충실히 약속을 지키고 있을 뿐이랍니다.”
“실험실이…… 지옥이라고?”
“맞아요. 여기서 현 인류가 시작했다는 사실은, 아시죠?”
현 인류.
길가메시의 말마따나, 호모 사피엔스는 그 전부터 존재했을지 몰라도.
하나하나가 적색의 관리자의 일부가 된 현 인류는, 여기서부터 시작했겠지.
“그래. 길가메시가 자신의 신성한 씨를 뿌려, 후손들이 번창했다고 하더군.”
“신성은 무슨.”
뻥!
길가메시의 머리를 다시 발로 찬 피티아는.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하나 물어보죠. 그 후손은, 저놈이 혼자 낳나요?”
“여자가…… 필요하겠지.”
“그래요. 저놈 배에서 애가 나올 건 아니잖아요?”
“그럼 설마. 네가 길가메시의 짝이었나?”
“짝이라. 참 듣기 싫은 단어네요. 그거.”
피티아는 그러면서도, 중앙부의 말라 비틀어진 나무를 만졌다.
“그래도, 맞혔어요. 제가 그의 첫 번째 짝이에요. 음…… 그래. 비슷한 신화로 비교하자면, 이브쯤 되려나?”
이브.
피티아는 자신을 그리 칭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 * *
“이브…… 설마 아담과 이브를 말하는 건가?”
성경에서 인류의 시초라 일컬어지는 아담과 이브.
낙원 에덴동산에서 살다, 이브가 뱀의 꼬드김에 빠져 선악과를 먹는 바람에 쫓겨났다지.
‘그러고 보니, 여기서도 뱀이군. 그는.’
성지한은 ‘뱀’으로 불리는 무신에 대해 떠올리며, 피티아에게 물었다.
“여긴 그럼 낙원 에덴이고? 그러기엔 풍경이 살벌한데.”
“이놈한테는 낙원이었죠.”
탁!
그러면서 피티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하나의 화면이 떠올랐다.
그 안에선, 실험실이 지금처럼 황량하지 않고.
바닥과 벽의 눈동자도 제대로 움직이고, 중앙부의 나무도 찬란하게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태초의 실험에서 홀로 살아남은 실험체, 길가메시. 그는 유일하게 씨를 뿌리는 걸 인정받았죠. 물론, 인류가 번식하는 과정이 번거로워서 처음엔 그를 그냥 복제하려고 했지만…….”
지이이잉.
화면이 바뀌고.
그 안에는 수많은 길가메시가 시험관 내부에 서 있었다.
‘적의 일족이 그를 복제한 건가?’
관리자의 일족이었으니, 그 정도 기술력은 있나보군.
화면 속의 길가메시는 총 500.
그 시험관 안에서, 불길이 치솟자.
단 1명만 제외하고, 모든 길가메시의 복제 인간이 불타 사라졌다.
“이렇게, 길가메시 본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타 사라졌어요.”
“흥…… 당연하다! 아무리 이 몸을 복제한다 한들, 진짜를 이겨 낼 수는 없는 노릇…….”
“이게 언제 또 머리를 쳐들었대?”
콰직.
길가메시가 땅속에 박혀 있던 얼굴을 굳이 꺼내자.
피티아는 다시 그의 머리를 밟아, 깊게 집어넣었다.
‘진짜 길가메시한테 감정이 안 좋아 보이네.’
아무리 봐도 저 둘, 아담과 이브랑은 거리가 먼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뒤바뀌는 화면을 보았다.
“적의 일족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결국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이거요.”
오른손가락을 동그랗게 말고, 왼손 검지로 안을 넣었다 뺐다 하는 피티아.
적나라한 제스처에,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이브께서 상스럽군그래.”
“아, 그냥 피티아로 불러요. 이브라고 괜히 했네. 그럼 이 인간이랑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잖아.”
자기가 이브라고 해 놓고는, 또 그걸 싫어하는 피티아.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어쨌든, 그래서 말이죠. 우리 아담, 아니 길가메시께서는 이곳이 낙원이 되었어요.”
지이이잉…….
또다시 바뀌는 화면.
거기엔, 나무에 등에 기댄 채 행복하게 웃고 있는 남자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의 여인들이 수백 명 이상 그를 떠받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길가메시가 일어나서, 수백 명 중 하나를 눕히면…….
“별로 저놈이 교미하는 장면까진 보고 싶지 않은데.”
“그건 동감이네요.”
성지한의 요청에, 스킵되는 행위 영상.
그렇게 길가메시로서는 낙원의 모습을 보여 준 화면이 뒤바뀌고.
“그럼, 낙원의 이면이나 바로 볼까요?”
다음에 나타난 건, 수백 명의 여인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화면이었다.
[성장 촉진제 투여.]외계의 언어지만, 성지한에겐 이해되는 그 음성이 들림과 동시에.
부풀어 오르는 여자들의 배.
그건 마치 풍선이 커지듯, 너무나도 빠르게 성장해서.
인간인 성지한에게는 기괴하고, 메스꺼운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적출.]배가 충분히 자라자.
