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20)
“본론이라…… 뭘 이야기하려 그러지?”
스스스스…….
성지한은 피티아가 힘을 끌어 올리는 걸 보며, 자신도 이에 발맞추었다.
갈라지는 얼굴과, 불타기 시작하는 오른팔.
공허와 적의 힘이 강화되며, 그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역시, 당신은 강하네요.”
번쩍!
성지한이 힘을 끌어 올리는 걸 보면서, 신안을 발동하는 피티아.
그녀는 발밑의 길가메시를 다시 한번 짓밟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놈이랑은 비교가 안 돼요.”
“비교하는 거 자체가 실례군.”
“그러네요. 미안해요. 대신 재밌는 사실 알려 줄까요?”
“……뭐지?”
“적의 일족이 왜 이런 번식을 자행했는지 아시나요?”
적의 일족이 길가메시를 통해서, 신인류를 번성시킨 이유.
성지한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적색의 관리자를 인류에게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 아니었나?”
“아니.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말할 거였는데!”
“나에겐, 이것이 있으니까.”
성지한이 오른팔을 가리키자, 아 하면서 피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색의 관리자의 손.
저게 있다면, 인류 탄생과 관련된 진실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겠지.
[내가 알아내기 전에, 이그드라실에게 먼저 귀띔받은 거 아니었음?]‘대충 넘어가.’
[알겠음.]성지한의 대답에 즉답하는 적색의 손.
그럴 거면 물어보지나 말지.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피티아가 말문을 이었다.
“그럼 이야기하기 편하겠네요. 인류가 적색의 관리자의 숙주라면…… 결국, 관리자가 될 사람은 누굴까요?”
“글쎄다.”
“아무래도 길가메시가 가장 최우선 순위겠죠. 아무리 그가 무능하고, 욕심만 많다 할지라도…… 그가 가장 많은 씨앗을 뿌렸으니까요.”
“이놈이?”
성지한이 손가락으로 아래로 가리키자.
휙!
고개를 다시 번쩍 든 길가메시는, 망가진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하, 하하! 설마 인류가…… 적색의 관리자였나? 미친놈들…… 그런 짓거리를 한 줄은 몰랐군!”
적의 일족이 왜 자신에게만 씨를 뿌리라고 했는지, 이제까지도 정확한 이유에 대해선 몰랐는데.
적색의 관리자를 인류 종족 내에 숨기려고 했던 건가.
“그래도…… 맞아! 이 여자가 맞는 말도 하는군. 인류가 적색의 관리자가 된다면, 당연히 내가 관리자의 중추에 자리하겠지!”
현 인류는 길가메시의 후손.
길가메시는 피티아에게 제압당한 와중에도, 이 사실을 확신하는지 기뻐하고 있었다.
콰직.
그리고 그런 길가메시를, 피티아는 혐오스런 시선으로 짓밟았다.
“읍……!”
“하…… 맞아요. 저는 이 인간이 적색의 관리자가 되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판을 깨 버리려구요.”
번뜩.
판을 깬다는 이야기에, 성지한의 오른손에 박혀 있던 붉은 눈이 빛을 반짝였다.
그리고, 거기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님.]“……지금, 손이 말 한 건가요?”
[맞음. 내가 말함. 아까 네 말은 틀렸음. 적색의 관리자는 본체가 될 거임.]“본체? 본체라면…… 설마 성지한 님이?”
[그러함. 종마는 용도를 다했음.]“그걸 어떻게 믿죠?”
[생식기가 몸의 주인이 될 수는 없음.]“뭐, 뭣! 내가 생식기라고!?”
길가메시는 발끈해서 머리를 들었지만.
[씨 뿌리는 기관이 생식기 아니면 뭐임? 거기에 인류의 번성으로 네 쓸모는 끝남. 애도 안 생기지 않음?]관리자의 손의 말에, 흠칫하는 기색이 되었다.
“그, 그건 그렇지만. 여기서만 자식을 가졌으니까. 실험실을 복구하면 다시 애도 생길 거다……!”
[그렇지 않음. 님 고자임.]“아니야!!”
관리자의 손이 그리 말하자, 그 어느 때보다 발광하는 길가메시.
‘……고자 소리가 피티아에게 제압당한 거보다, 그리 충격적이었나.’
콰직! 콰직!
“아, 좀 들어가. 진짜.”
미친 듯이 머리를 쳐드는 길가메시를, 피티아가 계속 짓밟았지만.
이번엔 반항이 좀 심했다.
“난, 난 성불구자가 아니라고!! 잘 선다! 다만 애가 안 생길 뿐……! 그래. 여기, 실험실에서는 다시 가능할 것이다! 혈족을, 내 후손을 가질 수 있어!”
[불가능.]“이, 이익……! 그럼, 내가 관리자가 된다면. 그럼 가능한가?”
[생식기가 뇌가 될 순 없음.]“그런가? 남자들은 거기에 뇌를 의탁하던데.”
[성차별적 발언.]“아, 미안해요. 길가메시 때문에 하도 데여서.”
피티아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조금 전의 미소와는 달리, 싱글벙글한 표정의 그녀.