수백 여인들의 배가 일제히 갈리더니, 태아가 거기서 강제로 나오며 둥둥 떴다.
그 아이들이 이동하는 곳은, 거대한 시험관.
거기선, 길가메시를 태우던 불길까지는 아니었지만.
태아를 집어삼키기엔 충분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안으로 휭휭, 던져지는 아기들.
화르르륵……!
불길이 강렬히 타오르더니.
[4명 생존.] [성공률 0.8퍼센트.] [괜찮은 결과군.]적의 일족이 만족스러워하는 음성이 들렸다.
“이건…… 인간 공장인가.”
“맞아요. 길가메시의 낙원의 이면엔, 인류 가축 공정이 자리했죠.”
“……당신도 저기 누워 있는 여자 중 하나였고?”
“저들이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피티아는 강제로 배가 갈리고 아이를 빼앗긴 여자들을 보며, 진심으로 부럽다는 듯 말했다.
“아이 다섯만 낳으면 죽을 수 있는데.”
“……그럼 넌?”
“전, 재수 없게도 성공률 10퍼센트였어요. 저 인간 실험체 되기 전부터 부인이라 그런가. 쓸데없이 궁합만 좋아서.”
“실험체 전부터 부인이었다고?”
“저놈 납치당하기 전에 같이 살았어요. 그땐 부족 중에서 제일 허우대가 멀쩡했는데. 알고 보니 쭉정이였죠.”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길가메시도 실험실로 납치된 실험체였으니.
납치되기 전에는, 부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겠네.
“너, 너! 설마, 도망간 여자냐…… 이름이. 그…… 분명히, 이름이 있었는데…….”
피티아에게 밟힌 상태에서, 애써 머리를 쳐올리며 말문을 연 길가메시.
하나 그가 이름을 끝까지 기억하지 못하자.
“봐요. 이렇게 멍청하잖아요?”
피티아는 씩 웃으며 다시 머리를 땅바닥 아래로 짓밟았다.
“생명의 과일은 지만 먹은 게 아니라 나도 먹었는데. 왜 나만 이렇게 기억력이 좋은지.”
“세계수의 열매를, 너도 섭취했나.”
“네, 실적 좋다고 억지로 먹였어요. 그래서 너무 건강해졌죠.”
탁. 탁.
그러며, 피티아는 손가락으로 화면의 여인들을 가리켰다.
하나같이 멍한 얼굴의 여자들은.
배가 갈리고, 아이가 불구덩이 속에 떨어지는 데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친구들처럼 환각제가 통해야 하는데, 세계수의 열매 때문에 안 통했어요.”
“너무 건강해졌군.”
“예. 그래서 매번 배가 갈리고. 아이가 불구덩이 속에 빠져드는 걸 맨정신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얼마나 낳았더라…… 1천은 넘고. 1만까지는 안 됐나? 아. 7342명이네. 성장 촉진제로 애를 이틀 만에 낳다 보니 그리됐네요.”
히죽. 히죽.
그녀는 불타는 아이들을 보며 헤실거렸다.
겉으로 보기엔 단지 힘이 풀린 웃음이었지만.
성지한은 처음으로 그녀를 보면서 소름이 끼쳤다.
번들거리는 눈에는.
광기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강렬한 감정이 깃들어져 있었으니까.
“……그중 10퍼센트인가.”
“네. 많이들 살았죠? 물론.”
피티아가 터치하자, 뒤바뀌는 화면.
거기서는, 길가메시가 시험관 옆에서, 혀를 차는 장면이 나왔다.
[하, 생존율이 왜 이렇게 낮지? 쓸모없는 것들. 밭이 문제야.]자기 애가 타는데도, 죽음보다는 생존율에만 관심을 보이는 모습.
“우리 아담님은 그게 마음에 안 드셨는지.”
또다시 바뀐 화면에선, 길가메시가 피티아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하…… 또 너냐?] [이 여자는 지겨운데. 왜 이렇게 실적이 좋아?] [야. 너. 무슨 수를 쓴 거지? 좋은 건 너만 알지 말고 공유 좀 하지그래. 내 애첩들도 생명의 과일 좀 먹이게…… 몰라? 하. 그런다고 널 총애할 거 같냐?] [아, 또 얘야? 좀 치우면 안 돼? 진짜 물린다고.]“이렇게 개소리만 하셨죠.”
“…….”
성지한은 가만히 이를 보다가, 한마디 했다.
“저놈. 나도 좀 밟아도 되냐?”
“정말요?”
“뭐? 우, 우린 동맹……!”
빵!
성지한이 허공에서 발길질을 하자.
길가메시의 머리가 또다시 터져 나갔다.
공간을 격하고, 폭발하는 길가메시의 두개골은.
피티아가 밟았을 때에 비해, 재생이 느렸다.
“다른 사람이 밟아 주니, 기분이 좀 풀리네요.”
짝짝.
그 모습을 보고, 기쁜 듯 박수를 치던 피티아는.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스스스스…….
온몸에서 강렬한 냉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