길가메시가 성불구자가 되었다고 하니 진심으로 즐거운 것 같았다.
“그래…… 성지한 님이, 적색의 관리자가 된다면 그건 나쁘지 않네요. 제 후손일지도 모르니까.”
“길가메시도 아버지 소리 하더니, 너도 어머니라고 불리고 싶은 건가?”
“윽, 됐어요. 이 인간처럼 말하고 싶진 않으니. 그리고…….”
번쩍……!
피티아의 이마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반짝이더니.
“당신이 내 아들이면, 죽일 수가 없잖아요?”
빛의 눈, 신안이 생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아까부터 뿌려져 있던 냉기 속에서, 얼음의 검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 * *
“빙천검우에, 신안이라…… 결국 싸우겠다는 거군.”
“무신께는 구원받은 은혜가 있어서요.”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신의 속셈이 어쨌건.
7342명의 아이를 낳게 하는 지옥에서, 구해 줬으면 은혜라 할 만하지.
‘길가메시도 제압한 그녀니, 전력을 다해야겠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스타 버프를 받기 위해 배틀튜브를 켰다.
-오, 드디어 챌린저 게임 시작인가?
-음…… 이번에도 게임 맵 아닌 거 같은데;
-사방에 붉은 눈깔 뭐임 ㅋㅋㅋㅋ
-와…… 저 여자 이쁘다.
-근데 성깔은 있는 듯. 아저씨 짓밟고 있는데?
-아 인게임이 아니면 이제 불안해…… ㅡㅡ;;
방송에 들어오자마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는 이번엔 또 무슨 일인지 걱정하는 사람들.
한편, 피티아는 허공을 보며 싱긋 웃었다.
“방송 켰군요. 저도 알람 왔어요.”
“버프 받아야 하거든. 아담을 짓밟은 이브를 상대하려면, 최선을 다해야지.”
-잉? 아담과 이브…… ㄹㅇ……?
-중년 아재에 비하면 이브가 아깝네.
-아니 그래도 짓밟는 건 좀 아니지 않음? 아저씨 얼굴 완전 개 망가졌는데…….
-근데 그럼 여긴 에덴동산임? ㅋㅋㅋㅋ
-눈알만 가득한데 무슨 ㅡㅡ 신성모독이에요 그거.
성지한이 던진 떡밥에, 즉각적으로 폭발하는 시청자 반응.
성경 속 인류의 시초, 아담과 이브가 거론되니 종교를 믿건 안 믿건 채팅창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한편.
“아, 이브라고 하지 말라니까! 이 인간이랑 엮이고 싶지 않거든요?”
슉!
피티아가 손을 뻗자, 빙검이 일제히 성지한을 향해 뻗어 왔다.
이건 전투의 초기, 상대를 탐색하기 위한 가벼운 공격으로 보였지만.
‘강하군.’
군림 성좌의 힘까지 지녀서 그런가.
확실히 검이 지닌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태극의 망혼과 싸우기 전의 수준이었다면, 이런 공격에도 쉽게 대처하기가 힘들었겠지.
하나.
“야, 불.”
[알겠음. 본체.]화르르륵!
성지한의 오른팔이 타오르며, 홍염을 피워 올렸다.
적색의 팔을 이식하며, 한층 더 강렬해진 적의 권능은.
얼음검 따위는 대번에 수증기로 만들어 버릴 힘을 지니고 있었다.
피시시시…….
불의 벽을 뚫지 못하고, 사라지는 빙검氷劍.
피티아는 그걸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당신 말 잘 듣네요.”
“아직은 그렇더군.”
“이러면 불의 권능에 있어선, 완전히 절 압도하는 셈인데…….”
화르륵!
피티아는 한 손에 백색의 불꽃을 잠시 피워 올리다, 다시 껐다.
“그건 소피아에게 줬다 뺏은 성화인가.”
“예. 쓸 일이 생겨서 회수했는데, 당신한테는 씨알도 먹히지 않겠네요.”
“시험해 보지 그러나?”
“뻔한 결과를 굳이 테스트할 필요는 없죠. 아. 이럼 어쩐다…… 상성이 너무 안 좋네. 불의 권능은 내가 밀리고. 냉기도 적색의 권능을 뚫을 순 없으니.”
단 한 번의 탐색 공격으로, 성지한과 자신의 차이를 완벽히 분석한 피티아.
그녀가 지닌 힘도 강력했지만, 적의 권능에는 완벽한 천적 관계였다.
“어쩔 수 없네요. 성좌지만, 시설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짝!
피티아가 손뼉을 치자.
실험실 내부, 초점을 잃었던 붉은 눈에서 생기가 감돌더니.
지이이이잉……!
눈에서 일제히 붉은 레이저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닿으면, 그대로 소멸할 것 같은 눈의 빔 공격.
물론 성지한의 주변 공간은, 완전히 그의 것으로 장악되어 레이저가 쏘아져 오다가 중간에 멈췄지만.
이거, 무혼의 공간 장악도 이겨 내려 드는군.’
지지지직…….
붉은 레이저는 완전히 멈추질 않고.
서서히 성지한의 공간을 향해 뻗어 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슈슈슉!
성지한을 향해 쇄도하는 빙검.
조금 전, 가벼운 견제로 시작했던 검과는 달리, 이번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건 어때요. 좀 막기 힘들겠죠?”
눈이 발사하는 레이저와, 얼음검.
둘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체계적으로 성지한을 압박해 나갔다.
아무리 성지한에게 힘의 상성이 안 좋다고 해도, 이 정도의 공격이면…….
‘공허까지 끌어올려야겠군.’
스스스…….
성지한의 금 간 얼굴에, 보랏빛의 운무가 피어오르려 할 때.
반짝!
적색의 손이 그에게 황급히 말했다.
[본체! 그거까지 쓸 필요 없음. 이 공간, 반 정도 장악함.]“……언제 했냐?”
[적색의 권능은 모두 본체의 것. 일족의 실험실 따위, 명을 거스를 수 없음.]“그래? 그럼 저 레이저도 조종할 수 있냐?”
[물론.]지이이잉.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향을 트는 붉은 눈의 레이저 빔.
성지한을 꿰뚫으려던 붉은빛은 얼음검을 모조리 소멸시키곤, 피티아를 향해 뻗어 갔다.
그녀는 이를 한 끗 차이로 피해 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험실의 외부자가, 이곳을 순식간에 장악하다니. 진짜 당신, 적색의 관리자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거야 두고 봐야지.”
그러면서 역으로 피티아를 압박해 나가는 성지한.
실험실의 붉은 눈은 급속도로 그의 말을 따르기 시작하며, 레이저를 피티아에게 발사했다.
번뜩!
신안이 번쩍이며, 이 모든 공격을 한 끗 차이로 피하고 있었지만.
“이것 참…… 벌써, 이길 가능성이 사라졌네요. 성좌 체면 구겼네!”
그녀는 신안을 매만지며, 벌써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걸 예견했다.
한편.
“저 붉은 레이저 괜찮네. 마음에 들어.”
[본체. 나도 저거 가능함. 아니 더 셈. 저건 적색의 권능, 적멸의 하위 버전임.]“적멸? 진작 말하지 그랬냐.”
[안 물어봤잖음.]“쯧. 물어보지 않아도 좋은 건 재깍재깍 알아서 바쳐야지.”
[……알겠음.]“한번 써 보자.”
화르르륵……!
성지한의 명에 불타오르는 손.
붉은 눈이 번뜩이고, 스탯 적의 힘이 한데 모이자.
적색권능赤色權能
적멸赤滅
붉은빛이 실험실 전방을 가득 메웠다.
그러자, 금방 활활 타오르는 세상.
불은 그렇게 모든 것을 집어삼키더니, 자신마저도 소멸하며 사라졌다.
-……이건 다른 눈깔들 레이저 수준이 아닌데?
-와, 아예 뻥 뚫렸네 앞이 ㄷㄷ
-이게…… 관리자의 손?
모든 걸 불태우며, 초토화시키는 적멸.
이 정도 위력이면, 태극마검 다음은 될 것 같았다.
물론.
[스탯 적이 3 감소합니다.]적멸의 대가로 스탯이 소모되긴 했지만.
‘나중에 강적에게 쓰기 좋겠어.’
성지한은 적멸의 압도적인 힘에 만족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피티아와 길가메시.
그리고 나무까지 완전히 사라진, 전방.
이거, 너무 셌나?
“아담과 이브, 모두 이렇게 죽어 버렸나…….”
성지한이 그리 말할 때.
“안 죽었거든요?”
슈우우우……!
허공에서 얼음이 맺히더니.
얼굴이 살짝 그을린 피티아와.
“으, 으…….”
몸이 새카맣게 타 버린 길가메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째 모습을 보아하니, 길가메시가 방패가 되었나 보군.
“그리고 이브 소리 그만하라고 몇 번을 말해요?”
“그래, 피티아. 그걸 잘도 피했군.”
“신안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을 뻔했죠.”
성지한은 피티아의 이마에 있는 빛의 눈을 바라보았다.
신안.
누나의 것은 성능이 떨어져서 별로 쓸모없어 보이더니, 피티아는 잘 써먹네.
“역시, 당신은 못 이기겠네요…… 아무리 신안을 발동해도, 이길 길이 보이지 않아요.”
“그럼 얌전히 죽을 텐가?”
“아, 저 정말 죽일 거예요? 불쌍하지도 않아요?”
“불쌍이라. 인간적인 연민은 느낀다만…… 그렇다고 네가 인류를 멸망시키게 둘 수도 없지.”
성지한의 말에, 피티아는 피식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오히려 살려 준다고 했으면 실망했겠죠. 공과 사를 구분 못 한다고.”
“그래? 그럼 죽자.”
성지한이 그렇게 검을 빼 들었을 때.
피티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요…… 제가 왜 잊고 싶은 과거사까지 밝히며 이렇게 시간을 끌었을까요?”
“…….”
“다, 이것 때문이에요.”
파지지직!
피티아의 뒤편에서, 공간이 찢기더니.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
“투성으로 가시죠. 무신께서 기다린답니다.”